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의 열두달] 12월, 힘을 뺀 정원의 평온함

  • 기자명김지운 기자
  • 입력 2023.12.1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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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비해 한층 부드러우진 색감의 세븐시즌스 가든 

올해 12월은 유독 겨울비가 자주 내렸고 포근했다. 가끔 매서운 추위에 얼음이 얼었고, 첫눈도 내렸다. 그동안 정원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렇게 세븐시즌스 정원을 다시 찾았다. 곳곳에 퇴비와 새로운 멀칭의 흔적이 보인다. 이 또한 겨울 정원에 또 다른 색감을 더했다. 지난달 분주하게 땅을 손보고 식물들의 위치를 재배열하는 김재용 정원사의 수고 덕분인지 정원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평온하다.

힘을 뺀 정원의 아름다움

사실 겨울정원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황량하고 메마른 들판을 떠올리기 일쑤였다. 늦가을부터 몇 번 세븐시즌스를 오가며 겨울정원과 사랑에 빠졌다. 씨앗을 떨구고 꽃받침만 남은 씨송이들은 별처럼 반짝이고, 씨앗 통을 터뜨려 솜털을 날리는 부들은 한없이 신비롭다. 늦가을까지 간직하던 초록의 색감들이 거의 사라진 겨울정원에 서 있으면, 이제는 힘을 빼고 자연에 몸을 맡긴 성숙함과 지혜가 느껴진다. 한들거리는 바람과 고요 속에서 함께 몸에 힘을 빼보자. 거센 바람이 불 때 강하면 꺾인다. 그러나 부드러우면 잠시 누웠다 일어날 뿐이다.

겨울정원을 바라보면 성숙함과 지혜가 느껴진다.
별처럼 빛나는 씨송이

 

 

실내로 들어온 겨울정원

12월 정원사는 잠시 두 손에서 삽과 장갑을 내려두고 열두 달 동안 바쁘게 돌보던 정원을 사심 없이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정원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잠시. 이내 다른 곳에 눈이 간다. 이 겨울에도 정원사가 할 일이 남았다고? 그렇다. 12월은 정원의 마지막과 시작이 잇닿아 있는 달. 게다가 곧 크리스마스다. 정원사는 이때부터 다시 분주함을 느낀다.

그동안 정원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었지, 생각하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실내. 이제부터 본격적인 실내 가드닝에 돌입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정원은 모두 브라운인데 어쩌지? 괜찮다. 우리에겐 포인세티아와 아우라카리아가 있으니까. 포인세티아의 화분에 리본을 매고 아우라카리에는 몇 가지 오너먼트를 더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이 두 식물을 꽃집이나 농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정원에 지천인 씨송이를 꺾고 그라스를 잘라 씨송이 꽃다발을 만들어보자. 화병에 꽂아 연출하면 겨울 정원이 실내로 들어온다. 이제는 좀 쉬어볼까 하는데, 정원 한쪽에 심어두었던 구황작물이 떠오른다. 올해 고구마도 참 잘 자랐었지. 그렇다. 텃밭 정원에서 기른 고구마를 구워야 할 때다. 달콤한 탄내가 솔솔 풍겨오면 마침내 이런 생각이 든다. “좋은건 다 브라운이야!”

정원 식물들을 화병에 꽂아 놓으니 실내로 정원이 들어왔다.
포인세티아와 아우라카리아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잊지말고 정원지도 그리기

실내로 들어온 정원을 감상하며, 달콤한 고구마에 차 한 잔을 마신다. 그렇게 한 해를 정리한다. 그런데 12월 정원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았다. 바로 정원지도 그리기다. 올해 새로 심었거나 옮겨심은 식물들의 위치를 이 정원지도가 없다면 다 기억하기 힘들다. 이맘때 하는 실수가 있다. 정원에 더는 새로운 식물을 심을 자리가 없는데도, 갑자기 구근 100개를 주문하는 등 충동구매를 하는 것이다. 지름신은 정원사에게도 온다. 차분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 정원지도를 새롭게 그려보자.

다사다난. 늘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빠지지 않는 사자성어다. 올해 정원도 다사다난했다. 폭염과 폭우, 예상치 못한 자연의 일들... 해 아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마음과 일을 어떻게 다 헤아릴까. 그럼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할 수 있었음에 정원사는 하늘과 식물 또 정원을 찾아와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정원사에게 마음속으로 나지막하게 말을 걸어본다. 올해도 감사했습니다.

