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샨(1898~1969)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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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근의 심리치료] 학습심리학② 천재 동훈이는 왜 수업시간에 잠만 잘까?
조선일보 | 맛있는교육
2013.01.22 14:15
내가 만난 동훈이는 사람들이 말하는 일명 천재였다. 심리검사 가운데 포함된, 지능검사에서 140이 넘는 측정값을 보였다. 하지만 나의 지능에 대한 관점은 일반인들과는 다소 다르다. 면담을 해보니 스턴버그가 말하는, 활성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실용지능은 낮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제대로 된 교양 학습을 받지 않았던 것인지, 심지어 동훈이는 도덕성 문제까지 약간 의심이 되었다.
동훈이의 증상은 기면증에 가까웠다. 하지만 기면증처럼 호르몬 계통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졌다. 수업시간에 너무 잠이 와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심지어 상담 초반에는 상담하던 중에 갑자기 쓰러져 자기도 했다.
동훈이는 버릇처럼 애꿎은 학교선생만 탓했다. 오래된 사립학교라서 늙은 선생님들이라 세대 차이가 나고, 수업방식도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달라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잠이 더 온다고 했다.
물론 자기합리화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이 강했던 동훈이는 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검사에서 상당한 불안장애가 포착되었다. 불안이 동훈이를 잠재웠던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현대인의 불안이 증가한 이유로 ‘첫째, 사랑이 부족한 생활, 둘째, 속물들이 많아진 사회, 셋째, 지나친 성과주의나 기대감, 넷째 삶의 불확실성’ 등을 꼽는다. 특히 성과주의는 한국인의 불안을 이해하는 중요한 틀이 된다. 과정보다는 결과와 수치로 나타나는 성과에 집착하는 사회문화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쓸 만한 성과를 낸 사람도 늘 무언가에 쫓기는 마음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서울 모대학 교수인 동훈이 아버님은 무척 온화하고 따사로운 분이었다. 상담 내내 겸손하게 경청하는 성품으로 봐서 동훈이의 불안증이 아버지에게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 같았다. 아버지와의 소통 문제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잘난 아버지’의 존재는 동훈이에게 직간접적으로 부담을 주었다.
문제는 동훈이 엄마의 1등 사랑에 있었다. 동훈이는 초등학교 내내 1등을 도맡았다. 중학교 때도 몇 번 1등을 놓친 적은 있지만, 일등 할 때가 더 많았다. 엄마는 동훈이가 1등을 할 때마다 무척 기뻐했고, 다양한 보상과 함께 크게 격려했다. 그리고 은연중에 일등에 관한 자신의 큰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함께 쇼핑을 다닐 정도로 엄마와 사이가 좋은 동훈에게 엄마의 1등 사랑은 저버릴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는 난관이었다. 동훈이는 살아오는 내내 1등을 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동훈이의 엄마는 공부에 관해서만은 ‘모두 괜찮아’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고등학교 들어 친 첫 시험의 실패는 동훈에게 큰 충격이었다. 동훈으로서는 생애 처음 겪는 큰 좌절이었다. 그리고 부모의 양육태도에서 자의반 타의반 형성된 완벽주의 성향 역시 문제였다. 동훈에게는 항상 높은 자기 기대치가 있었고, 이를 이루지 못하면 밤잠을 설치며 걱정과 부끄러움에 시달렸다.
완벽주의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탈 벤 샤하르는 ‘완벽의 추구’에서 긍정적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최적주의자’라고 칭하고, 그와 반대인 잘못된 완벽주의자들이 흔히 갖는 오류 세 가지를 꼽았다. 실패에 대한 거부,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한 거부, 성공에 대한 거부가 그것이다.
첫째, 실패에 대한 거부는 완벽주의자가 가지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완벽주의자들은 실패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때로 모험을 멈추고 도전을 포기하고 만다.
둘째는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한 거부인데, 이는 자신의 실수나 결여에 의해 빚어지는 감정을 회피하는 심리이다. 완벽주의자들의 실패에 대한 불안감은 때때로 심각한 두려움으로 전이되는데, 불안장애는 완벽주의자가 가장 걸리기 쉬운 심리질환이다.
