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논술] <세한도>

권세만 뒤쫓는 세태를 비판하다

변치 않는 제자의 의리에 감사하다

‘세한도’는 조선후기 문신이며 고증학, 금석학의 대가이자 추사체(秋史

體)라는 독특한 서법을 완성한 김정희(金正喜, 1786~1856년)의 대표작

이다.

그가 59세 때인 1844년 제주도 유배 당시 지위와 권력을 잃어버렸는데

도 사제 간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여전히 그에게 구하기 힘든 책을 보

내주며 그를 잊지 않는 제자인 통역관 이상적(李尙迪, 1804-1865년)에

게 감사의 정을 담아 ‘날이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변치 않는 이상적의 인품을

늘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해 그려준 그림이다.

그림 오른 쪽 상단에 엄정하고 멋스러운 추사체로 ‘세한도(歲寒圖)’라고

쓰여 있다. ‘추운 시절을 그린 그림’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듯 물기를 다

뺀 까슬까슬한 붓으로 간단한 가옥 한 채를 사이에 두고 오른 쪽에는 스

승인 김정희를 상징하는 소나무 두그루와 왼쪽에는 제자인 이상적을 상

징하는 잣나무 두 그루가 간결하게 그려져 있다.


자연을 통해 정신세계 표현하는 문인화

이 그림은 사실 별로 볼거리가 없는 심심한 그림이다. 형태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생각가는 대로 그냥 단순하게 그린 그림이다. 형태나 그리는

방식은 단순한 나머지 오른 쪽 측면에서 보는 가옥창의 묘사가 원근법

에 맞지 않아 어색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미완성작품처럼 보이는 이 그

림은 고독한 제주도 9년간의 유배생활에서 느낀 비애의 감정을 한결 고

결한 경지로 끌어올림으로써 자연대상을 통해 정신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문인화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의

김정희의 심정을 알 수 있는 발문의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작년에 ‘만학’ ‘대운’ 두 권의 책을 보내왔고, 금년에는 또 ‘우경문편’을

보내왔는데, 이는 모두 세상에 흔하게 있는 것이 아니고, 머나먼 천만리

밖에서 구입한 것이며, 여러 해 걸려 얻은 것이지, 한 번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세상은 물밀듯이 권력만을 따르는데, 이같이 몸과 마음

을 쏟아 얻은 것을 권력자에게 주지 아니하고, 바다 밖의 한 초췌하고

야윈 사람에게 주기를 세상이 권력가를 쫓는 것과 같이 하니, 태사공이

이르기를 ‘권력으로 합친 자는 권력이 떨어지면 친분이 성글어 진다’고

하였는데, 자네도 역시 이 세상 사람으로 초연히 권력을 쫓는 테두리 밖

을 떠나서 권력으로 나를 대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태사공의 말이 잘못

된 것인가.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날이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고 하였으니, 소나무, 잣나무는 사철을

통해 시들지 않는 것이라면, 날이 춥기 이전에도 하나의 소나무,

잣나무요, 날이 추워진 후에도 하나의 소나무, 잣나무인데, 성인께

서 특히 날이 추워진 이후를 칭찬하였다. 지금 자네가 나에게 앞이

라고 더한 것도 없고 뒤라고 덜한 바도 없으니, 날이 추워지기 이

전의 자네는 칭찬할 것 없거니와, 날이 추워진 이후의 자네는 또한

성인에게 칭찬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네…(후략)”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 “지조와 의리”라는 의미를 그림과 글로써 모두

표현하고 있는 ‘세한도’는 단순한 고마움의 표현인 답례품이 아니라 유

학자로서 군자의 덕을 익혀서 몸소 실천하고자 했던 김정희가 권세를

쫓는 기회주의적인 세태에 대한 비판을 표현한 것이다.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경희대 미술학부 강사]

생명은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나 2007/01/12 13:41추천0스크랩1

