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 2살 이하 유아들이 선생님과 놀이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NIE 홈스쿨]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 5살까지 국가 무상보육’ 문제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 분담 비율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 9월25일 영유아 보육 국고 기준보조율을 10%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방정부들이 요구해온 ‘20%포인트 인상’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한편, 경기도에서는 김문수 지사가 재정난을 이유로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복지논쟁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교육까지 겹쳐서 다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복지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둘러싼 논쟁을 재연시켰습니다. ‘복지는 국가의 책무인 만큼 국고 지원이 필수’라고 보는 보편적 복지론과 ‘부자들에게까지 무상보육을 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선별적 복지론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는 상황입니다. 보편적 복지는 특정 사람을 배제하지 않고 사회구성원 일반을 대상으로 혜택을 보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산층과 빈민층의 완충장치 구실을 하는 동시에 사회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고 효율성이 떨어지며 오히려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옵니다. 이에 반해 선별적 복지는 복지정책의 수급대상자를 특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고 이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지 않고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서비스 대상자가 한정돼 있어서 차별 혹은 낙인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한마디로 보편적 복지는 사회적 파급 효과, 선별적 복지는 비용 효과를 추구한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 둘은 지지하는 집단의 가치에 따라 찬반이 나누어지며 제시 기준이나 평가 항목에 따라 장단점이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가난은 개인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생기는 걸까요? 한쪽에서는 가난한 삶을 사는 것은 개인의 능력 문제이거나 게으름을 부려서라고 말합니다. 이에 비해 다른 쪽에서는 가난은 사회의 불평등한 분배 구조가 원인이며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복지제도는 바로 가난에 대한 후자적 관점을 상당부분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1940년대 영국에서는 사회복지제도를 위한 위원회를 꾸리게 됩니다. 위원장으로 임명된 베버리지는 당시 영국의 사회문제를 ‘궁핍·질병·나태·무지·불결’이라는 5가지로 분석하고, 특히 궁핍함을 없애는 것을 사회 보장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 되는 <베버리지 보고서>입니다.
참여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9월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보육정책의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하여 국민과 약속한 국가 책임 보육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경기도의 ‘급식 예산 삭감’으로
복지 논쟁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복지는 국가의 기본 책무일까요
국가 성장을 방해하는 제도일까요
함께 어우러질 방도는 없을까요 1945년 노동당이 이 보고서에 제시된 사회복지제도를 실현하고자 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 아래 전 생애에 걸친 복지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제도는 이후 유럽의 다른 나라로 확대됐습니다. 이 영국식 복지 모델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를 강조하기에 보편적 복지라고 합니다. 한편, 자유 국가 이념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는 복지를 최소화하고자 했습니다. 미국식 복지 모델은 기본적으로 중산층 이상이 세금을 내면 가장 취약한 하류층이 복지 혜택을 받는 구조입니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복지정책이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선별적 복지라고 불립니다. 흔히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잘사는 집 아이들에게까지 왜 공짜 밥을 줘야 하느냐고 따집니다. 하지만 사실 선별적 복지는 비용과 부작용이 매우 큽니다. ‘선별’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치심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일부 사람들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비용도 많이 들고 공정성 시비도 일어나게 됩니다. 더 문제는 일부를 선별하는 데 각종 이유를 들어 그 ‘일부의 범위’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보수 진영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반대합니다.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면 돈이 많이 들고 이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그러면 증세를 해야 하는데 가난한 사람은 덜 내고 부자는 더 내게 됩니다. 보편적 복지를 하면 다양한 영역으로 복지가 확대되고 이는 부자 증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보편적 복지 반대론 가운데 하나가 “왜 부자들에게도 복지 혜택을 주느냐”입니다. 일부 서민들은 이 말에 솔깃합니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탓입니다. 선별적 복지는 사실은 부자들에게 더 큰 이익입니다. 복지 축소와 부자 증세를 막는 논리가 되기 때문이죠. 책으로 확장하기 | 생산적 복지로 ‘제3의 길’을 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