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유기견 안고 마라톤 완주한 여성 사연은

켐지라 클롱산운이 마라톤 경기 도중 구한 강아지의 모습. 켄지라 클롱산운 페이스북

42.195㎞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기 중 하나입니다. 완주를 위해서는 엄청난 강도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뎌내야 하죠. 그런데 강아지를 품에 안고 경기를 완주한 여성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강아지와 함께 달리는 켐지라 클롱산운. 켐지라 클롱산운 페이스북

강아지와 함께 달리는 켐지라 클롱산운. 켐지라 클롱산운 페이스북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지난 1월 29일(현지시간) 태국 마라톤 경기 도중 버려진 강아지를 구해 품에 안고 마라톤 경기를 마친 켐지라 클롱산운(43)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태국 방콕에 사는 켐지라는 최근 현지에서 열린 ‘촘부엥’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평소 뛰는 것을 좋아하는 켐지라는 그날 역시 마라톤 경기에 참가해 달리고 있었죠. 그런데 11㎞를 달렸을 무렵 켐지라는 길가에 혼자 떨고 있는 작은 강아지를 발견했습니다. 주변에는 강아지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어미 개도 없었습니다.

켐지라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강아지 '촘부엥'의 모습. 켐지라 클롱산운 페이스북

켐지라는 떨고 있는 강아지를 차마 혼자 두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는 멈춰서 강아지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습니다. 남은 거리는 약 30㎞. 혼자 달리기도 힘든 거리였지만 켐지라는 강아지를 안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라톤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달리는 켐지라의 모습에 환호했습니다. 켐지라는 강아지와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비록 순위권으로 들어올 수는 없었지만 켐지라는 새로운 가족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경기 후 강아지의 주인을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켐지라는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켐지라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강아지 '촘부엥'의 모습. 켐지라 클롱산운 페이스북

켐지라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강아지 '촘부엥'의 모습. 켐지라 클롱산운 페이스북

켐지라는 강아지에게 마라톤 대회의 이름을 딴 ‘촘부엥’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켐지라는 “강아지를 안고 30㎞를 달리는 것은 정말 도전이었다. 평소 마라톤보다 두 배나 힘든 일이었지만 완주해낼 수 있었다. 촘부엥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라며 “촘부엥이 우리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켐지라는 SNS에 촘부엥의 사진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촘부엥은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촘부엥이 새로운 가족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강문정 인턴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038481&code=61131911&cp=du
아직은 살만한 세상… 차가운 연말 따뜻한 온정

 

 

동춘3동 사회보장協 ‘사랑의 산타’ 마사회와 저소득층 아이들에 선물 
계양농협, 2천만원 기탁 사랑 실천 기업·주부대학 회원들도 성금품

경기침체 속에서도 연말을 맞아 지역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지역사회에 훈풍이 불고 있다. 

24일 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연수구 동춘3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최근 연수노인복지관에서 ‘사랑의 산타클로스 선물 나누기 행사’를 가졌다. 

이날 협의체 위원들과 노인복지관 회원들은 직접 산타 복장을 입고 한국마사회 인천연수지사 후원으로 준비한 선물을 지역 청소년 30명에게 전달했다. 

마사회 연수지사 관계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던 선물을 나눠줄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게양농협도 ‘희망 2019 따뜻한 사랑 나누기 캠페인’을 통해 계양구에 2천만원을 기탁했다.

황인호 계양농협 조합장은 “농업과 농촌, 지역사회를 위해 항상 고민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기업과 단체들도 연말을 맞아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활동에 동참했다.

중구 연안동에 본사를 둔 앤에스푸드는 최근 지역 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연안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라면 30상자를 기부했다. 

계양구 식품제조협의회도 최근 계양구에 회원사들이 직접 생산한 제품 1천676개를 전달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계양구는 기부받은 제품들을 각각 포장해 경로당 등 지역 소외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다.

중구농협 화수지점 주부대학 3·5기 회원들은 동구 만석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랑의 쌀 전달식을 했다. 

주부대학 회원들은 바자회 성금으로 마련한 쌀(10㎏) 250포를 화수1·화평동과 만석동에 기부했다.

