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하지만 논술문은 시험을 보기 전에 벼락치기로 연습한다고 해서 잘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논술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채 무조건 많이 쓰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논술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논술문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학원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쓴다면 선생님의 글쓰기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꼭두각시 같은 아이가 되고 만다.


글은 크게 주제 중심의 글(연설문, 논설문)이냐, 시간적이고 순차적인 글(일기, 편지, 설명문)이냐로 나눌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정서에 호소하는 글(일기, 편지, 수필, 연설문)이냐, 지식에 호소하는 글(논술문, 설명문)이냐로 구분된다. 중학생은 어느 글 쓰기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물론 논술문 쓰기가 대학 입시에서 요구하는 글의 종류다. 그러나 중학생의 경우 정형화된 글쓰기보다는 사고력과 가치관이 배어 있는 글쓰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논술문을 쓰기 위해서는 지식을 바탕으로 주제 중심 글쓰기를 해야 하지만 일기, 편지, 수필 등의 글쓰기도 제대로 못하면서 논술문을 잘 쓸 수는 없다. 수필을 쓸 때도 자신의 생활을 시간적인 순서로 전개하고 정서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글을 쓸 수도 있고, 명확한 주제 의식과 비평적 안목을 더한 수준 높은 글을 쓸 수도 있다.

일기, 편지, 수필 등의 글쓰기는 논술문을 잘 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중학교 때는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서적인 글을 통해 쓰기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논술문 쓰기는 고등 학교에 가서 연습하는 것이 좋다. 일기, 편지, 수필 등의 정서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 독서는 배경 지식은 물론 정서적인 글을 쓰기 위한 기본 재료가 된다. 하지만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다고 배경 지식이 쌓아지고 글쓰기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글쓰기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글의 기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의 기본 내용은 책의 사실적 감상을 위해서도,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독서 후 활동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내용을 파악한 후에는 다양한 감상이 뒤따라야 하는데, 다양한 감상에는 책 내용을 자기의 주관으로 재해석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모아 만화로 구성을 해보는 것도 좋고, 주인공에게 편지를 써서 주인공을 비판하거나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시를 읽고 이야기로 다시 재구성해 보는 것도 생각이 담긴 정서적인 글을 쓰는 초석이 된다. 또한 책 속에 담겨 있는 주제에 대해 자기만의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좀머 씨 이야기'를 읽었다면 '나'라는 아이가 좀머 씨가 자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막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바람직한 행동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책 속의 내용을 현실로 확장시켜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바람직한 자신의 가치관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독서'가 곧 다양한 사고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생각과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자신의 관점을 찾아가야 한다. 자신이 찾은 관점을 나타낼 수 있는 정서적인 글을 연습해 보고, 더 나아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글도 써 봐야 한다.

조동기 조동기국어논술학원 원장
논술은 자신의 생활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생활에서 느낀 점을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경험한 것이 적은데 아는 척하고 글을 쓴다면 어색한 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책상에 앉아 글쓰기를 연습하기 이전에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독서를 하자. 연극이나 영화, 오페라 등의 공연을 보고, 가족과 기차 여행을 하고, 등산을 하며 자연을 느끼도록 하자. 이러한 경험들이 몸으로 느낀 훌륭한 글감이 되고 배경 지식이 되어 글을 잘 쓸 수 있는 기본이 된다.

엄마들은 마음이 급하다. 논술이 중요하다고 하니 무조건 어릴 때부터 논술문 쓰기를 연습시키고, 아이가 쓴 글에 빨간 색연필의 첨삭이 가득한 '딸기밭'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엄마의 조바심이 아이의 창의력, 사고력을 대량 생산되는 기성복처럼 단순하게 만들고, 크기가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게 만든다. 중학생 시절은 좋은 옷감을 준비해야 할 때다.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느낀 것을 자유롭게 써야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다. 기본을 확실히 다진 후 상급 학교로 진학해야만 잘 맞고 잘 어울리는 자신만의 논술문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조동기 조동기국어논술학원 원장

2006.02.14 18:01 입력

명문대에 합격한 논술 우등생들은 초등학교.중학교 때 어떻게 논술 공부를 했을까. 교육전문작가 김은실씨의 책 '논술은 밥이다'에 소개된 대학생 중 3명으로부터 그들의 논술공부 비법을 들어봤다.