김재용 정원사가 그린 초기 세븐시즌스 정원 지도
세븐시즌스를 방문한 초등학생이 그린  풍경.  늦가을 정원의 색감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한국조경신문]

 

김재용 정원사의 가든 팁 <정원의 마무리와 시작>

1. 정원지도를 꼭 새로 그려보세요. 옮겨심거나 새로 심은 식물을 표시해야, 내년 정원 계획이 어렵지 않습니다. 어디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 잊지 않을 수 있어요.

2. 정원에서 사용하는 도구와 장비를 점검해야 합니다. 망가진 곳은 없는지 살피고, 찾기 쉬운 곳에 정리해 두어야 해요. 새로 나온 장비가 있는지도 알아보세요.

3. 내년 정원계획을 세워야 하는데요. 도움이 될만한  책을  읽어야겠죠. 정원은 아는 만큼 보이니, 겨울나무나, 겨울정원에 대한 책들을 읽는다면 더 좋겠죠. 여행을 가도 좋고요.

4. 실내 가드닝에 도전해보세요. 하이드로볼을 이용한 수경재배는 건조한 실내에 습도를 조절해 줘요. 꽃을 보고 싶다면 ‘아프리칸 바이올렛’을 추천합니다. 조도가 낮은 겨울철 실내에서도 아름다운 색상의 꽃을 피워낸답니다. 삽목으로 잘 번식해 키우는 재미가 있어요.

5. 수목의 경우 늦가을과 초겨울까지는 식재가 가능합니다. 땅만 얼지 않았다면, 이때가 사실 식재하기 제일 좋은 계절이죠. 이동과 식재로 인해 나무에 상처가 잘 생기는데 온도가 낮아 감염이나 피해가 적어요. 오히려 한여름 식재를 피해야 합니다.

세븐시즌스 입구에 들어서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겨울은 정원사가 잠시 쉴 수 있는 계절이다.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지운 기자 jwkim@l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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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지역 대응 계획 확정…첫 상향식 설계
입력 : 2023-12-19 15:28
 
수정 : 2023-12-20 05:00
해당 89곳과 11개 시·도 참여 
맞춤 일자리 등 16대 과제 설정 
연간 고향기부 상한액 높이고 
각 부처 지원사업서 우대 검토
89곳 인구감소지역.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의 1인당 연간 기부 상한액을 상향한다. 신규로 조성하는 ‘지역활성화 투자펀드’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출자해 지역에서 대규모 사업을 발굴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행정안전부는 18일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89곳 인구감소지역과 이를 관할하는 11개 시·도가 상향식으로 수립해 종합한 최초의 범정부 종합계획이다.

이번 기본계획은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및 산업 진흥 ▲매력적인 정주 여건 조성 지원 ▲생활인구 유입 및 활성화 도모 등 3대 전략을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16대 추진과제와 43개 실천과제도 마련했다.

우선 인구감소지역이 맞춤형 일자리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임대형 스마트팜과 권역별 스마트양식 조성에 힘쓴다. 또 지역자원을 농림·해양·산림 치유산업으로 육성한다.

주거·돌봄·일자리 복합 주거거점을 조성하는 지역활력타운 사업 대상지로 내년부터 매년 인구감소지역 등 10여곳을 선정한다.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돕는 청년농촌보금자리를 2026년까지 35곳 조성하고, 고령자 복지주택을 2027년까지 5000호 공급한다.

농어촌에 방치된 빈집을 정비하고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수요응답형 버스, 공공형 택시, 벽지·소외도서 노선 개설 등을 지원해나간다.

의료 및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운영하고 농촌 소규모 어린이집을 지원하며, 학생과 주민이 교육 자원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복합시설도 공모를 통해 선정·지원한다.

아울러 내년부터 89곳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산정·제공한다. 올해는 7곳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시범 산정했다. 이를 통해 각 지역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시책을 추진하고 민간에도 개방해 인구감소지역에서 신산업 창출과 창업이 이뤄지도록 지원한다.

현재 500만원인 1인당 연간 기부 상한액을 상향하는 등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고향기부제 우대방안을 검토한다.

인구감소지역의 빈집·폐교·섬 등을 활용해 도시민의 방문을 유도하고, 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 간 협약 체결도 지원한다.

또한 지역 체류 기간을 늘리기 위해 농산어촌 방문 및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도 확대한다.

우수 외국 인력 유치를 위해 지역특화 비자를 발급하고 비전문 인력의 사업장별 고용 한도를 2배로 상향한다.