송성장 주부대학 3기 회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전달식을 갖게 됐다”며 “회원들의 정성과 사랑이 소외 이웃들에게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재홍기자

의사 시험 합격 이끈 신부님... 그가 가장 강조한 것

[기획-명절 때 생각나는 캐릭터] '교육'의 힘 강조한 <울지마 톤즈>(2010)

19.02.03 18:03최종업데이트19.02.03 18:03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명절에 큰 집을 방문했을 때 가톨릭 신자인 큰아버지는 <울지마 톤즈>(2010)라는 영화를 보여주었다.

<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남수단 공화국에서 빈민 구제 운동에 힘썼던 고 이태석 신부(1962-2010)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태석 신부가 선종한 해인 2010년 4월 11일 < KBS 스페셜 >에서 방송한 <수단의 슈바이처, 고 이태석 신부>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2010년 9월 극장에서 공개된 <울지마 톤즈>는 이듬해 KBS 1TV에서 설 특선영화로 방영되기도 했다.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KBS

 
'남수단의 슈바이처'로 살았던 이태석 신부

선종 몇 달 전,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수도원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이태석 신부의 생전 모습으로 시작하는 <울지마 톤즈>는 평생을 남수단의 구호운동에 바쳤던 이태석 신부의 삶을 조명한다.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음악에도 남다른 조예가 깊었던 이태석 신부는 홀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제의 길을 걷기로 한다. 사제 서품을 받은 뒤에는 한국인 사제 최초로 아프리카 선교활동에 떠난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는 그곳에서 선교에 집중하기보다 의료봉사, 마을 재건, 교육 활동에 힘썼다.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종교 불문하고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 모두에게 의술을 펼쳤기에 '남수단의 슈바이처'라는 별칭도 얻게 되었다.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KBS

 
이태석 신부가 자청해서 찾아간 남수단 공화국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였다. 오랜 내전으로 모든 것이 초토화되고 황폐해진 남수단의 톤즈를 찾은 이태석 신부는 톤즈 주민들을 치료하기 위한 진료소(병원)를 세우고, 어린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건립했다.

이태석 신부가 세운 병원과 학교는 톤즈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었고, 수십 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던 톤즈 주민들은 삶의 희망을 얻기 시작한다. 

그가 남수단에 병원뿐만 아니라 학교도 세웠던 이유

안타깝게도 톤즈 공동체가 자리를 잡을 무렵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이태석 신부는 그들의 곁을 떠났고, 신부가 떠난 톤즈 마을은 절망과 낙담으로 가득하다. 이 대목을 강조하는 장면에서 불편한 지점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생전 이태석 신부는 가난한 삶을 살고 있지만 매사 감사하면서 기쁘게 살아가는 톤즈 환자와 주민들에게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KBS

 
그러나 <울지마 톤즈>는 한센병 환자들의 잘려나간 손과 발, 한 브라스 밴드 단원의 구멍난 스타킹 등 더 이상 이태석 신부의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톤즈 주민들의 빈곤한 모습을 거듭 보여 준다. 생전 이태석 신부는 톤즈 사람들을 가난하고 불쌍한 존재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배울 점 많은 친구로 대했다. 하지만 그를 기리는 다큐멘터리조차 촬영 대상을 '빈곤 포르노'식으로 다루는 방향은 피할 수 없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울지마 톤즈>가 제3세계의 빈곤과 재난을 다룬 다른 다큐들과 비교해 돋보이는 이유는, 남수단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 힘쓴 이태석 신부의 업적에 있다. 성직자이자 의사였던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구호활동에만 전념하지 않았다. 이태석 신부가 세운 병원이 어느 정도 틀을 갖추게 되자, 그는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에 눈을 돌린다.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 사랑을 가르치는 거룩한 학교, 내 집처럼 정이 넘치는 그런 학교 말이다." (<울지마 톤즈> 중에서) 

교육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준 <울지마 톤즈>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KBS

 
이태석 신부는 교육과 예술이 가진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수십 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많은 것이 붕괴된 남수단 톤즈에는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없었고, 내전이 끝난 후에도 지속되는 크고 작은 전쟁으로 아이들이 소년병으로 끌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기본적인 교육 시스템이 없어 질병, 범죄에 노출되는 가능성도 높았다. 의료봉사와 구호활동 만으로는 잦은 전쟁, 가난, 질병 등 톤즈 주민들이 겪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태석 신부는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총·칼을 쥐어주는 대신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태석 신부가 만든 학교와 브라스 밴드는 오랜 내전과 분쟁으로 희망없는 나날을 보내던 톤즈 아이들이 마음을 가다듬고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KBS