곰팡이

중세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썩은 고기에 구더기가 끓는 것을 보고 생명은 스스로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벨기에의 의학자 반 헬몬트(1577~1644)는 밀이나 치즈를 더러운 아마포로 덮어두면 생쥐가 태어난다고 주장해 이러한 자연발생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17세기에 들어서자 자연발생설은 부정되기 시작했다. 1668년 이탈리아 생물학자 레디(1626~1697)는 썩은 고기를 헝겊으로 싸 파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면 구더기가 생겨나지 않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는 구더기가 썩은 고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파리가 그 위에 낳은 알에서 깨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로써 자연발생설이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생쥐나 구더기는 자연적으로 생겨나지 않지만 미생물은 자연발생한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그것은 미시세계를 보여주는 현미경의 등장 때문이었다. 현미경은 효모를 첨가하지 않았는데도 포도주가 발효하고, 삶아놓은 고기가 썩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산화성 대기 때문에 오파린 ‘생명기원설’ 결정적 약점

자연발생설에 대한 지루한 논쟁은 1861년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1822~1897)에 의해 끝이 났다. 그는 주둥이가 고니의 목과 비슷한 플라스크를 만들어 공기는 통하되 박테리아는 들어갈 수 없게 했다. 그리고 플라스크에 영양액을 넣고 열을 가한 후 식혀놓았다. 그 결과 고니목 플라스크 안에는 어떤 미생물도 자라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이 실험으로 자연발생설이 더 이상 고개를 내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의 분야에서 자연발생설이 부활했다.

1922년 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식물학회에서 소련의 생화학자 오파린(1894~1980)은 처음으로 원시지구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생명탄생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구의 원시대기는 수소, 메탄, 암모니아 같은 환원성 기체(수소 또는 수소와 결합한 기체분자)로 충만해 있었다. 이 기체들은 지구 내부에서 분출되는 고온의 니켈, 크롬과 같은 금속들의 촉매작용으로 인해 단순한 유기분자들로 변한 다음, 암모니아와 다시 결합해 점차 복잡한 질소화합물로 변해갔다. 이러한 화합물은 바다에 농축되기 시작했고, 콜로이드 형태의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로 변했다. 코아세르베이트는 막을 가진 액상의 유기물 덩어리로 외부환경과 구별되는 독립된 내부를 지녔다. 조잡하나마 세포의 형태를 갖춘 것이다. 이들이 점차 스스로 분열하고, 외부와 물질을 주고받는 기능을 갖추면서 원시생명체로 진화했다.”

오파린의 생명기원설은 화학 진화(chemical evolution)를 통해 생명의 탄생을 설명함으로써 다윈의 진화론을 생명 탄생의 순간까지 끌어올렸다. 한편 그의 이론은 사회주의국가의 이념이었던 유물론(唯物論)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오파린의 생명기원설은 1929년 영국 런던대학의 생리학 교수인 존 홀데인(1892~1964)에 의해 계승됐고, 오파린은 생명기원설을 담은 불후의 명저 ‘생명의 기원’을 1936년에 출판했다.

그러나 오파린의 가설이 실험으로 입증되기까지는 3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1952년 시카고대학의 교수인 해럴드 유리(1893~1981, 1934년 중수소 발견으로 노벨화학상 수상)는 지구의 원시대기가 목성이나 토성의 대기처럼 환원성 대기(메탄,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로 이뤄졌다고 가정하고, 이러한 조건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실험은 대학원생인 스탠리 밀러(1930~)가 맡았다.

밀러는 플라스크 안에 원시바다와 같은 상태를 만들어놓고 이를 끓인 다음, 여기서 발생한 수증기가 수소, 메탄, 암모니아 같은 환원성 대기와 섞이도록 했다. 그리고 마치 벼락이 떨어지는 것처럼 그곳에 전기방전을 일으켰다. 그랬더니 오파린의 예언처럼 그곳에서 아미노산이 만들어졌다. 밀러의 실험 이후 오파린의 생명기원설은 지구 역사와 생명의 기원을 설명할 때 교과서처럼 인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파린의 생명기원설은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오파린이 가정했던 지구의 원시대기가 환원성 대기가 아니었다는 반론이다. 지구와 가까운 금성과 화성에 산화성 대기인 이산화탄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밀러의 실험장치에 이산화탄소를 넣고 실험해봤다. 그 결과 환원성 대기만으로 실험했을 때보다 아미노산의 생성률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러한 생명기원설의 약점은 진화론을 반대하는 창조론자들에게 좋은 무기가 됐다.

