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양장본 HardCover)

그해 가을(양장본 HardCover)
저자
유은실권정생
출판
창비  |  2018.12.14.
페이지수
52 | 사이즈    231*276mm
판매가
서적 13,500원   

책소개

한국아동문학의 대표 작가 권정생의 산문을 그림책으로 만나는 감동!
동화작가 유은실과 화가 김재홍이 그려 낸 『그해 가을』

한국아동문학의 빛나는 별, 작가 권정생의 산문 「그해 가을」이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제6회 권정생 창작기금을 수상한 동화작가 유은실이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살리되 그림책에 맞게 새롭게 글을 쓰고 화가 김재홍이 그림을 그렸다. 교회 문간방에 살던 청년 권정생이 장애아 창섭이를 만난 순간이 한 편의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처럼 펼쳐진다. 권정생의 삶과 생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스산한 가을날에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묵직한 그림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줄거리]
지적 장애와 지체 장애가 있는 열여섯 살 창섭이는 교회 문간방에 사는 나(권정생)를 가끔씩 찾아온다. 비 내리는 어느 가을날, 창섭이는 내게 찾아와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픔을 참기 위해 창섭이와 함께 찬송가를 부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뒤, 주일 예배를 마치고 만난 창섭이는 내게 배가 아프다고 말한다. 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창섭이 옷을 대충 여미고 떼밀어 쫓아 보내는데…….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유은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덕성여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다음 요리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서 직장을 그만두고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했다. 1998년 가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동화를 만나고 나서 어린이 책이 가진 매력에 푹 빠졌다. 2004년 겨울 계간 '창비어린이'에 '내 이름은 백석'을 발표하며 동화작가가 되었다. 그 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창비, 2005),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바람의 아이들, 2005), '만국기 소년'(창비, 2007), '멀쩡한 이유정'(푸른숲, 2008), '마지막 이벤트'(바람의 아이들, 2010) 등 모자라고 뒤처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간결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문체로 담아낸 작품들을 펴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권정생
권정생 아동문학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1969년 동화 '강아지 똥'으로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진솔한 글로 어린이는 물론 부모님들께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은책으로는 '사과나무달님', '하느님의 눈물', '몽실언니' 등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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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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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그림책으로 새롭게 읽는 권정생의 산문

故 권정생의 산문 「그해 가을」은 1975년 『새가정』 11월호에 발표되었고, 작가의 작고 5주기를 맞아 출간된 산문집 『빌뱅이 언덕』(창비 2012)에 수록된 작품이다. 2013년 가을, 동화작가 유은실은 이 산문집 속에 실린 7쪽 분량의 짧은 글 「그해 가을」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받은 감동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작가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자 이 이야기의 감동을 아이들과 나눠야겠다고 결심한 뒤 그림책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유은실 작가는 권정생의 원작에 실린 문장들을 발췌하여 그대로 가져오되 전기, 수필 등 여러 자료에서 얻은 권정생의 자전적 내용을 알기 쉬운 문장으로 보태어 그림책 원고를 공들여 완성했다.
그림책 『그해 가을』에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지 못하는 ‘창섭이’라는 인물을 책 속 주인공으로 살려 내어 아이들과 만나게 하고 싶다.”라는 유은실 작가의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다. 어린 독자들에게 권정생 산문이 지닌 감동을 그림책으로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청년 권정생이 만난 한 아이 이야기

1968년 2월부터 권정생은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살았다. 서향으로 지은 토담집의 문간방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지만, 그에게 “그 조그만 방은 글을 쓸 수 있고 아이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우리들의 하느님』, 녹색평론사 1996; 개정증보판 2008, 20면). 그는 가난으로 얻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교회 일을 돌보는 사찰집사로 일하고, 주일학교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동화를 썼다. 그렇게 지내 오던 1971년의 어느 가을 무렵에 청년 권정생이 사는 문간방에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던 한 아이가 있었다. 지체 장애와 지적 장애가 있는 열여섯 살의 창섭이였다.

“창섭이는 울 줄을 몰랐다.
아픈 것도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분명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창섭이와 내가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걸.”

