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 3인의 공부법 &엄마들의 조언

2014년 7월호

ㆍ짧은 여름방학, 주요 과목 경시대회 수상자들은 어떻게 보낼까?

여름방학은 짧다. 그래서 공부 계획 짜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1, 2학기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이 시기를 마냥 손 놓고 보낼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방학 기간 동안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2학기를 착실하게 준비할 수 있을까. 국·영·수 경시대회 수상자 3인의 공부법을 공유해보자. 수상자 엄마들의 공부 계획도 함께 들었다.

Part 1 전 과목 고득점 뿌리 되는 국어

신문 논술대회 장려상 수상자 이해린양과 어머니 강현주씨
“여름방학, 본격적으로 교실 밖 세상을 배우는 시간이죠!”

신문 논술대회 수상자 이해린양(광명 가림초 6학년)은 자신이 인터뷰 대상자였음에도 인터뷰 자체를 주도할 정도로 언변이 좋았다. 대화의 흐름도 영리하리만치 잘 알아차렸고, 어휘 구사력도 뛰어났다. 해린양 스스로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수상 경력을 차치하더라도 충분히 국어적인 재능이 뛰어나 보였다. 그러나 어머니 강현주씨는 “우리 아이가 인터뷰 대상자가 될 정도로 국어를 잘하진 못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문과적인 요소, 국어적인 환경에 탁월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해린양의 국어 공부는 크게 독서와 대화 그리고 경시대회로 압축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많이 읽었다. 또 크고 작은 경시대회에 많이 참가했다.

“아빠는 신문기자라 집에서도 책을 많이 보시고, 엄마는 제가 어릴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셔서 저희 집은 늘 공부하고 책 읽는 분위기였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엄마가 재직하는 학교에 같이 다니며 엄마가 퇴근하실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고요.”

해린양은 “책 읽을 시간에 놀 수도 있었다. 독서는 나의 선택이었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전 교과를 통틀어 국어는 가장 중요하다. 역사나 사회 과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영어와 수학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전 과목 고득점의 뿌리가 되는 과목이다. 영어와 수학경시대회 수상자 학생과 엄마들도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책 많이 읽는다고 모두 국어 점수가 높아지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할 수 있는지 비결이 궁금하기도 하다.

“엄마가 역사 학습만화를 한 권 사주신 적이 있어요. 역사란 개념도 없을 때였죠. 그냥 읽었는데, 역사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이야기를 듣는 듯도 하고, 어떨 땐 책보다 더 책 같고요. 그 책을 계기로 역사에 눈을 떴고, 4학년 여름방학 동안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해 초급을 96점으로 통과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저를 책과 더 친해지게 했어요.”

그 후 해린양은 사회 과목을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책과 검정시험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 엄마의 평. 또 경시대회나 급수시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절대 수상이 목표가 아니다. 최우수상을 탄 대회도 있지만, 입상을 못한 적도 있다.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도 “나는 1등 상이 아닌 장려상인데 괜찮아요?”라며 물어오기도 했다.

“책을 통해 흥미가 유발되고, 경시대회나 급수시험 준비로 지식을 확대시키고, 시험을 통해 실력을 점검하고, 그 결과로 성취욕을 느끼거나 동기 유발이 되는 거죠.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교과 공부로 전환이 됩니다. 그런 경험과 지식이 또다시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도 하고요. 즐거운 지식의 선순환이라고나 할까요?”

급수시험은 노력에 대한 성과, 경시대회는 참가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현주씨는 말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교내 대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해린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여름방학이면 다니던 학원도 모두 끊고 박물관, 과학관, 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 집중적으로 바깥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런 다양한 체험 활동이 공부와 독서의 배경지식으로 활용돼 더욱 시너지를 높여준다고 한다.

Tip 해린양이 추천하는 여름방학 활동
“여름방학 동안 과학 실력을 늘리려면 과천과학관에서 부모님과 함께 체험하고 대화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직 저학년이라면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고희정 글·서용남 그림, 가나출판사)와 같은 쉽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과학에 저절로 흥미를 갖게 하는 책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아요. 초등학교 5학년 교과에 나오는 역사를 어려워하는 주변 친구들이 많아요. 이럴 때 유용한 곳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인데, 이곳을 자주 찾다 보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신문 기사를 매일 읽으며 어휘력과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방법을 추천해요.”

Part 2 초등학교 때 잡아두면 수월한 영어

성대영어경시대회 대상 수상자 진채민양과 어머니 한윤정씨
“영어도 결국 언어. 자주 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아이가 어려서 말문이 트이고, 낱말 하나하나 배울 때 있잖아요. 그때부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영어 공부 좀 시키자’ 작심하고 의도적으로 한 것은 절대 아니고요. 그냥 한글 단어 가르쳐줄 때 영어 단어도 같이 알려줬어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요.”

성균관대 주최 전국 영어학력경시대회 대상 수상자 진채민양(서울 잠동초 5학년)의 어머니 한윤정씨는 영어 공부에 관한 모든 질문에 ‘부담 없이’와 ‘자연스럽게’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며 답했다. 그래서일까, 영어 단어를 어떻게 외웠느냐, 연습장에 수십 번씩 외울 때까지 썼느냐 하는 질문에 채민양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과거의 영어 공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는 세대다웠다. “어릴 때 말을 하고 한글 배우는 것처럼 영어를 익히게 했다”라는 한윤정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됐다.