세 번째 성공에 대한 거부는 처음 들어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특징이다. 이는 완벽주의자의 낮은 자존감과 관계가 있다. 심각한 완벽주의의 경우 자신이 한 일이나 성과에 대해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특성이 있다. 완벽주의자가 오히려 자기결핍감을 많이 느끼는 원인이기도 하다. 아무리 남들이 보기에는 훌륭한 결과라도 완벽주의자는 그곳에서 무언가 부족한 점들을 찾아내려 한다.
쉽게 말해 컵에 찬 물보다는 나머지 빈 공간에 신경이 더 쓰이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는 이렇게 성공이나 성취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과 자기충족을 잘 느끼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동훈이는 이 세 가지 거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잠을 선택했다. 동훈은 실패를 걱정하는 일을 뒤로 미루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잠시 잊고, 성공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을 떨쳐내는 방법으로 잠을 이용했던 것이다.
수니야 루사 연구진은 완벽주의를 만드는 잘못된 양육의 특징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며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우선 유복한 가정의 부모라면 자녀 양육에 있어 ‘실패 경험’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물질을 제공하거나, 많은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간섭이나 물질적 완벽을 기하는 양육은 아이가 삶에 대한 위기감이나 부담감을 자주 느끼게 만든다. 게다가 별다른 노력 없이 일의 성과가 주어질 때 아이에게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공에 대한 성급한 태도와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 형성될 수 있다.
또 이런 완벽주의 양육은 아이가 과정보다는 목적 지향적인 인물로 자라게 만들 여지가 있다. 부모의 지나친 교육 간섭이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실패와 경험을 통해 성취욕과 자존감을 신장시키는 일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족함이나 결핍감 없이 지나치게 모든 것이 완비된 상태에서 아이가 자라면, 그런 양육환경 자체로도 완벽주의 성향을 강화한다. 가령 사달라는 장난감을 무턱대고 사주다가는, 나중에 자신이 욕구하는 대상이 빨리 빠짐없이 채워지지 않을 때 심적 고통을 겪는다.
탈 벤 샤하르는 완벽주의 반대 육아와 양육을 ‘아이가 넘어져 울 때, 내버려두라’라는 말로 표현한다. 부모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며 챙겨주다가는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형성하는 기회를 막고 만다. ‘오냐, 오냐’ 식의 양육은 아이를 망칠 수 있다. 아이가 스스로 불편을 느끼고, 이겨낼 수 있도록 시간과 여유를 주는 ‘기다림과 느림’의 양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동훈이가 완벽주의에 대한 불안감과 고통을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하고 나자 갑자기 피곤해지거나 수업 시간에 잠드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다. 냉정히 따져보면 무섭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내면의 불안 요소들에 대해서 인지교정을 해나가면서, 자신의 불안감이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해지거나 갑자기 두통이 몰려오는 일도 잦아들었다. 대신 오랫동안 몸에 밴, 일등에 대한 욕심이 문제였다. 자기 기대치를 낮추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상담 과정에도 동훈이는 일등 하는 상상을 수시로 꿈꾼다고 했다. 일등의 쾌감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
일등은 아이들에게 너무 큰 쾌락을 선사하기 때문에, 그 쾌락을 한 번 맛본 아이들은 또 다시 일등을 달성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심신 에너지를 소비한다. 일등을 계속할 수 있는 아이도 문제지만 일등을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일등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문제다. 이 일등에 대한 무자비한 마음 씀이 때로는 아이들을 깊은 심리적 상처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
나는 부모가 쉽사리 내뱉는 ‘일등주의 담론’이 아이들의 영혼과 심성에 생채기를 내는 일을 오랫동안 목격해왔다. 우리 부모들은 아직도 정말 어른스럽게 ‘등수보다는 노력하는 과정,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일까?
