논술이 공교육 혁신 이끌 수 있을까?


[인터뷰]'주입식 문학 교육' 비판한 숙대 최시한 교수
[프레시안 최서영/기자]'논술이 뭐길래….'

"논술이 대체 뭐길래 이 난리일까. 요즘 고1 언니와 중2인 나, 초등학교 5학년인 남동생은 때아닌 '논술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방학인데! 지난 1학기 내신성적까지 별로여서 엄마의 불안을 샀던 언니는 '지금도 한참 늦었다'며 바로 논술과외로 들어갔고, 난 중학생 논술학원에 등록했다. 초등학생인 동생에겐 문학전집이 안겨졌다.

생물학자가 꿈인 언니는 국문과 출신 논술과외 선생이 들고 오는 시사이슈 정리집에 불만이고, 난 논술학원은 놔두고라도 학교 수업부터 불만이다. 오늘 배운 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국어 선생님은 옥희 어머니가 사랑방 손님에게 애정을 느끼면서도 옥희를 위해 재혼을 포기했다며 중요 대목에 밑줄 치고 '아름다운 희생 정신,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받아적으라 하셨다. 웃겼다. 뭐가 순수하나? 청승맞고 한심하지. 요즘 같으면 겨우 대학생 나이인데 평생 과부로 살라고 하는 인습은 거의 '인권유린' 아닌가? 내 친구는 엄마가 마흔 넘어 재혼할 때 새 아빠가 데려온 애랑 잘만 지내던 걸. 고리타분하다. 축구와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남동생은 오늘 엄마에게 잡혀서 약속 하나를 하고서야 나갈 수 있었다. 해리포터 대신 '초등학생의 창의력 향상을 위한 문학전집'을 하루에 한 챕터씩 꼭 읽겠다고…."

한 중학생의 시선으로 쓴 '가상일기'다.
숙명여대 국문과 최시한 교수. ⓒ프레시안

서울대 본고사 논란이 일어난 지도 한 달. 김진표 교육부 장관이 '논술의 본고사 여부를 밝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는 8월 말이 다음 주로 성큼 다가왔다. '논술 파동' 이후 교육부가 논술교과서 개발, 중등교사 독서지도 연수 등 '혁신 수업' 방안을 연이어 내놓는 동안 사교육 논술시장은 시장대로 들썩이고, 출판계 또한 각종 창의력 개발, 논술 교재 출판으로 한층 분주해진 모습이다.

이 와중에 중등 문학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온 숙명여대 최시한(53) 교수가 수십년 간 이어져 온 이른바 '밑줄 치고 땡땡' 주입식 문학 교육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을 내 눈에 띈다. <소설의 해석과 교육(문학과 지성사)>은 대학입시 위주의 주입식 소설교육이 우리의 청소년을 얼마나 문학에서 멀어지게 하는지 통렬하게 비판한다.

우리의 문학 교육이 충실한 작품 읽기을 통해 학생들의 감성과 사고력을 키우기는 커녕 오히려 작가 연보, 수사법, 문학사적 평가 등 잡다한 자투리 지식을 외우게 하느라 문학을 골치 아픈 것으로 치부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직접 만나본 최시한 교수는 역시 '문학 교육과 읽기 능력', '독서에 대한 오해', '창의성과 논술' 등에 대해 할말이 많았다.

"오죽하면 시인이 수능시험에 나온 자기 시 문제를 틀리나"

-저서에서 수십년간 이어진 주입식 문학교육의 폐해와 국어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셨다. 현재 문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평가의 용이성'이 주입식 교육의 가장 큰 이유인가.


"문학뿐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그동안 지식 교육에만 치중하고 능력 교육을 소흘히 해 온 게 문제의 핵심이다. 문학에서 능력 교육이란 작품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능력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특히 사고력을 소흘히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든지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데 관련 프로그램을 절대 개발 안 한다.(웃음)

비극은 그나마 주입되는 지식마저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나기'를 두고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딱지 붙이는 게 맞지도 않지만 작품 이해에 무슨 도움이 되나? 주입되는 지식 자체에도 깊이가 없다. 파편적이고 쓸모 없는 작품 관련 정보들을 학생들이 암호풀이 하듯 외워서 시험 보게 하니 문학을 싫어할 수밖에…. 오죽하면 어떤 시인이 수능시험에 나온 자기 시에 관한 문제를 풀고 틀렸겠나(웃음). 정해진 유형 앞에 오히려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틀리게 된 것이다.

