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기초 3원칙 ① 문제 분석의 원칙

정재용 | 입력:2013-09-11 오전 10:00:27

[머니투데이 정재용 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MT교육 에세이] 정재용의 논술 레시피]

얼마 전 각 대학의 수시 원서접수가 마감되었다. 이제 논술시험 일정이 얼마 안 남았다. 본격적으로 논술을 대비해야 한다. 오늘부터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몇 주간에 걸쳐 논술의 기초 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논술의 핵심: 결론의 명료성과 이유의 구체성

많은 학생들이 논술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전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논술 또한 시험이다. 질문에 대해 답을 하면 된다. 그런데 다른 시험과 논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왜 그것을 답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만 신경쓰면 논술 초보자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① 질문에 대한 답을 최대한 명료하게 정리할 것 ② 이유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할 것.

◆논술의 어려움: 시간과 분량 제한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의외로 어렵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과 분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제시문도 한글, 문제도 한글이다. 제시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여러 번 읽고 찬찬히 생각해 보면 누구든 다 잘 풀 수 있다. 그런데 시간적으로 촉박한 가운데 제시문을 빨리 읽고 생각을 정리하려니 무의미한 내용을 두서없이 나열하다 끝나는 것이다.

◆대응방안: 문제 분석을 통한 사전 답안 구상

해결책이 있다. 시험지를 받으면 가장 먼저 문제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다. 이때 해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① 넘버링을 하며 답해야 하는 세부 질문들을 정리할 것 ② 각각의 세부 질문들에 분량을 얼마나 배분해야 할지 계획할 것. 실제 사례를 통해 연습해 보자.

"제시문 [가]를 참고하여, [나]와 [다]의 논지를 비교 대조하라." (800~1000자) (2013 서강대 기출)

먼저 세부 질문을 정리해 보자. 세부 질문 정리를 할 때에는 문제의 구절들을 세심히 따라가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최대한 촘촘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가]를 참고하라고 했으니 먼저 [가]의 내용을 정리해 주어야 한다. ② 그 다음 [나]와 [다]의 논지의 공통점과 ③ 차이점을 해명해야 한다. 참고로 비교는 공통점, 대조는 차이점을 의미한다. 질문에서 굳이 비교 대조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공통점도 반드시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논지는 결론과 이유를 의미한다. 공통점, 차이점을 찾은 이유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각 제시문의 결론과 이유가 반드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분량을 배분해 보자. 분량 배분의 기본 원칙은 세부 질문 별로 1:1로 배분하되, 중요도가 높거나 많은 제시문을 활용해야 하는 세부 질문에 대해서는 추가 분량을 할애하는 것이다. 위 문제에서 답해야 하는 세부 질문은 크게 3가지이다. [가] 참고, [나][다] 공통점, 차이점. 그렇다면 300, 300, 300자씩 배분할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시할 때는 [나]와 [다]의 논지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므로 추가 분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① [가] 요약 200 ② [나][다] 공통점 400 ③ 차이점 400자씩 배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차이점을 2가지 이상 지적하는 경우 공통점 300, 차이점 500으로 약간의 조정을 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2)의 관점에서 (1)의 (가), (나)를 논평하고, (2)와 (3)의 차이에 주목하여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900±50자) (2013 고려대 기출)

세부 질문 정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① (2) 관점 정리 ② (가) 논평 ③ (나) 논평 ④ (2)와 (3) 차이 해명 ⑤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 논술. 참고로 논평은 이유를 논리적으로 밝혀 평가하라는 뜻인데, 평가는 긍정 또는 부정적 가치판단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2)의 입장에서 (가)와 (나)를 보았을 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단하고, 이유를 제시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논술은 이유를 들어 논리적으로 서술하라는 의미이다.

상대적으로 분량 배분이 어렵다. 이 문제에는 상당히 많은 요구사항이 제시된 반면, 분량은 총 900자에 불과하다. 고득점을 위해서는 체계적 분량 배분이 매우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다 알고서도 분량 조절에 실패해 불합격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요구사항 간의 중요도는 일반적으로 요약 < 비교 < 적용설명 < 비판 < 견해·해결책 순이다. 말하자면 이 문제에서는 ① 요약과 ④ 비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②③ 논평과 ⑤ 견해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비교는 두 제시문을 모두 언급해 주어야 하므로 분량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① (2) 관점 100 ② (가) 논평 150 ③ (나) 논평 150 ④ (2)(3) 차이 200 ⑤ 생각 300자 정도로 배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논점 일탈과 구조 불균형을 피해야

문제 분석에 충실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논점 일탈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술은 백일장이 아니다. 희대에 길이 남을 명문을 작성하더라도 질문과 무관하다면 시험에선 탈락이다. 두 번째 장점은 전체 분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짜임새있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부 질문이 여러 가지라도 배점이 전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고득점 항목을 집중 서술한다면 득점에 유리한 답안을 완성할 수 있다.