헬로스마일 소아청소년 심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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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전시회가 단돈 ‘500원’
광주시립미술관 벨기에 작품전
광주시립미술관은 15일부터 벨기에 교류전을 시작했다. 벨기에 연방정부가 지원해 3월3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프로젝트다. 20세기 서양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 마르셀 브로타에스(1924~1976)와 파나마렌코(1940~) 등의 작품과 벨기에 작가 5명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3월31일까지 미국 사회적 리얼리즘의 대표 작가 벤 샨(1898~1969)전(사진)도 계속된다. 1930년대 대공황기의 도시 빈민들이 견뎌야 했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담은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백영수(92) 회화 70년전과 하정웅 청년작가초대전(빛2012)에선 노화가와 젊은 작가의 작품들을 각각 감상할 수 있다. 이 모든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관람료 500원만 내면 된다. 광주시 북구 운암동 중외공원에 있는 시립미술관은 외관부터 친절한 느낌을 준다. 1층 전시실부터 2·3층 전시실로 이동하며 전시실 4곳의 작품들을 만나면 누구나 ‘예술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2·3층 전시실 밖 의자에 앉아 중외공원 호수를 바라보는 느낌도 괜찮다. 어린이갤러리로 가면 ‘어린이 상상 및 체험전’도 구경할 수 있다. 임종영 학예사는 “시립미술관은 저렴한 관람료로 가족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관람을 마친 뒤 중외공원 산책길을 걷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서울시립미술관(무료)은 겨울철(화~금요일)엔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고, 토·일요일만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대전시립미술관(500원·저녁 7시), 부산시립미술관(무료·매일 저녁 8시)도 퇴근 시간 이후까지 개관한다. 광주시립미술관도 한때 수요일만 밤 9시까지 문을 열었으나 호응이 적어 2008년 3월 중단했다. (062)613-7100. 정대하 기자, 사진 광주시립미술관'초등교실경영 > 부모자료.상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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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싸움 중재 방법 (1)
» 한겨레 자료사진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새해도 시작되었으니 집집마다 본격적인 방학모드입니다. 기숙형 대안학교에 다니는 저희 아들도 일찌감치 방학을 해 집에 와 있습니다. 컵은 물 마신 그 자리, 귤껍질은 까먹은 그 자리, 외출하고 돌아오면 외투는 소파 위, 샤워하러 들어갈 때 벗은 속옷은 욕실 문 앞에 허물처럼 놓여있습니다. 마음의 평화가 절실한 시기지요. ‘자식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어르신들 말씀이 무슨 뜻인지 벌써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둘 이상의 자녀를 둔 집안에서는 형제, 자매들 간의 잦은 다툼도 큰 육아스트레스 중 하나겠지요.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만 허구한 날 들려오는 큰소리에 부모들의 목소리도 같이 커져갑니다.
대학원 시절 제 인생을 바꾸어놓은 동영상 한 꼭지가 있습니다. 유아교육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알아보는 수업이었는데 저희들에게 보여준 비디오는 교사가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는 내용이었지요. 동영상 속의 어린아이 둘은 열쇠꾸러미를 서로 갖겠다고 싸우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어른은 양쪽 아이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주면서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묻고 있었습니다. 서너 살로 보이는 그 아이들은 자기들 수준에서의 해결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내더군요. 머리를 한 대 ‘쿵’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렸지요. 언니나 동생과 다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방법으로 해결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많이 혼났던 것 같고, 억지로 화해를 해야만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 누구 하나는 억울함을 감춘 채 양보를 해야 했었지요.
제가 본 동영상에는 아이들에게 사회적 갈등이나 대립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중재할 것인가에 대한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영상에 감동받아 찾아간 하이스코프에서 이것은 프로그램 적용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교육내용 중 하나라는 것을 훗날 알게 되었지요. 육아스트레스가 제법 버거워지는 방학이니 이 내용을 우리 부모님들과 나눠볼까 합니다. 추운 날 집안에서 지지고 볶으며 자주 다투는 형제 자매간의 다툼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꽤 방대한 내용이라 몇 회에 걸친 시리즈로 다룰 생각입니다. 먼저 아이들의 갈등(대립)을 중재하는 6단계의 전략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계 |
전 략 |
1단계 |
문제의 현장에 조용히 접근한다. 위험 요소를 수반한 공격적 행동은 일단 멈추게 한다. |
2단계 |
지금 아이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공감하고 알아준다. |
3단계 |
문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
4단계 |
문제를 재정리한다. |
5단계 |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해결방법을 생각해내게 하고 그 중에서 해결방법을 결정한다. |
6단계 |
추가지원에 대비한다. |
<1단계>
