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인권교육… 병사들은 낯설었다

전군 특별인권교육 가보니

8일 육·해·공군 전 부대에서 실시된 장병 특별인권교육은 과연 일그러진 병영 폭력의 치유약이 될 수 있을까. 이날 낮 경기 고양시 덕양구 30사단 기갑수색대대의 한 생활관에는 모든 일과와 훈련을 중단한 병사와 간부 4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 8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에서 소속 장병들이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이날 교육은 28사단 윤모 일병 사건을 계기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내린 특별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국 육해공군 전 장병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참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육에서는 실제 병영 내 폭력·가혹 행위와 그에 따른 처벌 등 사례들이 소개됐고, 한자리에서 토론도 이어졌다. 하지만 토론은 부대 장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고, 병사들은 좀처럼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 둔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민구 국방장관의 지시로 ‘특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인권교육이었지만 28사단 윤모 일병의 사망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급조된 탓이었다.

이날 일병 계급 등 후임병들의 입에서는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라는 생각으로 후임들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심모 일병은 “선임들이 장난으로 하는 말이라도 후임병 입장에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받아들이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선임 계급에서는 질타와 구타 등 물리적인 폭력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박모 상병은 “후임들이 먼저 웃는 낯으로 다가가면 이를 마다하는 선임병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모 상병은 “휴식권을 침해받을 때가 많다”며 “선임병들이 축구나 다른 체력활동을 같이 하자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임 입장에서는 휴식하면서 다음 일과를 준비해야 한다. 운동하고 싶지 않은데 선임병에게 이끌려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대장 김동만 대위는 “가혹 행위가 있으면 보고 체계를 이용하고, 그래도 안 되면 부모님에게 얘기하든지, 인권단체에 이메일을 보내라”는 당부로 이날 인권 교육을 마무리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8-09

[단독] 인권위 윤일병 구타 사망알고도 그냥 덮었다-한겨례2014.08.07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닷새 뒤인 411일 실시한 현장 검증사진 44장을 한겨레가 5일 입수했다.

가족들, 윤일병 사망전날 구타 의심된다진정

사망 일주일뒤 인권위, 28사단 이틀간 현장조사

군쪽 말만 듣고 해결된 사안결론진정 각하

국가인권위원회가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1) 일병이 사망하기 직전 구타가 의심된다는 가족들의 민원을 접수해 사망 직후 이틀에 걸쳐 현장조사를 하고도 각하처분을 하고 만 사실이 드러났다. 인권위는 윤 일병 사망 사건의 파장이 커진 지난 4일에야 뒤늦게 “28사단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6<한겨레> 취재 결과, 선임병들의 집단폭행으로 윤 일병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46일 저녁, 정형외과 의사인 윤 일병의 인척이 인권위에 민원을 냈다. ‘윤 일병이 부대원들과 함께 음식물을 먹다가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상태가 안 좋다. 몸 곳곳에 상처와 피멍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인권위는 민원을 받아 정식으로 진정을 접수한 뒤 414~15일 현장조사를 나갔다. 28사단 헌병대 수사기록을 보면, 군은 윤 일병이 쓰러져 의식을 잃은 46일부터 가해자들의 진술을 받기 시작했고, 윤 일병이 숨진 7일에는 이미 목격자들한테서 충분한 진술을 확보한 상태였다. 또 상해치사 혐의로 가해자들을 구속한 9일에는 한달 넘게 끔찍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계속됐다는 구체적 진술을 받아 놓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조사를 나간 인권위 조사관은 수사를 맡은 헌병대 책임자, 사고 당시 근무자 및 목격자, 지휘계통 등을 조사한 뒤 사건의 명확한 수사와 사후 처리를 당부하는 데 그쳤다. 인권위는 6가해 병사들의 재판이 진행중이고 간부들은 중징계를 받은 사안으로, 가족들에게 사건 경과와 군의 조치 등을 설명하자 받아들였고, 가족들이 더 이상 인권위의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윤 일병 사건을 조사중 해결된 사안으로 보고 진정을 각하했다.

