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만큼은 ‘후행학습’ 중요합니다

등록 :2016-12-27 08:49수정 :2016-12-2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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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찾아라! 내 공부법
4. 겨울방학 수학 공부법
알람시계 소리가 더 이상 두렵지 않은 방학의 여유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나요?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향해 봅시다. 우리에게는 꼭 지켜야 할 계획이 있잖아요. 지난번에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공부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방학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로 합시다.

여러분의 방학 공부 계획 가운데 1순위는 무엇인가요? 아마도 수학 공부를 꼽은 학생들이 제일 많을 것입니다. 수학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들은 대부분 다음 학기 내용을 예습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선행학습'이란 말은 내 이름만큼이나 익숙해도 ‘후행학습'이란 말을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겠지요?

수학은 과목 특성상, 앞부분 내용이 이해되지 않으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요. 그런데 한국의 수학 교과 과정은 분량도 많고 난이도도 높습니다. 만약 학기 중 배운 것을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면 고스란히 학습결손으로 남게 됩니다. 학습결손은 두고두고 여러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복습'이라는 대책이 꼭 필요합니다. 비교적 긴 시간이 주어지는 겨울방학은 복습과 예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방학 수학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자신의 수학 성적에 맞춰 선행학습과 후행학습의 비율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답입니다. 상위권 학생이라면 겨울방학을 전 학년 과정의 심화학습과 다음 학기 예습 정도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제 학년보다 1~2년 과정을 앞서 선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나친 선행학습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오히려 시간 많은 방학 때, 학기 중에는 여유가 없어 미처 풀지 못했던 고난도 문제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많은 학생들이 수학과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을 ‘어려운 문제를 온전히 자기 힘으로 풀어낸 짜릿한 경험을 한 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한 대학생은 중고교 시절 방학 수학 공부법에 대해 정석에 가까운 답을 했습니다.

“방학 공부 가운데 수학은 해당 방학 안에 문제집을 적어도 두 권 끝내는 것을 목표로 계획했어요. 중3 때는 중학교 심화과정 한 권, 고1 과정 한 권을 정했어요. 하루 공부량에 맞춰 해당하는 문제들을 풀고 오답노트까지 당일에 모두 해결할 수 있게 했습니다. 수학은 시간 단위로 계획표를 짜지 않고, 해야 하는 공부량을 끝낼 때까지 공부했습니다.”

본인의 수학 성적이 중위권이라면 복습 계획을 좀더 철저하게 짜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수학을 아주 못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학습결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작정 선행학습을 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방학 공부 초반엔 예습에 대한 미련을 버리세요. 지난 학기 수학 교과서를 펴고 어려웠던 단원과 비교적 이해가 잘됐던 단원을 나눠봅시다. 어려웠던 단원들을 다시 공부하고 완전히 이해한 뒤 다음 학기 예습을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수포자가 되기 직전인 하위권 학생이라면 방학을 이용해 전 학년, 학기에 이미 배운 내용을 빠르게 복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중요한 건 제일 쉽고 얇은 책을 선정하라는 것입니다. 두껍고 어려운 책 때문에 자신감을 잃거나 중도에 포기하면 절대 안 되거든요.

모르는 것을 묻는 건 한때의 부끄러움이지만, 묻지 않는 것은 일생의 부끄러움이 된다는 말도 있지요. 이번 방학 때야말로 열심히 묻고, 답을 찾아서 수포자가 아닌 수학의 승자가 되는 길로 가시길 바랍니다. 박소정(<중학생 공부법의 모든 것> 저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76242.html#csidx8c5a5fc99e3c9849ea6557cacb13dc2 

옴천초등학교 힐링 산촌 유학생 모집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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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형태

전라남도 강진군 옴천면옴냇골 산촌유학센터에서 생활

 

2

 

 

대상 : 초등학교 재학생

 

 

 

 

 

3

 

 

유학비 : 50만 원(전국 유학센터 중 최저금액)

4

 

 

옴천초등학교의 자랑

 