병든 몸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청년 권정생은 이따금 자신을 찾아오는 창섭이와 동병상련을 느끼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림책 『그해 가을』은 부슬비 내리는 어느 가을날에 청년 권정생이 창섭이를 만나고, 그 아이가 불현듯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보낸 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창섭이의 부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한결같이 창섭이를 싫어하지만 권정생은 창섭이를 여느 사람들이 하듯 대하지 않았다. 권정생은 자신의 산문 「가난한 예수처럼 사는 길」에서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는 흉측한 것이더라도 하느님 보시기엔 아름답기 때문에 만드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빌뱅이 언덕』 168면). 그림책 『그해 가을』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인간의 편협한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하늘의 뜻을 생각하며 살면 세상이 아름다워지리라 믿었던 권정생의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책은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쓴 권정생의 아름다운 동화들처럼 우리의 편견을 따끔하게 일깨우며, ‘살아 있는 것은 더없이 고귀하다.’라는 전언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슬픔과 고통을 깊이 새긴 묵직한 그림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 『영이의 비닐우산』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 김재홍은 이 책에서 창섭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흙’을 떠올렸다. 흙은 원초적인 느낌을 가지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며 꼭 필요한 재료다. 화가는 창섭이가 등장하는 곳에서 아크릴 물감에 흙을 섞어서 인물을 표현했다. 비가 내리는 가을날, 창섭이가 질퍽한 흙투성이 바지를 입고 교회 문간방으로 뛰어오는 길이나 창섭이가 마음속에 있던 말을 청년 권정생에게 내뱉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한 화가는 작가 권정생과 친구였던 창섭이를 몸과 마음이 불편한 아이가 아니라 참새, 다람쥐, 들꽃 등 자연을 좋아하는 순수한 아이로 그려 냈다.
『그해 가을』의 청년 권정생과 창섭이의 이야기에는 가난과 슬픔, 고통의 감정이 짙게 배어 있다. 김재홍 화가는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로 감정을 꾹꾹 누르듯 묵직하게 이야기를 화폭에 펼쳐 보인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찬송가를 부르는 청년 권정생과 창섭이처럼 기도하듯 묵묵히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모여 가슴에 맺힌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시각장애 가족을 위한 ‘만지는 그림 동화책’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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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경기 의정부시 나누미 촉각 연구소에서 서울신문과 만난 문미희 소장
“시각장애 아이들이 그 나이대에 받아야 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면 점차 비장애 아이들과 격차가 생기게 돼요. 이 아이들에게도 동등한 교육 여건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촉각 도서를 만들게 됐어요.” 

나누미 촉각 연구소장 문미희(39)씨는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만지는 그림 동화책(이하 촉각 도서)을 제작하고 있다. 판매 목적이 아닌 자원봉사다.

촉각 도서는 왼쪽에는 책의 이야기와 점자가, 오른쪽에는 책 내용에 맞는 인형이나 소품 등이 부착돼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아이들의 발달을 돕기 위한 오감 도서와는 다르게 촉각 도서 같은 경우는 물건이나 대상의 고유한 재질을 최대한 비슷하게 옮겨놓는다. 예를 들어, 유리컵에 관한 동화책일 경우 유리를 직접 책에 넣을 수 없으니 유리와 가장 비슷한 질감을 직접 만져보며 찾아내 책에 구현해내는 것이다. 

12일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나누미 촉각 연구소에서 서울신문과 만난 문미희 소장은 “촉각 도서는 시각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시력을 잃은 부모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해요”라고 강조했다.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신 어머니가 있었는데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거예요. 그런데 어머니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수가 없었죠.”
▲ 실제로 제작된 촉각 도서 ‘똘똘이’
2010년 4월부터 근 10년을 촉각 도서 제작에 힘쓰고 있는 문미희 소장. 본업이 설치미술가인 그가 촉각 도서 제작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저 미술 작업 중 하나였을 뿐이다. “처음에는 미술 작업으로 시작했던 거였는데, 진행하다 보니 이게 그냥 작업으로서 끝날 게 아니라 책이 더 만들어져서 보급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어려움도 당연히 있었다. 과거 촉각 도서 제작 행위가 예술이냐 복지냐는 갈림길에서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돼 문화재단 기금 지원 심사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문미희 소장은 “문화기금을 받으려고 하니까 분야가 예술이냐 복지냐에 혼동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어딘가에 기대서 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이끌어나가자는 생각에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문미희 소장은 매주 목요일, 작업 공간에서 자원봉사 어머니들과 함께 촉각 도서를 제작하고 있다. 1권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개월이며, 지금까지 약 100여 권을 완성했고 대부분은 지역 도서관이나 시각 장애인학교에 기증했다.


