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06년 06월 21일 18:10:04
외국어고등학교가 설립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학과 유학을 위한 발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외고는 전문 통역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91년 특목고로 지정됐다.

하지만 외고가 명문대 입학과 유학으로 이어지는 지름길로 여겨지면서 중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까지 ‘외고 입시 열풍’이 이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동일계열 진학률을 보면 외고의 설립취지가 얼마나 변질돼 있는지 잘 드러난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외고 졸업생 중 동일계열로 진학하는 비율은 31%에 불과하다. 과학고가 이공계열 등 동일계열로 75% 이상 진학하는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반면 외고 출신자 중 이공계 및 치·의예학과로 진학하는 비율은 2004학년도 16.2%, 2005학년도 21.6%에 이어 2006학년도는 23.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법대나 상경계열까지 포함하면 70%가 어문계열이 아닌 이른바 인기 학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외고가 유학을 위한 사전 준비단계로 변질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원외고는 올해부터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국제반을 정규학급으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정규 교과 과정에는 SAT시험 준비 요령을 가르치는 수업도 포함돼 있다. 경기 용인의 한 외고도 해외유학반을 편성해 정규 교과시간에 유학대비 교육을 하고, 심지어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인 도덕과목까지도 미국 역사를 다룬 미국 교재를 중심으로 수업하고 있다(경향신문 3월10일자 보도).

요즘은 한술 더떠서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입학 이전에 제2외국어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외고가 명문대 진학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 열풍도 거세지고 있다.

목동의 한 외고입시전문학원 관계자는 “요즘은 보통 초등학교 4학년부터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게 대세”라면서 “다음달부터 외고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초·중등 연계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만중 전교조 전 정책위원장은 “외고는 이미 명문대 입시기구이자 유학 준비통로로 이용되는 등 예전 입시명문고 형태로 변질됐다”면서 “외고 교육 과정 자체도 취지에 맞도록 일관적이고 심층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은·김유진기자 freetree@kyunghyang.com〉
"대통령이 시키면 여당이 무조건 따라야 하나?"
[이슈아이] 2006-06-23 15:40
사학법과 감사원 발표 놓고 손석희와 이방호 한나라당 정책위장, 설전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 여부를 놓고 극한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MBC라디오 <손석희이 시선집중>에서 진행자인 손석희 교수와 이방호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의 설전이 벌어졌다. 손 교수는 이방호 의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정리과정에서 중언부언은 생략했음을 밝혀둠)

# 장면 1

손석희: 왜 하필 이때 감사원 발표가 나오느냐, 그 부분에 있어서 한나라당 쪽에서 의구심을 갖는 모양이시죠?
...

이방호: 감사원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가진 기관입니다. 지금 현재 국회에서 사학법 관계 때문에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서로 협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이것을 발표하는 것은 또 문제가 있고...
...
손석희: 그러면 언제 발표를 해야될까요? 왜냐하면 이 문제로 계속 여야가 싸우고 있기 때문에...
...
이방호: 감사원의 감사는 보통 여러 가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가지고 좀더 실사를 한 후에 보통 6개월에서 1년 뒤에 발표하는 게 다분히 많습니다....

손석희: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특별감사결과를 내년쯤 발표했어야된다는 말씀인가요?
...

이방호: 그런 것은 아닙니다(이후 이방호 의원은 앞서 언급한 감사원의 감사일정만 재차 강조하고 구체적인 발표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음. 이는 이미 개정사학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7월 1일자로 개정사학법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6개월 후인 2007년초 감사원의 발표는 큰 의마기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

# 장면 2

이방호: 2천여 개의 사학에 대해서 불과 22개 사학이 문제가 됐습니다. 한 1%입니다. 그러면 전체 사학에 대해서 모두 비리 집단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
손석희: 이번 특별감사는 12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했던데요?

