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돼지로 인하여 발칵 뒤집혔다
상처 입은 세계경제에 소금뿌린 격 옛날 옛적 아주 옛날 어느 먼 시골에 한 선비가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 동안 몇 번 과거를 보았으나 실패한 그는 마음을 새롭게 고쳐먹고 다시 과거 보러 길을 떠났다. 천만 리 먼 길을 그는 누룽지 뭉치를 끼니 삼아 등에 지고 씩씩하게 길을 나섰다.
길을 가던 어느 날, 어느 마을 어귀의 주막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때 그는 벽에 붙은 방(榜)을 보았다. "뭣엔가 잡혀 간 내 딸을 찾아오면, 누구든 사위로 삼고, 전 재산의 절반을 주겠노라."라고 한 마을의 제일가는 부자가 붙인 방(榜)이었다.
선비는 그 부자를 만나 약조(約條)를 받고 처녀를 찾아 나섰다. 그는 무턱대고 산 속으로 가다가 중간에서 다리가 부러져 울고 있는 까치를 만나 다리를 고쳐 주었다. 그러자 까치는 고맙다고 하면서, "이 길을 조금 더 가면 조개껍데기 하나가 엎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 조개껍데기로 그 밑에 난 작은 구멍을 계속 후벼 파 보십시오."라고 일러 주는 것이었다.
한참 가니까 까치의 말대로 조개껍데기가 있었다. 그는 까치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그 구멍은 점점 넓어져 사람 하나 능히 다닐 수 있는 땅굴이 되었다. 선비는 그 굴을 타고 내려가다가 마침내 땅 밑 깊은 속에 뚫린 넓은 광장에 다다랐다. 그 광장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집이 한 채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선비가 숨을 죽이고 그 집 대문까지 다다랐을 때, 갑자기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선비는 날쌔게 대문 옆 우물가에 솟은 나뭇잎 그늘에 몸을 숨겼다. 대문에서 처녀가 물동이를 이고 나타났다. 바로 그 잡혀 온 부잣집 딸이었다.
처녀는 물을 긷다가 물에 비친 사람 모양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여긴 산 사람이 제 발로 들어올 곳이 아닌데 이상하다.' 처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위를 쳐다보았다.
선비는 앞뒤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같이 달아나자고 청하였다. 하지만 처녀는 자기를 잡아온 것은 황금 돼지 모양을 한 힘센 커다란 괴물인데, 그놈이 살아 있는 한 자신은 달아날 수 없다고 하였다. 선비는 뚜렷한 방안이 없었다. 그러자 처녀는 자기가 그 멧돼지 괴물을 구슬려서 무슨 방책이 없는가를 알아볼 테니, 그 때까지 나무 뒤에 꼭꼭 숨어 있으라고 말했다.
다음 날 다시 처녀는 멧돼지가 다른 것은 다 무서워 않는데, 다만 흰 말 가죽만 보면 겁을 먹고 오금을 못 편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것을 선비에게 일러 주었다. 때마침 선비에게는 흰 말 가죽으로 만든 담배쌈지가 있었다.
선비는 안으로 들어가 흉물스런 괴물 앞에 나타나서 흰 말 가죽을 들이댔다. 괴물이 벌벌 떠는 틈을 타서 칼로 목을 쳤다. 하지만 떨어진 머리는 자꾸만 목에 다시 달라붙곤 했다. 처녀가 부엌에서 재를 가져와 목을 벤 자리에 뿌리자 괴물의 머리는 방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이리하여 선비는 처녀를 그의 아버지에게 돌려주고, 약조대로 사위가 되고, 또 재산의 절반을 얻어 부자로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일찍부터 돼지사육이 성하여, 신석기시대 반포(半坡) 유적에서 뼈가 여러 개 출토되고 있는데, 오늘날까지 가장 가치 있는 고기로 여겨져 왔다. 이슬람교도처럼 돼지를 부정시하여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문화도 있으나, 뉴기니 섬·멜라네시아에서는 부(富)나 교역의 대상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사회·의례생활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짐승이다.
한국의 경우 돼지는 일찍부터 제전에 제물로 바쳐져 매우 신성시해 왔음을 ‘삼국사기’ ‘동국세시기’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무당의 큰 굿이나 동제(洞祭)에는 돼지가 제물로 오르고 있다.
또한 지신(地神)의 상징으로도 인식되어 왔고, 돼지꿈은 복이 오고 재수가 좋은 꿈이라 하여 예로부터 환영받아 왔다. 돼지를 둘러싼 문화적 바탕에는 동물성 단백질이나 지방 공급원으로서 귀중한 경제적 가치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기도 돼지삼겹살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돼지인플루엔자를 막기 위해 미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럽연합(EU)이 27개 회원국 보건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부랴부랴 각국이 글로벌 공조에 나섰다.
또한 각국정부는 돼지인플루엔자 발생 국가에 대한 여행 제한과 공항의 검역 강화 등 비상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돼지인플루엔자 발원지인 멕시코에서는 감염의심환자가 1614명으로 크게 늘어나고 이미 149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돼지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세계경제에 미칠 부담비용은 3조 달러(약 40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돼지는 해부구조와 생리적 특성이 사람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돼지를 대상으로 장기이식용 동물복제 실험을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돼지는 돼지인플루엔자 말고도 조류인플루엔자나 사람독감에도 걸린다. 이때 조류인플루엔자와 사람독감이 돼지 몸속에서 유전물질을 교환해 유전자 재조합(돌연변이)이 일어나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이 신종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감염된다. 즉 돼지가 인수(人獸)공통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인류역사를 바꾸었던 대유행병인 천연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질병은 모두 벼룩·쥐·모기 같은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한 전염병이다.
그리고 공수병은 사람이 광견병에 걸린 개에 물리면 걸리는 병이고, 브루셀라병에 걸린 소와 접촉하면 사람도 브루셀라병에 걸린다. 후천성 면역결핍 바이러스질환인 에이즈는 아프리카 침팬지에서 시작해 전 세계인구의 6%에 근접하는 약 4억 명을 감염시켰다. 인간광우병도 광우병에 걸린 소의 위험물질을 반복적으로 먹은 사람에게 발생한다.
그러나 항생제의 발견으로 많은 박테리아 질환이 퇴치됐지만 신종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질환에는 항생제가 안 듣는다. 그러므로 새로운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
조루인플루엔자보다 돼지인플루엔자가 훨씬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이 잘 감염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 유행한 적이 없는 돼지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감염됐을 때는 면역성이 거의 없으므로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멕시코 여행을 갔다 온 사람 가운데 1명이 의사환자로 분류됐다고 한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공항과 항만을 통한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사례 유입을 중점적으로 감시하고 적절히 격리해 국내전파를 차단해야 한다.
사람과 돼지는 예로부터 다산(多産)을 상징하고, 복(福)을 주고, 영양을 공급해주며 불가분의 관계였는데 지금은 병(病) 주고 약(藥)을 주고 있다.
한동안 국산돼지고기값이 비싸서 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렸는데 이제 무서워서 안 먹게 되면 ‘동겹살’로 불리려나. 생산자와 소비자간 희비쌍곡선이 어른거린다.
그러나 악덕상인이 외국산돼지고기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사례가 허다하니 국산을 구별하는 방법을 속히 익혀 속지 말아야 할라나 보다.
(구기차 논객)
[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에 전재·복사·배포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