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08 10:26 수정 : 2013.10.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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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751년 당나라와 아랍 세력이 맞붙었던 탈라스 전투도. 한겨레 자료사진.

수시논술 숨은 해법

중앙대<인문사회·경영경제계열(120분, 연필사용가능)> 

[주요사항]

 

[기출문제 경향]  

2014학년도 중앙대학교 논술고사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인문사회계열과 경영경제계열을 분리하여 출제유형을 달리했다는 점이다. 작년도까지는 인문사회와 경영경제를 구분하지 않고 문과계열지원자는 모두 동일한 유형(언어논술 2문항 수리통계1문항)으로 시험을 치렀으나 2014년도부터는 이를 구분한 것이다. 이는 각 계열의 특성에 따라 수험생의 능력을 보다 세분화하여 선발하겠다는 학교 측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원한 계열에 따라 해당되는 유형의 문제를 충분히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문사회계열에 지원한 수험생은 제시문 분석, 비판하기, 논거제시 등 서술형 언어논술에 초점을 맞추어 쓰기 훈련을 하여야 하며, 경영경제계열 지원자는 제시문 분석, 비판하기는 물론 통계수리 문제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둘 필요가 있다.

<문제1>과 <문제2>는 공통문항에 해당하므로 수험생들은 지원 계열에 관계없이 기존의 기출문제를 통해 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비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계열별 문항인 <문제3>의 경우 인문사회계열 학생이라면 제시문 독해를 보다 심층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주어진 쟁점에만 머물지 말고 사회적구조적인 문제의식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영경제계열의 경우 기존 수리통계 기출문제를 통해 훈련을 하는 것은 물론 도표와 그래프를 활용한 답안 작성법도 익혀야 한다.

본 칼럼에서는 올해 치러진 중앙대학교 논술모의고사 중 인문사회와 경영경제계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문제1>과 <문제2>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중앙대 논술 문제의 해법] 

2014 모의논술고사 <인문사회 및 경영경제계열> 문제 1~2

중앙대 논술 문제1~2는 문과계열 학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문제이다. <문제1>에서 학생들은 주어진 주제에 맞추어 각 제시문을 분석하고 이를 서-본-결, 또는 기승전결의 구성을 갖춘 완결된 글로 완성해야 한다. 본 문제의 변별력은 제시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완결된 글을 서술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즉 각 제시문을 단순히 요약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문제1>이 분석력과 글의 구성 능력을 주요 평가요소로 한다면 <문제2>는 비판능력과 대안제시능력을 동시에 평가한다. 즉 제시문(라)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여 비판하고 이에 대한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문제1>과 <문제2>는 별개가 아닌 점층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논제는 http://admission.cau.ac.kr)

①제시문 간의 논리적인 관계 분석-2014학년도 모의고사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제 1] ‘변화’의 양상과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 제시문 (가), (나), (다), (라)의 차이점을 하나의 완성된 글로 서술하시오.

본 문제의 주제는 ‘변화의 양상과 원인’이다. 제시문들은 내용적으로 각기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모두 변화의 원인과 양상(현상+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문제에서 출제가가 요구하고 있는 답안은 제시문의 줄거리 요약이 아니라 각 제시문에 나타난 변화의 원인과 양상이라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각 제시문에 나타난 변화의 원인과 양상을 내용과 대비하여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위와 같이 각 제시문의 내용을 분석하여 변화의 원인과 양상을 파악했다면 그 내용을 글감으로 완결된 글을 구성해야 한다. 단순 요약이 아니라 전체적인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개요짜기 단계에서 논리의 흐름을 계획해야 한다. 글의 도입부에서는 변화의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 후 변화의 원인을 서술하면서 각 제시문을 공통점(예:상호작용여부)으로 묶어 구성하는 것이 좋다. 원인을 서술한 후에는 변화의 양상을 같은 방법으로 정리한 후 마지막 문장에서 전체적으로 원인과 양상을 종합해 준다.