(속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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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기초 3원칙 ② 제시문 정리의 원칙

정재용 | 입력:2013-10-02 오전 10:49:42

[머니투데이 정재용 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MT교육 에세이] 정재용의 논술 레시피]

각 대학의 수시 논술고사가 한창 시행 중이다. 논술 시험에 어떻게 응시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몇 주간에 걸쳐 논술의 기초 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제시문의 정확한 이해는 합격의 필수 요건

논술은 질문에 답을 하고, 그것이 왜 답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논술의 질문은 제시문과 문제로 이뤄진다.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질문의 취지에 부합하는 좋은 답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주말에 시행된 2014 건국대 논술 시험의 인문사회계 문제에서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한 제시문이 출제되었다. 그런데 [가] 제시문이 문제였다. 글의 시작은 이러하다. "언어의 부재가 곧 사고의 부재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참으로 그러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뒤에 따라올 내용이 무엇이겠는가? 일반적 상식으로는 당연히 언어와 사고는 필수적 연관성이 없다는 내용이 나올 것 같다. '그러나'라는 접속사가 역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후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의식 세계에서 언어작용이 중단된다고 볼 수 없으며, 언어화되지 않은 생각은 사고가 아닌 느낌"이라며 언어와 사고의 밀접한 관계를 주장한다. '그러나 참으로 그러한지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하다'는 식으로 의표를 찌르는 구성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첫 번째 문장에 사로잡혀서 제시문의 논지를 '언어와 사고는 관련성이 약하다'는 식으로 정반대로 이해하였다. 논쟁 구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이후 견해를 제시하는 문제에서 좋은 답을 쓸 수 있었을 리 없다.

괴상한 글을 출제한 대학측을 탓할 수도 없다. 출처가 고등학교 '국어생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교과서내 출제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학생의 독해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제시문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교과서 내에서 제시문이 출제되더라도 문제는 결코 쉬워지지 않을 것이다.

◆대응방안: 결론-이유-상술의 3문장 정리법

독해 실력을 단시간 내에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란 쉽지 않다. 사실 독해력의 상당부분은 수능 국어영역 공부를 하면서 길러진다. 그런 점에서 수능 국어는 논술의 선행과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차이점도 있다. 수능 국어의 고득점 관건은 세부적 내용을 꼼꼼하게 파악하는 것이지만, 논술에서는 큰 틀에서 결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제시문 파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참고하여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결론을 파악하는 습관을 기르려면 제시문을 읽고 결론~이유~상술의 3문장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큰 틀에서 제시문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런 결론을 제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이유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는 문장을 덧붙여준다.

◆키워드는 동일하게, 서술은 다르게

많은 학생들이 제시문을 정리할 때 범하는 오류가 있다. 제시문의 표현을 짜깁기 식으로 옮겨적는 것이다. 그러면 분량은 채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합격하기는 힘들다. 수준높은 답안이 되려면 제시문을 요약할 때 핵심 키워드는 그대로 가져다 쓰되, 구체적인 서술은 자신의 이해를 반영하여 풀어 설명하는 식으로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시문을 독해하면서 핵심 내용들을 간단하게 메모해 두는 게 좋다. 그리고 나중에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제시문이 아니라 메모를 보면서 문장을 만들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표현으로 답안을 완성시킬 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건국대 기출 제시문을 정리한 결과를 사례로 제시한다.

"언어는 사고작용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왜냐하면 말없이 생각하는 경우에도 머릿속에서는 언어의 형태로 사고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화되지 않은 생각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느낌과 사고를 혼동하는 것에 불과하다."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하기 위해 "추상적인 느낌이 사고의 형태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언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와 같은 상술을 한 문장 더 붙일 수도 있겠다.