중학교부터 영어가 시작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에 정식 교과목으로 배운다. 대개 장기적인 공부 계획을 짤 때, 독서와 영어를 초등학교 시기에 어느 정도 마스터해놓아야 상급 학교에 진학한 후 수학을 비롯해 다른 과목을 공부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한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시기가 언어 습득에 용이하기도 하고, 또 고학년이 될수록 공부할 양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초등학교 때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도 결국 언어잖아요. 자주 접하는 환경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한글 단어 하나 알려줄 때 같이 영어 단어도 알려주고 영화나 만화, 책을 보여줄 때도 한국어 자막이나 더빙 없는 원작이나 원서 위주로 보여줬어요. 그 정도만 했어요. 다섯 살 때 영어 유치원을 보냈는데, 곧잘 적응하더라고요.”

채민양은 다섯 살부터는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입학 후 영어 학원도 다녔다. 아빠 직장 문제로 일곱 살 무렵에는 6개월 정도 미국에 머물기도 했다. 아, 그랬으니 영어를 잘할 수 밖에 없다고 속단할 순 없다.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 그리고 채 1년이 되지 않는 외국 체류 경험으로 누구나 채민양 같은 영어 실력을 가질 순 없기 때문이다.

“영어 학원에 보내보면 레벨 테스트도 하고, 숙제가 많기도 해요. 엄마들은 그 학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따로 과외를 시키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되지 못해요. 어렵다, 지루하다, 힘들다 느끼기 쉽고요.”

아이 실력보다 높은 단계의 레벨이나 난이도를 고집하기보다는 아이 실력에 맞는 수업과 공부가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한윤정씨는 조언했다. 채민양에게 영어 공부를 ‘자연스럽게’, ‘부담 없이’ 시켰다는 것은 바로 아이가 재미를 잃지 않는 수준에서 시켰다는 것을 뜻한다. 채민양에게 영어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물으니 “잘하고 싶으면 즐겨야 하는 것 같다”라는 제법 어른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영어 공부는 언제나 재미있었다면서 말이다.

“여름방학은 짧아서 여행은 안 가요. 하루 24시간 중에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나 양은 정해져 있잖아요. 무조건 고학년이라고 공부 시간을 늘리면 안 되고요. 정해진 양을 시기에 맞게 과목별로 잘 분배하는 게 효과적인 것 같아요.”

채민양은 이번 여름방학엔 영어 공부를 좀 줄이고 수학 공부 시간을 더 늘릴 계획이다.

Tip 채민양이 추천하는 여름방학 활동
“전 영어 원서를 많이 읽었어요. 그게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고요. 문법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경시대회 문제까지 풀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원서를 읽은 덕인 것 같아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전 한국어 번역본과 영어 원서 모두 읽었어요. 한국어와 달리 원서는 더 생동감이 있고 실감 나요. 그런 걸 느끼니 영어가 더 좋아졌고요. 처음엔 어려워도 영화나 번역본 책을 통해 이미 아는 이야기니까, 다른 책들보다는 쉽게 재미를 느낄 거예요!”

Part 3 상위권 결정짓는 수학

KMC 수학경시대회 최우수상 수상자 현영우군과 어머니 이재정씨
“연산이 빠르면 확실히 수학에 재미를 느낍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수학 잘하는 학생은 곧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통한다. 그만큼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수포자’란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영우군(서울 동북초 5학년)은 범상치 않다고 할 만큼 수학을 잘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이미 「수학의 정석」 등 높은 단계의 수학 공부를 하고,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갈 준비도 하고 있을 정도다. 대단하다고 감탄하자, 어머니 이재정씨는 “다른 학생들이 운동, 공부, 여가 등에 고루 에너지를 쏟는다면 영우는 100% 에너지 중 80, 90%를 수학에 쏟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수학을 ‘지나치게’ 잘하는 영우군에게 그 방법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공부하던 시작이 있었을 테니까.

“엄마 말로는 어려서부터 제가 수에 관심이 많았대요. 아기 때도 달력의 숫자를 보거나 계산기를 누르며 놀았고요. 수학에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어려운 수학 공부도 하지만, 학교 공부도 재밌어요. 공부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다른 친구들의 풀이 과정도 볼 수 있으니까요.”

선행학습을 많이 하면 학교 공부를 지루해하거나 등한시한다고 하는데, 영우군은 학교 수학 시간도 재미있다고 했다. 경시대회 공부와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말이다. 영우군의 수학 공부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좋아하는 걸 잘할 수 있게 해 특화시켰다는 것, 수학과 관련된 연계 활동을 많이 했다는 것 그리고 연산을 탄탄히 다졌다는 것이다. 이재정씨는 영우군이 특별히 IQ가 높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수를 좋아했고, 수학에 재능을 보여 그 쪽으로 더 키워줬을 뿐이라는 것.