문제) 위 제시문을 읽고 생명기원설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논하시오.

<김정금 JK 수리논술연구소장>

2007 서울대 논술문제 "지식정보화 시대의 속도" 2007/01/17 19:04

서울대와 한국외대의 논술시험이 16일 실시됐다.

서울대는 인문대·사회대·경영대· 등 인문계열 1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논술고사에서‘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제시문 2개와 예화 3개를 제시한 뒤 ‘미국사회와 우리사회의 변화 속도를 비교하라’‘ 기업,가족,정부의 변화속도를 예측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했다.

한국외대는 풍우란의 ‘중국철학사’와 프로이트의 ‘환상의 미래’ 및 ‘문명 속의 불만’,쟝 보드리야르의 ‘소비와 사회’등을 제시한 뒤 사회와 개인, 국제사회와 국가의 관계에서 사회적 통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물었다.

올해 대학별 논술고사는 평이하지만 높은 수준의 독해능력을 요구하는 통합교과형 논술로 바뀌는 것이 특징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은 서울대 논술고사 문제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


【제시문 가】는 우리 사회 각 영역, 특히 기업, 가족, 정부의 변화를 진단하고 있다. 【제시문 나】는 어느 학자가 미국 사회 내 해당 영역의 변화 속도를 수치화하고 이를 분석한 것으로서, 가장 빨리 변화하는 영역의 속도를 시속 100마일로 설정하고 있다.

※ 주어진 논제에 대한 글을 쓸 때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킬 것.
1.【제시문 가】의 내용을 【제시문 나】의 내용에 비추어 논하라. 그 과정에 미국 사회와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비교하라.
2. 예화 1, 2, 3을 사회의 변화 속도와 연관지어 그 의미를 파악하라.
3. 세 개의 예화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그 입장에 서서 기업, 가족, 정부의 변화 속도를 예측하고 그 이유를 밝히라.

서울대학교

【제시문 가】
오늘날 세계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변화 폭도 넓기 때문에, 변화의 흐름에 한번 뒤떨어지면 이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하여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1997년을 전후로 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겪었던 외환 위기도 무한 경쟁의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또한 급속한 산업화로 인하여 환경 파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였듯이, 미래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치밀한 준비를 통하여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1. 기업
우리나라가 1960~70년대에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원의 배분은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정치 권력과 기업이 유착되는 경우도 있었고, 그것이 곧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개방화 시대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경영과 회계 전반에 걸쳐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각 나라의 지역적 특수성이 곧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문화 예술 분야에서와는 달리 기업 경영에서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나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2. 가족
오늘날 급속한 사회 변화로 인해 가족 생활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족 규모가 축소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으며, 가족 구성원 간에도 민주적이고 평등한 인간 관계가 보편화되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들의 개성과 창의성이 중시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혼과 재혼이 늘어나고 많은 여성들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녀 양육과 교육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핵가족화, 이혼 및 취업 여성의 증가 등으로 노인 부양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실업과 빈곤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자녀 교육으로 인한 ‘기러기 아빠’의 등장과 같은 문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3. 정부
우리 정부는 과거 경제 성장 과정에서 각종 규제를 만들어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크게 개입하여 왔으나, 이제는 민간의 창의와 자발적 참여를 통한 경제 성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최근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비대한 행정 조직 및 관료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공직 사회의 부조리 등을 청산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IT 기술을 활용하여 행정 활동의 모든 과정을 혁신함으로써, 정부의 업무 처리를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개선하고, 국민에게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 정부(e-government)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제시문 나】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사회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지식과 정보를 생산, 소유, 활용하는 역량에 따라 개인과 집단의 부와 명예가 크게 달라진다.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세계 각국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각기 다른 속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선진 사회가 필요하다. 모든 경제는 그것이 속한 사회의 산물이고 사회의 주요 제도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세계 어디서나 봉건 시대의 제도들은 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 마찬가지로 산업 시대의 관료주의는 지식 기반 시스템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미국의 현실 역시 다르지 않다. 오늘날 미국의 주요 제도의 변화 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

1. 기업: 시속 100마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기술 혁신, 즉각적이고 더 큰 만족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 게다가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인해, 기업들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공급 업체와 유통 업체에게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신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변화할 것을 강요한다. 금융 부문 역시 기술의 발전, 새로운 규율, 다각화되는 시장, 재무 상태의 변화에 반응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한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 조정 또는 인수 합병으로 인해 배고픈 실업자, 우울한 투자자가 생겨나기도 한다.