춘향전을 새롭게 각색한 영화 <방자전>. 춘향전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문제 2] 제시문 (마)에서 묘사된 두 여인의 ‘언어 사용’을 토대로, 제시문 (라)에 나타난 융합 방식을 비판하고, 제시문 (바)의 논지에 근거하여 바람직한 융합 방식을 서술하시오.

<문제2>은 <문제1>에서 다룬 내용을 보다 심층적인 주제로 파고드는 문제이다. 두 문제는 점층적 구조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문제1>이 완벽하게 정리되어야만 <문제2>에서도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우선 (마)를 분석해보자. ‘시’는 기본적으로 은유와 상징을 담고 있다. 즉 주제를 직접 제시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학생들은 세밀한 독해를 해야 한다. 문제에서 두 여인의 ‘언어사용’을 토대로 하라고 했으므로 시의 해석 역시 출제 의도에 따라 분석해야 한다. 동남아 출신 두 이주여성은 아이를 토닥이며 사투리를 구사할 정도로(⑩) 한국문화에 깊이 동화되어 있다. 그러나 잠꼬대는 모국어로 하고 있다(⑨). 즉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타문화에 완전히 융화된 것 같아도 무의식 속에는 그들의 본질적인 고유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볼 때 강압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강요하고 있는 (라)와 같은 변화 시도는 많은 문제가 있다. 문화는 자발적인 방식으로 장기간의 시간을 거쳐 서서히 융화되어야 하며 이때에도 본질적인 고유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마)의 시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라)에 나타난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은 무력에 통한 강압적 문화적 변화 추구이므로 이는 표면적 일시적 통합은 가능할지 모르나 내면적이고 자연스러운 문화융화는 불가능하다. (바)의 당나라 사례는 (라)의 한계를 넘어서는 바람직한 모델을 보여준다. 종교적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⑪) 태도는 이질적인 문화가 갈등 없이 자발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⑫) 하였고 더 나아가 동아시아로 그 외연을 확장하여 다양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서로 닮아 공통점(⑬)을 가질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바)의 사례는 세계화, 지구촌화가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에 귀감이 될 만하다. 문화는 각각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우열관계가 아닌 수평적 교류를 통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앙대학교 문제는 <문제1>과 <문제2>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문제2>는 오늘날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의식과도 관련성을 가진다. 이는 제시문을 통해 분석한 주제를 단지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의미까지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중앙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중앙대학교 논술은 전통적으로 단순한 찬반논쟁이나 긍정/부정의 대립보다는 하나의 주제에 포섭되는 다양한 견해를 다룬다. 2014학년도 논술 역시 그러한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제시문 분석에 있어서 이분법적 시각만으로는 출제의도에 부응할 수 없다. 각각의 제시문에서 공통점을 찾아 연결하려는 시도는 필요하지만 공통점 이외의 미묘한 차이를 읽어내는 세밀한 시각 역시 필요하다. 다양한 시각 사이의 작은 차이점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의미까지 이끌어 낸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대학교 논술고사는 11월 10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한 편이다. 수능 준비에 여념이 없겠지만 일주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할애를 하여 기출문제를 활용한 훈련을 꾸준히 할 것을 당부한다.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 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빈민과 권력, 달리는 기차에 현대사회 압축

영화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2013-08-01 18:40:25
봉준호 감독이 9년 만에 완성해서 공개한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 프랑스 만화 원작으로 영화 결심 후
- 9년 만에 개봉 앞둔 화제작
- 꼬리칸의 구질구질한 빈민들과
- 절대권력자 도사린 앞칸 대결
- 서정적이면서 야만적인 장면 압권

올여름 최대 기대작인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봉 감독이 2004년 겨울 홍대 앞 만홧가게에서 처음 '설국열차'라는 프랑스 만화를 만나 영화화를 결심한 지 9년 만에 거대한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설국열차'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의 영화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이기에 '설국열차'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인류의 실수로 새로운 빙하기가 찾아오자 마치 노아의 방주와 같은 기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설국열차'. 빈민굴 같은 꼬리칸을 해방하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와 꼬리칸 사람들의 여정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개봉에 앞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는 이제 내 손을 떠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뒤를 돌봐주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이 촬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긴 시간 동안 '설국열차'를 붙잡고 있었다. 2004년 겨울부터니까 무려 9년간이다.