일본 같은 경우는 한 지역의 한 학교 도서관에만 약 5만 권이 넘는 촉각 도서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촉각 도서가 많아지기 위해선 지역 곳곳에 촉각 도서를 만드는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문미희 소장은 전했다. “유럽에서는 촉각 도서 공모전이 있어요. 일반 시민들에게 몇 가지 지침만 알려주고 공모를 하는데, 굉장히 다양한 책들이 나와요. 퀄리티가 높고 낮은 걸 떠나서 아이들에게 얼마큼 더 많은 상상력을 입혀줄 수 있는 책인가,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문미희 소장은 촉각 도서 자원봉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의정부에 위치한 ‘나누미 촉각 연구소’에 방문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5만 권을 채우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아직 촉각 도서 역사가 짧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도 많은 책을 보유하고, 이 책을 많은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글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기자 gophk@seoul.co.kr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stv.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218500063#csidxba6fe8082b88d1cbf37b7380c800016

직관력을 자극하려면 글이 아니라 그림을 읽어라

 
김영훈 2019. 01. 29
조회수 214 추천수 0

sun-451441_960_720.jpg » 이미지 픽사베이. 무조건 그림책만 많이 읽어준다고, 아이의 직관력이 발달할까? 그렇지는 않다. 아무리 우뇌발달기라도 직관력이 잘 발달하게 하려면 그에 맞는 읽기법이 필요하다. 아이의 직관력이 발달하기를 바란다면, 글이 아니라 그림을 읽게 해야 한다. 여기서 ‘읽는다’라는 것은 능동성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부모가 이런 책이 좋다, 이것을 봐야 한다고 해서 보여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능동적으로 그림을 읽게 해야 한다.


한때 우리 아이는 하루에 그림책을 이만큼이나 그림책을 읽었다고 자랑하면서 아이가 읽은 몇십 권의 그림책을 찍어서 블로그에 인증샷 올리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아이들 공부에서 논술이나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지면서 아이가 읽은 책의 수가 성적이 되는 양, 집착하는 부모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집에는 거실 한 면이나 아이 방이 온통 아이 책으로 꾸며져 있다. 그 책들은 아이가 한 권 한 권씩 골라서 사온 책이 아니라 부모가 미리 좋다는 책을 알아봐서 구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아이의 뇌에 그림책이 좋다고 자부하지만, 지금 우리 부모들이 ‘그림책’을 대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으로 한글을 떼는 것을 목적으로 삼거나 너무 많이 읽게 하는 것이다. 유아기는 ‘그림’에 집중해야 그림책으로 뇌 발달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글을 알게 되면, 그 전보다는 그림에 덜 집중한다. 그림에 덜 집중하게 되면 그림으로 볼 수 있는 효과는 조금씩 줄어든다. 글을 보는 아이는 직관적인 생각보다는 논리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여러 가지 해결안보다는 한 가지 정해진 답만을 추구하게 된다.


독서학자인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의 우샤 고스와미 교수는 5세부터 글자 읽기를 시킨 아이들이 7세부터 글자 읽기를 시작한 아이들보다 초등학교 시기의 학업 성취도가 낮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아이들의 뇌가 글자 읽기에 준비되지 않은 시기에 글자 읽기를 시도하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집 아이가 24개월에 그림책을 혼자서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부모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하루라도 빨리 책을 읽어야 초등학교에서 경쟁력을 갖출 텐데….’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은 독서가 좌우한다는데 글자를 빨리 알아야지.’ 그래서인지 그림책도 아니고 플래시 카드를 통한 한글 학습이 널리 퍼져있다. 