"선생이 다른 걸 물어야 하는데, 뭘 물을지 모르는 거다"

주입식 교육이 된 이유는 우선 문학 교육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국어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생이 학생에게 다른 걸 물어야 되는데, 뭘 물을지 모르겠는 거다. 돈트(Don't)가 아니라 캔트(Can't)다. 또 현장에 가면 참고서가 교육을 지배하고 있어 이를 깨는 게 참 힘들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술형을 시험의 30%로 의무화했던데 교사들이 이로 고민이 많다. 학부형이 학교로 달려온다는 것이다. 그만큼 적절한 평가 기준이 부재하다는 것이고 연구의 빈곤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문학을 해석하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문화 수준이 낮은 거다. 학교 수업에서 작품 읽히고 줄거리 쓰는 교육활동이 없는 게 아니라 답의 기준에 대한 이론적 모색이 없는 거다.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답안을 평가하는 기준의 적절성이 필요한 것이다. 일률성이 아니라 다양성, 상투성이 아니라 참신성과 같은."

-소설 읽기가 말하기ㆍ듣기ㆍ쓰기 등 다른 언어능력과 연계돼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가능한가. 또 문학이 주입식이 아닌 체험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활동을 해야 한다. 1인칭을 3인칭으로 바꿔쓸 수 있고 또 소설을 소재로 논술도 할 수 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옥희 엄마의 선택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술하라는 거다. 학생들이 자연히 작품을 깊이 읽을 수밖에 없다. 선생님이 밑줄 쳐주는 게 아니라 의문을 던져야 한다. 언어능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훈련받아 커질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활동이 이뤄지려면 교육자는 학습자가 그 글을 읽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학습자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이해해야 하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현재 국어 교과서에도 심화학습이 있지만 뭘 심화하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학습의 명분과 실제가 괴리된,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은 데에 있다."

문제제기 1. 독서ㆍ논술교육은 꼭 국어ㆍ사회 교사가 맡아야 하나?

-저서에서 '독서의 개념'을 문제 삼았다. 독서는 기본적으로 '인식행위'인데 독서지도를 꼭 국어 교사가 전담하는 것은 문제라고. 그러나 교육부는 현재 국어ㆍ사회 과목 교사 중심으로 독서교육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프레시안

"독서라는 말에 대한 관습과 고정관념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독서 대신 '읽기'라고 하자. 이 교육을 왜 꼭 국어ㆍ사회 선생만 맡아야 하나. 읽기는 미술, 체육, 과학 선생도 다 한다. 화학 선생은 화학 선생대로 학생들에게 읽을 책을 안내해야 한다. 화학 분야를 국어 선생이 안내할 순 없다. 읽기 지도는 기본적으로 모든 교사가 해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왜 '국어'에 집중하나. 이는 우리의 뿌리박힌 문학 중심의 독서관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읽기라고 하면 문학 중심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세상의 읽을 책 중에 문학은 극히 일부다. 그런데 물론 아이들일수록 정서함양과 재미를 위해 문학 비중이 높긴 하다. 그러나 고등교육과정으로 올라갈수록 현저히 떨어진다. 대학에서 국문과 말고는 누가 소설을 교육자료로 쓰나.

또 하나는 감상문 쓰기 중심으로 독서지도를 생각한다는 거다. 제가 교사 연수 때 묻는다. 파브르곤충기 독후감이랑 이광수의 <무정> 독수감 양식이 같을까요? 다르면 어떻게 다르게 써야 한다고 지도한 적 있습니까? 묵묵부답이다. 이건 폭력이다. 이 세상에는 글이 아주 다양하고 글 읽고 공부하는 방법도 많다. 왜 하필이면 독후감만 쓰라고 하냐. 그냥 읽고 얘기해도 된다. 왜 자꾸 쓰라고 하냐. 선생도 못 쓰면서. 억지로 시키니깐 다 베끼는 거다.

문제제기 2. 문학책, 어렸을 때부터 그저 많이 보면 좋다?

모 신문사가 중학생 논술대회를 열던데 중학생이 논술을 왜 하나. 물론 논리적 사고는 필요하다. 그러나 논술은 양식이다. 소설에도 얼마든지 논리적 사고가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비판적 사고력에 필요한 논리가 부족하다. 그냥 작문하면 된다. 논술은 고등학교에 와서 해도 된다. 그런데 요즘은 뭐든지 논술 붙여야 장사되니까 초중등학생들까지 논술로 밀어넣는데 애들한테 부담만 줄 뿐이다."