▶2004년 겨울 처음 만화를 보고 영화화할 생각에 구상만 할 때는 그만큼 행복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으로 마음대로 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괴물' '마더' '도쿄!' 등을 촬영하면서도 '설국열차'는 마치 김치냉장고의 한쪽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내 마음속에 있었다. '마더'의 크랭크업을 하던 날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제작한 모호필름의 공동대표)이 "엄마 품에서 나와서 기차에 타야지?"라고 했다. 2010년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면서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그렇게 긴 시간 '설국열차'와 함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최초 만화 읽었을 때의 흥분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달리는 기차 안에 생존자들이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달리는 기차 안의 사람들은 구질구질하지만, 밖에는 눈이 오는 그림은 밖은 서정적인데 안은 야만적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이미지를 배우들과 함께 재연하면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원초적으로 든다. 그 생각은 꺼지지 않은 불꽃이다. 핵심 집착이 있으면 그것이 없어질 때까지는 평정 상태가 되지 않는데, 이제 끝난 것이다.

-'설국열차'에서 그렇게 집착을 해서 촬영한 대표적인 장면이 어느 것인가?

▶오래 구상한 장면을 촬영하고 나면 오래된 암 덩어리나 종기가 확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횃불 전투 장면을 찍을 때 느꼈다. 기차라는 좁고 긴 곳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통렬한 신이었다. 그 장면은 횃불 조명만으로 찍었다. 어두운 세트에 횃불이 수십 개 등장한다.

-원작 만화를 영화화할 때 역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만화가 그다지 영화적 구조나 구성은 아니다. 생존을 위해 열차를 탄 사람들이라는 그 발상이 위대한 것이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꼬리칸 사람들이 앞칸으로 가는 여행을 다룬다. 기차 안에서의 여정인데, 마치 스파르타의 노예처럼 역동적으로 간다. 인물로 보면 커티스가 꼬리칸의 지도자인 길리엄(존 허트)에서 기차의 절대권력자인 윌포드(에드 해리스)로 가는 여정이다. 커티스나 길리엄은 원작에 없는 인물이다. 그것이 시나리오의 기본 틀이었다.

-그 여정 속에는 꼬리칸의 빈민층과 앞쪽 칸의 부유층 간 계급투쟁의 모습도 있다.

▶계급투쟁보다는 시스템에 대한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달리는 기차는 사회의 축소판이고, 그 사회는 자본주의일 수도 공산주의일 수도 있다. 그 시스템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자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송강호 씨가 연기한 남궁민수의 비중이 적은 듯하다.

▶각 인물은 스토리 속에 배치돼 있다. 영화는 커티스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그 안에서 균형과 배분을 하면서 송강호 선배가 등장한다. 남궁민수에게는 앞칸으로 가고자 하는 커티스와는 다른 차원의 비전이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설국열차'는 이야기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대사나 상황을 다 기억해야 한다.

▶흩어진 단서들이 나중에 조합되는 플롯이다. 두 번 보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재미있을 것 같다.


# '설국열차' 기차 세트 제작기

'설국열차'의 촬영을 준비하면서 봉준호 감독과 제작진의 첫 번째 고민은 영화 배경의 99%를 차지하는 '기차'였다. 기차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떻게 보여줄 것이며, 어디에서 찍을 것인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 과제였다.

시나리오 집필 전 '괴물'의 장희철 크리처 디자이너를 포함한 3인의 콘셉츄얼 아티스트가 기차의 내·외관에 관한 고민을 함께 시작했다.

