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을 깬 사람들] (8) 정규학력 초등졸 김동주 나주시법원 판사

“학력은 평생을 투자해 만들어가는 겁니다. 출발은 중요하지 않아요.”

광주지법 나주시법원 김동주(59) 판사는 가난 때문에 제대로된 정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법조계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명문대학 출신과 고학력자들이 즐비한 법조계에서 그는 노력하는 법관으로 후배 법관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제대로 된 정규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이고, 사법시험 합격 당시 전남대 법대 1년 중퇴가 최종 학력이었다.

▲ ●김동주 나주시법원 판사

▲1948년 전남 해남 출생

▲1966년 대입검정고시 합격

▲1968년 전남대 법학과 입학(1년 중퇴)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1982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현 의정부지법) 판사

▲1990년 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졸업

▲1993년 전남대 경영대학원 석사

▲1994년 광주지법 판사

▲1995년 변호사 개업

▲2001년 광주지법(나주시) 판사
부족한 학력에 밥벌이 위해 사법시험 준비

사법시험을 보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아이처럼 얼굴을 붉히며 “밥벌이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김 판사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 후 2년이 지나서야 중학교에 들어갔다. 그는 “국민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한 해는 굶주림과 추위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중학교도 어떻게 들어갔는지…”라며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 대해 말끝을 흐렸다.

그나마 중학교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2년만 다니고 중퇴한 뒤 쫓기듯 광주로 이사를 갔다.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대입 검정고시를 통해 전남대 법대에 입학했다. 가난의 굴레 탓에 수업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1년 만에 중퇴했다. 그의 말대로 제대로 된 졸업은 초등학교뿐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중·고교와 대학 모두 띄엄띄엄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다.

최다 학력자로 변신

그는 단지 공부에 대한 갈증 때문에 방송통신대에 들어가 42세의 나이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내친 김에 일어일문학과 영어영문학 공부도 시작해 학사 학위를 갖게 됐다.‘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그는 93년 전남대 경영대학원 석사, 조선대 공과대학에서 환경공학 석사, 광주대 언론대학원까지 수료했다. 그러나 그의 끝없는 학구열은 법원 안팎의 지인들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공부가 하고 싶었을 뿐 기재할 학력을 늘리기 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판사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60년대와 70∼80년대에도 서울대 법대생이란 거짓말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당시 수십명을 뽑던 사법시험에서 합격자의 대다수가 서울대 법대생인 점을 감안하면 사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쉽게 가짜 서울대생이 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판사가 되기 이전은 물론,13년의 판사생활을 하면서도 학력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법원에 들어온 뒤 학력이 중요한 지 생각해 본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인명자료에 기재된 자신의 학력이 잘못됐지만 한 번도 고쳐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스스로 학력을 위조하거나 좀더 좋은 학력을 알리기 위해 변명하는 ‘범인(凡人)’들과는 달랐다. 법원 분위기도 학력에 대해 잊고 지낼 수 있도록 일조했다고 한다. 대부분 명문대를 나오다보니 학력 얘기는 화제가 될 수 없었다.

시골법정 지키는 것이 학생 가르치는 것만큼 중요

김 판사는 2001년 다시 시골 법원으로 돌아와 정년을 4년 앞두고 있다. 법관으로서 첫 4년을 빼면 판사 시절의 대부분을 광주와 전남 해남·장흥·나주에서 근무했다. 시골 판사로 법조인 생활 대부분을 보냈다.

법원으로 돌아온 이유를 묻자 김 판사는 “시골 법정을 지키는 것이 중등교사 시절 학생을 가르쳤던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고,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등 정년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기사일자 : 2007-08-31 8 면
[TV수사대]
입력: 2007년 08월 22일 21:05:29
주영훈, 최수종(왼쪽부터)

동생이 나온 학교를 졸업했다고 하질 않나, 어학연수 과정을 학위 이수로 꾸미지 않나. 또 입학을 했으나 졸업은 못했다는 변명부터, ‘구차한 실토’를 ‘당당한 고백’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위 조작 이후 불거진 학력위조 파문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깔수록 알맹이는 없고 눈물만 흐르는 양파 속 형국이다. 전 분야에 걸쳐 학력 조작 의혹이 들썩대자 출신학교에 대해 허풍을 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오금이 저렸을 게다. 그 와중에 ‘자진 고백’으로 무마하려는 경우도 있으나, 학력도 믿지 못하는 마당에 ‘해명’ 역시 의도가 불손하다.