*** 게임-독서 연결로 흥미 길러

이창환 서울대 경영대 1년
초등학교 때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게임을 즐겨했다. 다만 게임만 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게임과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점이 좀 다르다. 예를 들어 '대항해시대' 게임을 하면서는 배경이 비슷한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읽었고, 일본 역사에 대한 게임을 했던 5학년 때는 일본 역사소설인 '대망'을 읽었다. 삼국지는 게임을 하며 여러 종류의 삼국지를 독파했다. 이렇게 게임과 연관된 역사책이나 소설, 위인전을 읽으니까 자연히 독서에 흥미가 생기고 배경지식이 풍부해졌다.

글짓기 대회엔 적극적으로 나갔다. 처음엔 성적이 좋진 않았지만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제법 상을 탔다. 학교에서 열리는 '자기주장 발표대회'에도 종종 나가 전교생 앞에서 조회시간에 발표를 했다. 글짓기나 웅변 등 표현해보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게 실제 논술시험에도 도움이 됐다. 초등학교 때는 위인전이나 만화책 같이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읽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또 글짓기 대회처럼 글을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많이 나가보는 게 좋다.

이창환 서울대 경영대 1년


*** 신문 읽으며 생각하기 연습

김지아 서울대 법대 1년
책에 완전히 빠져 지내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 방학 땐 학교 도서관을 거의 매일 드나들면서 60여권의 세계 명작을 다 읽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땐 친구와 함께 집 근처 강서도서관에서 살다시피했다. 부담스럽게 집에 잔뜩 책을 사 놓는 것보다는 도서관에서 취향대로 골라 읽게 하는 게 더 좋았다.

어려서부터 늘 혼자 깊은 사색을 하는 일이 많았다. 중학교 때 운영하던 일종의 '미니홈피'가 있었는데, 거기에도 신변잡기적인 내용보다는 책을 읽고 느낀 점 등 다듬어진 글을 썼다. '독서기록장'이라고 하면 부담스러워서 글을 못 썼을 텐데, 컴퓨터는 늘 켜게 되니까 비교적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신문도 꾸준히 읽었다. 아침에 신문을 학교에 들고 가서 0교시나 쉬는 시간에 틈틈이 읽었다. 헤드라인 위주로 보고 그중 관심있는 분야의 내용은 다시 꼼꼼히 살펴봤다. 논술이나 구술면접에서 평가하는 것은 결국 '평소 얼마나 생각을 많이 했느냐'는 점이다. 생각을 많이 해야 말할 거리가 생기고 그래야 논술도 잘 쓸 수 있다.

김지아 서울대 법대 1년

*** 인터넷 통해 글쓰기 방법 익혀

배강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2년
어려서부터 주변에 책이 많은 편이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한 데다, 집에 컴퓨터도 없고 해서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읽게 됐다. 논술학원은 다닌 적이 없지만 중학교 때 철학학원에 2년 동안 다녔다. 철학 관련 책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까지 독서록이란 건 아예 쓴 적이 없다. 대신 중학교 때 음악 관련 사이트에 음악 평론을 꾸준히 올렸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좋아하는 노래에 대한 감상평을 썼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즉각 올라오는 걸 보면서 글 쓰는 재미를 느꼈다. 그때 글을 맛깔나게 쓰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2004학년도 연세대 입학 논술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아서 올해 신입생 선발 땐 논술문제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다른 친구들은 논술학원에 다니면서 체계적으로 글쓰는 법을 배우다보니 비슷한 답안을 내 놓는다. 그와 달리 지문을 읽고서 거기서 뭔가 독창적인 것을 끄집어 내서 글을 썼다. 그게 모범답안과는 벗어날 수 있지만 훨씬 높은 점수를 받는다.