아이의 뇌가 얼마나 발달해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기어 다니는 아이를 앉혀 놓고도 한글카드를 넘기기도 한다. 돌도 되지 않은 아이는 청각과 시각 정보를 통합하는 뇌는 아직 발달 중이고 읽기를 담당하는 뇌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욕심이 앞서 아이의 뇌에 뭐든 넣어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부모의 몸부림은 부모가 원하는 효과보다 원하지 않은 역효과를 낳곤 한다. 부모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아마도 돌전부터 그림책을 읽어주었더니, 두 돌이 되자마자 띄엄띄엄 한글을 읽더라는 옆집 아이의 능력일 것이다. 그런 아이를 보면 우리 아이가 뒤처지는 듯 조급해지고, 나는 부모로서 옆집 부모보다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단언하건대 옆집 아이의 능력은 부모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 발달의 속도가 모두 달라서일 뿐이다.


한글 떼기 용으로 그림책에 접근하면, 아이는 그림책에 쉽게 흥미를 잃는다. 그림책을 읽는 일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는 즐거운 일이 아니라 고된 노동이 된다. 아이가 급하게 글자를 배우면 글자를 소리의 표시가 아닌 그림으로 인식한다. 각각의 단어를 통째로 그림처럼 외우기도 하고, 한 글자씩 모양을 외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글자를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무수히 많은 통글자를 다 꺼내서 확인하여야 한다. 많은 기억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읽기 효율성도 떨어진다. 한글 읽기는 부모가 그리 노력을 하지 않아도 6~7세가 되면 아이들이 저절로 관심을 갖는다. 한글은 아이가 관심을 가질 때 가르쳐주면 된다.


독서습관은 아이에게 참 중요하다. 이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독서습관은 삶을 더 가치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은 곧 공부습관, 공부와 연관이 되면서 강제로라도 만들어 주어야 하는 ‘무엇’이 되고 있다. 그리고 영유아기에 그림책을 많이 읽으면, 초등학교 때 독서하는 습관이 쉽게 만들어지고, 책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뇌를 알고 발달을 알고 아이의 건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말하자면, 영유아 시기에는 많이 움직이며 활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읽기 습관을 붙이려고 아이에게 그림책 읽기를 강요하고, 온종일 그림책만 읽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에게 득 되는 독서습관은 그림책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자발적으로 읽으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그림책은 한글을 익히기 위해 보는 책이 아니다. 한글을 익히는 데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 돌 전부터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짚어가며 읽어주기도 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다. 아이에게 그림책은 순수하게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이지 한글을 깨치게 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려면 아이가 글자를 알든 모르든 편안하게 즐겁게 읽어주어야 한다. 한글을 익히겠다는 부모의 기대가 없어야 아이가 그림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직관력을 키우려면 읽어줘라


아이가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다. 일본 토호쿠대 의학부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책 읽기’가 뇌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활성화시키는 지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한 바 있다. 그는 책, 만화책, 게임을 볼 때 뇌의 활성화가 되는 부분이 어떤지를 각각 비교했다. 이 중 뇌의 가장 많은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은 책이었다. 게임을 할 때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뇌의 대부분의 부분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만 3세 아이를 대상으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 때와 엄마가 말을 걸 때, 뇌 활성화가 어떤지에 대해서 연구하기도 했다. 결과는 같은 이야기라도 엄마가 말해줄 때 뇌의 더 많은 부분이 활성화되었다. 이는 아빠가 말을 걸었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뇌과학자는 12개월 이전의 유아를 대상으로 몇 개의 단어를 제시하면서, 그 단어를 엄마가 읽어줄 때와 모르는 사람이 읽어줄 때, 녹음된 성우 목소리가 읽어줄 때 중 어느 때에 더 유심히 보는가를 알아보기도 했다. 결과는 엄마가 읽어줄 때가 1번, 모르는 사람이 읽어줄 때가 2번이었다.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가장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의 뇌는 엄마의 목소리에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 아이가 그림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첫 번째 조건은 아이가 글자를 알더라도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다. 유아기 아이는 부모가 관심을 갖는 것, 부모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일단 호의적이다. 부모 자신이 그림책을 정말 즐거워하면서, 재미있게 읽어주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아이는 없다.


