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사장이 시골길을 30분씩 달리는 이유[아직 살만한 세상]

입력 2021-05-28 02:0

어르신에게 전달한 치킨. 정태곤 사장 제공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치킨은 인기 있는 배달음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치킨을 배달시켜 먹을 수 없는 마을도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배달 불가 지역’이기 때문이죠.

경남 사천, 치킨을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 맛있는 치킨 냄새가 퍼집니다. 아침 일찍 치킨을 튀기고 30분을 달려와 따끈한 치킨을 건네는 정태곤(37) 사장 덕분입니다.


국민일보는 27일 따뜻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정 사장과 인터뷰했습니다. 정 사장은 “배달할 수 없는 지역에 살거나 거동이 어려우신 시골 어르신과 독거노인을 위해 치킨 나눔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경남 사천시 사천읍에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정 사장이 시골 마을 배달을 시작한 이유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르신들의 목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이따금 전화를 걸어서 ‘우리 집이 ○○인데, 혹시 여기까지 배달이 되느냐’고 묻거나 치킨 가격을 물어본 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그냥 전화를 끊는 어르신들이 계셨기 때문이죠.

정 사장은 6개월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치킨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한 노인지원센터를 통해서 사천 지역에서 치킨을 접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시골 마을을 소개받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치킨을 배달하는 날이면 일찍부터 가게에 출근해 치킨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정 사장은 “한번 봉사 나갈 때마다 대략 30마리를 준비한다”며 “튀기고 포장하고 배달하려면 아침부터 나와서 준비해야 오후에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준비된 치킨을 따뜻하게 전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산골짜기 마을로 향합니다. 보통 30분씩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해서 들어갑니다. 정 사장은 “배달 기사분들 중에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한다”며 “함께 봉사에 참여해줘서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누군가의 집으로, 마을 경로당으로 치킨 배달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사장은 “코로나로 인해 사정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내가 힘들다는 것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은 더 힘들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지만 꾸준히 봉사하고 싶다”며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치킨을 계속 전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울 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떠올린 그가 있었기에, 누군가는 따뜻한 치킨을 두 손 가득 들 수 있었습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치킨을 건넨 정 사장의 선행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더럽다고 안 받을까봐.." 80대 할머니가 동전 닦은 이유[아직 살만한 세상]

이주연 입력 2021. 05. 11. 00:15 댓글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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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팔아 모은 동전, 반짝반짝 닦아서 기부

박 할머니가 모은 100원짜리 동전들. 영주시 제공. 뉴시스


손수레에 실린 커다란 상자 속, 반짝반짝 빛나는 100원짜리 동전을 한가득 채워온 할머니가 나타났습니다. 할머니는 50만원에 달하는 동전을 모아왔다는데요.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걸까요?

10일 영주시에 따르면 이야기의 주인공 박모 할머니(81)는 지난 7일 오전 경북 영주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끌고 온 손수레 안에는 동전이 가득했습니다.

낯선 장면에 직원들이 이유를 묻자 박 할머니는 “나보다 못한 사람들 도와주려고”라고 답하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할머니의 선행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5월 50만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에는 3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30만원을 기부해 이번이 벌써 4번째인데요, 이렇게 할머니가 지금까지 이웃과 나눈 금액은 160만원에 이릅니다.

박 할머니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손자 2명을 홀로 키우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날 가져온 동전 50만원도 지난 2월 기부 후 3개월 동안 폐지를 팔아 꾸준히 모아온 돈이었죠.

“매일 폐지를 팔고 받은 동전에 뭐라도 묻어 있으면 더러워서 돈을 받지 않을까봐…하나하나 깨끗하게 닦아가며 모았어.”

행여나 동전이 더럽다는 이유로 안 받아줄까 걱정했던 할머니는 동전 한 개 한 개를 정성껏 닦아서 가져왔습니다. 할머니의 귀한 마음 덕분에 동전은 더욱 반짝반짝 빛났죠.

이런 진심은 할머니의 동전 수레를 받은 복지센터 직원들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권경희 영주1동장은 “동전이 그토록 빛났던 이유와 할머니의 마음을 알고 직원 모두가 감동했다”며 “할머니의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을 어려운 이웃에 오롯이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영주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박 할머니가 기부한 돈을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들을 위한 특화사업에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른 이들을 위해 매일같이 폐지를 줍고 동전을 닦았을 할머니의 손길을 생각하면 동전에 서린 온기가 느껴지는데요. 그 정성이 할머니의 바람대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따뜻하게 닿길 응원해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주연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모두 잠든 새벽, 119 불러준 쿠팡맨을 찾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

황금주 입력 2021. 04. 24. 15:56 댓글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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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 캡처


“의인을 찾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꼭 찾고 싶습니다.”