위 요약문은 결론~이유~상술~상술의 상술 순으로 구체화의 정도가 점점 더해진다. 제시문의 초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언어'와 '사고'라는 핵심 키워드는 그대로 살리되, 구체적인 서술은 제시문과 전혀 다르다.

◆차별화된 제시문 정리의 핵심: 결론 중심과 참신한 표현

이 연습이 잘 되면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첫째, 답안 분량 조절이 용이하다. 어떤 경우에는 제시문 정리를 한 문장으로 처리해야 될 때도 있고, 또다른 경우에는 세 문장을 할애할 수도 있다. 분량이 길어질수록 결론~이유~상술 순으로 덧붙여 가면 된다. 결론 파악이 잘 되는 학생은 자유자재로 글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둘째, 다른 답안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동일한 제시문 내용을 정리하더라도 구성과 표현이 다르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쉽고 정확한 표현으로 결론을 선명히 드러낸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남은 기간동안 지망 대학의 기출 제시문들을 대상으로 결론~이유~상술의 3문장 정리법을 연습한다면 답안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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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기초 3원칙 ③ 개요 작성의 원칙[머니투데이] 입력 2013.10.09 18:27 / 수정 2013.10.09 18:30
[머니투데이 정재용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 united97@]

[[MT교육 에세이] 정재용의 논술 레시피]

각 대학의 수시 논술고사가 한창 시행 중이다. 논술 시험에 어떻게 응시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몇 주간에 걸쳐 논술의 기초 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논술 학습의 목표: 답안 차별화

논술 시험의 경쟁률은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40대1은 가볍게 넘는다. 수능 최저기준이 있는 경우에는 8대1에서 20대1 정도로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높다.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차별화된 답안을 작성해야만 합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논술 공부의 목표는 남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답안을 작성해서 채점자의 눈에 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응 방안: 개요 작성법

그런데 이것이 썩 쉽지 않다. 똑같은 제시문을 읽고 똑같은 요구사항에 답해야 한다. 분량 또한 제한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을 한정된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 글을 작성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많은 학생들은 답안을 완성시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인데, 게다가 잘 쓰기까지 해야 한다니 죽을 맛이다. 이러한 이중고를 극복하고 수준높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개요 작성이다.

개요 작성은 본격적인 글을 작성하기 전에 그 내용을 약식으로 미리 정리해 보는 글쓰기 기법이다. 수능 국어 시험에서 개요 관련 문제가 항상 2~3문제씩 출제되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에게 비교적 친숙하다. 하지만 막상 개요를 작성해 보라면 당황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여기 논술 시험에 필요한 구체적인 개요 작성 방법을 제시한다.

◆방법 1: 결론과 이유는 문장개요로, 제시문 내용은 화제개요로(형식)

개요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문장개요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을 완성된 문장의 형태로 작성하는 것이다. 주로 글의 핵심내용을 정리할 때 사용된다. 표현을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화제개요는 간단한 키워드 형태로 정리하는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대목을 빠르게 정리할 때 사용되는데, 나중에 본문 작성 단계에서 여기에 살을 붙여서 문장을 완성한다.

일단 제시문을 읽으면서 핵심 키워드, 결론, 이유를 화제개요 형식으로 간략하게 정리한다. 제시문 요약정리 부분에서는 자신이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사실만 전달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바탕으로 생각을 전개해서 문제 요구사항에 답을 하는 결론과 그 이유를 제시하는 문장을 구상할 때는 문장개요를 작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문장들에서 자신의 핵심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전문 채점자가 답안을 읽을 때 모든 문장들을 동등한 비중으로 읽지는 않는다. 논증의 뼈대를 이루는 결론과 이유 문장을 중심으로 학생의 견해를 확인하고, 나머지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는지 정도만 살피며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결론과 이유 부분이 명료하게 기술되어 있다면 다른 내용이 조금 두서 없더라도 학생의 실력을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다.

결론과 이유를 문장개요로 작성해야 하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문장 작성과 수정의 과정에서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작용에서 언어가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이 있지만 사고를 심화시키는 데 언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자세히 쓸수록 생각도 자세해진다. 사고의 구체성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핵심 논증은 문장으로 작성하고 여러 번 고쳐 쓰는 게 좋다.