“규칙이나 패턴을 익히는 데 빠르고, 그걸 알아내는 걸 즐겨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무것도 모른 채 동네 엄마가 ‘성대경시대회(성균관대 주최 전국 수학학력경시대회)가 어렵다’라고 하는 말만 듣고 참가해 동상을 받았어요. 수학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어느 정도인지, 내 판단이 맞는지 검증 차원에서요.”

아이가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후 이재정씨는 수학 관련된 교육 설명회도 듣고, 수학 학원도 알아보고, 수학 관련 책들도 찾아주었다고 한다. 수학동화란 수학동화는 거의 다 읽었을 정도다. 다른 엄마의 추천으로 「우등생 해법수학」도 풀었고, 연산에 익숙해지도록 학습지를 하기도 했다.

“주산 학원에도 보냈는데 아이가 암산이 빨라서 암산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다른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연산 연습을 시키라는 거예요. 연산이 빨리 되면 확실히 아이들이 수학에 자신감을 갖게 돼요. 문제집 말고 수학 관련 책을 읽는 것도 수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줘 도움이 되고요.”

그래도 수학 잘하는 비법에는 왕도가 없었다. 비범하게 보이는 영우군도 부족한 부분은 매일 꾸준히 공부한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과학 공부를 깊이 있게 시작할 계획이다. 이재정씨는 수학이 우리 일상생활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도 수학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시계, 지하철 노선, 마트 상품들의 가격, 식품의 유통기한 등 생활 속 수학을 통해 무조건 어렵기만 하다는 거부감을 없앤 뒤 연산을 통해 기본기를 다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Tip 영우군이 추천하는 여름방학 활동
“지금 저는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가스가 마사히토 저, 살림프렌즈) (필즈상을 거부하고 은둔한 기이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어요. 좀 어려워서 한 번 읽은 것으론 이해를 다 못했거든요. 저는 수학 문제집만 풀지 않아요. 수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요. 여러분도 수학 관련 책을 읽어보세요. 수학이 한결 재밌게 다가올 거예요. 저는 「재미있는 영재들의 수학 퍼즐」(박부성 저, 자음과모음), 「미래의 수학자에게」(이언 스튜어트 저, 미래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저, 영림카디널) 등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밖에 수학에 관련된 읽기 책들은 많으니까 한 번 찾아보세요! 수학은 문제집만

두근두근 열 두살 아들의 몽정기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조회수 4927 추천수 0 2014.09.19 1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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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한테 2차 성징이 안 오면 어떻해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청소년 성교육 책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아들이

이렇게 묻는다. 열두 살 아들의 요즘 관심사는 당연 자신에게 일어날

몸의 변화들이다.

학교에서 한 학년 위의 형이 변성기가 오면서 체형이 변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사춘기를 지나며 키도 훌쩍 크고 몸도 멋지게 변한 사촌형의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던 녀석은 사춘기가 언제 올지, 2차 성징이 어디서 부터

나타날지 자신의 몸을 지켜보며 퍽이나 흥미진진해 하고 있는 중이다.

 

아들과 '성'에 대한 대화를 한참전부터 나누어 오고 있던 터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해 주었다.

'니 발육 상태를 보면 2차 성징이 안 올거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될꺼다.

열두살인데 키도 엄마랑 똑같고 신발은 곧 엄마보다 더 크게 신을 것 같은데..'

'지금도 제 발이 엄마보다 클 걸요?'

하며 아들은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 그럲다.

키가 어느새 이렇게 컸는지 분명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던 것이

얼마전 같은데 지금은 엇비슷하다. 발도 어쩌면 나보다 벌써 커져 있는지도 모른다.

주변에선 목소리도 예전과는 약간 달라진 것 같다고들 하고.. 그러고 보니 어깨도

조금 벌어진 것 같고...

아들의 변화는 내게도 퍽이나 궁금하고 흥미진진한 대상이다.

다섯 자매들과 함께 자라면서 남자 형제를 겪어보지 못했던 터라

남자 아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커가는지 아들을 보며 비로소 처음으로 겪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새벽에 출근해서 한 밤중에 들어오는 사람이다보니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늘 나이기 마련이어서 공부도 미리 해 두었다.

아들과 함께 사춘기에 찾아올 변화에 대한 책을 같이 읽었던 것이다.

우리가 읽은 책은 '비빔툰'이란 만화로 유명한 '홍승우'씨가 그림을 그린

'보이툰'이었다.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내용과 정확한 설명으로

군포 민우회가 선정한 '성교육 우수 도서'이기도 하다.

 

남자들의 2차 성징이 어떻게 오는지,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는지 내용과 원리를

책을 통해 익힌 아들은 매일 매일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며 살피곤 했다.

자신에게 찾아올 변화를 아들은 기꺼이 기대하고 있었다.

 

어느날은 드디어 제게도 체모가 나기 시작한게 틀림없다며 샤워를 하다가

나를 호들갑스럽게 불러대는 것이었다. 솜털과는 다르게 좀 더 긴 털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철딱서니없긴 하지만 엄마만큼 큰 아들의 아랫도리를

유심히 살피기는 좀 그래서

'흥.. 어디 돋보기를 가져와 봐야 알겠다. 눈에 띄게 잔뜩 나게 되면 그때 말해'

하고 핀잔을 주고 말았다. 그래도 아들은 대단한 발견을한 것 처럼 신이 나서

좀처럼 제 아랫도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더니 며칠전 아들은 비밀스러운 목소리로 나늘 불렀다.