문제의 현장에 조용히 접근한다. 위험요소를 수반한 공격적 행동은 일단 멈추게 한다.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부모들은 “이 녀석들 또 싸워??!!” “조용히 못해??!!” 라며 일단 큰소리로 야단부터치기가 일쑤지요. 더구나 서로 치고받는다던지, 물건을 부순다던지 등의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어른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립이나 갈등의 상황을 목격했을 때 우리 어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차분함을 찾는 일입니다. 목소리가 커지거나 행동이 거칠어지는 어른들의 흥분된 모습은 아이들을 더욱 격하게 하거나 주눅 들게 만들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건이 일어나면 일단 심호흡을 한번 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순간 우리 부모들이 일부러 기억하여 되뇌어야 할 두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금 이 상황은 말썽이나 위기의 상황이 아닌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입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대립과 갈등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학원이나 학습지에서 배우는 것 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삶의 기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기회는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필요나 요구가 중요한 만큼 상대방의 그것 역시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살아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이 순간은 아이들로 하여금 지극히 평화적인 문제해결의 행복한 경험이 되도록 해야 하고, 중재자로서의 나(부모)는 이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해야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많은 경우에서 우리는 ‘어리기 때문에’, ‘형님이기 때문에’, ‘여자 혹은 남자이기 때문에’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평소에 장난이 심하다거나 움직임이 보다 활동적인 아이의 경우에는 사건 파악의 과정 없이 책임을 덮어쓰게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하지요. 편견이나 선입견은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아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중재자로서의 어른은 (심증이 크다 할지라도) 양쪽의 입장과 요구, 감정 모두를 똑같이 존중해야합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사건의 현장에 ‘조용히’ 다가갑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위험하거나 폭력적인 상황을 저지시키는 일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아무리 내가 옳다 생각되더라도 폭력적인 언어나 행동은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상황을 말리는 과정에서 어른은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야합니다. 이 상황에서의 어른들의 큰소리나 과격한 몸동작은 바람직하지 못한 말과 행동의 모델이 됨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중재자’라기 보다는 야단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이러한 위협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 입장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경청하려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만들지요.
이 때 어른이 보이는 몇 가지 신체 언어는 차분하고 중립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른은 먼저 몸을 낮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와 아이 사이에 몸을 둡니다. 이때 어른의 양쪽 팔로 두 아이를 가볍게 안거나 어른의 양손을 두 아이의 한쪽 어깨에 각각 올려놓는 것, 혹은 아이들의 손을 어른의 양손으로 하나씩 잡아주는 행동은 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줄 겁니다. 혹시 아이들이 그 순간에도 갈등의 소지가 되는 물건을 서로 차지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어른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약 아이들 사이에 몸을 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이들 쪽으로 몸을 숙여 눈을 맞춰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한 아이가 거칠게 감정표현을 하여 다른 아이보다 어른의 신체접촉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어쩌면 아이 쪽에서 어른과의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건 간에 중재자인 어른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감정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쪽이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양쪽 모두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 누구도 엄마(아빠)가 한쪽에 더 마음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양쪽 아이 모두에게 골고루 눈을 맞추어줍니다. 또한 이때 중요한 것은 얼굴표정과 목소리 톤입니다. 어른들은 얼굴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아이들이 지금 느끼고 있을 감정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면서 마음을 한결 차분하게 만들어줄 수 있지요. 험악한 표정과 화가 섞인 목소리로 “엄마(아빠) 쳐다 봐. 엄마(아빠) 얘기 들어!”라며 늘어놓는 장황한 훈계는 아이들로 하여금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주체는 어른이며 주도권 역시 어른에게 있음을 암묵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무서운 표정과 목소리로 싸우는 너희들 때문에 지금 엄마(아빠)는 굉장히 화가 났다는 표현이 아닌, 뭔가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아이들 입장에 대한 애정 어린 공감을 표현한다면 아이들은 한결 쉽게 마음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준비를 하게 될 겁니다.
정리하면, 아이들의 갈등상황을 중재하는 과정의 가장 첫 단계는 관점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하는 일이 아닐까합니다. 갈등상황에서 아이들이 느끼고 있을 요구나 필요, 감정에 대해서는 일체 무시한 채, 대립이나 갈등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니 강압적으로라도 빨리 해결하려거나 피해가려는 태도는 절대 우리 아이들은 현명한 사람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이나 대립이 없는 환경이 아니라 그런 일들이 생겼을 때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차분하고 평화적인 태도로 긍정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는 일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미션입니다. <계속>
차상진(sangjin.c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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