이방호: 처음에 샘플링을 했죠. 그러니까 예비감사를 해 가지고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되는 120여 개에 대해서 감사를 한 겁니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아예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죠. ... 이번 감사원 발표로 인해 국민들은 전체 2천여 개 사학에 대해서 비리 집단으로 덧씌움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조처는 적절하지 못하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
손석희: 이번 감사원의 발표 결과를 놓고 국민들이 2천여개 사학이 다 비리가 있다고 생각하리라는 것은 이번 사안에 대해 반대하시다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아닐까요? 전체 국민들이 이번 발표로 인해 2천여개 학교가 다 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문제가 발견된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했고 그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는 것으로 그냥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거든요
...


# 장면 3

이방호 : (국민들이 전체 다 사학이 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발표를 할 때 어느 학교가 어떻게 어떻게 됐다 라고 발표해줘야 되는데 어느 학교는 말하지 않고 교장이 공금을 횡령 등등 그런 유형만 발표를 했습니다.

손석희: 그러면 혹시 감사원 쪽에서 향후에 어느 학교가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런데 감사원이 예전에는 어느 학교에 누가 문제 있다 라는 것을 다 밝혀 왔던 건가요?

이방호: 행정기관을 감사할 때는 이름을 밝힙니다(그러나 행정기관 감사와 사학재단 감사 및 발표는 다른 차원의 문제)

# 장면 4

손석희: 어쨋든 7월 1일부터 사립학교법은 시행되는 것으로 보면 되겠군요. 그러면 그 이후에라도 재개정에 대한 논의는 할 수 있다, 이런 입장이신 것 같군요. 그런데 다른 법안하고 연계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습니까?

이방호: 지금 사학법에 대해서 대통령께서도 문제점을 인정했고 야당과 수정 논의를 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여당이 이것을 근본적으로 거부를 하고 있습니다.

손석희: 여당이라고 해서 청와대 말을 다 들을 필요는 없는 거겠죠.

이방호: 대통령 스스로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손석희: (한나라당이) 다른 때는 대통령이 시키면 그대로 따라한다고 (여당을) 비판하셨는데 여당은 또 여당대로 입장이 다를 수가 있겠죠.

이방호: 최고국정책임자는 대통령 아닙까?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확인했으면, 그렇다면 야당과 서로 협상을 해서 수정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한편, 이방호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올해 2월 한나라당 주최로 열린 '노무현 정부 3년 국정파탄 국민대보고회'에서 "지금 세계의 모든 국민들은 두 개 나라를 갖고 있다. 하나는 모국이고 하나는 미국이다"라고 연설해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이방호는 이완용도 울고 갈 희대의 매국노. 민족의 혼과 넋을 팔아 미 '제국신민'의 도리를 다하는 21세기 판 을사 오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미국에 의해 육성되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나라당의 친미사대매국적 본질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오늘 이처럼 노골적인 적은 없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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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서울 학군 광역화 검토"강남북 교육격차 해소 위해"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현행 학군제를 광역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현행 학군제를 광역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당의 부동산 정책 관련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남과 강북의 교육 인프라 차이 때문에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측면이 있다"며 "학군을 광역화해 강북 학생도 강남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한다면 강남과 강북의 교육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교육구청별 고등학교 학군 현황.