'엄마... 팬티에... 뭔가...이상한 게 묻었어요. 제 생각에는 제가

드디어 몽정..... 아니, 그건 자면서 하는거니까 '유정'을 한 것 같애요'

'유정? '

'네.. 왔가갔다 하는데 갑자기 뭔가 나오는 느낌이었거든요.

이상해서 살펴봤더니 팬티에 뭐가 묻어 있었어요'

아들은 어느새 새로 속옷을 갈아입고는 내게 벗어 놓은 팬티를 내 밀었다.

 

과연 무슨 액채같은 것이 한 방울 쯤 묻어 있긴 했다.

'너... 혹시 소변 방울 흘린 거 아니니?'

내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자 아들은 펄쩍 뛰었다.

'엄마, 오줌이 아니라구요. 점성이 있는 액체라니까요?'

'그래.. 좀더 많이 나오게 되면 그때 얘기해'

''엄마... 아빠한테도 얘기 할 거예요? 제가 유정한거?'

'그게 사실이면 당연히 얘기를 해야지. 우리 아들이 드디어 '남자'가 되었다는

증거인데... 엄마는 윤정이나 이룸이가 초경을 하게 되면 '초경파티'를 해 줄

생각이거든. 몸이 정상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고

드디어 생명을 가질 수 있는 '여자'가 되었다는 것을 가족 모두가 축하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말야. 니가 '몽정'을 하게 되어도 마찬가지지.

정말 축하할 일이지'

'그럼, 저도 몽정파티 해 주시는 거예요?'

'그럼!'

'우리 가족들끼리만 하는 거지요? 무슨 음식 차릴건데요? 선물도 주는 거예요?'

'아이구.. 잿밥에만 관심이 넘치는 구나'

아들은 정말 신이 나 있었다.

 

정말 '유정'을 하게 된 건지 어떤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아들은 그 첫 사건 이후 확 변했다. 그렇게 씻기 싫어하던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속옷을 새로 갈아입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래도 팬티에 뭐가 묻은 것 같아서 찜찜하다는 것이었다

집에서도 속옷을 자주 갈아 입었다.

내겐 정말 깜짝 놀랄 일이다.

학교에서 흙투성이가 되도록 놀다 들어와도 씻으라고 하면 펄쩍 뛰며

도망가던 녀석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씻으니 잔소리 할 일이

절반은 줄었다.

 

아들은 그 후에도 팬티를 갈아입을때마다 내게 가져와 보여주는데

팬티에 묻는 양이 조금씩 늘어났다. 제 말로는 밤꽃냄새가 나는 걸로

보아 정액이 틀림없단다. 아들아.. 밤꽃냄새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니..

내가 해 주었던가? 밤꽃이 지천으로 피던 어느 여름에?

그러고보니 해 주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에 아들의 몸에

큰 변화가 온 것은 틀림없다고 나와 남편은 결론지었다.

그러고보니 새삼 녀석이 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니구나.. 녀석... 많이 컸구나.

 

아들의 이런 변화가 빠른건지 어떤건지 잘 모르겠다. 성장이란

개인차가 워낙 크니까 말이다. 또래 여자친구들은 대부분 생리를

하고 있으니 아들에게도 이런 변화가 올 수 있으려니..생각하고 있다.

이제 아들이 기대하는 몽정파티를 어떻게 해 줄까... 궁리하고 있는 중이다.

 

부모와 형제들로부터 성장을 축하받는 의식을 한다는 것은 소중하고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랄때는 초경이든 몽정이든

쉬쉬하며 혼자 마주하고 겪어내는 일이었지만 부모의 적절한 안내를 통해

자신이 겪을 일들을 미리 알고 준비하게 되면 아이는 두려움이나 수치심,

부끄러움 없이 자신의 성장을 고대하며 기다리게 된다.

몸의 변화에 기뻐하고 당당해하며 으쓱해하는 아들이 모습은 내게도 퍽이나

대견하고 이쁘다.

 

이 사건 이후 나와 아들과의 관계에도 연일 봄바람이 불고 있는 중이다.

유정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 두 여동생과 나눌 수 는 없으니 이야기가 통하는

엄마를 부쩍 더 신뢰하고 의지하게 된 것이다. 비밀스러웠던 어른의 세계에

한발 더 가까와진 듯 느끼는 건지, 동생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스스로에 대해

새로운 감각이 생겼달까, 그런 감정들이 자신의 행동을 한결 의젓하게

이끄는 것도 같다.

남편도 나도 아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갑자기 훌쩍 큰 것처럼

여동생들과 유치한 말싸움도 줄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시간도 빨라졌다.

몸의 변화가 정신까지 성숙하게 이끄는 모양이다. 이거 완전 대환영이다.