-현재 출판시장은 '우리 아이 창의력 기르기'라는 이름 하에 '고전 읽기 시리즈' 등 독서교육과 창의력 기르기 시장이 활황세를 맞고 있는데, 이런 '독서 범람'을 어떻게 보나.

"안 읽히는 것보다 낫지만 낭비가 심하다.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 곧 교육적으로 중요한 작품은 아니다. 게다가 책 읽기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가공하고 프로그램을 짜서 주지 않으면 억압일 뿐이다. 학생에게 읽혀야 할 자료의 선정에도 여러 기준이 있는데 무작정 문학전집을 아이들에게 던져주면 어쩌자는 거냐. 영국에서는 햄릿을 초등학교용, 중학교용, 고등학교용으로 각각 출판해서 읽힌다."

문제제기 3. 대학 입시에는 꼭 배운 게 나와야 하나?

-논술 도입 등 '대학 입시 변화'가 '공교육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나, 아니면 모순을 심화시킨다고 보나.


"원론적으로는 대학 입시가 중등 교육을 개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관적이다. 왜? 선생도 학생도 학부형도 우리나라에서는 시험에는 꼭 '배운 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험에 꼭 배운 게 나와야 되나? '배운 것'이라는 게 뭘까. 대부분의 한국인들 생각은 '지식'이다.

물론 너무 동떨어진 것을 물어선 안되지만 똑같이 물으면 안 된다. 응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암기형 시험만 양산할 뿐이다. 문제를 틀어서 능력을 물어야 한다. 얘가 비판할 줄 아나. 추리력이 있나. 상상력이 있나. 가치의식이 적절하고 탄력적인가. 대학에서 그런 걸 묻겠다고 하는데, 학교에서는 그런 교육을 해 오지 않았으니,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새로운' 문제 유형을 익히겠다고 사교육 기관으로 몰려가고, 학교 선생님들이 그걸 눈뜨고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재교육이 우선이다. 물론 이것은 하루 이틀에 안 된다. 교육부가 논술대비 교과서를 개발한다던데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테스트하겠다는 시험을 본 지가 10여년이다. 그러면 그동안 실제로 수학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되는데, 바뀔 힘이 없는거다.

우선 대학에서부터 교사를 양성할 때 그런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참고서가 지배하고 있는 학교 현장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 뜻있는 교사들이 있어도 옆 선생이 관행대로 참고서에서 시험 출제하면 도로묵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대학들조차 아직 답을 못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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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재의 필수적인 능력 2006-01-13 15:04
카테고리 : 가온찍기의 경영 http://blog.paran.com/bizinsighter/7779933

1. 블루오션을 창조하는 신선한 아이디어 Creativity

-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독보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시장 감각

- 세계 시장을 무대로 창조적인 끼를 발산하는 Business Normad

-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는 장기간 학습과정을 통해 양성되는 것

- 박지성: 위치를 가리지 않는 창조적 Player

- 박찬욱: 전형적인 캐릭터를 배제, 새로운 유형의 입체적 캐릭터를 창조

- 정광석대표: 혁신적인 선박육상 건조 공법인 SLS공법을 개발, 특허출원, 원가절감과 매출 증대한 STX조선 CEO

- 정두리 : 뉴스워크 선정 2006년을 빛낼디자이너

- 김현탁 : 절연체 금속 전이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ETRI 테라전자소자 팀장

2. 변화를 주도하는 열정과 도전의식 Passion

- 끊임없는 열정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의식

- 열정을 가진 인간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무일한 존재

- 피터 드러커: 첨단기술, 기계보다 인간 그 자체에 주목

- 박영석: 2005년 5월 북극점을 정복한 산악인, 히말라야 14좌 등정, 7대륙 최고봉, 남/북극점 모두 등정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

- 최순달: 70세에 벤처기업을 설립한 쎄트렉아이 회장, 92년 국내 최초 인공위성(우리별 1호) 발사 성공

- 안철수: 의사, 대학교수 프로그래머 ,기업 경영자,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전문가로 도전

- 송민순: 북핵 6자회담 9/19 공동 성명을 이끌어낸 외교통상부 차관보

- 이왕재: 2005년 영국 IBC 국제인명센터 '올해의 의학자' 선정 서울의대 교수

3. 도덕성과 인간미를 겸비한 리더십 Leadership

- 미래를 뀌뚫어 보는 통찰력 있는 리더십

- 황창규: PC주도 무어의 법칙을 밀어내고 모바일 시대 황의 법칙을 개발한 새로운 리더십의 주역

- 과거 : 나를 따르라는 소대장식 리더

- 현재 :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수평적 리더십, 조직역량을 극대화하는 목동식 리더십이 각광