2. 가족: 시속 60마일
오늘날 미국에서 직장인 아버지, 전업 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18세 미만의 두 자녀로 정의되는 핵가족은 25% 미만이다. 편모나 편부 가정, 동거하는 커플, 이전의 혼인 관계에서 생긴 아이들을 양육하는 가정, 최근에 합법화된 동성 결혼 등 여러 유형의 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 제도 중에서 가장 늦게 변하는 가족 제도가 수십 년 사이에 급격하게 달라졌다. 한편 기업의 일부 기능이 기업 외부로 이전됨에 따라 가정도 기업의 기능을 받아들였고,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로 재택 근무하는 사람이 이미 수 천만 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혁명이 쇼핑, 투자, 주식 거래 등을 집안에서 해결하게 만들었다.

3. 정부: 시속 25마일
지난 수십 년간 각종 비판을 받으면서도 변화를 지연시킨 관료제 정부 조직이 시민의 일상 업무를 간섭하고 있다. 정부 조직은 천천히 변화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기업의 변화를 늦춘다. 정부의 의사 결정이 지지부진하여 도로 건설 계획 하나를 승인받는 데 7년 이상이 걸린다. 그리고 정부는 부패를 방지하고 공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의회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집행한다. 그러다 보니, 예컨대 20년 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5년 단위로 집행되는 15개년 방위 계획 프로그램을 운용하려고 할 때, 예산은 1년 단위로 확보되고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3년 계약직에 불과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예화 모음】

[예화 1]
식물들을 관찰해 보면 제 나름의 시간과 속도로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송화는 낮에 잠깐 피었다 시들지만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코스모스는 라일락만큼 향기는 없지만 서로 다른 계절에 꽃을 피워 우리를 즐겁게 한다. 또한 복숭아나무와 사과나무는 동시에 열매를 맺지 않는다. 이처럼 식물들은 서로 다른 시간에 다른 속도로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꽃을 피우는 시기도 열매를 맺는 계절도 다르지만 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자연을 이룬다.

[예화 2]
돌고래들은 떼를 지어 움직일 때 마치 한 마리가 행동하듯이 같은 속도로, 같은 몸짓으로 헤엄친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이 추측해 볼 수 있다. 우선 여러 마리의 돌고래가 한 몸인 것처럼 움직임으로써 아주 거대한 동물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포식자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또한 돌고래가 무리지어 헤엄치게 되면 각각의 돌고래가 받는 물의 저항이 줄어들게 되어 힘들이지 않고 멀리 이동할 수 있고, 돌고래들 사이의 의사 소통도 용이해진다.

[예화 3]
아프리카에 사는 산양의 일종인 ‘스프링복’들은 처음에는 풀을 뜯으며 평화롭게 무리를 지어 움직이지만 앞서가는 양들이 풀을 뜯어먹어 버리면 뒤따르는 양들이 먹을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풀을 차지하기 위하여 앞 다툼을 벌인다. 그래서 양들이 모두 조금씩 빨리 달리기 시작한다. 뒤따르는 양들이 속력을 내어 달려오므로 앞서가는 양들은 더 빨리 달리게 되고 결국은 양떼 전체가 앞을 다투어 전속력으로 달리게 된다.

추상화 속에 담긴 순수의 세계 2006/05/03 15:16추천0스크랩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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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 첫 번째 추상 수채, 1910, 종이에 수채, 50x65cm, 파리 퐁피두센터

추상화는 난해한 미술의 대명사다. 추상화 앞에 서면 괜히 주눅이 들고 금세 자리를 뜨고 싶어진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혹은 객쩍은 기분에 “뭐 이런 걸 그림이라고 다 그려놓았어?” 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추상화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처럼 화가가 선량한 관객들을 놀리려고 벌인 장난 같은 것일까?