 

이제 빨랑 씻어라 하고 닥달하는 잔소리가 사라진 밤은

더 많은 대화화 스킨쉽이 오가는 달달한 시간으로 변했다. 아직도 부모와

동생들과 같이 자는 아들은 여전히 안아주세요, 뽀뽀요 하며 내게

매달리지만 저 혼자 방에 있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저기... 혼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면... 니 방으로 독립해?

그건 나쁜 일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즐기면 되는 일이지만

적어도 혼자 있을때 해야 하는 건 알지?'

'뭘요?'

아들은 능청맞게 빙글거리며 내게 묻는다.

'흥... 알면서...' 나도 같이 빙글거리며 웃어 주었다.

 

아들방에 질 좋은 티슈 상자를 챙겨 줄 날이 가까와지나보다.

내 작고 귀여운 첫 아기가 언제 이렇게 훌쩍 자랐는지 어느새

나를 가리는 아들의 넓은 등이 기특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아들과 이런 이야기도 자연스럽고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것도 기쁘고

그만큼 부모를 믿어주는 것고 고맙다. 녀석과 정말 징글징글하게

싸워가며 지내왔는데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안고, 또 다시 지지고 볶으며

지냈던 시간들이 다 헛되지는 않았구나... 생각하는 것도 왠지 짠하다.

 

그나저나...

이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제 방으로 들어가버리면 내가 더 허전해하지 않을까.

한 놈이라도 엄마 좀 안 찾았으면 좋겠다고 푸념하며 살았는데 아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던 12년의 세월동안

어쩌면 내가 더 아들에게 의지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조금씩 아이의 몸을 벗기 시작하는 아들의 변화를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이제 내 마음의 독립도 준비를 해야겠다.

아이가 있어 이 나이에도 이렇듯 쉼없이 성장할 수 있으니

고맙구나... 아들..

너의 설레는 몽정기를 기꺼이 응원한다.

 

"아이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베스트베이비|입력2014.08.28 08:59|수정2014.08.28 17:50

 
아이에게 놀이란 세상을 배우는 수단이자 삶 그 자체다. 또한 놀이야말로 아이를 아이답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이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부모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놀이의 힘'.

대여섯 살 된 아이에게도 '스케줄'이 있는 시대가 되었다. 꽉 짜인 시간표에 따라 유치원도 가고, 악기도 배우고, 미술 수업도 받는다. 때로는 EQ·IQ 발달에 좋다는 놀이수업도 하고, 엄마 아빠 손잡고 문화생활도 즐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배우고, 돌아다니고, 경험하지만 정작 또래 친구와 잘 어울려 놀지는 못한다. 아니, 애초에 함께 놀 친구도, 맘 놓고 뛰놀 공간도, 자유로이 놀 시간도 없다. 놀이를 잃어버린 아이들은 몸과 마음의 병을 앓기 시작했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내 아이가 좀 더 윗자리를 차지해야 하기에 놀이보다 다른 것부터 우선순위에 둔 어른들의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도 마음 한구석은 늘 찜찜하다. 아이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놀 때' 가장 행복해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잘 놀아야 잘 큰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왜 잊었을까? 이제 아이들에게 놀이를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놀이의 철학과 가치를 고민하다…(사)놀이하는 사람들 > 대표 이상호

'교육 멘토를 찾아서' 두 번째 기획은 '아이에게 놀이를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이상호 선생이다. 교대를 졸업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던 새내기 교사 시절, 아이들이 하나같이 잘 놀 줄 모른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뜻을 같이하는 교사 30여 명과 함께 놀이문화연구회 '놂'을 만들었다. 1988년 창립한 놀이문화연구회 '놂'은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의 전신으로 이곳에서 선생은 어떻게 놀아야 더 재미나고 신명나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현대에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전래놀이를 정리해 < 전래놀이 101가지 > (사계절)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움직이는 컴퓨터·스마트폰 게임과는 달리 온몸을 고루 발달시키고, 또 느끼고 깨닫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데 전래놀이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생활 속에서 살아 꿈틀대는 놀이문화를 만들 때 비로소 아이들은 '놀이로 행복한 세상'을 꿈꿀 수 있다. 놀이 철학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놀이문화를 가꾸어오고 있는 선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이상호 선생에게 듣는 '놀이 이야기'

놀이는 왜 필요한가?