2015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선정

바른 인성과 실력을 기르는 힐링교육

꿈을 디자인하는 문화·예술 감성교육

아토피 예방치료교육, 푸른숲 체험, 텃밭 가꾸기 등 친환경 건강교육

호주의 초등학교와 국제교류화상수업, 11테블릿 PC로 활용 스마트교육

안전하고 체계적인 유학시스템 구축(학교 앞 기숙형 유학센터)

보성 용정중학교와 연계한 산촌유학생 입학 특별전형 실시

 

 

5

 

 

2016학년도 산촌유학생 현황

학년

1학년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유치원

유학생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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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상담 : 061) 432-3523~4(옴천초 교무실)

 

2016. 8.

 

 

옴천초등학교장

"글은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나온다"

2016.10.28 17:48:22
 
 
 
 
"글은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나온다"
이성우 교사
 
[민들레] 글똥 누는 교사의 말글 훈련법
날마다 글똥 누는 교사

나는 글을 즐겨 쓰는 교사다. 나의 일상에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 과업을 말하자면,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것과 집에서 글을 써서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라 하겠다. 페이스북에서 거의 매일 글똥을 누고 있는 내가 학창시절에는 글을 써본 기억이 거의 없다. 글쓰기라곤 초등학교(초등학교) 때 숙제로 일기를 쓴 것이 전부다. 그런 내가 인터넷시대의 도래와 함께 온라인 공간에서 이런저런 글을 남기면서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갔다.  

글쓰기를 음악 연주에 비유하자면, 청중 없이 혼자 악기를 연주하면서 어떤 고상한 미적 쾌감을 느낄 수도 있고, 자신의 연주를 매개로 여러 사람과 그 기쁨을 나눌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한다. 즉, 인터넷 공간에서 시작한 나의 글쓰기는 처음부터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으며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발전해왔다.  

읽는 이를 염두에 둔 글이든 자기 독백의 글이든, 글쓰기는 결국 독자를 향한다. 독백 형식의 글은 자기 자신이 독자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 가운데 자기 내면을 밖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자기표현의 욕구가 있다. 청중이 없는 연주를 생각할 수 없듯이, 독자가 없는 글쓰기 또한 생각할 수 없다. 글쓰기는 독자를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속에 담고 있기엔 갑갑한 어떤 비상한 감정이나 의견을 표출함으로써 정신의 항상성(恒常性)을 꾀하는 것, 이것이 글쓰기의 첫 번째 이점이다.  

흔히 사람들은 마음속에 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말이 아닌 입말로 표출하며 정신의 항상성을 유지하곤 한다. '수다'라는 이름의 배설과 글쓰기가 차원이 다른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 번 뱉고 나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입말과 달리 글말은 기록으로 남는 것이 큰 장점이다. 글쓴이는 자기 글의 독자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응시할 수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얼굴에 묻은 불순물을 지우듯이, 자기 글을 모니터링하면서 심리학자 비고츠키의 용어로 자기 조절을 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글말 속에는 입말과 달리 얼굴 표정이나 억양, 톤이 없으며,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맥락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최소 수준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높은 수준의 추상화와 정교화가 요구된다. 사람들이 글쓰기를 기피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지만, 바꿔 말하면 이 과정을 통해 글 쓰는 이의 사고력이 증대된다. 글쓰기는 성찰적 태도와 사고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다. 

▲ 초등학생들이 한글날을 기념해 경필쓰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쓰고 볼 것  

어떻게 하면 글을 무난하게, 그리고 잘 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일단 쓰라"는 것이다. 일단 쓰고 볼 일이다. 마치 눈 감고도 자기 집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훤히 알고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글의 주제로 잡는다면 쉽게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교한 사고와 짜임새를 요하는 글이라면 쉽게 써지지 않는다. 이 경우 한 번에 글을 완성하려 하지 말고 일단 쓰고 난 뒤 쓴 글을 여러 번 곱씹으면서 계속 고쳐 나가는 것이 좋다.