배강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2년

정리=한애란 기자

"왜 에세이 점수가 안 나오는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수년간 해외 생활을 하며 원어민같이 영어를 잘해 중학생 때부터 토플 만점을 받아온 특목고 2학년 J군(17). 학교 성적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모의 SAT 시험은 언제나 최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SAT 시험방식이 바뀌어 에세이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에세이가 대부분의 점수를 갉아먹으면서 2400점 만점 가운데 2100~2200점대가 나왔다. 이 정도도 웬만한 미국 명문대를 지원할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학 지원 에세이를 작성해야 하는 J군은 에세이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

상담 온 J군은 여러 곳에서 2년 동안 에세이 훈련을 받아왔다고 했다. J군의 에세이 작성 과정을 테스트했다. 탄탄한 문법과 화려한 어휘력 구사, 서론-본론-결론으로 이어지는 구조. 소위 영어 '기술'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점이 쉽게 발견됐다. 필자가 제시한 주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순간을 써 보라"는 것이었고 J군은 "학교 성적이 떨어져서 부모님한테 혼났을 때"라고 썼다. 이 글을 읽는 학부모들께선 본인의 자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론 80% 이상이 이와 유사한 대답을 한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성찰이나 미래에 대한 꿈, 인간관계 등에 대해선 언급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침에 눈을 뜬 뒤 밤에 단어장을 낀 채 침대에 눕기까지, 주입식 입시 지옥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학생들의 인생은 모두 '성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이 개인사를 넘어 시사 이슈나 사상적 현안에 대해 쓰는 글의 내용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인류의 보편적 합리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글이 편파적인 내용에 그치거나 제대로 핵심을 찌르지 못해 헛발질하기 일쑤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충실한 모범생이라면 누구나 '생각 결핍증'에 감염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생각 결핍증' 학생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자신의 생각대로 쓰다 보면 글이 대단히 유치(childish)해진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돋보이게 하려다 보면 허세(pretentious)를 부리게 된다. 현학적인 한국 논술과 달리, 미국 글쓰기는 가식적인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결국 자신의 생각만큼 쓸 수밖에 없고, 그것에 의해 잣대가 결정된다.

마치 살아있는 육체에 입시 머신을 장착한 '로보캅'과 같이 한국 학생들은 메마른 글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글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TOEFL이든, SAT든, 대학지원 에세이든, 국내대학 국제학부/영어특기자 전형이든 마찬가지다. 평가자들은 보통 하루 평균 50~100편의 에세이를 심사한다. 한 전직 IVY리그 입학사정관은 사석에서 필자에게 "실제 에세이 평가가 얼마나 지루한 지 모른다(Boring)!"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에세이를 평가하는 시간은 길어야 30초 안이다. 그만큼 첫 눈길에 호감이 가는 에세이는 문법적인 오류가 있더라도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필자도 여러 번 공식적인 에세이를 평가해본 경험에서 볼 때, 수북이 쌓여있는 에세이 가운데 끌리는 작품은 언제나 20%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그저 그런 평작이다.

성공적인 20%의 에세이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Rhetoric)'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로고스(논리력), 에토스(품성), 파토스(감성) 등 3대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머리로만 써서도, 마음으로만 써서도 읽는 상대방을 끌어들일 수 없다.

심도 있는 논리적 사고력,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따뜻한 마음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에세이만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에세이를 작성하기 위해선 문법, 어휘 등 영어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그 위에 진솔성(Sincerity), 주제성(Topicality), 구성(Organization), 화법(Storytelling), 객관성(Objectivity), 겸손(Humility), 구체성(Detail), 보편적 합리성(Rationality), 차별화(Differentiation), 통찰력(Intuition)과 같은 10가지 법칙에 익숙해져야 한다.