이와 함께 교육·주거·의료 등 인구감소지역에 맞춤형 특례를 현재 36개에서 2026년 150개까지 발굴,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범정부적으로 특례 발굴 추진 체계도 구성한다.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각 부처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인구감소지역에 할당, 가점 부여, 보조금 비율 상향 등 우대방안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기본계획의 실효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성과 평가도 적극 추진한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 오은정 기자
23.12.18 19:16최종 업데이트 23.12.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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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편집자말]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30% 이상, 에너지 및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의 40%가 건물 및 건설 부문에서 발생한다.[1] 기업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건축자재보다는 건물 운영 측면의 감소 전략에 집중했다. 건물 설계, 단열, 냉난방을 위한 패시브솔루션, 가전제품 및 시스템 개선, 유지관리 등 특히 운영에너지 효율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2]

건축물 전과정 탄소배출은 운영탄소(Operation carbon)배출과 내재탄소(Embodied carbon)배출로 구분되며[3] '운영' 대 '내재'의 비율이 약 3:1로 운영 부문 비중이 훨씬 높지만 건물 및 건설 부문 탄소중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재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내재탄소 최소화가 필수적이다.

제27차 기후당사국총회(COP27)에서 발표한 '2022년 건물 및 건설 부문 글로벌 현황 보고서(Building GSR)'에 따르면 2021년 건물 및 건설 산업의 '건축자재'와 관련한 에너지 사용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5%(콘크리트·철강·알루미늄 4%, 유리·벽돌 등 기타 1%)에 이르고 CO2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9%(콘크리트·철강·알루미늄 6%, 벽돌·유리 등 기타 3%)를 차지한다.[4]
  
저탄소 미래를 위한 자재효율성 전략

유엔환경계획(UNEP)의 국제자원패널(IRP, International Resource Panel)이 2020년 발간한 "자원효율성과 기후변화: 저탄소 미래를 위한 자재효율성 전략" 보고서는, G7 국가만이라도 주거용 건물 부문에서 이 보고서가 제시한 재활용 자재 사용 등을 포함한 '자재 효율성 전략'을 따른다면 전 세계 주거용 건물 부문의 자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2016년 대비 80~10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재효율성 전략'은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리모델링,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 건축자재 재활용 등의 '건물의 전수명주기를 고려한 전략'으로 건물운영의 에너지 비효율성을 상쇄할 수 있다.[5]

전 세계 건축 원자재 수요는 206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며 건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에 지속가능한 건축자재와 설계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6]

오늘날 사용되는 건축자재의 40%는 이런저런 위험성을 갖고 있다.[7] 건물에 들어가는 석면, 납, 수은, 폴리염화바이페닐(PCB), 염화불화탄소 및 방사성 물질과 같은 건설 자재는 환경과 인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은 건설 노동자의 위험 노출, 주민 건강, 건물 오염, 폐기물 등 인간과 환경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갖고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8]

쌀에서 친환경 건축자재의 답을 찾다 
 

 '라이스하우스'의 공동창립자 COO 알레시오(좌)와 CEO 티지아나 ⓒ 라이스하우스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 건축 원료를 '쌀'에서 찾은 회사가 있다. '라이스하우스(RiceHouse Benefit Corp.)'는 쌀 생산 부산물인 볏짚과 왕겨를 원료로 만든 100% 천연 건축 자재를 개발했다. 이탈리아 건축가인 티지아나 몬테리시는 지질학자인 알레시오 콜롬보와 혁신 기술 연구를 통해 전통적 건축자재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속가능한 자재를 만들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목표로 2016년 회사를 설립했다. 이탈리아 송전시스템 운영회사인 터나(Terna S.P.A.)와 파트너십을 맺고 순환경제발전 프로젝트 지원을 받았다.[9]  

그들은 회사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전통적인 건축 재료인 석회 혹은 점토를 연구해 왔다. 석회는 건축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료 중 하나이고 물에 강하며 내구성이 뛰어나다. 점토는 오랜 세월 동안 5개 대륙 모두에서 전통 건축에 사용됐으며 왕겨와 볏짚은 18세기 이탈리아 전통 농촌 주택에서 단열재로 썼다. 이러한 전통 재료를 연구한 끝에, 습기와 화재에 내성이 높은 물질인 '실리카'가 벼에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이스하우스가 이탈리아 쌀의 90%가 생산되는 지역인 이탈리아 비엘라에 둥지를 튼 것은 운명이었다. 그들은 대도시인 토리노와 밀라노에서 100km나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주변 환경과 생태계의 잠재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매년 논 1헥타르당 쌀 7톤과 볏짚과 왕겨 등 폐기물 10톤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쌀 수확이 이루어지는 매년 가을에 쌀 부산물을 없애느라 논이 불타 CO2가 생성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Problem)'를 '가치(Value)'의 원천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탈리아 비엘라 지역의 논을 태우는 모습 ⓒ 라이스하우스