쉽게 써지지 않는 글은 쓰고 나면 마음에 안 들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아이디어는 좋지만 논리의 전개나 글의 짜임새가 어설프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자신의 글에서 어떤 점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일단 ‘글을 썼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이다. 수영을 배우기 위해선 물에 뛰어들어야 하듯이,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일단 글을 써야만 한다. 쓰고 난 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차츰 고쳐 나가면 된다.  

기본 아이디어가 괜찮으면, 그 글을 정교하게 다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시간이 해결해준다. 일단 썼기 때문에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자신이 쓴 글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거듭 읽으면서 고치고 또 고쳐 가다 보면 퇴고의 손길이 많이 닿을수록 글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그리고 가능하면 글 고치는 시간 간격을 많이 두는 게 좋다.

글을 쓰고 나서 이내 훑어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결함이 그 다음 날에는 보일 수 있고, 열흘 뒤에는 또 새로운 문제가 포착될 수도 있다. 술이 그러하듯, 글도 오래 묵힐수록 좋은 작품이 나온다. 또한 컴퓨터로 글 작업을 한 뒤에 컴퓨터 화면으로 검토하지 말고 반드시 종이로 인쇄해서 읽어야 한다. 내가 쓴 글을 내가 독자가 되어 책을 읽듯이 검토하면서, '독자의 입장에서 이 말이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글을 일단 쓰고 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이성과 감성이 작동하는 원리와 관계가 있다. 흔히 우리는 데카르트에서 연유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진 결과, 이성과 감성을 따로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이성적이거나 감성적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과 감성은 수레의 나란한 두 바퀴처럼 언제나 함께 작동하는 법이다. 글쓰기에서 이성 못지않게 감성의 작동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대상에 대해 문제의식이나 감동을 느껴 글감으로 포착하는 것은 감성의 힘이 큰데, 이 감성은 글쓰기 작업이라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과 같다. 그런데 감성으로 야기된 통찰, 즉 영감은 찰나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사라져 버린다. 그때는 글을 쓰려고 해도 고장 난 자동차처럼 글쓰기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글짓기는 음악가들이 곡을 쓰는 것과도 같다. 곡이든 글이든 영감이 떠올랐을 때 바로 써야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으로 글에 관한 배경지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쓰기 위해선 배경지식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만, 거꾸로 글을 쓰면서 그 지식이 채워지는 면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글을 쓰기 전에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고 머릿속으로든 지면으로 든 개요를 짠다. 비고츠키 용어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접힌 사고'이다. 접힌 사고를 막상 글로 펼쳐보면, 글이 어색하다. 글이 어색한 이유는 해당 주제에 관한 지적 역량의 부족과 관계있다. 즉, 우리는 어떤 주제와 관련하여 그 지적 수준만큼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내 삶과 직접 연결되어 익숙한 주제의 글은 쉽고 빨리 쓸 수 있지만, 추상적인 사상 언어로 채워야 하는 깊이 있는 주제의 글은 쉽게 써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글을 쓰자면, 정교한 배경지식을 갖추기 위해 자신이 읽었던 책도 뒤적여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면서 글의 내용을 살찌우는 별도의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나의 지성이 발전해간다. 글쓰기는 가장 훌륭한 자기교육의 방법이라 하겠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요령을 논하기 전에 글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생각해보면, 글은 삶에서 온다. 교육 작가인 나의 글은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생성된다. 현장에서 교사로 있더라도 학급담임이 아니라 교과전담을 맡을 때에는 글감이 현저히 줄어든다. 글감의 원천인 교실과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학급담임을 맡지 않아도 이러한데, 만약 교실을 떠나 교장실에 홀로 남겨진다면 아이들에 관해 쓸 글이 거의 없을 것이다. 글은 삶에서 오는 법이기에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교사에게 좋은 삶이란 학교 안팎의 사회적 모순에 분노하고 아이들과 동료들과 치열하게 부대끼는 삶을 말한다. 정직한 삶은 정직한 글쓰기로 이어진다. 글쓴이의 삶의 진정성과 비례하여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글이 만들어진다.  