강북 학생들이 강남의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학군을 광역화할 경우 현재 11개인 서울시내 학군은 절반 정도인 5-7개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강북뿐 아니라 관악구나 금천구 등 학군이 좋지않은 지역의 학생도 강남 학교 지원을 허용할 경우 학군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30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고위당정협의를 열어 학군광역화 방안을 포함해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공공기관 안전진단 검증 강화 ▲재건축 기준연한 연장 ▲재건축 감시 강화 등 재건축 절차 투명화 등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조치를 최종확정, 발표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건설교통부, 서울시교육청, 금융감독위원회, 국세청 등 4개 부처가 마련한 8?31 후속 대책이 사안별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군 광역화에 대해 반대론 또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아 당정간 최종 조율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위의 우리당측 간사인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 "사실과 전혀 다르고, (학군 광역화가 되면) 오히려 집값이 치솟는다"며 "학군 조정은 정부가 아닌 서울교육청 소관으로, 서울교육청은 학군광역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부총리도 지난해 8월 국회에서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학군 조정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반대여론이 비등하자 이를 백지화한 바 있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학군조정 방안과 관련, "아직 결론을 내린 상태가 아니다"며 "내일(30일)까지 당정협의를 통해 그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후에 결론이 날 것이며 현 시점에서 그 방안의 8.31 후속대책 포함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우리당은 28일 부동산기획단 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최고 50%까지 환수하되 개발이익 규모에 따라 환수비율을 차등적용, 부담금을 누진적으로 부과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2006.03.29 )

과잉 정치화된 사회…민주주의의 위기"
[김진경의 토로] "전교조는 이미 사회적 약자 아니다"
2006-06-21 오후 12:03:30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이 386세대와 전교조에 대해 비판한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은 최근 "현재의 전교조는 조합원인 교사들의 이익만 대변해 국민들로부터 괴리되고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개혁세력을 자처하는 386세대에 대해 "사회를 변혁시켜 보자고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학생들을 상대로 학원 장사를 해 떼돈을 벌고 있다"는 등 일침을 가했다.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으며, 전교조 창립을 주도했던 김 전 비서관의 이런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매체가 김 전 비서관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다른 전교조 초기 멤버의 동조 발언도 이어졌다. 사태가 이렇게 확대되자 전교조는 18일 김 전 비서관의 발언을 놓고 "할 말이 있으면 국민 앞에서 당당히 토론하자"며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프레시안〉은 20일 김 전 비서관과 직접 만나 최근의 논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김 전 비서관은 이날〈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끝으로 시골에 내려가 본업인 글쓰기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편집자>


"언론과 지식인, 모든 현상을 정치적 게임의 논리로 해석하도록 길들여져"

프레시안 : 전교조가 당신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김진경 : 토론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나는 자연인이고 전교조는 공적인 조직이다. 자연인과 공적 조직이 대등하게 토론을 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 대기업과 평범한 시민이 다투는 격이다. 전교조는 비판의 성역이 아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 자신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을 하나씩 다 붙잡고 공개토론을 하나? 더구나 나는 이제 더 이상 교육계 인사가 아니다. 전교조와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할 만큼 했다. 더 이상 하고 싶?않다.

프레시안 : 얼마 전 당신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최근의 사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김진경 : 느낀 게 많다. 우선 우리 사회가 과잉 정치화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안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히스테리컬하게 반응한다. 진보세력이나 보수세력 모두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지식인들의 책임이 크다. 그들은 모든 것을 이 쪽과 저 쪽이 벌이는 게임의 논리로 바라본다. 이런 사회에서 합리적인 문제제기, 차분한 성찰이 설 자리는 없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이런 게임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어떤 영역이 사회적으로 보장돼 있는 경우가 많다. 왕정 혹은 입헌군주제 국가에서는 상징적인 왕의 존재가 이런 역할을 한다. 프랑스처럼 혁명과 반혁명이 이어진 역사를 가진 나라는 '관용(똘레랑스)'의 전통이 이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 언론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 데 오히려 언론은 더욱 과잉 정치화돼 있다. 기자들의 머릿속은 모든 것을 정치적인 게임의 논리로만 해석하도록 틀이 짜여져 있다.

15일자 〈경향신문〉보도(김 전 비서관이 전교조와 386세대를 비판한 발언을 기사화한 보도)만 해도 그렇다. 앵코립티블 상 수상을 축하한다며 찾아온 기자와 한 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가 기사화된 것이다. 공식적인 인터뷰가 아니었고 기자가 메모나 녹음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화되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데 기사화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기사의 내용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나는 386세대 정치인들을 직접 겨냥해서 비판한 게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정치 과잉에 대해 이야기했고, 386세대도 거기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기사의 흐름은 그게 아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모든 현상을 정치적 게임으로만 해석하는 사고방식이 기자의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음모론이 난무하는 사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다"

프레시안 : 우리 사회가 왜 그렇게 과잉 정치화됐다고 보는가?

