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단락은 전체 글의 내용 일부를 떠맡아 다루는 단위
일반적으로 전체 글의 주제는 몇 개의 작은 주제로 나누어서 다루게 된다. 이를테면, "노동은 단순히 생계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라는 전체 주제의 글은 "노동의 본질적 의미, 현대 사회의 노동 소외 현상, 미래 사회의 노동, 노동의 변화와 소외 문제" 따위의 작은 주제로 나누어서 논리적인 서술의 틀을 만들 수 있다. 전체 글의 주제가 다소 포괄적이므로 이를 좀더 구체적인 하위 주제들로 나눠 다루어야 한다. 이렇게 구분된 하위 주제(소주제)를 담고 있는 단위가 단락이다.
나. 단락은 관련 내용으로 묶여진 문장들로 구성
"노동의 본질적 의미"라는 소주제를 제대로 전개하려면 조직적으로 부각시키는 뒷받침 서술이 필요하다. 단락은 여러 개의 문장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조직체이지만 여러 개의 문장이 나열된다 하더라도 그것들이 서로 연관성이 떨어지게 되면 올바른 단락이 될 수 없다. 여러 개의 문장들이 긴밀하게 배열되어 하나의 소주제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경우 비로소 단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 단락 구분이 중요
단락 간에는 뚜렷한 경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단락 간에는 앞 칸을 비우는 들여쓰기(indention)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 때 내용은 안 바뀌고 들여쓰기만 한 것이라든지, 내용은 바뀌었는데도 들여쓰기를 안 한 경우는 바른 단락 나누기라 할 수 없다.
2. 단락의 구조
한 편의 글이 중심 생각인 주제를 포함하듯이, 한 단락도 나름대로의 중심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화제' 또는 '소주제(小主題, topic)'라 한다. 이 소주제를 하나의 문장으로 나타낸 것을 '소주제문(topic sentence)', 이 소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동원된 문장들이 뒷받침 문장들(supporting sentence)이다. 한 문장만으로 된 단락도 있지만, 대개의 단락은 2개 이상의 문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서 이루어진다. 즉, 단락의 핵심 주제를 포함하는 소주제문, 소주제문의 의미를 설명하고 부연하거나 소주제문의 구체적인 이유나 사례를 제시하는 뒷받침 문장으로 구성된다.
![]() |
3. 단락 구성의 원리
단락을 만드는 원리는 한 편의 글을 이루는 원리와 비슷하다. 즉, 단락 구성에 있어서도 글의 구성 원리인 통일성, 일관성, 완결성 세 가지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가. 통일성
단락의 통일성이란 단락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소주제에 맞추어서 문장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단락의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 단락의 소주제는 하나로 집중되어야 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장이 소주제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제시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한하여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1) 통일성 있는 단락 구성 사례
![]() |
나. 일관성(긴밀성)
한 단락의 여러 문장은 앞뒤 내용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 일관성(긴밀성)은 단락 내부에서는 물론이지만 글 전체, 단락과 단락 사이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단락 안에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으로는 접속어구를 사용하여 앞뒤 문장의 관계를 밝히고 뒷문장이 나아갈 방향을 예고하거나, 지시어구를 사용하여 앞이나 뒤에 나오는 내용을 대신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다음의 예문은 '전통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지만, 계승해야할 것만을 의미한다'는 소주제를 일관성있게 표현한 단락이다.
전통은 과거로부터 이어 온 것들을 말한다. 이러한 전통은 대체로 그 사회 및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의 몸에 배어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전통은 우리의 현실에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과거에서 이어 온 것을 무턱대로 모두 전통이라고 한다면 인습이라는 것과는 구별이 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습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계승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백 : '민족 문화의 전통과 계승' |
다. 완결성
하나의 단락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형식적·내용적 요소(주제의 진술→주제의 상세화→주제의 정리)들이 빈틈없이 짜여 져야 한다. 그리고 그 단락의 중심을 이루는 소주제와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전달하고자 하는 사실과 일치하는 정보성과 신빙성을 지닌 내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의 예시문들은 완결성이 부족한 경우이다.
정보화시대는 창의적인 사고가 경쟁력이다. 창의적 사고는 사고력 교육을 통해 함양된다. 특히, 사고력 교육은 아동기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연구가 있다. 따라서 아동기의 교육 과정에 사고력 증진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 |
위의 단락은 뒷받침 문장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이다. 사고력 중심 교육이 아동기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연구에 대한 보고서 내용이나 출처 등 구체적인 사항이 언급되어야 한다.