◆방법 2: 답안에 포함될 모든 내용을(범위)

개요 작성 시에는 답안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에 들어갈 모든 내용을 끝까지 전부 구상해 보아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개요를 쓰는 경우에도 답안 작성 방향을 대략적으로 알겠다는 느낌이 들면 개요 쓰기를 중단하고 바로 서술에 들어간다. 이 경우 구체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답안을 작성하다 보니 중간에 생각이 꼬여서 중언부언하게 된다.

답안 쓸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개요 작성을 여유있게 못 하는 심정은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답안을 쓰다가 망치고 중간에 바꾸게 될 경우 엄청난 시간 낭비를 초래한다. 보통 글을 쓰면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내용 정리가 잘 안 되어서이다. 오히려 개요 작성 단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내용 구상을 잘 하는 게 전체 작성 시간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방법 3: 문장 단위로 정리하여야(분량 및 밀도)

개요 작성 단계에서는 구상한 내용을 몇 문장으로 정리할지 결정하여야 한다. 주어진 분량에 따라서 쓸 수 있는 문장 수에 제한이 있다. 보통 한 문장을 50~60자 가량이라고 한다면 300자 답안에서는 6문장, 500자 답안에서는 10문장 남짓을 쓸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한 내용을 몇 문장에 써야 할지 계산해 본다면 얼마나 자세히 구상할지도 짐작할 수 있다. 답안에 쓸 수도 없는 내용을 너무 많이 생각함으로써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막게 해 준다.

◆개요 작성의 사례: 2014 동국대 모의논술

이상의 방법에 따라 개요를 작성한 실례를 살펴보자. 올해 발표된 동국대 모의 논술 문제에서는 맥루한의 미디어 4법칙이 라디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600자 가량으로 작성하라고 한다. 600자라면 10문장 정도를 작성할 수 있는데, 문제상황을 제시하는 데 2문장 정도를 할애한다면 본론에는 8문장을 쓸 수 있다. 일단 4법칙을 제시하는 데 한 법칙당 하나씩 4문장이 소요될 것이다. 결국 라디오 적용 설명은 한 법칙당 한 문장을 쓰면 될 것이다. 도입부와 법칙은 화제개요로, 설명은 문장개요로 작성한다.

▷도입: 맥루한의 미디어 법칙 4가지는 모든 매체에 적용 ---> 라디오에도 적용

▷제1법칙: 지배적 매체는 의사소통 효율성 향상, 범위 확대
---> 라디오 매체는 전파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문맹자들에게도 정보를 전달하여 정보전달 속도와 범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제2법칙: 지배적 매체는 과거 매체 관련 사회문화현상 약화
▷제3법칙: 지배적 매체는 과거 매체로 인해 쇠퇴된 사회문화현상 부흥
---> 라디오 매체가 전파되면서 발화자의 음성을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청취하고, 전화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전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활자매체에 기반한 개별적 사유문화가 쇠퇴하고, 과거 구술매체의 특성이었던 친밀성, 즉흥적 상호작용문화가 부흥했다.

▷제4법칙: 지배적 매체는 이후 보완적, 이질적 매체에 의해 대체
---> 라디오 매체는 이후 기술 발전에 따라 청각 작용에 시각 작용까지를 보완한 텔레비전 매체에 의해 지배적 위치를 대체하게 되었다.

남은 기간 동안 지망 대학의 기출 문제를 대상으로 개요 작성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답안의 명료성과 심층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재용 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은 메일을 통해 칼럼 독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임경훈의 Dr. 논술] 논술에서 신변잡기식 시작은 삼가야… 반대 주장과 근거는 분명

입력시간 : 2013.09.30 21:37:47
주장 글을 쓰면서 개인의 신상이야기로 시작하면 아무리 주제가 무겁더라도 글의 범주는 수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한계를 지닌다. 청자나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이나 소재가 화두가 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개인사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일반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글을 바꾸어 "대학입시과목으로 한국사가 필수지정이 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대두된다"로 시작하는 것이 무난하다. 같은 맥락으로 주장 글에서는 '나'나 '우리'라는 주어를 쓰지 않아야 한다. 자칫 신변잡기로 오해 받기 쉽고 또한 대체로 그런 내용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글을 쓰되 객관화되어야, 납득이 되고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먼저 글의 내용적인 측면을 살펴본다. 장부경 학생의 글은 주장이 분명하다. 한국사의 대입수능시험 필수과목화를 반대한다고 두 번째 단락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세 단락에 걸쳐 주장의 근거를 밝히고 있다. 첫째로는 사교육부담의 증가를, 둘째로는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의 증가를, 셋째로는 역사수업의 변질을 이유로 하고 있다. 타당하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새로운 주장을 한다. 역사수업의 변화다(5~6단락). 그 방식으로는 이해중심의 수업(6단락)과 살아있는 역사수업(7단락)을 강조한다. 이렇듯 병렬적으로 복수의 주장을 하고자 했다면 처음 글을 시작함에 있어서 한국사의 수능필수과목 지정에 반대하고 새로운 역사수업 방식을 시도하자고 논의의 범위를 정해두었어야 한다. 두 번째 단락에서 주장을 하고 근거까지 언급하고 난 뒤에 다시 또 여섯 번째 단락에서 새로운 주장을 한다면 논의의 집중력을 잃는다.