간혹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지 못한다며, 그림책 읽어주기를 꺼리는 부모가 있다. 보통 아빠들이 많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아이한테 재미없다는 핀잔까지 들으면, 다음부터는 읽어주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신다고도 한다. 아빠 중에는 자신이 읽는 것보다 색도 예쁘고 사운드 효과까지 훌륭한 전자책을 읽어주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림책은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는 그림책으로 부모의 연기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을 느끼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못 읽어도 아이는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더 좋아한다. 뉴욕 쿠니센터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화려한 디지털 기기 속 그림책이 아니라 부모가 읽어주는 종이책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직관력을 높이는 그림책 읽기 비법


어릴수록 산만한 이유는 뇌가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는 아직 자신에게 어떤 정보가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를 알지 못한다.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주변 모든 상황에 민감해야 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는 매 순간 새로운 환경을 만난다. 그때마다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주의를 빨리 분산시킨다. 따라서 유아기 너무 일찍 공부와 같이 의식적으로 한 가지에만 주의를 집중하도록 하는 것은 아이의 두뇌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다. 취학 전에는 아이의 뇌가 발달할 수 있도록 많은 자극에 노출시켜야 하고, 주입식 환경보다는 본인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직관력을 키워야 한다. 다음은 아이 스스로 집중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직관력을 키우게 하는 그림책 읽기 방법이다.


첫째, 짧은 집중력을 고려하라.


직관력이란 그림책을 읽어주자마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법 긴 시간 그림책 읽어주기를 지속했을 때 아이에게 서서히 직관력이 생긴다. 그래서 이제 막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조급하게 결과를 바라면, 오히려 그림책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직관력을 키우려면, 아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짧은 집중력 시간에 맞게 읽어줘야 한다. 생후 12개월 전후의 아이는 집중하는 시간이, 겨우 5분 이내다. 5분 이내에 읽을 수 있는 5~6장이 있는 그림책을 골라 재미있게 읽어주고 끝내야 한다. 이 시기는 너무 오랫동안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게 할 필요도 없다. 아이가 빨리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고 싶어 하면, 그렇게 한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아이가 잘 들었으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 집에 있는 그림책이 문장들이 좀 많아 5분 만에 읽어주기가 힘들다면, 의성어나 의태어만 들려주고 페이지를 빠르게 넘긴다. 


12개월 전후의 아이는 책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가 넘겨지는 움직임을 보고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다. 오랜 시간 한 페이지를 붙잡고 읽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보면 움직임 없는 물건을 응시하며 참아내야 하는 것과 같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빠른 장면 전환으로 지루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둘째, 부모와의 교감이 직관력을 강화시킨다.


“아이가 그림책에 집중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솔직히 어린 아이일수록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그림책 탓이 아니라 부모 탓이다. 아이에게는 그림책이 어떻게 생긴 지보다 부모가 어떻게 읽어주는 지가 훨씬 중요하다. 취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는 대부분 부모와 함께 하하 호호 하면서 재밌게 읽은 책을 좋아하고, 그런 책을 읽을 때 자신도 집중한다. 


그리고 집중을 하여야 직관력이 생긴다. 아이에게는 부모의 품에 꼭 안겨서, 부모의 체온을 느끼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을 나눈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다. 한 권의 그림책이라도 같이 읽으면서 서로 교감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이가 한 권의 그림책에 집중하고 감동할 수 없다면, 몇십 권의 책을 읽어도 결국 형식적인 읽기와 듣기에 불과하다. 같이 한 권의 그림책을 읽는 것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아이에게 전하는 좋은 방법이자 좋은 기회다.


셋째, 리듬감 있고 짧은 글이 있는 그림책을 골라라.


그림책에서 글은 그림에 비하면 보조적인 역할을 하지만 글이 감각적이면 내용을 더 빨리 흡수할 수 있다. 어린 아이일수록 리듬감 있고 간결하며 생동감이 있는 글에 더 집중을 잘한다. 부모 또한 그런 책이 아이의 짧은 집중력 시간 동안 책 1권을 읽어주기에 유리하다. 리듬감 있는 글이란 대구가 맞게 쓰여 있거나 4~5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에 각운이 맞는 글을 말한다. 리듬은 글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아이들이 동요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런 글은 시를 외듯, 노래를 부르듯 읽어줄 수 있고, 아이도 쉽게 기억하고 따라 하기 쉬워 어휘력은 물론, 그림책 읽는 재미를 부가시킨다.