 
볏짚은 우리에게 친근한 재료이다. 볏짚을 이용한 자연주의 건축공법으로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 House)'가 있다. 스트로베일하우스는 1870년대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농부들이 발명한 건축공법이다. 소먹이로 만들어 놓은 압축사각밀짚(사각베일)을 벽돌처럼 쌓아 올려서 벽을 만들고, 그 위에 지붕을 올려 그 무게로 압축한 후, 볏짚 벽 양면에 흙 미장을 하는 공법이다. 사각베일은 보통 가로x세로x높이가 80x49x35cm정도에 무게가 20kg 이상 나간다. 스트로베일은 천연적인 건강한 소재로 뛰어난 습도조절 능력, 탈취력, 방음력, 단열 성능에 안정성이 뛰어나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단 20% 이하 습도의 볏짚만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10][11] 

라이스하우스는 볏짚뿐 아니라 쌀겨 등 쌀 생산 부산물과 천연석회 등 100% 친환경 천연 재료를 원료로 단열재 외 다양한 건축 자재를 만든다. 라이스하우스가 내놓은 건축자재 모델인 RH시리즈는 단열용 식물재료, 볏짚 단열 패널, 왕겨 천연석회를 기본으로 한 베이스플라스터, 바닥재, 마감재, 데크용 시스템, 왕겨 블록 등이 있다.

라이스하우스의 순환경제 비전
 

 라이스하우스 RH시리즈의 원료 모음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의 RH-H 볏짚 블록(좌), RH시리즈 제품의 원재료들.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는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와 피에몬테 지역 등 짧은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다. 다양한 산업 파트너는 회사를 중심으로 300km 범위에 있다. 향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과 같은 인접 국가로 배송이 이루어지더라도 철도와 같은 최대한 지속가능한 운송을 고려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회사를 공익법인(Società Benefit 영어로는 Benefit Corporation)으로 전환했다.[12] 이탈리아 법령에 "공익법인의 설립 목표는 이윤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13] 라이스하우스는 다른 공익법인과 마찬가지로 매년 사업보고서에 '사회적 영향 보고서'를 첨부해 발행한다.[14]

공익목표 추구로 발생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국제 외부 평가 표준인 BIA[15]를 기반으로 한다.[16] 라이스하우스는 2022년 '공익법인의 연례 사회적 영향 보고서'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한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목표 외에 환경(4), 커뮤니티(1), 거버넌스(1) 분야의 추가 핵심성과지표(KPI) 6가지를 설정했다.

추가된 핵심성과지표 중 환경 영향 목표 2가지는 'CO2 배출 감축과 에너지 소비 감소'이다. 2022년에 CO2를 1138톤을 저감한 데 이어 2023년에 1190톤 저감 목표를 세웠고, 에너지는 2022년 48만5267kWh 절감한 데 이어 2023년 97만 533kWh 절감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자연재료에서 건축까지 폐기물 없이 순환경제를 촉진함으로 이뤄진다. 벼의 성장 주기 동안 많은 CO2가 내부에 저장되며, 쌀 생산 자체로 CO2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단열 성능이 높은 자재를 사용한 라이스하우스 건물은 전체의 총 에너지 소비량에서 순 절감효과를 얻는다.

또 다른 환경 영향 목표는 '내재탄소 절감'이다. 기존 벽돌 및 콘크리트 건물 대비 라이스하우스 자재 사용 건축물의 내재탄소 절감량을 2022년 1만3530 kg CO2/eq에서 2023년 1만6236kg CO2/eq으로 목표를 올렸다. 네 번째 환경 영향 목표는 '내재에너지 혹은 가상에너지(Embodied Energy or Virtual Energy)' 절감이다. 내재에너지는 건축물 혹은 건축자재의 생산(추출, 처리), 운송, 설치, 폐기 등 전수명주기 동안 필요한 에너지로 정의된다. 기존 건물 대비 라이스하우스 건물의 내재에너지 감축분을 2022년 10만6887MJ에서 2023 12만8264MJ로 상향 조정했다.

커뮤니티 영향 목표는 2022년 농부 1인 소득 10만5000유로를 2023년에도 유지하는 것이다. 쌀 생산 시 먹을 수 있는 첫 번째 제품인 쌀은 물론 먹을 수 없는 두 번째 제품인 볏짚, 쌀겨 등 부산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두 가지 쌀 생산물 사슬에 농민을 직접 참여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농민에게 추가 소득을 보장하여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다.