아이는 사물이나 동물, 주변 상황을 어떻게 알아나갈까요.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는 엄마와 자기를 동일시하며 엄마를 자신의 일부라 여기지요. 그러다 조금씩 커가면서 주변 환경에 대해 객관적인 인식을 시작합니다. 놀이는 바로 이 '객관적인 인식'을 하는 중간쯤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소꿉놀이하는 모습을 봅시다. 그릇이 아닌데 그릇이라고 이야기하며 놀아요. 아빠가 아닌데 '아빠 역할'을 하고, 엄마가 아니지만 '엄마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릇이나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잘 논다'는 겁니다. 이는 아이 스스로 대상을 좀 더 주체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이지요.그런데 만약 놀이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창 놀아야 할 과정이 생략된 아이는 사물에 대한 이해나 사람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게 됩니다. 결국 정서와 신체 능력에 결함이 생기는 거지요. 아이들은 커가면서 자신의 세계를 점차 넓혀나갑니다. 이것이 바로 탐색의 과정이고 이를 원만히 진행해나갈 때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잘 놀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신뢰감'입니다. 갓난아이는 부모나 가족 관계 안에서 신뢰감을 쌓아갑니다. 과거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넉넉한 품에서 보다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세상을 탐색해나갔지요. 아이들 마음 깊이 자리한 신뢰감은 무한한 호기심, 낯선 사람과의 친밀감,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심을 이끌도록 돕습니다. 잘 논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낯선 세상에 온몸을 던져 그곳에 올인(몰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한테서 놀이가 사라졌습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가장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학원 가기, 숙제하기, 공부하기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황인데, 이를 어루만져줄 놀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예전에 갓난아기들은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등이 놀아주었고 조금 크면 형, 언니, 동네 형들이 놀아주었습니다. 더 많이 크면 저희끼리 알아서 또래랑 어울려 놀았지요. 그런데 요즘은 놀아줄 사람도, 같이 놀 아이도 없습니다. 게다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모르는 어른들이 대부분입니다. 놀이가 참으로 풍성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목이 터져라 노래하며 뛰놀던 고무줄놀이, 상대방을 온몸으로 막아내던 오징어놀이,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내 영역을 넓혀나가는 땅따먹기놀이, 이밖에 숨바꼭질, 비석치기, 달팽이놀이, 말뚝 박기….

아침이면 'OO야, 노올자~'로 시작해 어스름 땅거미가 질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놀았지요. 지금처럼 부모의 밀착된 보살핌이 있거나 풍족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훨씬 행복한 아이들이었어요. 그 시절에는 동네마다 골목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특히 1970~80년대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그야말로 놀이 전성시대를 누린 세대입니다. 배고픔에서 벗어났고, 매일같이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 수 있었고, 운동장과 골목이라는 놀이 공간이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공부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친구들과 어울려 별의별 놀이를 다 했지요. 게다가 고향을 떠나 도시를 찾아온 부모 세대가 늘면서 전국 각 지역의 아이들이 모였기에, 서로 다른 놀이가 한데 섞여 재창조되었어요. 어쩌면 지금 이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그 시절 흠뻑 놀던 놀이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들어서면서 놀이문화가 급속도로 황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가 늘면서 아이들은 골목을 빼앗겼고, 텔레비전, 오락실, 학원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놀이문화가 정말 빠른 속도로 사라졌어요. 어찌 손 쓸 틈도 없이 말이죠.이제는 놀고 싶어도 놀이 공간이 생활과 떨어져 있습니다. 골목과 마당이 놀이터였는데, 지금은 주거 공간의 변화로 따로 조성해놓은 공원이나 놀이터에 가야 합니다. 공간도 부족하고 아이들도 바쁘다 보니 놀 시간도 없습니다. 이런 총체적인 난제 속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스마트 기기들이 임시변통으로 제공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간과의 놀이가 아닌 기계와의 놀이는 소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모시켜요. 그래서 조금만 갖고 놀아도 몸과 마음이 피곤해집니다. 하고 난 다음에도 오히려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이 물밀듯 밀려오지요.

◆놀이가 사라진 그 다음 이야기…

놀 줄 모르는 아이들이 아픕니다

요즘 많은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공부만 열심히 가르치면 되었는데 요즘엔 똑똑한 아이가 너무 많다. 그런데 똑똑한 아이들이 많은 동시에 소심한 아이, 말 안 하는 아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아이, 틱 장애를 앓는 아이, 난폭한 아이, 지나치게 수줍어하는 아이도 많아 수업을 다 마치면 진이 빠진다. 서로 고슴도치처럼 상대를 다치게 하는 상황이라 교사로서 한계를 느낀다'고 합니다. 이는 좁은 공간,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 시험에 대한 압박, 친구 관계의 단절 등의 상황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입니다. 게다가 놀이를 충분히 누려보지 못한 세대가 지금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요. 최근 들어 아이들에게서 정서적인 문제가 많이 드러나게 된 것도 놀이문화를 상실한 결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거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합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학습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학원을 강요하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겁니다.

놀 시간, 놀 공간을 돈으로 사버리는 사회

프랑스의 생태주의 사상가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미셀 오당은 < 농부와 산부인과 > (녹색평론사)라는 책에서 '농업의 산업화'와 '분만 과정의 산업화' 사이에 놀라운 유사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아이를 낳는 출산 과정에서 이웃의 도움, 그리고 태아와 산모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현대사회에서 출산은 의약품과 의료 기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요. 교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산업 문명의 절대적 영향으로 교육의 형태가 상당히 달라졌지요. 소규모의 개별적 교육 공간은 근대적 학교가 대신하였고, 자연에 대한 이해는 실증과학적 지식으로, 인간됨과 깨달음은 좋은 대학과 직장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는 놀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워터파크, 키즈카페, 놀이동산을 비롯해 화려한 수식이 붙은 각종 체험 상품은 서로 소통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놀이 환경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안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 모릅니다. 몇 년 전 기사화된 한 일화가 우리 모두를 마음 아프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때린 동생이 운다고 엄마에게 이른 한 아이의 항변입니다. 컴퓨터에서는 죽이고 때려도 울지 않는데, 동생은 고작 한 대 때렸을 뿐인데 운다며 왜 우는지 모르겠다고 엄마에게 이르는 내용이었습니다. 산업화·기계화로 우리는 편리함을 얻은 대신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세상은 돈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 많은데, 아이들 놀이는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인도와 네팔에 갔을 때 그곳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놀이와 매우 유사해 놀라곤 했습니다. 제기를 차고, 구슬치기를 하고, 연을 날리고, 숨바꼭질, 소꿉놀이 하는 모습이 어찌나 비슷하던지요. 비록 신발도 신지 못한 아이들이지만 해맑게 웃으며 노는 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놀이를 잃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과연 행복이 무엇인지, 또 아이들은 과연 언제 가장 행복한지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됩니다.