어린아이에게 혼잣말이 중요한 이유  

낯선 곳에서 길을 물을 때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매우 쉽게 말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굉장히 어렵게 느껴져 당혹스러웠던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예전에 외딴 산속에 위치한 어떤 건물을 찾아갈 일이 있었다. 중간마다 만나는 지역 주민들에게 길을 물으니 한결같이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나온다" "연못을 지나면 보인다" "길이 외길이니 찾기 쉽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조금만'이라는 거리는 초행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먼 거리이고, 그때는 건기여서 물이 말라 있었으며, 무엇보다 밤이어서 연못을 식별하기 어려웠다. 외길이라던 길도 막상 가보니 중간에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매일 다니는 사람 입장에선 자명한 풍경이겠지만 낯선 이방인의 입장에서 산중의 밤길은 암흑천지와도 같은데, 그들은 순전히 자기 입장에서만 길을 묘사한 것이다.  

아이들과의 만남, 교육에 있어서도 글쓰기는 정말 중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일기를 읽다 보면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가 논리에 어긋나는 문장을 구사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주관적 입장에서 보면 다 맞는 말이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인데, 자신의 생각을 대상화,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기술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가장 흔한 오류가 '내 동생이랑' 할 것을 '○○이랑' 하는 식으로 이름을 거론하는 것이다.

비고츠키는 입말과 글말의 차이를 의사소통을 위한 사회적 상호작용 경험의 차이로 설명했다. 어린아이의 경우 친밀한 공동체적 관계망 속의 인물들과 소통을 하기 때문에 '○○라' 해도 뜻이 다 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글쓰기라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친밀한 상대와 말할 때는 아주 쉽게 말할 수 있는 내용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글쓰기에서는 고도의 추상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가 발달한다.  

내뱉는 즉시 사라져 버리는 입말과 달리 기록으로 남는 글말의 성격으로 인해 글쓰기는 학생의 사고력은 물론 정서와 인성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학생은 자기 글의 독자가 돼서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이른바 메타 인지를 꾀할 수 있다. 아이든 어른이든 사고의 발전, 정신의 성숙은 자기성찰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글은 그러한 자기검열(자기조절)의 훌륭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비고츠키를 공부하면서 그의 통찰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 싶었던 것이 '혼잣말' 개념이다. 심리학자 피아제는 이를 '자기중심적 언어'라 일컫고, '자폐성' 운운하면서 부정적인 속성으로 치부했다. 이런 피아제와 대조적으로 비고츠키는 어린아이가 혼잣말을 통해 사고를 키워가며, 이 혼잣말이 나중에는 사고 속으로 들어가 '내적 언어'를 이룬다고 했다. 즉, 내적 언어의 수준만큼 사고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비고츠키의 혼잣말 개념이 놀라운 것은, 어린아이의 경우 생각을 한 다음 말(입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면서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혼잣말을 많이 하는 만큼 아이의 생각은 발전하게 되고, 혼잣말하지 않으면 아이의 사고력은 성장하지 않는다.  

혼잣말이 유아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초중등학생이나 성인은 글쓰기를 통해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다. 유아가 생각한 뒤에 혼잣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면서 생각을 키워 가듯이, 우리는 일단 글을 쓰면서 우리 내면에 잠재된 '접힌 사고'를 글로 펼쳐 내면서 우리의 사고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갈 수 있다.

외딴 건물을 찾아 헤매던 그날 밤, 내게 길을 설명해준 그 사람들은 아마 평생 글 한 편 써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방인에게 길을 설명하기 위해선 자신의 입장이 아닌 초행자의 입장에서 설명을 해줘야 한다. 자신에겐 너무나 쉬운 이야기가 이방인에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 때 그 사람은 '유능한 화자'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글쓰기 능력은 곧 사회적 공감 능력과도 연결된다. 공감과 소통 능력을 기르는데 '글쓰기'보다 더 중요하고 효율적인 교육도 없다.  
남자 아이들의 표현특성-최민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