김진경 :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중산층이 엷어진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지식인은 기본적으로 중산층 혹은 그 아래 계층의 상층부와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회계층이 존재위기를 겪고 있으니까 지식인 전체가 불안과 피해의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과잉 정치화, 히스테리컬한 반응은 모두 이런 불안과 피해의식의 산물이다. 불안하니까 성급하게 내 편, 네 편을 나누게 된다. 여유가 있다면 기득권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안하니까 이제까지 누려 온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 지식인 집단을 과잉 정치화하게 했다. 그리고 지식인 집단의 과잉 정치화는 사회 전체를 과잉 정치화로 이끌었다.

프레시안 : 우리 사회의 과잉 정치화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김진경 : 모든 현상이 다 해당된다. 가까운 예로는 황우석 사태가 있다. 그리고 교육계의 사안으로는 교원평가 문제가 있다.

전교조는 현 정부를 신자유주의 정권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현 정부의 모든 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인 의도를 담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런 단순한 도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한 합리적인 논의가 설 자리는 사라진다.

교원평가 문제가 쟁점이 되던 당시로 돌아가 보자. 전교조는 교원평가를 신자유주의적인 교원 구조조정을 위한 것으로 규정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교원평가는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를 상대로 수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교원 구조조정과는 아예 다른 개념이다. 그런데 이것을 교원 구조조정으로 가는 첫 단추라고 미리 규정해버리면 합리적인 논의가 불가능해진다. 그것은 단지 음모론일 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안을 음모로 해석하면 토론의 여지가 없지 않는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교원평가를 무조건 찬성하는 것처럼 비친다. 그렇지 않다. 교원평가는 그 취지부터 시행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작용의 요소를 안고 있다. 이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하나씩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교육계는 교원평가에 대해 일방적인 찬성과 무조건 반대의 입장만 존재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 극단의 주장만 있을 뿐인 사회에서 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다.

대중의 불안정한 휩쓸림, 무엇 때문인가?

프레시안 :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인가?

김진경 : 그렇다. 치열한 민주화 운동을 통해 쟁취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이야기로 오해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그게 아니다. 한 차례의 선거에서 특정 정파가 승리했다는 이유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오만한 태도일 것이다. 2004년 총선 당시를 떠올려 보자. 당시는 현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대중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 사이에 경천동지할 만한 일이 터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다.

대중의 불안정한 휩쓸림. 극단에서 극단으로 움직이는 성향. 중요한 사회적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찬성과 무조건 반대만이 존재하는 상황. 나는 여기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읽어낸다. 그런데 이런 위기가 누구의 책임인가? 결국 앞서의 이야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식인의 책임이다. 특히 언론의 책임이 크다.

중산층이 엷어짐에 따라 기득권이 흔들리고 미래가 불안해진 지식인 집단이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정치적 게임의 논리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민주주의의 위기가 시작됐다.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구현되려면 정파적인 게임의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현상을 차분하게 바라보면서 합리적으로 토론을 이끌어갈 수 있는 집단이 필수적이다. 이런 집단이 없는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누가 집권하는가의 문제에만 매달리지 말자"

프레시안 : 우리 사회에서 합리적인 논의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집단이 사라지게 된 계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김진경 : 정확하게 짚어내기는 어렵다. 민주화 운동 진영의 상층부가 현실정치에 뛰어들면서 생긴 공백도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화 세력이 계속 성장하면서 정파적 이해관계를 벗어난 합리적 지식인 집단을 형성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문제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청와대 비서관을 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지금은 정치권력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합리적이고 성숙한 지식인 집단이 사회의 무게중심을 잡고 있다면 어떤 세력이 집권해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현재 교육적 쟁점은 중산층 관심사일 뿐소외계층 교육 문제에 관심 쏟아야"