- 정문술: KAIST에 사재 300억 기부, 기업인의 사회적 의무를 몸소 실천한 리더십의 전형

- 빌 게이츠: 내가 오늘 회사를 망하게 할 수 도 있다는 생각으로 조직원들의 존재 가치를 최대한 인정해 줬다

- 이종욱 : 세계 조류 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TO) 사무총장

- 이명박: 47년에 청계천 복원을 성공시킨 서울시장

전문가·학부모·교사들이 뽑은 어린이책 베스트 50
‘지식+흥미’ 결합 소설들 상위에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 내 딸에게 이런 책을 사주고 싶다 : 내게 세상은 읽고 또 읽어…
어린이책 전문가와 학부모·교사 등이 지난 6개월 사이에 출간된 어린이책 중에서 베스트 1위로 꼽은 책은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로 나타났다.

문화일보와 아동전문지 ‘동화읽는 가족’ 이 동화작가·평론가·출판편집자·출판기자 등 어린이책 관련 74명이 추천한 책을 공동 집계한 결과, 2위와 3위는 각각 ‘밤티마을 봄이네 집’ (푸른책들)과 ‘우리 가족입니다’ (보림)가 차지했다. 상위권에 올라온 책들을 보면, 13세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식, 교훈과 흥미를 결합시킨 소설이 많았다.

또 변화하는 가족형태를 보여주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애정을 새롭게 조명한 책들과 더불어 한국적 정서와 색채를 담은 그림책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 상위권 책은 유명출판사, 중견작가의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 어린이책 전문가들도 일반인들처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베스트 리스트 집계 결과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그동안 외면받아온 동시집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했다는 것이다.


◆ 베스트 1 ~ 3위의 매력 = ‘바르톨로메는… ’ 는 오스트리아 작가 라헐 판 코에이가 17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쓴 작품. 300여쪽의 두툼한 분량에 본문에 그림을 한 장도 넣지 않았으나 읽은 사람마다 흥미진진했다고 평하는 책이다.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접목한 이른바 ‘팩션(Faction)’ 형식으로 꼽추 난쟁이인 주인공이 화가의 길을 걷기까지의 역정을 묘사했다. 스페인의 화가, 작가 등이 실명으로 등장하며 예술 지식을 전해주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다. 장애인 주인공이 주변의 편견을 딛고 성취를 이루는 과정에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동참하도록 만든다.

2위를 차지한 ‘밤티 마을 … ’ 은 연작시리즈의 완간편. 11년 전에 처음 나온 ‘큰돌이네 집’ 과 ‘영미네 집’ 에 이은 동화작품이다. 새 엄마를 맞은 아이들이 그 엄마가 낳은 아이를 미워하지만, 결국은 가족의 따뜻한 품에서 화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다수의 작품이 실린 중견작가 이금이씨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이다.

‘우리 가족… ’ 은 5~8세 대상의 창작그림책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부모를 보며 아이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고단한 일상을 사는 우리 이웃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 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어떤 책을 왜 추천했나 = 10위권에 올라온 책들 중에 1, 6, 7, 8위의 작품이 초등 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베스트 리스트를 집계한 ‘동화읽는 가족’ 의 편집자 서진원씨는 “지식, 교훈을 흥미와 잘 결합시킨 청소년물이 상위권에 많이 올라왔다” 며 “이는 논술의 중요성이 대두한 교육현장의 상황과 더불어 10대 청소년들이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양물을 읽기를 바라는 어린이책 전문가들의 소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 풀이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족 형태를 보여주면서 가족 구성원들의 애정을 다룬 책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2, 3, 5위의 작품이 재혼, 치매, 입양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다. 당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국적 정서를 우리 고유의 색채 감각으로 담아낸 그림 책도 눈에 띈다. 2, 3위의 책들과 더불어 10위를 차지한 ‘설빔’ 이 대표적이다.