작곡가 겸 가수 주영훈(왼쪽 사진)이 미국 조지메이슨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고 대중을 속여왔던 사실이 21일 밝혀졌다. 웃지 못할 해프닝은 ‘스포츠칸’의 최초 보도 직후 연이어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영훈은 ‘당당한(?) 고백’이라며 읍소했다. 심지어 연예인 최초의 학력위조 인정과 수정 요구라며 ‘미화’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냈다. ‘스포츠칸’은 앞서 지난 19일부터 학력 의혹과 관련해 주영훈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거짓말이 드러나기 전, 주영훈 측은 당당했다. 오히려 그의 매니저는 “조사하려면 해 보라”고 큰소리까지 쳤다. 하지만 이미 재미교포 정보공유 사이트 등에는 ‘주영훈의 학력위조’에 관한 증언 및 어학연수 도중 그의 미국 생활에 대한 목격담이 게시됐다. 더불어 언론의 취재가 가속되자 주영훈은 돌연 입장을 바꿔 ‘학력 인정과 수정 요청’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같은 날 탤런트 최수종의 학력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고 알려진 것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 최수종 측은 “한국외대에 합격한 것은 사실이나 집안 사정으로 등록하지 못했다”고 즉시 해명했다. 최수종의 공식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프로필의 학력란은 삭제됐다. 최수종을 ‘심정적 동문’으로 생각해 왔다는 한국외대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수종의 합격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현재 남아 있지 않으나, 지난 2000년과 2004년 학교 측이 외대방송인상과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겠다고 제안한 것을 최수종이 고사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그의 고등학교 은사도 최수종이 한국외국어대에 합격했던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같은 날 벌어진 두 사람의 학력 위조를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첨예하게 갈라섰다. ‘비호감’ 연예인으로 불리던 주영훈에게는 “그럴 줄 알았다”는 비난이 격렬한 반면 ‘호감 연예인’ 최수종에 대해서는 “실망했다” 정도로 그친다. 이른바 ‘미운털 현상’이다.

주영훈은 자진해서 학력 수정을 요청했다고 변명했지만 네티즌들은 그의 최근 방송분 UCC를 통해 주영훈의 허풍을 꼬집었다. 특히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5월24일 MBC FM4U ‘박명수의 FunFun라디오’에 출연해 자신 있게 미국 유학 시절에 대해 얘기한 것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진행자 박명수가 “조지메이슨대학교를 졸업했는가” 묻자 “예, 미국에”라고 대답하고 “(학교는) 버지니아주 페어펙스시티에 있다. 당시 음대와 여러 학교를 다녀 솔직히 성적은 안 좋았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유쾌하게 웃은 내용이다. 학위 위조에 대한 배신감에 이어 위선적인 ‘거짓 해명’에 대중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신정아 파문에 이은 최악의 위조”라고 할 정도다. 결국 주영훈은 TV와 라디오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일한 사안의 최수종은 조용히 KBS1 ‘대조영’ 촬영을 진행 중이다. 최수종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다. 본인이 “외대 졸업했다”고 얘기하고 다니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학력에 대한 암묵적 동조 역시 그의 책임이다. 하지만 백마디의 구차한 변명보다 겸허한 침묵의 수용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한편 이번 학력 파문에 포털사이트의 책임도 생각해 볼 문제다. 방송인 강석의 학력위조와 관련해 MBC 라디오 정찬형 본부장은 “대형포털사이트가 개인프로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본인의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 장미희를 비롯해 이번 주영훈, 최수종 등은 공통적으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학력에 관해 ‘확인 요청이 없었다, 영문을 모른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보팀은 “개인 정보는 조인스닷컴의 DB를 제공받아 구축됐다”면서 “이슈 사항에 대해서는 신뢰 있는 기관이 공개하는 무료 DB를 사용하고 연예인의 경우는 소속사가 제공하는 프로필이나 관련 뉴스의 내용을 참조한다”고 밝혔다.

요즘은 인물정보가 궁금해지면 검색창에 이름부터 넣어보는 게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마치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지식검색’을 표방하는 포털사이트가 네티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더불어 대중의 사랑에 기반하는 연예인 역시 더 이상 믿는 도끼에 발등찍히는 일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

〈조상인기자 ccsi@kyunghyang.com〉
[대입논술 가이드]평론가·네티즌의 ‘디워’ 논쟁
입력: 2007년 08월 21일 08:58:55
주영훈도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여
소속사 "데뷔 때부터 사실대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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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겸 방송인 주영훈이 자신을 둘러싼 학력위조 논란에 대해 "데뷔 때부터 사실대로 학력을 밝혀 왔다"고 21일 말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프로필 등을 통해 미국 명문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주영훈은 이날 소속사를 통해 "최종 학력이 조지메이슨대로 알려진 것은 동생의 학력이 잘못 올라갔기 때문"이라며 "이와 관련해 이미 해당 포털사이트에도 수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소속사 측은 "주영훈 씨는 실제로 북버지니아대를 중퇴했다"면서 "이런 사실은 1990년대 중반 데뷔 시절부터 보도자료 등을 통해 분명히 알렸다"고 덧붙였다.

소속사는 또 "그동안 인터넷 프로필을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방법을 잘 몰라서 시기가 늦어졌다"며 "어차피 처음부터 학력을 제대로 밝혀왔기 때문에 굳이 해명하고 말 것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터넷에 학력이 잘못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주영훈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묵인해오다가 뒤늦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자 서둘러 수정 요청을 한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탤런트 이윤미와 결혼해 화제가 된 주영훈은 1994년 심신의 '내가 처음 사랑했던 그녀' 등을 작곡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엄정화ㆍ코요태ㆍ류시원ㆍ포지션 등 많은 가수들의 히트곡을 작곡했고, 재치 있는 입담을 바탕으로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현재 KBS 1TV '대한민국 퍼센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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