 
지난해 12월에는 이태석 신부의 도움으로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한 토마스 타반 아콧씨가 의사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의사가 된 아콧씨 외에도 이태석 신부가 세운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남수단의 미래를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과 음악을 통해 톤즈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이태석 신부의 꿈은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명절에 큰아버지 덕분에 보게 된 <울지마 톤즈> 덕분에 종교를 넘어 참사랑을 실천한 고 이태석 신부를 알게 되었고,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교육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시지상주의 교육의 폐해를 다룬 JTBC 드라마 < SKY 캐슬 >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요즘,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울지마 톤즈>가 문득 다시 보고 싶어진다.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남수단 톤즈에서 진정한 의술과 사랑을 펼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 KBS

 

[칼럼] 돼지에 관한 이야기
 구기차 논설가 (발행일: 2009/04/28 23:26:11)

세계가 돼지로 인하여 발칵 뒤집혔다
상처 입은 세계경제에 소금뿌린 격


옛날 옛적 아주 옛날 어느 먼 시골에 한 선비가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 동안 몇 번 과거를 보았으나 실패한 그는 마음을 새롭게 고쳐먹고 다시 과거 보러 길을 떠났다. 천만 리 먼 길을 그는 누룽지 뭉치를 끼니 삼아 등에 지고 씩씩하게 길을 나섰다.

길을 가던 어느 날, 어느 마을 어귀의 주막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때 그는 벽에 붙은 방(榜)을 보았다. "뭣엔가 잡혀 간 내 딸을 찾아오면, 누구든 사위로 삼고, 전 재산의 절반을 주겠노라."라고 한 마을의 제일가는 부자가 붙인 방(榜)이었다.

선비는 그 부자를 만나 약조(約條)를 받고 처녀를 찾아 나섰다. 그는 무턱대고 산 속으로 가다가 중간에서 다리가 부러져 울고 있는 까치를 만나 다리를 고쳐 주었다. 그러자 까치는 고맙다고 하면서, "이 길을 조금 더 가면 조개껍데기 하나가 엎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 조개껍데기로 그 밑에 난 작은 구멍을 계속 후벼 파 보십시오."라고 일러 주는 것이었다.

한참 가니까 까치의 말대로 조개껍데기가 있었다. 그는 까치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그 구멍은 점점 넓어져 사람 하나 능히 다닐 수 있는 땅굴이 되었다. 선비는 그 굴을 타고 내려가다가 마침내 땅 밑 깊은 속에 뚫린 넓은 광장에 다다랐다. 그 광장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집이 한 채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선비가 숨을 죽이고 그 집 대문까지 다다랐을 때, 갑자기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선비는 날쌔게 대문 옆 우물가에 솟은 나뭇잎 그늘에 몸을 숨겼다. 대문에서 처녀가 물동이를 이고 나타났다. 바로 그 잡혀 온 부잣집 딸이었다.

처녀는 물을 긷다가 물에 비친 사람 모양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여긴 산 사람이 제 발로 들어올 곳이 아닌데 이상하다.' 처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위를 쳐다보았다.

선비는 앞뒤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같이 달아나자고 청하였다. 하지만 처녀는 자기를 잡아온 것은 황금 돼지 모양을 한 힘센 커다란 괴물인데, 그놈이 살아 있는 한 자신은 달아날 수 없다고 하였다. 선비는 뚜렷한 방안이 없었다. 그러자 처녀는 자기가 그 멧돼지 괴물을 구슬려서 무슨 방책이 없는가를 알아볼 테니, 그 때까지 나무 뒤에 꼭꼭 숨어 있으라고 말했다.

다음 날 다시 처녀는 멧돼지가 다른 것은 다 무서워 않는데, 다만 흰 말 가죽만 보면 겁을 먹고 오금을 못 편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것을 선비에게 일러 주었다. 때마침 선비에게는 흰 말 가죽으로 만든 담배쌈지가 있었다.

