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로 내년 신입생 150명 첫 선발
성적만으론 찾기 어려운 다양한 인재 포함

올해 KAIST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응시해 최종 합격통보를 받은 조민홍(18·부산 대진정보통신고)군은 '로봇 박사'다.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한국대회에서 대상(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고 세계대회에서도 3위에 올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로봇 관련 대회에 60번 넘게 출전해 실력을 뽐내온 그는 인문계 고교에 다니다 로봇으로 특성화된 실업계 고교로 전학을 했을 정도로 로봇에 푹 빠져 있다.

또 다른 합격자 박병훈(18·서울 백암고)군은 국내 특허 10개를 보유·출원한 '발명 박사'다. 지난 6월 중소기업청 주관 벤처 창업 경진대회에 직접 개발한 '친환경 생태 방음벽'을 활용한 창업 계획서를 제출해 우수상을 받았다. "식물과 사람이 조화되는 도시 계획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다.

KAIST가 올해 처음 도입한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뽑힌 신입생 150명 중에는 이처럼 입학시험 점수만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다양한 인재들이 포함됐다. KAIST는 이번 전형 결과 91개 고교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KAIST 합격자를 냈으며,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비율도 거의 같았다고 10일 밝혔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 선발 업무를 전담하는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잠재력·소질·특기·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KAIST는 지난 5월 말 전국 일반계 고교 651곳에서 각 1명씩 학교장 추천을 받아 서류 심사와 현장 방문, 심층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다. 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국제고 출신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KAIST측은 "합격자 중에는 고교 수준 교재를 저술한 학생, 매달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학생, 친구들에게 수학을 2년간 가르친 학생,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13개 딴 학생 등 역경을 극복했거나 특정 분야에서 영재성을 보인 학생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선행학습보다 중요한 것, "신발끈은 맬 줄 아니?"
초등4학년 밤톨이의 단상, 미술활동에서 본 아이들 행동
09.08.06 15:45 ㅣ최종 업데이트 09.08.07 08:47 정민숙 (minsuk6719)
▲ 밤톨이의 야자수 밤톨이가 애써서 만들어 가지고 온 야자수. 그런데 다른 아이들 만드는 것 도와주느라고, 다 끝난 다음, 치우고 오느라고 고생하며 만든 야자수라 작품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다.
ⓒ 정민숙
밤톨이

밤톨이는 미술활동을 좋아한다. 그래서 미술학원에 보내줄까? 하고 물으니 학원은 싫고,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활동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2학년 때부터 꾸준하게 미술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담당선생님은 전직 미술교사로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잘 이끌어주고 계신다. 밤톨이를 예뻐해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이젠 미술활동도 좋지만 선생님 만나고 싶어 반드시 신청을 하고 있다.

요즘은 방학이지만,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주 동안 하고 있어 지금도 학교에 가 있다. 요즘 방학이 방학답지 않지만, 아이들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마음에 든다. 아이들도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니고 밤톨이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좋아하며 가고 있다. 다녀와서는 엄마에게 재잘재잘 참새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데, 모든 이야기의 끝은 아이들이 정리를 하지 않고 가 버리고, 선생님께 너무 예의 없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일기장에 버릇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끌끌 혀를 차는 어른 같은 글을 남겨놓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보통아이들 같은 경우 일상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생각과 행동을 해야 되는 걸까? 가끔은 밤톨이가 다른 아이들의 그러한 행동 결과로 남겨진 일들을 뒷설거지만 하고 오는 것 같아 엄마 입장에서 속이 상하기도 한다. 어른들 사회에서도 아주 소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생각 없이 자신의 이익만 따지며 해 놓은 일의 나쁜 결과를 다른 사람들이 대신 처리해야만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요즘 사람들은 그런 일에 대해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죄책감도 없으니 현대판 주인과 하인도 아니고 씁쓸한 일이다.