꼬리칸에서 감옥칸까지 단번에 통과하는 꼬리칸 사람들의 최초 질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최소 4칸 이상이 연결될 수 있어야 했고, 그 결과 한국은 물론 유럽 전역의 세트를 뒤진 제작팀은 최고 100m의 길이를 가진 체코의 바란도프 스튜디오에 둥지를 틀었다. 또 실감 나는 기차의 느낌을 주기 위해 상하좌우로 구동하는 초대형 짐벌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크림슨 타이드' 등의 선박, 잠수정 영화에 흔히 사용되는 짐벌은 기차 영화에도 실감 나는 움직임을 위해 필수적인 장치다. 하지만 칸당 약 40t, 모두 120t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동시에 100m의 기차 칸이 실제 트랙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움직임을 구현하는 초대형 짐벌은 유례가 없었던 시도였다. 특수효과팀의 바란도프 플래시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기차 구동의 시뮬레이션 도면을 기초로 각 칸 아래 중앙 부분에 특수 모터를 설치하고, 흔들림의 빈도수와 강약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칸마다 6개의 에어 스프링을 장착했다. 그 결과 실제 트랙을 달리는 기차처럼 흔들리고, 곡선 구간을 통과할 때는 뱀처럼 휜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생각’이 논술의 질 높여

등록 : 2013.06.27 16:10수정 : 2013.06.28 10:13

 

수시논술 ‘숨은 해법’

■ 정석

정확한 논제파악을 통한 치밀한 글의 구성, 오류 없는 제시문 분석과 이해는 학생답안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필수요건이다. 이를 기반으로 답안을 무난하게 작성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경쟁력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말고 마지막 ‘화룡점정’을 해야 한다. ‘화룡점정’은 벽에 그린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자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뜻이다. 이를 논술에 대비시켜 보자. 앞서 말한 논제와 제시문 분석을 통한 무난한 글이 용의 그림이라면, 확실한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생각’이 용의 눈동자이다.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용의 눈동자를 항상 생각하고, 그것을 그려 넣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논술에서 ‘용의 눈동자’는 깊이 있는 글이다. ‘깊이 있는 글’이란 보통의 글과는 달리 주제에 대해 한 차원 높은 고민이 드러나 있거나, 글에 나타난 생각의 깊이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글을 뜻한다. 논술 강사들은 그런 글을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논술에서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첫째, 사례를 통한 깊이 있는 글인데, 이 부분은 ‘사례 들기’부분에서 따로 언급된 부분이기에 생략한다.

둘째, 논제를 통한 깊이 있는 글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013학년도 동국대 논술에서, <[문제4]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제시문 [가], [나], [다]에서 찾아 각각 설명하고, 이를 기초로 제시문 [라]의 사회현상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제시문 (가), (나), (다)에서는 불평등과 관련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학생들은 제시문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급급할 것이다. 그러나 ‘용의 눈동자’를 기억해야 한다. 답안 작성에 쫓기지 말고, 논제에서 ‘용의 눈동자’의 실마리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인가? 바로 ‘오늘날’이다. 이 말은 과거에는 사회구조적으로 불평등이 정당화되었거나 사회구성원들이 이를 용인하면서 살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답안의 핵심은 (가), (나), (다)의 요약하기나 단순설명이 아닌, ‘변화’이다. 과거와 현재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제시문을 파악하고 설명한다면 ‘용의 눈동자’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논술은 ‘현재의 대한민국의 문제’이다. 논제에서 구체적인 ‘오늘날’, ‘한국’이라는 표현이 없다 하더라도 논술문제의 기반은 2013년 대한민국이다. 그렇다면 논술 답안을 한국사회와 접목시켜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논술 준비에는 별도의 배경지식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배경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글의 깊이는 깊어진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찾아서 준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뒤늦게나마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 있다면, 각 대학의 기출문제를 통해 이 주제가 한국사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나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깊게 생각해보고 서로 이야기해 보아야 한다. 대학의 논술문제는 빙산의 일각이고 그 밑에는 2013년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 실전 2013수시기출문제(성균관대학교)

무엇이 과연 공평한 경쟁인가?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제시문 1>

다른 사람과 견주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인 듯하다. 고대 이래로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경쟁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좋은 다툼’과 ‘나쁜 다툼’을 구별했다. 이러한 구별의 근거는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의 시에서 찾을 수 있다. ‘좋은 다툼’을 그리스어로 ‘아가토스 에리스(agathos eris)’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헤시오도스는 다음과 같이 읊었다.