◆놀이, 어떻게 시작해볼까…

생활 속 놀이부터 하나씩 해보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놀이를 시작해야 할까요. 부모 입장에서는 당장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생활 속' 놀이부터 시작해보세요. 5000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생활과 놀이가 어떻게 밀착 되었는지 좋은 예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동십훈의 '잼잼', '도리도리', '짝짜꿍짝짜꿍', '질라아비 훨훨' 등은 갓난아이 때부터 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조금 커서는 어디 데리고 갈 때 '어디만큼 왔니~', 다리를 서로 쭉 펴고 하나씩 헤아리며 하는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다리셈 놀이)', '어깨동무 씨동무' 같은 쉬우면서도 흥미진진한 놀이를 즐겨보세요.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쉽게 접목할 수 있는 놀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이런 놀이부터 집 안에서, 생활 속에서 조금씩 즐겨 본다면 아이는 놀이의 매력을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부모를 신뢰하고 세상에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닦을 겁니다. 대대손손 전해져 내려오는 전래놀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오래된 것이 오래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래놀이는 오래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는 놀이인데, 그만큼 생명력이 있다는 뜻이고 또 잘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부작용도 없고요. '나 잡아봐라' 하며 눈을 가리고 술래를 찾는 까막잡기, 명절이면 많이들 즐기는 윷놀이는 몇 시간이고 즐길 수 있는 신명 나는 놀이입니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는 놀잇감을 많이 갖고 노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요즘은 각종 카드며 고무딱지, 화려한 팽이 키트, 기차 세트 등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완성도 높은 장난감이 많습니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즉 상상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단순한 놀잇감이 진짜 좋은 놀잇감입니다. 자연물을 소재로 한 것이면 더욱 좋고요. 옛날에는 인형 얼굴에 눈·코·입을 그려 넣지 않았습니다. 놀이할 때마다 역할이 바뀌기 때문이지요. 간호사 인형은 간호사 역할밖에 할 수 없지만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인형은 어제는 아기가, 오늘은 언니가, 내일은 시집가는 새색시가 될 수 있습니다. 손톱만 한 돌을 주워다 공기놀이 하고, 모래로 밥 짓고, 반지·목걸이로 변신하는 풀꽃이 참 좋은 놀잇감인데 요즘은 자연과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와 요원하기만 합니다. 특히 놀잇감을 돈으로 사는 문화가 만연한 상황이라 정말 안타깝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흐름이라지만 어른들의 상술이 아닌 진정성 어린 놀잇감이라면 더 좋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유대인은 국책사업으로 심리학자, 교육학자, 디자이너, 미술가 등이 연합해 아이들의 놀잇감을 만드는 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더군요. 아이들이 어떤 놀잇감을 가지고 노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려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놀이는 아이가 주인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뛰놀다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조절감을 스스로 익혀나갑니다. 또한 유아 시절 몸놀이는 아이의 자존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들은 아이가 마음껏 몸을 놀리는 모습에 지레 겁부터 먹습니다. 놀이터에 가면 행여 아이가 다치기라도 할까 눈을 떼지 못한 채 아이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부모가 참 많지요. 원래 놀이에는 언제나 위험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단, 그것이 엄마 눈에는 '위험'으로 보이겠지만 아이에게는 사실 '모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나게 즐길 모험 기회를 애초에 빼앗아버리면 아이에게서 놀이의 하이라이트를 가져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찍이 미국의 정신의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휴 미실다인은 저서 < 몸에 밴 어린 시절 > (가톨릭출판)에서 과잉보호는 아이를 유약하게 만들며, 강압적인 양육 방식만큼이나 흔하다고 말했습니다. 과잉보호 속에서 길러진 아이들은 상대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충동적인 성향을 갖게 됩니다. 또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지 않으면 화를 내는 등 감정 컨트롤을 잘 못합니다. 결국 자신뿐 아니라 주위를 힘들게 만드는 아이로 자라게 되지요.