한편의 주장 글에서는 중심논제가 하나여야 한다. 문제의식과 핵심주장이라는 한 쌍의 글쓰기 맥락을 지켜야 한다. 병렬적인 주장의 나열은 논지를 흐리게 되어 중수필로 변질되어 버린다. 굳이 두 주장을 모두 살리고 싶다면 양자를 포섭하는 넓은 문제의식으로 글을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사 수능필수 지정과 역사교육방식의 변화는 한꺼번에 묶기에는 대상인식의 층위가 다르다. 두 소재 중 하나로 논제의 범위를 좁혀서 심도 있는 글쓰기를 했어야 한다.

다음으로 글의 형식적인 표현을 살펴본다. 7단락의 마지막 문장이 "많이 활용한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이고 9단락의 마지막은 "길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로 끝을 맺는다. 심히 우려되는 표현방식이다. 자신의 생각, 특히 주장을 말할 때에는 "~이 좋은 것 같다"라는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적확한 어휘나 서술어를 찾을 수 없어서 "~인 듯하다" 혹은 "~와 같다"라고 쓸 수 있다. 하지만 논리를 바탕으로 한 주장 글에서는 서술어가 간결해야 의견이 분명해진다. "동영상을 많이 활용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근본적인 면에 기초하여 학생들의 역사의식을 길러주어야 한다"라는 간명(簡明)한 표현이 더 설득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논리구성에 대하여 첨언(添言)을 해보자. 찬성과 반대라는 상충되는 견해가 맞설 때에 한쪽 손을 들어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때에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자신의 택한 쪽의 새로운 근거를 찾아서 기존의 근거에 더해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 이외에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상대 쪽의 근거를 흔드는 방식의 논의도 매우 설득력이 크다. 이 글 같은 경우 필수화 찬성론의 근거를 소개하면서 그 한계를 언급한다거나, 또는 찬성 쪽에서 제기하는 근거가 갖는 인과성의 오류를 문제 삼는 방식이 있다. 가령 '역사의식의 부재를 찬성론에서 언급하는데, 수능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없던 역사의식이 생기겠는가?'라는 식의 인과성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퍼 논술학원장ㆍ서강대 법학부 강사

[논술로 맛보는 고사성어] 30. 오거지서(五車之書)·한우충동(汗牛充棟)
성공한 리더의 필수 덕목 '독서'
대들보까지 닿고 다섯 수레 찰 만큼 많은 양의 책… '다독'의 중요성 강조

이지영(서울 청계초등 교사)

오거지서와 한우충동은 모두 많은 양의 책을 이를 때 쓰는 말입니다. 그중 오거지서에 대해 먼저 살펴봅시다.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이란 뜻을 지닌 사자성어입니다.

과연 다섯 수레에 실을 정도의 책은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의 교실이나 집에 꽂혀 있는 책을 수레에 싣는다면, 과연 몇 수레나 나올까요? 아래에 소개되는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오거지서란 말이 나온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글귀를 설명하는 글입니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남아수독오거서)'는 말은 두보의 시에 나온다.

원래는 장자가 친구 혜시의 장서(밑줄 쳐 주세요)를 두고 한 말이다. 다섯 수레에 책을 가득 실으면 대체 몇 권이나 될까? 1000권이나 2000권쯤 될까? 당시의 책이 죽간(밑줄 쳐 주세요)에 쓰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섯 수레를 가득 채운다 해도 고작 몇백 권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형편에서 그것은 그때까지 문자로 남은 지식의 총량에 가깝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책 읽는 소리'(마음산책)



<상식 플러스>
장서(藏書)와 죽간(竹簡)의 뜻을 조사해 보세요.