남이 잘사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 일하고 싶은 의욕이 솟구치므로 / 부지런히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집을 짓는다. / 이웃과 이웃이 부를 향해 함께 달린다. / 이러한 에리스는 인간에게 이롭다. / 대장장이는 대장장이 끼리, 미장이는 미장이 끼리 겨루고 / 거지는 다른 거지를, 가수는 다른 가수를 시샘한다.

이 시에는 인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히 나타나 있다. (중략)…그리하여 전체적인 효율성은 증가한다.

<제시문 2>

가난의 악순환을 탈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가난한 지역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수세대 전 가난한 지역에 모여 살았던 사람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지리와 역사는 운명이며 탈출할 수 없는 ‘덫’이다. 성적 불평등과 인종적 불평등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흑인들은 가난한 흑인 부모들 사이에서 태어나서 흑인 거주 지역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여성들은 여성 가족에서 태어나 여성들만 모인 지역에서 성장하지 않는다. 흑인들은 여성들과는 달리 부모로부터 가난과 거주지 등에 따른 불이익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략)…결국 이러한 사회이동의 어려움은 그 사회의 낮은 형평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 3>

시장에서 재화나 용역의 가격이 형성되면 그 가격은 생산자나 소비자들에 대한 신호의 역할을 한다. 가령 어떤 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 그 재화의 가격이 올라가면, 이것은 첫째 소비자에 대하여 이 재화를 덜 사용하고 그 대체물을 더 많이 사용하라는 신호가 되며, 둘째 생산자들에 대해서는 이 재화의 생산을 늘리라는 신호가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경쟁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는 재화의 가격은 각 경제 주체가 그들이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각 경제 주체는 이 가격의 움직임에 의하여 그 행동을 조정한다. 소비자가 이 신호에 따라 행동하면 효용이 늘 것이며, 생산자가 이 신호에 따라 움직이면 이윤이 늘어서 결국 국민의 복지와 소득이 극대화될 것이다. 그런데 지표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격은 그것이 경쟁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건, 혹은 정부 관리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건 간에 언제나 자원 배분의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가격이 경쟁에 의하여 결정되는 경우에는 가격이 기회비용을 반영하므로 그 가격이 발하는 신호가 합리적이고 따라서 자원의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비하여,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가격의 경우에는 기회비용을 반영하기 매우 어려우므로 이와 같은 가격이 발하는 신호는 비합리적이다. 그리하여 이런 상황에서 소비나 생산이 이루어질 경우 자원의 배분이 비효율적이 된다.

<제시문 4>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경기장이 평평해야 한다”는 개념을 계속 들먹인다. (중략)…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경쟁을 하게 하라. 이러니저러니 해도 근본적으로는 경쟁이 공정할 때에만 시장이 주는 혜택을 수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기장이 평평해야 한다”는 누가 들어도 지당한 개념을 들먹인다면 감히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이의를 제기한다.

이는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 선수들이 벌이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데 경기장이 평평하다면 결국 그 게임은 불공정한 것이 된다. 축구경기를 하는 한 편이 브라질 국가 대표팀이고, 상대편은 열한 살 먹은 내 딸의 친구들로 짜여진 팀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여자아이들이 아래쪽을 향하여 내리달리며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제시문 5>

기후변화협약의 핵심 쟁점은 온실가스 방출량을 삭감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목표의 설정 여부이다. 이미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탄소 배출권거래 시장이 형성된 유럽연합은 강력한 규제를 원한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과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여기에 반대한다. (중략)…인구를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개발도상국가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탄소 방출량은 7%에 그친다. 선진국이 일찍이 개발을 하면서 내뿜은 온실가스는 고스란히 공기 속에 누적돼 있다. 이것이 바로 개발도상국가들이 ‘역사적 책임’을 묻는 이유이다.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전세계 16억명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동안, 미국 플로리다의 에어컨 1대는 1년 동안 캄보디아 사람이 평생 내보내는 양의 탄소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 2] 아래 <자료 1>을 해석하고, 그 해석을 활용하여 [문제 1]의 두 입장 중 하나를 옹호하시오.