 

우리 아들은 왜 죽어서 왔나요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군 폭력 규탄 및 사망 군인 명예회복 촉구 기자회견에서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이 희생자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가해 병사들의 재판을 지켜본 한 인사는 군은 유족들이 수사기록의 열람을 요구해도 주지 않았고, 현장검증에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며 유족을 안심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유족들은 군을 믿고 윤 일병의 죽음을 체념하듯 받아들인 상황이었다고 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던 유족들의 조사가 필요없다는 판단을 인권위가 그대로 따른 셈이다.

인권위가 해결됐다고 결론을 냈던 윤 일병 사건은 각하 결정 40여일 만인 지난달 31일 인권단체에 의해 참혹한 전말이 폭로됐다. 그러자 인권위는 석달 전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한 육군 6사단 의무대 폭행 사건을 4일에야 뒤늦게 공개하면서 “28사단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도 검토하겠다뒷북을 쳤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런 행태는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낯익은 풍경이다. 인권단체 인사들은 2009년 현 위원장이 취임한 뒤로 군과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의 인권침해에 대한 직권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우리 진명선 기자 ecowoori@hani.co.kr

[청소년 기자 광장] 학교폭력, 학생회가 앞장서 막는다


2014-08-02 [07:59:01] | 수정시간: 2014-08-02 [07:59:01] | 16면

성기에 약 바르고, 가래침까지 핥게…‘윤일병 사건’ 파문

등록 : 2014.08.01 19:44 수정 : 2014.08.01 21:57

오는 5일 폭행 선임병 등 결심공판
군검찰 뒤늦게 성추행혐의 추가 검토
병영관리 실패 은폐 의혹 나와

지난 4월 선임병들의 ‘단순 폭행’으로 숨졌다고 알려졌던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4) 일병이 애초 발표와 달리 한 달 넘게 이어진 구타와 가혹행위 끝에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애초 군은 사망 당일의 폭행만 공개한 바 있어, 병영 관리 실패를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임병한테 상습적으로 맞던 후임병이 자기 밑으로 들어온 후임병을 다시 폭행하는 ‘구타의 사슬’도 확인됐다.

■ 살인죄 적용은 안 해…성추행은 검토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군검찰은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5년에서 30년까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중형을 구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아무개(26·구속) 병장 등 폭행에 가담한 선임병 5명은 이미 보통군사법원에 기소돼 5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육군은 전날 인권단체인 군인권센터가 밝힌 성추행 혐의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군검찰은 이 병장 등을 기소할 때 이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성추행 혐의는 가혹행위의 한 부분으로 파악해 혐의 내용에는 넣지 않았다. 그러나 필요하면 공소장 변경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군은 가해 병사들에게 상해치사죄(법정형량 징역 3년 이상)가 아닌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를 적용해야 한다는 군인권센터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김 실장은 “윤 일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살리려고 노력한 점 등을 보면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앞서 육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연대장과 대대장을 보직해임하는 등 간부 16명을 문책했다.

■ 배치 첫날부터 폭행 또 폭행 이 사건은 군인권센터가 지난 31일 수사기록을 공개하며 “구타와 가혹행위가 한달 넘게 지속됐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커졌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수사기록에는, 부대 전입 뒤 대기기간(2주)이 끝난 직후인 지난 3월3일부터 구타를 당한 것으로 나온다. 사건 일지에는 선임병들이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윤 일병을 때리기 시작했다고 기록돼 있다.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며 대걸레 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허벅지를 때렸고, 그런 폭행을 가한 며칠 뒤에는 2~3시간씩 기마 자세를 취하게 했다고 한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다리를 맞아 제대로 걷지 못하자, 다리를 절룩거린다는 이유로 다시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또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 경례 동작 등을 시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을 주도한 이 병장은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 먹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의무중대 소속인 이들은 맞아서 생긴 멍에 약을 발라주겠다며 성기에도 약을 바르는 가혹행위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임병들은 사망 당일, 연이은 가혹행위로 힘들어하는 윤 일병에게 직접 비타민 수액 주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폭행을 당하던 윤 일병이 침을 흘리며 쓰러졌는데도 ‘꾀병’이라며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기소된 선임병 가운데 2명도 ‘최고참’인 이 병장한테서 폭행당한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치약 한 통을 강제로 짜서 다 먹게 하거나, 후임병 관리를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박기용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