거버넌스 영향 목표는 '천연재료 사용, 재활용, 지속가능성, 순환경제 의제 확산'이다. 목표는 이벤트 개최, 행사 참여, 라이스하우스 관련 출판물 및 인용 등 라이스하우스 의제 활동을 2022년 730개에서 2023년 745개로 늘리는 것이다. 라이스하우스는 대중의 의견을 모으고 행사를 개최하고 의견을 알리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17]
 

 라이스하우스의 건축자재로 만든 건축물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는 2022년 6월 디자인 및 건축 산업 부문의 '비콥인증(Certified B Corp)'을 받았다.[18] 비콥(Benefit Corporation) 인증은 '비랩'이라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에서 B임팩트 평가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기업 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고객에게 미치는 기업의 긍정적 사회 영향을 측정하여 평가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게 주어진다.[19]
 

 라이스하우스의 순환경제 비전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 건축자재의 수명은 50~90년이며 수명이 다했을 때 퇴비로 100%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판매한 제품의 수명이 다하려면 수십 년이나 더 남았기 때문에 아직은 계획에 그치고 있지만, 라이스하우스는 향후 제품의 전수명주기(Life Cycle)을 고려해 자재를 회수해서 재활용하거나 직접 퇴비화하는 비즈니스를 계획 중이다.[20]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품은 쌀이다. 라이스하우스의 혁신을 통해 다 태워질 운명에 처한 세상의 모든 왕겨와 볏짚이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자원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집은 피부, 옷에 이은 제3의 피부로 불린다. 이제 제3의 피부에도 눈을 돌릴 때이다. 인간과 지구에게 모두 유익한 선택지가 가능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글: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덧붙이는 글 [1] 2019년 건물 및 건설 부문 글로벌 현황 보고서
2019 Global Status Report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

[2] Newsroom. (Mar.15.2020). Changes in building and construction have great potential to slow global warming, ModernDiplomacy.
https://moderndiplomacy.eu/2020/03/15/changes-in-building-and-construction-have-great-potential-to-slow-global-warming/

[3] http://www.kharn.kr/mobile/article.html?no=22030
https://moderndiplomacy.eu/2020/03/15/changes-in-building-and-construction-have-great-potential-to-slow-global-warming/

[4] UNEP, (Sep.09.2022), '2022 Global status report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 UNEP, p.41-42.
유엔환경계획 홈페이지(UNEP)
https://www.unep.org/news-and-stories/press-release/co2-emissions-buildings-and-construction-hit-new-high-leaving-sector

[5] (Jun.25.2020) .Resource Efficiency and Climate Change: Material Efficiency Strategies for a Low-Carbon Future, UNEP

[6] 전과 같음

[7] 지속 가능한 건축 사례 연구: 건축을 위한 쌀 사용 (forestvalley.org)

[8] Terracon컨설팅그룹 홈페이지
https://www.terracon.com/2017/01/03/hazardous-building-materials-101/

[9] Terna S.P.A. 홈페이지
https://lightbox.terna.it/en/challenges/innovation-ricehouse-electric-station

[10] 정기석. (2008.9.7.), 짚으로 지은 집, 튼튼하고 값싸…이만한 집은 없다,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74535

[11] Green Building tips for straw bale houses, Building with wareness.
https://www.buildingwithawareness.com/greenbuildingtips/

[12] 라이스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ricehouse.it/impatto-sociale/

[13] 이탈리아 공익법인 관련 법령
NORME DI FUNZIONAMENTO DELLA SOCIETA'
영어 설명 페이지 https://www.societabenefit.net/english-information/

[14] 라이스하우스 '2022 사회적 영향 보고서'
'Relazione annuale d'impatto della Società Benefit'

[15] BIA: Business Impact Analysis, 기업 비즈니스 연속성 보장을 위한 사업영향평가.

[16] 라이스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ricehouse.it/impatto-sociale/

[17] 라이스하우스 '2022 사회적 영향 보고서'
'Relazione annuale d'impatto della Società Benefit' p.24.

[18] B corp. 비콥인증 회사 목록 참고
https://www.bcorporation.net/en-us/find-a-b-corp/company/ricehouse-srl-societ-benefit/

[19] B코퍼레이션 홈페이지.
https://www.bcorporation.net/en-us/

[20] 라이스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ricehouse.it/impatto-soci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