이번 베스트 리스트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동시그림책이 부상했다는 것. 5, 13위의 작품이 동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함께 넣어 만든 작품이다. 35위를 차지한 ‘거인들이 사는 나라’ 도 그림은 없지만 동시를 묶은 책이다. 어린이책 전문가들이 이제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외국처럼 동시를 통해 정서를 함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권을 차지한 책들이 대부분 지명도 높은 출판사 작품이었다. 이는 탄탄한 기획력을 가진 이들 출판사에서 완성도 높은 책을 펴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나 다양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어린이를 행복하게 하는 책이 양서” = 책 추천에 참여한 한상수 어린이도서관연구소장은 “어린이책은 교훈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이들이 책 읽기의 행복감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게 좋다” 고 말했다. 동시를 쓰며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형건 ‘동화읽는 가족’ 발행인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을 추천한다” 며 “기존 추천도서 목록에 빠졌으나 아이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에 특별히 애정이 있다” 고 강조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어떻게 선정했나

전문가 100명에게 2차에 걸쳐 설문지를 보내 2005년 10월 이후에 출간한 어린이책, 즉 최근 6개월내에 나온 책을 대상으로 1명당 5권씩의 책을 추천받아 우선 순위별로 각 5~1점씩 합산. 4월 25일 현재까지 설문에 응답한 74명의 추천 점수를 집계한 것임.
기사 게재 일자 2006/04/28
Subject
21세기는 창의력이 힘이다


정 홍 포항공대교수?전자학(음성 알고리즘 아키텍처)


유비쿼터스 컴퓨팅 세상이 오고 있다고 한다. 10대 신성장동력산업에도 포함된 이 유비쿼터스컴퓨팅이란 무엇인가? 유비쿼터스(Ubiqitous)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언제, 어디서나 있는”을 의미하는 라틴어이다. 공학에서는 소위 3A를 뜻하는 것으로서 사용자가 시간(any time)과 장소(any place)와 장치(any device)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접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지난 1998년 미국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의 마크 와이저 소장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정보통신업계가 나가야 할 목표로 간주되고 있을 정도이다.

컴퓨터와 네트워크와 센서가 결합될 때

SoC(System on a Chip)가 발달하게 되어 사물에 컴퓨팅기능을 넣는 일은 점점 쉬운 일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통신네트워크는 구축될 대로 구축되어 온 세상이 유무선으로 자유자재로 연결되며 GPS와 컨텐츠가 연동이 될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가 휴대폰에 장착되고 모든 제품들이 RFID tag가 붙어 고유번호가 할당될 정도로 스마트센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 세상의 모든 물건은 고유번호가 배정될 것이다. 독자들은 이렇게 되면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쉽게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와 네트워크와 센서의 세가지가 결합하면 가공할 힘을 발휘하리라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더구나 IT뿐만 아니라 BT NT CT RT ET까지 결합되는 ’BCEINRT’세상이 올 것이다.

인류는 약 50만년간 석기시대를 살아 온 것 같다. 그리고 약 1만년간 철기시대를 살아 왔고 현재는 ’규석기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보화시대의 기본도구는 각종 반도체 칩들이다. 이 반도체 칩들은 컴퓨터, TV 디스플레이, 휴대폰 PDA,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에 두뇌로 들어가 있다. 이 반도체 칩들은 규석이란 돌로 만들어 진 것이다. 해리포터의 마법사의 돌이 바로 이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 돌에 각종 물질을 새겨 넣고 전기를 통하게 함으로써 우리는 놀라운 마법의 기계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규석기 시대가 겨우 오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 데 인간의 문명이 완전히 달라져 버린 것이다. 지구상에는 이미 누적대수로 각각 10억대의 PC와 핸드폰이 보급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규석기시대는 이제부터가 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는 적어도 수천 배의 규석이 보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물질을 대체할 양자컴퓨터나 바이오컴퓨터가 나오기까지는 규석기시대가 지속될 것이 틀림없다.

여기까지는 ‘Wonderful Word’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실제는 어떤가? 예수는 인간을 악한 존재로 보았고 석가는 인간을 탐욕스런 존재로 보았다. 어떤 이들은 인간들이 매트릭스와 같이 프로그램 된 어리석은 존재라고 보고 있다. 인간종에 속해 눈치보며 같이 섞여 살아야 하는 그로서는 인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험스럽고 모욕적인 주장일 것이다.

매일 일어나는 정치인이며 스포츠인이며 예술인이라는 이들의 활동상황을 보라. 공통적인 현상들은 탐욕 배반 원망 복수 애증 이런 것들이다. 어떤 패턴의 인간들이 어떤 패턴의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는 것을 틀림없이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 들고 그렇고 필자 자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면을 보면 성인들도 지극히 일부 현상을 본 것을 알 수 있고 어쩌면 바이러스와 같은 미물처럼 인간은 삼차원공간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21세기는 ‘멋진 신세계’인가

우리는 형이상학을 얘기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 모두 형이하학인 것이다. 이런 한계성 현상을 구조적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인간 비슷한 로보트조차 흉내 내려면 앞으로 300년 후나 가능하다고 한다. 기계적인 문제보다 지능적인 문제가 규명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시간이 해결해 줄 걸로 믿는 경향이 있다.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가 기능한 것은 이런 원리 때문이다. 석가는 이 현실에서 메타룰을 발견해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에는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라고 했다.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에 오온(五蘊-물질적 현상, 감각 작용, 지각 작용, 의지적 충동, 식별 작용)이 모두 공함을 알았고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 났다. 노자도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이라 했던가.