■ 정석의 적용 형평성 vs 자유 경쟁

신자유주의 경제발전론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려온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스테디셀러

논제는 <①아래 <자료 1>을 해석 ②그 해석을 활용하여 [문제 1]의 두 입장 중 하나를 옹호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일단은 지면상 생략했지만 [문제1]의 두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1]은 “아래 <제시문 1>~<제시문 5>는 서로 다른 사회적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 이 제시문들을 두 입장으로 나누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이다. 전형적인 성균관대학교의 문제형식이다. 주의할 것은 서로 다른 사회적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외부의 개입에 대한 찬반’으로 나누어서 (1), (3), (5)(2), (4) 두 입장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이 분류는 두 개의 입장으로 나누는 데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논제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논제는 ‘서로 다른 사회적 가치를 지지’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부의 개입이 사회적 가치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하나의 수단이지 가치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문제1]의 두 입장은, 효율성을 지지하는 (1), (3)과 형평성을 지지하는 (2), (4), (5)로 분류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다시 [문제2]로 돌아오면 ①을 수행하고 ②그 해석을 통해 두 입장 중 하나를 옹호하면 된다.

<자료1>

<자료 1>

i) 각 기둥은 유사한 경제 발전단계에 있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낸다고 가정할 것

ii) ‘경제성장률=f(소득균등, 사회이동)의 함수관계를 가정할 것

* 사회이동: 사회 안에서 사람들의 계층 간 이동을 뜻함

자료1은 경제성장률과 소득균등 사회이동의 상관성을 3차원 그래프로 표현했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유사한 경제발전 단계에 있는 국가 중 소득균등 수준과 사회이동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아짐을 알 수 있고, 반대로 소득균등 수준과 사회이동 수준이 낮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아짐을 알 수 있다. 이 분석을 통해 두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구성해보자.

먼저 자유경쟁을 옹호하는 입장의 글을 생각해보자. (1), (3)에 의하면 자유경쟁은 전체의 효율성을 증가시켜 배분도 효율적으로 이끈다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경쟁→경제성장(효율성)→소득균등, 사회이동’의 관계가 성립된다. 반면에 (2), (4), (5)에 의하면 형평성이 지켜져야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형평성→소득균등, 사회이동→경제성장(효율성)’의 관계로 서술하면 될 것이다.

답안의 가닥이 잡혔으면 ‘용의 눈동자’를 생각해야 한다. 위의 정석에 의하면 셋째에 해당하는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통해 답안은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형평성’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여 예시답안을 전개하기로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했는가는 예시답안을 참고하기 바란다.


■ 함께 하는 ‘예시답안’

(성균관대학교는 답안의 분량이 정해져 있지 않아 비교적 긴 답안을 작성하였음.)

<자료1>은 소득균등과 사회이동의 정도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고 있다. 소득균등과 사회이동 정도가 높을수록 경제성장률도 높아지는 점으로 보아 이들은 양의 상관관계에 있다. 이는 형평성이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보여준다. 특히 사회이동의 정도보다 최소한의 소득균등이 경제성장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사회이동정도가 ‘하’인 국가라 하더라도 소득균등의 정도가 ‘상’일 경우 경제성장률은 2에 가깝다. 하지만 소득균등의 정도가 ‘하’인 국가는 사회이동의 정도가 ‘상’이어도 경제성장률이 1.5에 미치지 못한다. 한편 소득균등의 정도가 ‘중’ 이상인 경우, 사회이동이 높아지면 경제성장률은 급격하게 높아진다. 즉, 최소한의 소득균등이 이루어질 때, 이는 사회이동의 정도와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효율성의 상승을 불러오는 것이다.