밥상 위에 도토리 누구 밥일까?

다람쥐가 쪼르르 도토리 앞에.


밥상 위에 홍당무 누구 밥일까?

토끼가 깡충깡충 다람쥐 옆에.


밥상 위에 좁쌀 누구 밥일까?

병아리가 종종종 토끼 옆에.


밥상 위에 물고기 누구 밥일까?

고양이가 사뿐사뿐 병아리 옆에.


「모두 모여 냠냠냠(이미애 글, 김달성 그림/ 보림)」에 나오는 ‘글’이다. 의성어나 의태어가 있는 대구가 계속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돌 전후부터 만 3세까지 적당한 그림책으로 말의 재미를 느끼면서 그림책에 빠져들기에 적당하다.


넷째, 재미를 줄 정도만 유창하게 읽어주어라.


그림책은 그 그림책의 그림이나 내용을 잘 감상할 수 있는 정도로만 읽어주면 된다. 아이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지나친 과장을 할 필요도 없고, 교과서를 읽듯 너무 또박또박 읽어줄 필요도 없다. 할머니가 나올 때는 할머니처럼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게 연출을 하면 아이가 그림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읽어주는 사람한테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부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림을 보지 못한다. 그림책 ‘그림’이 줄 수 있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그림책은 적절히 재미를 줄 수 있을 만큼만 유창하게 읽어주면 된다.


다섯째, 호기심을 해결하는 그림책 읽기를 하라.


뇌는 본능적으로 즐거움과 호기심에 반응한다. 뇌는 뭔가 얻을 것이 있어야 집중한다. 그림책에 집중하게 하려면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은 두 가지다. 그 자체로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을 고르거나 부모가 미리 읽어본 후 아이가 궁금할 만한 것을 생각해놓고 읽은 중간 중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우리 친구 하자(앤서니 브라운/ 현북스)」는 ‘친구 사귀기’에 대한 소재를 담고 있다. 스머지와 찰스는 각각 강아지를 데리고 아빠를 따라 엄마를 따라 산책을 간다. 공원에서 만난 스머지와 찰스는 처음에는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조금씩 가까이 가게 된다. 둘이 데리고 온 강아지가 마치 한 마리처럼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어색하지만 나란히 그네도 타고, 함께 구름사다리도 타고, 나무도 올라가면서 즐겁게 놀게 된다. 아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된다. 헤어지면서 찰스는 스머지에게 노란 꽃을 선물하고, 스머지는 그 꽃을 유리병에 꽂아 소중히 간직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이 그림책은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예쁜 아이들 마음이 표현되어 있는 동시에,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하지만 어떻게 하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그 방법도 알려준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그림책으로 「우리 친구 하자」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림 때문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조금만 단순해도 지루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지, 그림 속에 비밀(?)를 많이 숨겨둔다. 첫 페이지 이층집에는 굴뚝이 있다. 그런데 굴뚝 그림자가 굴뚝 모양 그대로가 아니라 중절모를 쓴 아저씨 모양이다. 두 번째 페이지 담장에는 느닷없이 미키마우스가 손을 흔들고 있다. 정원수가 찰스 엄마의 옆모습과 똑같이 다듬어져 있고, 다섯 번째 페이지의 공원 나무 중 하나는 거인의 발 모양이다.


또 공원에는 강아지 대신 커다란 토마토를 끌고 산책하는 아저씨도 있다. “이 아이들은 서로를 왜 이렇게 빤히 쳐다만 볼까?”, “찰스가 준 꽃을 스머지는 어떻게 할까?” 등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이와 그림 속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해보자. 스토리는 무시해도 좋다. “앤서니 브라운 아저씨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려놓았을까?” “왜 현관에 커다란 눈이 있을까?” 등의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는 그림책에 더 좋아하고, 직관력도 키워진다. 실컷 그림을 가지고 논 다음, 아이가 “그런데 엄마 이 책은 무슨 얘기야?” 하면 그 때가서 읽어줘도 된다.