추상화는 사물을 사실대로 재현하지 않고 점-선-면-색채 등 순수한 조형요소만을 부각시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추상화의 연원은 꽤 오래된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바위나 토기 따위에 그려놓은 기하학 형상이 시원(始原)이라 할 수 있다. 선사인들은 여러 지역에 걸쳐 동그라미나 세모, 만(卍)자 꼴 등의 기하학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인간이 사물을 사실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단순화, 상징화해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증거라 하겠다. 중국의 한자 같은 상형문자도 일종의 추상화라고 할 수 있다. 해(日)나 산(山), 물고기(魚) 등을 형상에 따라 단순화해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취는, 추상화가 이미지를 통해 정보를 좀더 효율적으로 소통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일러준다.

옛사람들의 추상화 경험은 자연의 아름다움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이고 순수한 미에 대한 인간의 의식을 발달시켰고, 건축물의 격자창이나 옷의 패턴처럼 특히 장식미술 분야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이끌었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추상미술은 주류 미술로는 발달하지 않았지만, 이렇듯 미술사의 흐름을 따라 유구한 전개를 이어왔다.

이성 중심·합리적 전통에서 탈피 … 비구상·비재현적 시도

칸딘스키, 붉은 점이 있는 회화, 1914, 캔버스에 유채, 130x130cm, 파리 퐁피두센터

추상미술이 본격적인 주류 미술로 격상된 것은 현대에 들어서다. 추상회화의 흐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부터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형성됐다. 이 같은 사실은 추상회화의 속성과 관련해 중대한 의미가 있다. 추상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서양미술의 사실주의 전통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즉, 추상회화는 과학적인 원근법과 광학법칙, 그리고 해부학의 이해 등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중요한 조형 전통을 모두 부정했다. 비구상적이고 비재현적으로 화면이 변해버린 추상회화는 비합리적이며 심지어 신비주의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한마디로 추상회화는 서양 문명의 이성 중심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전통을 초연히 벗어던진 미술이 돼버렸다.

주지하듯 제1차 세계대전은 서양 문명의 모순이 한꺼번에 폭발한 전쟁이었다. 전쟁 직전의 유럽 사회는 산업화를 통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빈부 차이가 극심해 계급 갈등이 심화되고 있었다. 자연히 혁명이 빈발했다. 또 대도시화로 인해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인간소외 현상도 확산됐다. 제국주의로 성장한 서구 자본주의는 저개발 식민지를 수탈하는 한편, 식민지를 놓고 다투는 열강들 간의 무한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내 유럽을 뒤흔든 전쟁이 발발했다. 이 모든 모순의 바탕에는 이성의 도구화와 문명의 비인간화가 놓여 있었다.

몬드리안, 빨강 노랑 파랑이 있는 구성, 1927, 캔버스에 유채, 61x40cm,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계몽주의 이래 서양은 이성과 합리주의의 발달로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워졌다. 이로 인해 유토피아가 곧 건설되리라는 확신이 팽배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성과 합리주의가 문명 파괴와 대학살이라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고, 심각한 회의와 반성의 대상이 돼버렸다. 미술 또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히 원근법과 광학법칙 등 이성과 합리주의에 근거한 여러 전통이 거부되거나 폐기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고갱의 원시로의 도피, 표현주의의 좌절감의 표출, 입체파의 형태 해체 등도 이런 양상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추상회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추상회화가 서양 문명과 서양미술 전통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려고는 했으나 막상 추상회화 안에는 기계문명 시대, 산업화 시대의 미학도 어느 정도 담겨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대량생산으로 인해 단순한 디자인이 선호되면서 기하학적 이미지가 지닌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한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기하학적 추상의 경우 이런 시대적 미감, 나아가 미래지향적인 미감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단순하고 장식이 없는 물건이나 이미지일수록 더 순수하고 도덕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 절제의 미학까지 더해짐으로써 기하학적 추상은 시대의 미감을 선도했을 뿐 아니라, 나아가 디자인 분야에도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