한우충동은 '등에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리고, 쌓으면 대들보에까지 닿을 만큼의 책'을 뜻합니다. 아래에는 중국 당나라의 학자인 유종원이 쓴 '육문통선생묘표'란 글이 나옵니다. 여기에 한우충동의 유래가 전해집니다.



공자가 춘추를 지은 지 1500년이 되었고 '춘추전'을 지은 사람이 다섯 사람, 온갖 주석(밑줄 쳐 주세요)을 단 학자는 1000명에 달한다. 그들이 지은 책을 집에 두면 대들보까지 차고, 밖으로 내보내면 소와 말이 땀을 낸다.



<상식 플러스>
주석(註釋)의 뜻을 조사해 보세요.


독서의 중요성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지요? 다음은 책을 가까이 하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리더들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고의 CEO(최고 경영자)인 빌 게이츠는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역시 근육 무력증과 만성 간염으로 입원했을 때 병상에서 40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미국의 33대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은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반드시 리더가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리더는 반드시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리더의 덕목으로서 독서를 강조했다.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역시 리더와 독서는 결코 뗄 수 없는 인연이라고 했다. 즉 모든 'Leader'(리더)는 'Reader'(독서가)이다. (가운데 부분 줄임)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은 이미 16세 때 앞으로 자신이 할 사업과 관련된 책을 독파한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금도 아침에 출근하면 자리에 앉으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책을 읽은 후에는 8시간 동안 이 책에 대해서 전화로 통화한 적도 있다.

/'리더십 역사와 전망'(연세대학교출판부)



<상식 플러스>
빌 게이츠, 손정의, 존 에프 케네디, 워런 버핏이 어떤 인물인지 조사해 보세요.


오늘날 수레 가득 책을 싣고 가거나, 대들보까지 책을 쌓은 모습을 보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여전히 오거지서와 한우충동이라는 말은 다독의 상징으로 널리 쓰입니다.

깊어 가는 가을,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계획을 한번 세워 보세요.

입력시간 : 2013.10.06 15:14:39

[종로학원과 함께하는 실전논술] 2013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 기출문제 <상>

입력시간 : 2013.10.07 2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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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매 주 교육면에 주요 대학들의 입시에 출제된 논술문제에 대해 학생의 예시답안을 분석해 실전 대비 능력을 키우는 실전논술을 연재합니다. 종로학원의 논술 강사가 논술문 분석과 조언을 맡습니다.

제시문 (가), (나), (다)의 공통된 주제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 (나), (다)를 비교하시오.(1,000자 안팎, 50점)

◆제시문 (가)
강녕의 용반, 소주의 등위, 항주의 서계는 모두 매화 산지이다.

어떤 이는 "매화는 휘어져야 아름답고 곧으면 맵시가 없으며, 틀어져야 아름답고 똑바르면 볼품이 없으며, 성기어야 아름답고 빽빽하면 자태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하지만 문인화가들은 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러한 기준으로 천하의 매화를 평가한다고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하지는 못한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곧은 것을 베고 빽빽한 것을 쳐내고 똑바른 것을 잘라 매화를 병들게 하고 매화를 빨리 죽게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돈을 벌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중략)

◆제시문 (나)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중략)

◆제시문 (다)
르네상스 시대 궁정의 여성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아함'이 요구되었다.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 가장 조심하고 피해야 할 것은 '꾸민 듯함'이다. '꾸민 듯함(아페타티오네)'은 '아무런 티도 안 냄(스프레짜투라)'과 대비된다. '우아함'을 훌륭하게 연출하는 최대의 요령은 이 '아무런 티도 안 냄'에 있다.(중략)

★제시문 전문은 한국아이닷컴(www.hankooki.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시 답안]

(가)(나)와 (다)는 인위적 아름다움과 자연적 아름다움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로 나뉜다