다음의 예시문은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경우이다. 주장을 뒷받침할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만 완전한 형태의 단락이 된다.
21세기 한국의 과제는 첫 번째가 남북 문제 해결이고, 두 번째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해소이다. 지구촌의 공동 문제로는 환경보전과 국제분쟁 해소가 있다. |
4. 단락 구분
단락을 구분하는 이유는 글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읽거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평가자에게 내용을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루고 있는 소주제가 바뀌면 단락을 구분하여야 한다.
단락의 내용 변화는 소재나 서술 대상의 변화, 입장이나 관점 및 태도의 변화를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아래 예시문에서는 두 개의 단락이 있다. 어떤 이유 때문에 나누었는지 파악해보자.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의미는 '귀족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기와 솔선수범'에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로 변해 왔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오늘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가진 자의 나눔을 뜻하는 것이며, 그것은 부의 사회 환원, 즉 기부를 통해서 실천될 수 있다. 기부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카네기를 시발점으로 해서 록펠러, 포드 같은 기업인들이 기부를 통해 부의 사회환원을 지속적으로 행해 오고 있으며,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등에 의해 면면히 계승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과거에 존재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나눔의 철학으로 승화되어 계승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거나 가족이기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의 삶의 질 양극화 현상은 너무나 심화되고 있고 기부문화의 토양은 척박하기만 하다. -예종석/한양대 경영학 교수,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야기]/프레시안 2006.11.6 |
첫 단락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기부를 통해 실천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 소주제에 해당한다. 미국의 카네기, 록펠러,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단락에서는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가 나눔의 철학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필자의 견해를 서술하고 있다. 즉, 기부 문화가 정착된 경우와 그렇지 못한 한국의 상황을 대조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5. 단락작성의 실제
논술이 입시로 채택된 초기(1990년대) 논술에서는 대부분의 논제가 서론-본론-결론의 형태를 갖춘 논술문을 요구하였다. 분량도 대체로 1,000자 이상의 장문이었다. 하지만 정시 논술에서도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500자 내외의 서술형 논제를 제시하고 있다. 500자 내외의 논제인 경우에는 2, 3개의 단락으로 구성하면 된다. 단락 작성 중심의 논제에서는 제시문을 독해하여 주제를 추출해 낸 후,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유형이 일반적이다.
단락작성은 논술형에 비하여 비교적 짧은 글자 내에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쉬운 유형이라고만 단정 지을 수 없다. 한 두 단락으로 자신의 주장을 표현한다는 것은 축약 능력과 논지 파악에서의 순발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 하나의 주장과 다양한 논거 제시
먼저, 한 가지 주장(핵심 주제)이 한 단락을 형성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분량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신의 견해를 압축하여 표현하여야 한다. 한 마디로 1,000자 이상의 논술에서 펼치려 했던 주장을 300자 내외로 표현하면서도 오히려 자신의 주장이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도록 써야 하는 것이다.
반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논거는 되도록 다양하게 제시하여 주장의 보편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논거가 정확하면서도 다양하게 제시되면 자신의 견해가 그만큼 설득력을 얻게 된다.
나. 구성 방법
단락 구성의 방법에는 연역적 구성, 귀납적 구성, 양괄식 구성 등이 있다. 연역적 구성은 주장이 먼저 나오고 근거가 뒤 따라 나오는 방법으로 두괄식이라고도 한다. 단락 앞부분에 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명확하게 밝히고, 그 뒤 문장에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거를 제시한다.
이와 달리 귀납적 구성은 논거가 먼저 제시되고, 이를 기초로 하여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형태로서 미괄식이라고도 한다. 논거로는 논제와 관련된 사례나 이유 등이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양괄식 구성은 단락의 서두에 주장을 밝힌 뒤 그에 따른 논거를 제시하고,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한번 주장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반복을 통해 주장을 확실히 내세운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면접을 볼 경우에는 말하기가 글쓰기보다 전달력이 낮기 때문에 재강조하여 자신의 견해를 정확히 인식시키려 할 때 유용하다. 하지만 주장을 두 번 제시하는 방법이지만 동일한 문장과 문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글의 긴장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성의도 없어 보인다.
전홍식 에플논구술연구소장, 에플교육미디어 대표, 프레시안 논술 칼럼니스트, 영남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강사, 경원대학교 사회교육원 논술지도사 양성과정 강사, 교육사랑·유니텔 교원연수 논술과정 강사, 중앙일보NIE연구소 논술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