‘형평성’은 경제성장의 단계를 떠나 모든 사회의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다른 의견으로는 저급한 경제발전의 단계에서는 자유경쟁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형평성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자유경쟁으로 인한 일부의 풍요가 형평성의 가치를 눈가림한 적은 있지만, 형평성에 대한 주장은 끊어진 적이 없었다. 자유경쟁은 효율성과 수치적 풍요를 일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지만 그 풍요는 약자들에 대한 희생과 잔혹함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자유경쟁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없다. 그 어떤 사회든 지역·학력·성·인종 등의 차별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지향하는 ‘형평성’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오히려 그것이 경제성장을 위한 진정한 동력이다.(815자)


■ 주제의 심층이해

숫자의 가치중립성과 객관성이 정보의 신뢰도를 높여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계 자체가 100 퍼센트 옳은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조작된 나쁜 통계, 가치 판단의 유용한 근거를 주는 정직한 통계, 기준 설정의 오류로 인한 멍청한 통계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를 얻는 일이 매우 어렵다. 다음의 글을 읽고 ‘국민총생산’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1년 동안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조사하고 평가하는 이면에 숨은 또 다른 장애물로서 소위 ‘선불금’이 도사리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가 자신의 섬에서 150킬로그램의 곡물을 수확하지만, 다음 해에 다시 농사를 지으려면 50킬로그램의 파종용 씨앗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이것으로 그의 국민 총생산은 150킬로그램이 아니라 100킬로그램인 것은 명확하다. 총생산에서 선불금은 차감되어야 한다.

문제는 다만 무엇이 선불금에 포함되는가이다. 이것은 국민 총생산의 분석과 계산 전반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이것은 심지어 우리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왜냐하면 칼 마르크스의 순수한 학설에 의하면, 가령 임금 노동자의 의복과 식량은 전체 생산 과정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일 뿐이며, 따라서 순생산(잉여가치)에서 차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 마르크스의 이러한 견해에 우리의 관료 통계학자들은 동조할 수 없다. 통계학자들은 한 기업의 총생산액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다른 기업들에서 구매한, 최종 생산물에서 사라진 재화와 서비스만 차감한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 요소들의 공로는 통상적인 실무에선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것은 무엇보다 국가 부문에 있어 다시금 왜곡된 결과를 불러온다. 가령 우리는 경찰, 사법기관, 소방서의 서비스를 그 자체로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두가 천사처럼 착해서 경찰과 소방대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면 참으로 기뻐할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가 생산의 이 부분은 우리의 행복에 독자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기보다 사회공동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한 선불금으로 여겨질 수 있다. 경찰, 사법기관, 소방서와 군대의 서비스 그 자체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원래 바라던 것, 즉 평화와 질서, 안전을 위해 필요한 자원일 뿐이며, 따라서 엄밀히 따지자면 선불금으로서 총생산액에서 차감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현재,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예를 들어 엄청난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유조선 참사, 지진, 토네이도, 국지전, 수해가 국민총생산을 높이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불러온다. 일단 발생한 손실은 아주 불충분하게 차감되는 반면, 각종 구호와 지원활동은 빠짐없이 총생산액에 가산되기 때문이다.

<발터 크래머-벌거벗은 통계>

올해 논술전형 우선선발 확대… 수능 영향력 커졌다

조선일보 | 맛있는교육

2013.05.15 16:34


올해 수시모집에서 덕성여대가 논술전형을 신설하고 가톨릭대, 광운대, 동국대는 우선선발을 도입하는 등 논술고사 실시 대학들의 전형에 변화가 있다. 매년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논술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올해는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지 알아보자.