현대미술가 가운데 추상화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작품 제작과 이론을 통해 최초로 정당화한 사람은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다. 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나는 데생 하던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작업실 문을 열었는데, 그때 형언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지닌 그림 한 폭이 눈에 띄었다. 너무도 놀란 나머지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 그림은 어떤 특별한 주제도, 식별할 수 있는 대상도 담고 있지 않았다. 화면은 단지 찬란한 색채의 얼룩으로 만개해 있을 뿐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나는 비로소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것은 이젤 옆에 비스듬히 세워둔 내 그림이었다.”

자신의 그림이었지만, 그것이 제대로 놓여 있지 않아서 주제도 형상도 전혀 알아보지 못한 까닭에 오히려 그림이 형언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는 칸딘스키의 고백은, 미술의 감동이 스토리나 형상을 넘어 순수한 조형요소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토로한 것이다. 흔히 최초의 추상 수채화로 꼽히는 칸딘스키의 ‘추상 수채’(1910)를 보면 그가 이런 발견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구현하려 했는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다소 어지러울 정도로 움직이는 덩어리들, 그리고 자유롭게 풀어진 터치와 무리 지어 맴도는 색채로부터 우리는 규칙과 규범으로부터 벗어나 무정부적으로 항해하는 영혼의 율동을 느낀다. 유럽이 극단적인 모순과 갈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을 때 칸딘스키는 이렇듯 인간의 내면으로 눈을 돌려 그 내면의 울림을 지키려 했다.

칸딘스키와 더불어 유럽 추상회화의 앞길을 개척한 또 다른 중요한 화가가 피터 몬드리안이다. 칸딘스키가 외부세계에서 내면으로 눈을 돌려 추상회화를 개척했다면, 몬드리안은 외부세계를 그리되 그것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끝에 자연의 형태를 벗어난 순수구성의 추상화를 개척했다.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유럽 추상화 개척

몬드리안은 수평선과 수직선, 그리고 그것이 교차하는 데 따라 생긴 사각형만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구성을 반복해 그리면서 그는 결국 모든 주제는 하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아무리 달라 보여도 사물의 근원은 같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자연은 그렇게도 활기 있게 끊임없이 변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절대적인 규칙에 의해서 움직인다.”

현대 추상화는 이처럼 내면의 순수 혹은 세계의 근원으로 나아간 조형 흐름이었다. 이 흐름이 현대 서양 문명의 복잡한 모순으로부터 형성됐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고통이 순수를 낳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추상화는 그런 역사적 연단의 산물인 셈이다.

논술 전문출판 ‘늘품 미디어’가 제공하는 ‘생각 넓히기’
추상미술의 등장과 발달에는 ‘이성의 도구화와 문명의 비인간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성의 도구화는 근대 문명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이성에 대한 맹신과 인간 중심주의가 가져온 역작용이다.

① 출제 사례 이성의 도구화와 관련해 ‘현대인이 처한 소외의 상황과 그 극복 방안’(2001, 한양대), ‘현대사회의 합리성 분석과 그 비판’(2002, 고려대)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 현대사회의 효율성이 언제나 바람직한 것인가, 효율성의 추구는 어떤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가 등의 문제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추상미술에 대한 문제는 사실과 인식의 문제, 신화·팬터지 문학 등의 비일상적인 것에 대한 관심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상이한 관점과 사실과 인식의 문제’(2002, 연세대), ‘현대사회 안에서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가지는 기능’(2005, 이화여대), ‘이미지에 대한 세 가지 관점 설명과 자신의 견해 진술’(2003, 연세대), 신비의 미학적 복권과 신비주의의 과학화 현상(2002, 동국대) 등이 출제된 바 있다.

② 학습 방향 추상미술과 관련해 ① 현대사회에서 이성과 합리성의 필요성 ② 이성의 도구화와 인간소외 및 비인간화 현상 ③ 객관적 사실과 그 인식의 문제 ④ 비일상적, 비현실적인 것과 인간의 삶 ⑤ 과학의 신비화 현상 등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이주헌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