제시문(가), (나)와 제시문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적인 아름다움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제시문 (가)는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것은 오히려 대상의 아름다움을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제시문 (가)에서 설명된 옛 문인들이 곧게 뻗은 매화의 가지를 잘라 결국 매화를 병들게 했다는 일화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시문 (나) 또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선호한다. 왜냐하면 순리의 아름다움은 건축물이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을 돋보이게 만들면서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제시문 (나)에서 주위 배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을 예찬하는 것에서 유추해 낼 수 있다. 이에 반해 제시문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자연적인 아름다움보다 선호하고 있다. 제시문(다)에 따르면, 주체가 연기하는 아름다움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구성된다. 즉, 아름다움이 타자의 시선에 맞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이를 볼 때 제시문 (다)가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자연적인 아름다움보다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시문 (나)와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야 하는가에 따라 나뉜다. 제시문 (나)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나)에 따르면 건축물의 기둥의 높이와 굵기, 문에 나타나는 비례와 지붕의 곡선 등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겉으로 볼 때 자연과 조화가 이루어 졌을 때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이에 반에 제시문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무런 티도 안내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시문 (다)에 따르면 '우아함'은 기교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아무런 노력이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때 가장 잘 드러난다. 윤수빈∙경기 고양시 백석고 졸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자연적 미에 인위적인 노력을 더해 만들어진 대상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관점 제시

3자 비교 문제다. 연세대는 전통적으로 1번 문제에서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문제를 출제해왔다. 다만 이번 논술에서 변화된 점은 3개의 제시문에 나타난 공통된 주제어를 먼저 찾으라고 한 것이다. 주제의 공통점을 찾으라는 것으로 제시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비교하기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이번 논술 문제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다. 우리는 흔히 자연이 만들어 낸 일출이나 석양을 보는 것은 아름답다고 여기면서도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식의 허를 찔러 자연적 미에 인위적인 노력을 더해 만들어진 대상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즉 인위적으로 아름다움을 창출하려는 노력도 인정받을 수 있고 인위적으로 만든 아름다움도 충분한 미적 가치가 있다는 시각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은 총 2문제를 2시간 내에 써내야 한다. 글자 수는 총 2,000자 내외이다. 주제는 철학적 사고에 기반을 둔 인문학적 주제가 자주 출제된다. 그 주제를 크게 분류하면 '나, 너 그리고 우리'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개인적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을 철학적 주제로 엮어 출제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연세대가 출제한 대표적인 사례로 죽음, 기억, 아름다움, 웃음, 늙어감 등을 들 수 있다.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나, 너, 우리'라는 인간에 관련한 철학적 주제를 던진다. 이런 주제에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논술 잡지나 인문학적 주제를 담은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배경지식을 쌓는 차원에서 언어영역비문학 지문을 꼼꼼하게 읽는 것도 좋다. 대신 내용을 읽되 암기하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학생의 예시 답안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하면 논술의 기본 역량이 갖춰진 우수한 답안에 속한다. 다만 형식적 차원에서 따져볼 때 비교하기의 문장 구성에 아직 불안한 감이 있다. 첫 3개 제시문 내용을 동시에 비교하는 문제에서 1 대 1 대 1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교하기 문제의 특징은 3개를 먼저 2 대 1로 두 묶음으로 나눈 후 한 묶음으로 분류된 2개의 제시문 내용을 다시 비교해야 한다. 학생의 답안은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첫 단락에서 (가), (나)를 묶고 (다)를 하나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다시 (가)와 (나)를 다시 비교하여 그 내용을 분석해야 한다. 다만 학생은 새롭게 (나), (다)를 비교하고 있다. 이것은 제시문 2개 비교하기를 2번 작성한 것으로 제시문의 요구사항인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가), (나) 대 (다)로 2개를 비교한 꼴이 되고 그 다음에 다시 (나) 대 (다)를 새롭게 비교한 셈이기 때문이다.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문제는 까다롭다. 3개를 비교하는 기준을 찾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2개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찾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경우 대개 '1 대 1 대 1로 비교'하거나 '2 대 1로 비교한 후 2개를 다시 1 대 1로 비교'하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후자의 방식으로 2번 비교를 하지 않고 위 학생의 답안처럼 한 번만 비교하면 내용이 허술해지거나 비교가 아닌 제시문 요약처럼 보일 수 있다.

사소한 것을 하나 지적하자면 첫 문장 이후에 문단을 다시 시작하였는데, 첫 문장 뒤는 문단을 나누지 않는 것이 글자 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한 문단은 여러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며 특별한 경우에만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한 문단을 쓴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또한 '만들어 진다'와 '이루어 졌을 때' 하나의 단어이므로 띄어 쓰지 않고 '만들어진다'와 '이루어졌을 때'로 붙여 써야 한다. 김경석∙종로학원 논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