프레시안 : 이야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전공인 교육 이야기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최근 공영형 혁신학교(기존의 공립학교와 달리 학교장에게 자율적인 운영권을 부여한 학교. 재정을 재단이나 학부모가 아니라 지자체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자립형 사립고와 다르다), 자립형 사립고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진경 : 예전에는 교육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우리 사회의 중산층은 질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교육을 기대하고 있다.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자립형 사립고 논쟁은 이런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정말로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의제화해야 될 교육 문제는 따로 있다. 소외계층 자녀들의 교육 문제다. 학력, 학습동기 등 모든 측면에서 이들은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다.

흔히 교육 문제라고 하면 자립형 사립고, 대학입시 정책 등을 떠올린다. 이런 문제만 이슈화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보는가? 바로 중산층 학부모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관한 의제가 중산층 학부모들의 관심사에 따라 형성돼서는 안 된다. 지식인들이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더 중요한 과제를 의제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안 되고 있다. 지식인들 역시 철저하게 중산층 학부모의 시각으로 교육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잘못, 지식인들이 나서야"

프레시안 : 지난 2002년 노 대통령이 대선 주자로 부상했을 때 교육운동 진영 일각에서는 큰 기대를 걸었다.

노 대통령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사립학교법 문제 등에 대해 개혁적 입장을 취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상고를 나온 노 대통령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 법대를 나온 이회창 후보를 꺽는 게 큰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운동 진영은 노 대통령의 집권이 한국 교육의 병폐로 지목돼 온 소외계층의 교육 문제, 학벌 지상주의 등을 해결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되리라고 봤던 것 같다.

그런데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노 대통령이 집권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별 진척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중산층 학부모들의 관심사만이 의제가 되고 있는 게 반드시 지식인만의 책임인가? 정부의 책임은 없나?

김진경 : 앞서 말한 것처럼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노 대통령의 당선이 갖고 있는 상징성에 대해 지나치게 과도한 기대를 한 측면이 있다.

참여정부는 이전의 다른 정권에 비해 교육의 사회적 공공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져 왔다. 그것은 사실이다.

단지 현재의 꽉 짜여진 사회적 역관계 속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을 따름이다. 계속 지식인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권력을 탓하기 전에 주요한 문제를 의제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사회적 약자가 아냐…스스로의 힘과 가능성에 걸맞게 움직여야"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지식인들을 가리키는 것인지 궁금하다. 소외계층 자녀의 교육 문제를 의제화시킬 집단이라면 혹시 전교조를 가리키는 것인가? 정부는 교육의 공공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는데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적 교육운동 진영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김진경 : 전교조 이야기는 길게 하고 싶지 않다. 전교조 창립 과정에서 걸었던 기대는 엄청난 것이었다. 교사들은 하는 일의 성격상 지식인적 성격을 어느 정도 띠기 마련이다. 이들이 조직화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의 전교조에 대해 아쉬운 점은 자신들의 힘과 가능성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정부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이런 집단이 자신을 약자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만약 또 다른 교육주체인 학생이나 학부모가 전교조만큼 조직화돼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전교조가 노동조합으로서 자신들의 이해에 충실해도 된다. 세 주체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어떤 사회적 합의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가 조직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교조가 약자도 아니고, 또 스스로를 약자로 규정해서도 안 된다. 전교조가 스스로의 힘과 가능성을 잘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움직임을 취해야 한다.

프레시안 : 청와대 비서관 업무를 하면서 종종 답답함을 호소했다고 들었다. 이제 다시 자유인이 된 셈인데, 앞으로 어떻게 지낼 계획인가?

김진경 : 내일(21일) 시골에 내려간다. 거기서 창작에만 몰두할 것이다. 시는 더 이상 쓰지 않을 것 같다. 어린이 문학에 전념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