바람직한 영작문 방법으론 초기 단계에서부터 문장을 통째로 외우길 권한다. 언어는 논리가 아닌 관습이다. 아무리 문법을 마스터했다고 해도 고품격의 자연스러운 영작문에 도달할 수 없다. 여러 동의어 중에서도 반드시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하는 단어는 따로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문학 작품보다는 인문 사회 교양서를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깊이 있는 사고력에 대한 과제들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이슈에 대해 토론을 한다면 보다 깊이 있는 글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은 그 사람의 그림자다. 글 한 편만 읽어도 그 사람의 깊이를 알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생각의 깊이를 넓히지 않은 채 좋은 글이 나오길 기대할 수 없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부지런한 절차탁마(切磋琢磨)가 필요한 이유다. 글에 '영혼'을 불어넣자.

이세민 영타임스 교육이사 www.perfect-essay.com

16:38 입력
[탁! 석산의 실용적인 글쓰기] 아름다운 문장보다 논리가 중요하다
주장에 대한 근거 대는 ‘논증’ 연습 또 연습
특정사건에 대해 ‘왜’라고 물으며 일기 써야

▲ 탁석산
지금은 글을 써야만 통하는 시대다. 원인은 사회발전에 따르는 합리성 요구의 증가와 사회의 시스템화에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사회는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다. 합리성이나 시스템은 논리를 토대로 하는 것이며 논리는 말이 아닌 글에서 더 잘 구현되기 때문이다. 그럼 일생을 통해 수행해야만 하는 글쓰기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1문학적 글쓰기와 실용적 글쓰기를 구분해야 한다. 흔히 글쓰기라고 하면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미문(美文)은 묘사를 본업으로 하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에서 추구하는 것이지 실용적인 글에서는 요구되지 않는다. 즉, 실용적 글쓰기는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설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미문이 아니라 논리인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실용적인 글을 쓰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려고 한다. 이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

교통방송에서 정보를 전하는 리포터가 아름답고 수식이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정보는 사라지고 수식만 남게 된다. 이런 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2실용적 글쓰기의 핵심인 논증을 익히고 또 익혀야 한다. 우리가 쓸 수밖에 없는 실용적 글들을 보자. 감상문, 논술, 보고서, 자기소개서, 기획안, 프레젠테이션 등등. 이 많은 실용적 글쓰기를 무슨 재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실용적 글쓰기에는 매뉴얼이 존재한다. 즉, 전제와 결론 혹은 근거와 주장으로 구성되는 논증이라는 것이 모든 실용적 글쓰기의 핵심이다. 이 논증만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모든 실용적 글쓰기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논증이란 단순히 말하자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대는 형식이다. 그런데 자신의 주장을 결론으로 삼고 근거를 전제로 삼는 논증이라는 것을 습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논증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할 뿐 아니라, 막상 배워서 시도를 해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를 생각해보라.

처음에는 넘어지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던가! 하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나중에는 두 손을 놓고도 탈 수 있게 된다. 논증 습득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학문이나 이론이 아니라 기술에 해당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지만 연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3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글쓰기에 마음이 급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많이 써봐야 한다는 충고를 받아들여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쌓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많이 써본다는 것이다.

즉, 일기를 쓰라고 강요받으며 책을 읽으면 반드시 감상문을 쓰라는 과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실용적 글쓰기를 잘 하려면 쓰기 전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논증을 만드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인데 일상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즉, ‘왜?’라고 묻는 것이다.

일기를 사건 순으로 건조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건에 대해 ‘왜?’ 라고 묻고 그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 선생님이 싫다면 왜 싫은지 그 이유에 대해 써본다는 것이다.

4독서는 글쓰기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히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 맞는 말일 뿐이다. 책을 아주 많이 읽었는데도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을 찾기는 매우 쉽다. 왜냐하면 독서는 독서 자체로 완결되는 행위이지 독서가 글쓰기를 함축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독서는 독서고 글쓰기는 글쓰기란 말이다. 그렇다면 독서를 글쓰기에 끌어들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독서를 비판적으로 하는 것이다. 즉, 책을 읽을 때 끊임없이 ‘왜?’ 라고 물으면서 책에서 제기된 문제를 논증으로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가 환경위기가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왜 그런 주장을 하는가를 따져서 근거를 써보는 것이다.

책을 몇 권 읽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한 권의 책일지라도 얼마나 비판적으로 깊이 읽었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외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