사실 대부분의 놀이는 '누군가의 보호'하에 행해지지는 않습니다. 놀기 위해선 결국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혹시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 같다면 실컷 놀게 하세요. 놀이야말로 아이를 제대로 성장시키는 비법이니까요. 겉에서 보면 야속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를 이겨내도록 독려하는 것이 놀이 상황에서는 비일비재합니다. 잘 노는 아이들이 건강한 미래를 만들고, 지금 행복한 아이들이 나중에도 행복합니다. 놀이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 어른이 되어서 아이의 놀이를 한다고 어릴 적의 재미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아이에게 놀이를 허락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가 놀이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잘 놀아야 '살아가는 기본'을 배우고 익힌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글 박시전 | 사진 조병선 | 모델 심현우(7세), 권혁진(7세), 김재연(7세)

아이의 공격성, 이럴 때 강해진다

 
최남숙 2014. 08. 27
조회수 1126 추천수 0

다섯 살된 영재, 영재는 무엇 때문인지 동생을 향해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 네 살된 지선이 역시 엄마와 동생을 때리며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데 아이들은 왜 이런 공격성을 보이는걸까?

05089686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1

영재는 이제 막 글쓰기에 관심을 보이고 흥미를 느끼는 다섯 살이다. 하지만 늘 얄궂은 훼방꾼이 있으니, 16개월된 동생 채연이. 영재 마음 같아선 동생에게 화를 내고 싶지만 못 이기는 척 가벼운 실랑이만 벌인다. 보다 못한 엄마가 영재편을 들어주었는데..잠시 후, 동생이 또다시 영재를 방해하자 조금 전과 달리 종이를 말아쥐고 과격하게 때렸다. 영재 안에 참았던 분노는 엄마가 동생을 야단친 후, 강하게 드러났다 . 동생을 야단치는 엄마의 모습과, 영재가 동생을 야단치는 모습은 분명히 닮아보였다 .

엄마의 행동을 보고 따라했던 영재, 과연 영재만 그런건지 같은 또래인 다섯 살 된 아이들에게 간단한 모방실험을 해보았다. 먼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스티커와 감자로 만든 물감찍기 놀이를 하도록 했다. 얼마 후 아이들이 놀이에 빠져 있을 때 교사가 갑작스런 행동을 했다.

“얼굴도 못생기고 눈코입 다 못생겼어 야야!!”

공격적인 교사의 행동을 아이들은 보는 듯, 안보는 듯 했고 상황을 일단 마무리 했다

잠시 후, 아이들에게 빈교실에 들어가서 맘껏 놀아보라고 했는데 교실에 들어선 두 명의 남자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풍선인형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교사가 했던 것처럼 인형을 공격적이고 난폭하게 다루었다. 또 다른 아이들 역시 인형으로 달려가 마구 때리는 공격성을 보였다. 결국 모방은 공격성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04347999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김대중 기자>

#.2

네 살된 지선이. 지선이는 지금 맘이 몹시 상했다 . 한 살 어린 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늘 빼앗기고 있다는 질투를 느끼기 때문이다 . 특히, 엄마가 동생 편을 들어주는 상황이 되면 지선이의 참았던 설움은 폭발한다. 엄마는 똑같이 사랑한다하지만 지선이는 편애를 느끼며 분노한다. 평소에 꾹 참았던 편애로 인한 분노는 이렇게 자극적인 상황이 되면 참을 수 없는 공격성으로 이어진다.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을만큼 동생을 향해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 지선이! 이렇듯 아이들이 느끼는 편애로 인한 질투심은 아이들의 공격성을 불러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인 것이다

편애로 인한 질투심은 때로는 강한 공격성을 부른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꼭 알아야한다. 편애 때문에 쉽게 질투심을 느낄 수 있는 지선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이번에는 또 다른 실험을 해보았다.

우선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매력적인 장난감이 놓여있는 방에 서로 다른 조건을 주고 들어가 놀 수 있도록 했다. 먼저,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제약없이 방에 들어가 놀 수 있도록 했고 또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일부러 창문을 통해 30분동안 장난감을 쳐다본 후 방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그렇다면, 별다른 제약없이 장난감이 있는 방에 들어간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아이들은 이것저것 탐색하는 시간도 갖고 친한 친구끼리 짝지어서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 또한 여러 명의 아이들이 인형의 옷을 서로 입혀주면서 사이좋게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그룹 즉, 30분 동안 장난감을 보고만 있었던 아이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1> 오랫동안 봤기 때문에 흥미를 잃고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
2> 장난감을 갖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3> 이전의 그룹과 같이 자연스럽게 장난감을 갖고 논다

매력적인 장난감을 30분 동안 창문을 통해 쳐다보았던 아이들, 과연 이 그룹의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다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조금씩 격한 반응을 보였는데 30분이 지난 후 장난감이 있는 방의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들은 장난감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치며 장난감을 빼앗는 등 공격성을 보였다. 이전의 그룹 아이들과 달리 함께놀기 보다는 혼자서 장난감을 차지 하려고 했다. 갖고 싶은 장난감에 대한 욕구가 좌절되었던 경험이 이렇듯 아이들의 공격성을 불러일으켜 서로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욕구 좌절을 경험한 아이들은 장난감을 갖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최남숙
EBS TV 프로듀서. 사춘기 열혈 10대 남매를 둔 직장맘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엄마. 그러나 그 말들이 혹여 또 다른 이 시대 잡음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여자. 10년전 <60분 부모>를 시작으로 관계회복 프로젝트 <달라졌어요> 부모, 부부, 고부, 가족 갈등편을 기획 제작하면서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서 철이 들어가는 중이다.
이메일 : dozzik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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