"엄마 일기는 왜 써야 하지?" - 밤톨이

"쓴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마음치료법이야. 또 내 생활을 기록하는 것이기도 하고. 기억은 오래 가지 못하거든. 그래서 두 가지의 일기를 쓰기도 해. 한 가지는 그냥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지. 그 것은 글쓰기 연습도 되지만, 너랑 다른 사람이 그 글을 함께 읽어도 되는 내용의 글이야. 그러니까 그 일기에는 정말 마음 속 이야기는 쓰면 안 돼. 너를 보호할 수 없거든. 또 한 가지는 나만 보는 글을 쓰는 거야. 그 일기에는 어떤 이야기라도 쓰면 되고,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거야. 나중에 자기가 썼던 부분이 마음에 안 들면 그 부분을 지워버리거나 찢어버려도 되지." - 엄마

"그럼 일기 쓸 때 어떤 일들을 쓰면 되는 거야? 엄마가 밥 먹고 일어나서 세수하고 그런 것들을 꼭 쓰는 것은 아니라고 했잖아." - 밤톨이

"날짜랑 날씨는 꼭 써야지. 난중일기를 보면 이순신장군은 그런 부분을 꼭 써 놓았거든. 그리고 책을 많이 읽고, 박물관에 많이 가고,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 하고, 그런 것들을 많이 하면 쓸 거리도 많지. 특히 속상한 날은 꼭 쓰는 것이 좋아. 글을 쓰다보면 처음에는 막 화가 나서 욕도 하고 싶고, 흉도 보고 싶고... 거친 말도 마구 쓰거든. 그러나 쓰면서 마음 속에 상처받은 것들이 손끝으로 나와서 그런지 글 뒤로 갈수록 내용이 부드러워지고 속도 편해져. 그리고 잘못한 일을 쓰면 반성을 해서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럼 다른 사람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너 스스로 정신이 더 건강하게 되는 거지." - 엄마

"아! 그렇구나." - 밤톨이

고학년들이 모인 미술시간에 벌어진 일에 대해 밤톨이가 쓴 글은 이런 내용이다.

2009년 7월 28일 화요일

<야자수>

오늘 수채화 반에서 야자수를 만들었다. 먼저 통에다 비닐을 넣고 긴 가래떡 같은 것을 잘라서 종이로 잎을 만들어 침 핀으로 꽂았다. 그 때 침 핀이 부족해서 소○이에게 침 핀을 사오라고 하셔서 소○이가 나랑 같이 침 핀을 사 갖고 왔다. 자전거를 타고 가 빨랐다. 그 다음엔 풀을 붙이고 줄을 잘라 장식했다. 그 다음에 다른 장식을 했다.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서 가끔씩 하시겠다고 하셨다. 그건 맞는 사실이었다. 나는 뒤쪽에 있었는데 아이들이 딱 이 한 낱말만 했다. 이 낱말은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선생님만 불렀다. 선생님이 참 괴로워 하셨다. 애들에게 다 해주자 아이들이 감쪽같이 가 버렸다. 참 이상한 녀석들이다.

선생님이 하신 말은 나도 동감이었다. 아이들이 많아서 예○, 나, 나○이를 시키셨다. 애들이 참 답답했다. 어떤 애는 잘 하는데, 속도가 느리고 한 아이는 엄청 쉬운 것 가지고 쩔쩔 매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신발 끈은 맬 줄 아나? 자기가 입은 옷은 세탁바구니에 넣을 줄 아나? 자기가 쓰던 물건들은 정리하고 갈 줄은 아나? 교실 청소할 때도 도망가는 아이들이 많아 남은 아이들이 끙끙거리며 청소를 다 하느라 고생하는 줄은 아나? 아니 하다 못해 실수로 발을 밟으면 밟힌 아이가 아프다는 것은 아나?

학교수업 선행학습도 중요하겠지만, 실상 더 중요한 이런 기초생활습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다른 아이가 피곤하고 힘들어진다는 것을 다른 학부모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혹시라도 자신의 아이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다른 아이가 대신 해주니 너는 공부만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밤톨이에게 너도 하지 마라고 할 수 없는 것은 그래서는 안 되고, 선생님의 수고에 대한 배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동은 그렇게 해도 공개수업시간에 가보면, 그런 아이들의 미술 실력이 엄청 좋다. 밤톨이도 떨어지는 실력은 아니지만, 행동은 형편없어도 실력만 좋은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때론 두렵기도 하다. 밤톨이는 오늘도 즐겁게 스케치북을 들고 와서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할 것이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어서 밤톨이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 KAIST 합격한 16세 성현우 군 [연합]

"노벨상을 타고 싶은데 노벨상에는 수학상이 없잖아요. 그래서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수학분야의 노벨상인 필즈상(Fields Medal)을 받고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KAIST 4차 전형에서 합격한 한국과학영재학교 3학년 성현우(15세 7개월) 군의 꿈이다.