선비는 안으로 들어가 흉물스런 괴물 앞에 나타나서 흰 말 가죽을 들이댔다. 괴물이 벌벌 떠는 틈을 타서 칼로 목을 쳤다. 하지만 떨어진 머리는 자꾸만 목에 다시 달라붙곤 했다. 처녀가 부엌에서 재를 가져와 목을 벤 자리에 뿌리자 괴물의 머리는 방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이리하여 선비는 처녀를 그의 아버지에게 돌려주고, 약조대로 사위가 되고, 또 재산의 절반을 얻어 부자로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일찍부터 돼지사육이 성하여, 신석기시대 반포(半坡) 유적에서 뼈가 여러 개 출토되고 있는데, 오늘날까지 가장 가치 있는 고기로 여겨져 왔다. 이슬람교도처럼 돼지를 부정시하여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문화도 있으나, 뉴기니 섬·멜라네시아에서는 부(富)나 교역의 대상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사회·의례생활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짐승이다.

한국의 경우 돼지는 일찍부터 제전에 제물로 바쳐져 매우 신성시해 왔음을 ‘삼국사기’ ‘동국세시기’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무당의 큰 굿이나 동제(洞祭)에는 돼지가 제물로 오르고 있다.

또한 지신(地神)의 상징으로도 인식되어 왔고, 돼지꿈은 복이 오고 재수가 좋은 꿈이라 하여 예로부터 환영받아 왔다. 돼지를 둘러싼 문화적 바탕에는 동물성 단백질이나 지방 공급원으로서 귀중한 경제적 가치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기도 돼지삼겹살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돼지인플루엔자를 막기 위해 미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럽연합(EU)이 27개 회원국 보건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부랴부랴 각국이 글로벌 공조에 나섰다.

또한 각국정부는 돼지인플루엔자 발생 국가에 대한 여행 제한과 공항의 검역 강화 등 비상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돼지인플루엔자 발원지인 멕시코에서는 감염의심환자가 1614명으로 크게 늘어나고 이미 149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돼지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세계경제에 미칠 부담비용은 3조 달러(약 40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돼지는 해부구조와 생리적 특성이 사람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돼지를 대상으로 장기이식용 동물복제 실험을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돼지는 돼지인플루엔자 말고도 조류인플루엔자나 사람독감에도 걸린다. 이때 조류인플루엔자와 사람독감이 돼지 몸속에서 유전물질을 교환해 유전자 재조합(돌연변이)이 일어나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이 신종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감염된다. 즉 돼지가 인수(人獸)공통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인류역사를 바꾸었던 대유행병인 천연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질병은 모두 벼룩·쥐·모기 같은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한 전염병이다.

그리고 공수병은 사람이 광견병에 걸린 개에 물리면 걸리는 병이고, 브루셀라병에 걸린 소와 접촉하면 사람도 브루셀라병에 걸린다. 후천성 면역결핍 바이러스질환인 에이즈는 아프리카 침팬지에서 시작해 전 세계인구의 6%에 근접하는 약 4억 명을 감염시켰다. 인간광우병도 광우병에 걸린 소의 위험물질을 반복적으로 먹은 사람에게 발생한다.

그러나 항생제의 발견으로 많은 박테리아 질환이 퇴치됐지만 신종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질환에는 항생제가 안 듣는다. 그러므로 새로운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

조루인플루엔자보다 돼지인플루엔자가 훨씬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이 잘 감염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 유행한 적이 없는 돼지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감염됐을 때는 면역성이 거의 없으므로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멕시코 여행을 갔다 온 사람 가운데 1명이 의사환자로 분류됐다고 한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공항과 항만을 통한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사례 유입을 중점적으로 감시하고 적절히 격리해 국내전파를 차단해야 한다.

사람과 돼지는 예로부터 다산(多産)을 상징하고, 복(福)을 주고, 영양을 공급해주며 불가분의 관계였는데 지금은 병(病) 주고 약(藥)을 주고 있다.

한동안 국산돼지고기값이 비싸서 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렸는데 이제 무서워서 안 먹게 되면 ‘동겹살’로 불리려나. 생산자와 소비자간 희비쌍곡선이 어른거린다.

그러나 악덕상인이 외국산돼지고기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사례가 허다하니 국산을 구별하는 방법을 속히 익혀 속지 말아야 할라나 보다.

(구기차 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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