□ 논술전형 모집인원 증가… 상위권 대학 진학의 기회 되나
올해는 많은 대학이 논술전형 모집인원을 크게 늘렸다. 단국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아주대, 이화여대 등의 대학에서 대체로 100명 이상의 인원이 늘었고 덕성여대, 한국외대는 논술전형을 신설했다. 올해 27개 대학에서 지난해보다 1,767명이 늘어난 16,685명을 논술전형으로 선발해 해당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발인원이 늘면서 기회가 많아진 것은 맞지만 논술전형의 경쟁은 예년만큼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 6회 제한으로 수시 지원율이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 지난해에도 논술전형은 평균 39:1이라는 높은 지원율을 보였던 만큼 올해도 논술전형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어서 대학별 논술 출제 경향을 파악하는 등 앞선 대비가 필요하다.

□ 수능최저기준 확인은 필수
덕성여대, 한국항공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대부분의 대학이 수능최저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그 기준은 대체로 지난해와 같거나 유사하다. 예를 들어, 서강대와 연세대 인문계열 일반선발의 수능최저기준은 수능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3개 영역 등급합 6 이내인데 전년도 3개 영역 각 2등급과 비교했을 때 그 수준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올해 수능최저학력을 충족하는 수험생의 수는 선택형 수능의 영향으로 지난해 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A형과 B형 중 한 유형을 선택하면서 응시인원이 분산되고 낮은 성적대의 학생들이 A형으로 대거 이탈할 경우 B형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탐구영역 또한 3과목에서 2과목 응시로 과목 수가 축소돼 각 과목마다 응시인원이 감소하면서 높은 성적을 얻기 더 까다로워졌다.

그러므로 논술전형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대학별 수능최저기준을 반드시 확인하고 3월, 6월, 9월 모의평가 성적을 토대로 최저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 실제 수능에서는 모의평가를 응시하지 않은 많은 재수생의 존재와 B형에서 A형으로 이탈하는 인원이 많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모의평가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더 오를 것이라고 쉽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들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보다 냉정하게 자신의 성적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 우선선발 확대… 수능 영향력 커졌다
올해는 가톨릭대, 광운대, 동국대, 숭실대, 아주대, 성신여대가 우선선발 제도를 도입하고, 고려대와 서강대는 우선선발 인원 비율을 70%까지 늘렸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우선선발을 시행하는 대학들은 매우 높은 우선선발 수능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들이 우선선발로 많은 인원을 선발하고 있지만, 높은 수능최저기준을 충족하는 지원자가 적어 경쟁률이 10:1 미만으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우선선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수능을 준비하는 것이 논술보다 중요한 합격전략이 될 수 있다.

가톨릭대, 광운대, 동국대, 아주대는 우선선발 인원에게 수능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논술100% 혹은 논술과 학생부 성적으로 평가한다. 때문에 이들 대학의 논술전형을 고려하고 있다면 논술대비와 남은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단, 논술전형의 우선선발에서 수능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 많은 수험생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할 수 있으므로 일반선발까지 고려하여 수능최저기준 충족을 위한 수능 학습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대 논술전형 우선선발에서 수능최저기준을 두지 않았는데 61: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 일반선발 노린다면… 내신관리 철저히
올해 논술전형에서 우선선발이 증가한 만큼 일반선발 인원이 감소한다. 연세대를 예로 들면 올해 서울캠퍼스 논술전형 모집인원은 833명인데 그 중 70%인 580여 명을 우선선발 한다. 따라서 남은 250명을 뽑는 일반 선발은 더욱 경쟁이 치열하게 된다. 올해 연세대 논술전형에 4만 명 정도 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580명이 우선선발 된 후 남는 지원자는 39,420명으로 경쟁률은 160:1이상 치솟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선발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논술 실력은 물론 내신 성적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김희동 소장은 “올해는 논술전형이 전년보다 확대됐고 특히 논술시험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강화됐지만, 선택형 수능의 영향으로 수능최저기준 만족 여부가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시 논술전형을 목표로 한다면 대학별 전형계획을 꼼꼼히 살펴 수능 영역별 학습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김희동 소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