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철학을? 어린이들도 '논술 광풍'
초등학교 저학년도 철학학원 수강… "너무 높은 수준 강요땐 되레 역기능"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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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전국이 논술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생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대입에서 논술의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초등학생은 물론 심지어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어린 꼬마에게까지 논술교육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아논술 붐으로 '칸트키드'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철학자 칸트와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의 합성어로 논술교육을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키워 줘야 한다는 생각이 학부모 사이에 자리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도 논술, 서술형 평가가 일반화하면서 '칸드키드'바람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학원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2~3곳에 불과했던 어린이 철학학원은 최근 서울 강남 지역 등을 중심으로 확산돼 수도권에만 20여 곳으로 증가했다. 칸드키드들을 위한 학습지도 속속 생겨나 강남 일대에선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한 1인당 20만~30만원짜리 소그룹 논술 과외가 유행하기도 한다. 엄마들이 직접 아이를 가르치려고 논술 강의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5학년인 박모(12)양은 일주일에 세번씩 논술학원에 다닌다. 박군은 현재 고등학생도 소화하기 어려운 니체에 대해 배우고 있다. 논술 주제도 만만치 않다. '다국적 기업의 장단점'에 대해 600자 논술을 써내는 것이 이번주 숙제다.

박양은 "엄마가 논술을 미리 배워놓으면 나중에 좋다고 했다"며 "어려운 내용이 나와도 나만 모른다고 말하기 싫어서 그냥 듣는다. 그래도 친구들과 토론하는 건 재밌다"고 귀띔했다.

주부 최모(33)씨는 6살 된 아들을 위해 논술 방문 학습지를 선택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교사가 찾아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최씨는 "내가 유별난 게 아니고 다른 엄마들이 다 하니까 나만 안 할 수가 없다"며 "책 읽는 습관도 길러줄 겸 늦게 시키는 것보단 낫다"고 털어놨다.

세살 난 딸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문모(43)씨 경우 9월부터 서울 송파구 삼전동 송파구민회관에서 초등논술 지도사 과정을 듣고 있다. 문씨는"학원에서는 논술 기술만 가르치는 것 같아 내가 직접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려고 한다"며 "창의력도 오래 연습하면 느는 거다. 오래 준비할수록 나중에 대입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칸트키드 열풍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화여대 이지애(철학과) 교수는 "어린 아이일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 비판적이고 독창적인 사고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철학교육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너무 수준 높은 내용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 사고력 발달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흔 기자 vivaluna@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