23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의인을 찾는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새벽 시간에 발견한 불길을 신고해 소방관들에게 안내까지 하고 사라진 쿠팡맨을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쓴이 A씨는 “거래처 사장님이 관리하시는 인천 한 건물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화재는 모두가 잠든 새벽 건물 내 모퉁이 분리수거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관리인이 24시간 근무하지는 않아 입주민들은 불이 난 사실을 전혀 몰랐고요. 담배꽁초에서 불길이 시작됐을 거라 예상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현장을 발견한 건 새벽 배송에 한창이던 쿠팡 기사였습니다. 작업 도중 길 건너편에서 시뻘건 불길을 발견한 택배 기사는 하던 일을 멈추고 건물로 뛰어와 즉시 119에 신고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 도착한 소방대원들에게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할 일을 모두 했다는 듯 안심하고 자리를 떠난 건 화재가 모두 진압되고 난 뒤였습니다.

택배기사의 침착하고 발 빠른 대처는 건물 CCTV 영상 속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A씨는 “22일 밤 12시20분쯤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해물탕 골목 사거리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입니다. 이분을 건물 측에서 꼭 찾고 싶어합니다”라며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정말 이분 아니었으면 인명 피해가 심각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해요. 항상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쓴 건, 이분을 찾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따뜻한 세상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이기도 해요. 빠른 진압에 힘써주신 119 대원분들께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5살 아기 살려준 아버지뻘 두 경찰관을 찾습니다"[아직살만한세상]

이주연 입력 2021. 05. 01. 02:25 댓글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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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에스코트 해주는 경찰차와 운전을 해주는 경찰 모습


온라인상에서 중증 심장병을 앓는 한 아이의 엄마가 경찰관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꼭 감사를 표하고 싶은데 이름도, 소속도 모르는 탓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어떤 사연일까요?

지난 2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발 도와주세요. 중증 심장병 아기 긴급이송 영상을 찾습니다”라는 글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심장장애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밝힌 글쓴이는 4월 27일 오전 11시에서 12시쯤 대전 현충원 IC 부근에서 서울아산병원 사이의 블랙박스 영상을 급히 찾는다고 밝혔습니다.

글쓴이는 “27일 오전 10시 충남 당진에서 아이의 심장 진료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가고 있었는데 현충원 근처부터 차가 막혀 꼼짝달싹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극심한 차량 정체에 갇혀 30분쯤 흘렀을 때 5살짜리 아이가 명치 부근을 부여잡고 아프다며 식은땀을 흘리고 끙끙 앓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이미 여러 번의 심장 수술로 심장이 명치 부근에 조금 내려와 있는 상태였고, 여러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죠.

하지만 도로는 주차장 수준으로 꽉꽉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아파하는 아이 모습에 ‘멘붕’이 온 엄마. 그때 경찰차 한 대가 엄마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엄마는 애타는 마음에 경찰차로 곧장 뛰어가 도움을 요청했죠.

급한 대로 장애인카드랑 글쓴이가 만든 환자표지를 보여주니 아버지뻘 되시는 경찰관 두 분이 헐레벌떡 뛰어나오셨습니다. 글쓴이는 “(경찰 두 분이) 급박히 (나오셔서) 앞뒤 없이 한 분은 제 차 운전석에 타고, 한 분은 경찰차에 타셨다”며 “긴급 사이렌을 켜고 에스코트를 하면서 질주하기 시작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당시 글쓴이는 병원까지 19㎞ 정도 더 가야 했고, 아이는 한 시간 남짓을 버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에스코트와 도움 덕에 아이는 15분 만에 무사히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경찰들이) 더 급하고 중요한 업무를 맡고 계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중증복합심장병을 가진 아이인지라, 못난 엄마가 제 새끼 아프다고 노심초사해 민폐를 무릅쓰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이어 “너무 급해 병원 도착하자마자 아기를 안고 뛰어 들어가 (경찰) 선생님들 존함도 소속도 모른다”며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데 블랙박스 오류로 영상도 없다”며 누리꾼에게 블랙박스 공유를 요청했습니다.

국민일보가 30일 확인한 결과 아이의 엄마는 아직 이 경찰들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나타나 도움을 준 경찰들이 얼마나 감사했을까요? 경찰을 찾고자 온라인에서 수소문하는 엄마의 진심이 닿아 그 고마움을 직접 전할 수 있기를 응원해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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