여섯째, 아이가 좋아하는 부분만 뽑아서 읽어도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다면, 물론 좋다. 하지만 페이지가 많은 그림책이라면, 아무리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라도 한 번에 전부 읽기는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아이가 특별히 좋아하는 부분 위주로 읽어줘도 된다. 정독하는 습관보다는 호기심을 채우면서 그림책을 즐겁게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부분 위주로 읽은 후, 아이가 그 책의 전체 내용을 궁금해하면 그때 조금씩 잘라서 읽어준다. 아무리 기다려 봐도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안 읽어도 된다. 그림책이 전하려는 스토리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아이가 그 책의 그 부분을 읽고 뭔가를 느끼고 얻은 게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가 부분이라도 그림책을 읽은 후 느낌이나 생각을 말할 때는, 다소 황당하고 부모가 생각하는 정답과 거리가 멀더라도 진심으로 경청해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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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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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꽃밭',‘꽃밭’을 탈출한 말벌 위험한 세상나들이

움직이는 꽃밭/조희양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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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을 파는 가게의 손수건들 가장 아래쪽에는 수수한 들꽃밭이 그려진 손수건이 있다. 사람들은 화려한 문양의 손수건을 선호하다보니 이 손수건은 사는 사람이 없었고 새로운 손수건이 들어올 때마다 밀려 결국 맨 아래쪽에 놓여 있다.

 

손수건의 꽃밭에는 말벌과 나비, 고슴도치, 달팽이 등 많은 동식물이 산다. 동식물들은 얼른 손수건이 팔려 팔랑팔랑 바람이 부는 밖의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

땀·눈물 젖으면 열리는 ‘비밀의 문’

손수건서 나온 벌 앞엔 죽음의 고비가…

무사귀환 바라는 친구들 사랑도 담아 

현실과 환상 넘나드는 판타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 돋보여 

그러던 어느 날,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가 마침내 들꽃밭 손수건을 고른다. 사실 손수건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손수건이 감동적인 땀과 눈물로 젖으면 비밀의 문이 나타나고 그 문을 통해 손수건의 동식물이 진짜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다. 

호기심 많은 말벌은 언제나 손수건의 비밀의 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손수건을 산 아주머니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자 진짜 비밀의 문이 나타나고 말벌은 손수건 안 세상을 탈출했다.

뒤늦게 말벌이 탈출한 사실을 안 손수건의 들꽃밭에선 난리가 났다. 무사히 말벌이 돌아오지 못할까 걱정도 된다. 

들꽃밭 친구들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말벌은 세상나들이에 신이 난다. 그러나 말벌의 기대와 달리 세상은 살아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말벌이 나타났다고 쫓아내거나 죽이려하고 말벌은 어디 한 곳 마음 편히 쉴 곳이 없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말벌은 다시 손수건 속 평화로운 들꽃밭이 그립기만 하다. 함께 지낼 떈 몰랐던 들꽃밭 친구들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

손수건이 얼른 젖어서 비밀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지만 좀처럼 비밀의 문은 나타나지 않는다.

저녁에 아주머니는 손수건을 들고 산책을 나간다. 그때 어디선가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렸고 마음씨 착한 아주머니는 우는 아기의 눈물을 닦아준다. 마침내 손수건이 젖고 비밀의 문이 열리지만 정작 벌이 보이지 않는다. 

꽃밭의 식구들은 한 목소리로 벌에게 지금 돌아오라고 소리지른다. 바람이 불며 손수건의 문이 닫히기 직전 말벌이 쏘옥 들어온다. 

이 동화는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이번에 그림책으로 다시 펴냈다. 시적이고 동화적인 문체와 판타지의 독창성과 흥미로운 사건 전개의 재미를 고루 갖추고 있다.

말벌과 아주머니, 손수건 속 들꽃밭의 동식물을 통해 작가는 작고 하잖지만 훈훈하고 소중한 사랑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인 ‘비밀의 문’이 열리는 발상도 재미있고 말벌이 다시 돌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독자들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이 책은 판타지 동화의 전형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조희양 글/백명식 그림/고래책빵/40쪽/1만 2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