올해 1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독일의 펠릭스 클라인 김나지움에 갔을 때 현지 수학교사조차 풀지 못하던 수학문제를 풀어내면서 현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성 군이기에 주위 사람들은 그가 한국인 최초로 필즈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 군은 부산 대청중학교 1학년 때에 이미 13살의 나이로 전국의 영재들이 모이는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최연소 합격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성 군의 부모는 어린 나이에 동급생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학적인 재능이 남다른데다 언제나 온 힘을 다해 학업에 임하면서 동급생의 사랑을 받아 원만하게 학교생활을 해 냈다는 것.

성 군을 가르친 학교 교사들은 그가 남다른 재능은 물론 높은 집중력으로 성취를 이뤄내는 스타일이라고 칭찬했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숙달한 것은 물론이고 졸업논문 준비 때는 일주일에 4편의 논문을 정리해 지도 교사를 놀라게 했다.

그렇다고 성 군의 학습방법이 다른 학생과 다른 것은 아니다.

평소 학습 방법을 묻자 그는 "과학영재학교 입학 전에 6년간 영재교육원을 일주일에 1차례 다니는 것 외에는 사교육을 받은 게 없으며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는 식으로 공부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KAIST에 진학한 후 꾸준히 공부해서 대학교수가 돼 수학을 연구하고 학생을 가르칠 계획"이라고 당차게 진로를 밝혔다.

자신에 대해 수학적인 재능은 뛰어나지만, 인문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은 성 군은 대학 진학 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성 군이 다니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KAIST는 대학과목 선수수업협약한 상태로 성 군은 20대 초반에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어 대학 강단에 선 그의 모습을 볼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입학사정관제 정착을 위한 제언/김무환 포스텍 입학처장
▲ 김무환 포스텍 입학처장
수능 시험이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입학사정관제’에 우리 사회와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학, 교육계, 학부모 모두 소수점 단위의 점수까지 따지는 과도한 점수 경쟁의 현 대입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입시제도 변화로 인한 혼란과 선발 과정에서의 공정성 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아직 개인의 소질이나 잠재력 등을 평가받아 본 경험이 없이 점수 위주의 대입시험 준비에 맞춰진 교육을 받아 온 학생의 입장에서는 입학사정관제가 낯설고 불만스러운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학생들이 이런 불안감으로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정부와 대학은 올바른 설명과 자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우선 각 대학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인재상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수능 성적이 1~2점 높은 학생이 아니라, 각 대학이 양성하려는 인재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을 갖춘 학생을 어떻게 가려내고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수험생과 학부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를 위해서는 덕망과 경험이 있는 입학 사정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이 학생 개개인의 인성과 교육 정도,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의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선발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또 한 명의 학생을 평가하기 위한 과정에는 점수 위주의 단순한 선발과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정성과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다음으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일선 고교의 사전 준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사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입학사정관이라도 한 학생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고등학교 교사들은 대상 학생들에 대해 충분한 평가 시간과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사의 추천서는 가장 좋은 판단 자료가 되는 중요한 전형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의 추천서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고교-대학 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교의 교육 내용 및 교내에서의 여러 활동 내용을 평가하도록 협력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입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시험과 기준들이 학생들에게 제시돼 왔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역시 새로운 제도로서 참신한 항목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각각의 항목에 대해 어려운 기준을 제시한다면 학생들은 여전히 또 다른 이름의 ‘시험’을 준비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이제는 학생들이 단순히 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설계하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미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설계한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실천한 경험· 성과들을 대학에 제시하여 평가받는다는 마음으로 고교생활을 하여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우리 대학입시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요술지팡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현존하는 대학입시의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서 충분히 우리 사회에 정착이 가능한 제도이다.

입학사정관제가 교육백년지대계의 큰 축으로 자리잡고 선진적인 대입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학생들과 학부모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김무환 포스텍 입학처장

2009-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