연구만 생각해도 그렇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 시대 이래 모든 연구가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학에서는 더구나 편리를 도모하는 것이 인간적인 것을 회복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유비쿼터스컴퓨팅이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집이고 오피스고 자동차고 심지어 이들 밖에서 활동할 때도 여러분들은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기본 기능인 Awareness나 Affective computing이나 Proactive computing이라는 기본 개념은 사람들을 언제 어디서나 감시를 하고 마음 속에 있는 감정과 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파악하고 미리 선수를 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성에서는 한 술 더 떠서 Life Log프로그램을 착수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예견한 대로 빅 브라더가 여러분을 모두 감시하는 Worderful World가 틀림없이 실현될 것이다. 과학자가 소설가의 아이디어를 따르는 것인지 소설가가 과학자의 공상을 따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설상가상 2199년이 되면 기계가 세상을 지배하고 인간의 뇌를 매트릭스 프로그램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고 배신을 당했듯이 인간도 기계를 발명하고 배신을 당하고 거꾸로 이용당하는 미래가 온다는 것이다.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가 허구이면 좋으련만.

고대로부터 철학에서 학문들이 분리되어 나간 후 제각각 다른 길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에서 인간화를 상실하는 심각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치는 권력을, 경제는 돈을, 체육은 기록을, 예술은 쾌락을 위한 최적화 도구가 되어 버렸다. 공학은 비인간화를 추구하여 이제 어디로 나가게 될 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모두들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목표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학과 결합을 시도하려는 조그만 움직임도 있다. BCEINRT와 같이 학제간 융합이 공학 내에 새로운 경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이런 융합은 공학 내에서만 국한되지 말고 인문학에까지 확장되어 인간화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꿈을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여태까지 희망과 비관적인 관점에서 얘기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기 위한 인센티브로서 희망이 없으면 안된다. 먼 과거나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좋지만 공자와 같이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

어느 현명한 학자가 말했듯이 세상에는 세 부류의 국가가 있는 것 같다: 창의기반국가와 응용기반국가 그리고 소비기반국가. 한국은 두 번 째 부류에 속해서 창의기반국가에서 등록해 놓은 지적재산권을 사다가 응용제품을 만들어 소비기반국가에 수출한다. 퀄컴의 아이디어를 사와서 이루어 놓은 휴대폰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지능기반국가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디어를 창출해 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S를 장악하고 있고 인텔은 컴퓨터를 장악하고 있으며 퀄컴은 휴대폰을 장악하고 있다.

다행히도 응용할 줄도 모르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기회도 잠시가 아닌가 싶다. 응용기반국가로서의 지위는 점점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와 같은 소비기반국가들이 놀라운 속도로 지위를 향상시키고 있다.

‘창의력이 힘이다’

그러면 우리가 살아갈 길은 오로지 창의력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옛말에 “지식이 힘이다”라고 했는데 시대착오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창의력이 힘이다”라고 해야 한다. 50년전 컴퓨터가 등장함으로써 인간은 컴퓨터에게 지식의 소유권을 넘겨 주었다. 인간이 기계보다 더 나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당연 창의력이다. 적어도 수백년 간은 인간과 같은 지능을 흉내낼 수 없기 때문에 창의력 배양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교육도 창의력을 키우도록 재정비되어야 한다.

공식을 가르쳐 주고 문제를 풀도록 숙제를 내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문제를 많이 푸는 행위는 연구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차라리 생각하고 문제를 내고 실험하고 다시 생각해서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정하는 그런 방법론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 있는데 이런 것을 가르쳐 줄 줄도 모르는 것이다.

이제 교육도 룰의 시대가 지나고 메타룰의 시대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응용기반국가에서는 뭐든지 양이 질을 우선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회다. 양의 연구 중심이 아니라 질의 창의 중심시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이런 차원을 넘어 많은 원천기술이 나와 창의기반국가에 동참하는 그런 시대가 오길 바라고 포항공대가 많은 업적을 남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