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교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
통합논술의 원리와 실제
■ 통합논술의 원리 예리한 관찰력과 자유로운 상상력 필요 추론은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모르던 사실을 추측하는 논리 과정이다. 주어진 조건이나 상황에서 추출한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을 가정하고(가설)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해가는(논증) 과정이다. 대입 논술에서 추론을 요구하는 논제는 ‘추론하라’고 명시한 경우와, 논제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논제 해결 과정에 추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통계자료나 도표를 자료로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수한 사실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수리 논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추론 방법에는 보편적 진리나 일반적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내는 연역추론, 개별적이거나 특수한 사실들을 통합하여 일반적 결론을 도출하는 귀납추론, 유사한 다른 대상(또는 현상)과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목적 대상(현상)의 새로운 사실을 추리하는 유비추론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주어진 조건과 결과 사이의 논리적 타당성을 밝히는 논증에는 연역추론이, 사례와 관련된 논증에는 귀납추론이나 유비추론이 많이 쓰이지만 공식처럼 정해진 것은 아니다. 추론을 요구하는 논제의 형태는 다양하다. 주어진 조건이나 상황을 바탕으로 이미 드러난 결과를 논증하는 형태, 앞으로 나타날 결과를 예측하는 형태, 그리고 이미 나타난 결과로부터 전제조건이나 상황을 역으로 추적하는 형태 등이 있다. 어떤 형태든 특정한 조건이나 상황에서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에 반드시 존재하는 근거(결과를 필연적으로 이끄는 이유)를 찾아 논증한다는 것에는 다름이 없다. 이때 주의할 점은 논리적 비약이나 성급한 일반화, 또는 순환논증 등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또 논거의 기본 요건인 객관성과 구체성·독창성 등을 잘 갖췄는지에도 유의해야 한다. 추론을 요하는 논제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논리적 사고 능력이다. 그러나 주어진 제시문이나 자료에 전제된 조건이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한 근거를 추출하는 과정은 심층적 독해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독해력과 분석력이 평가에 포함된다. 나아가 특수한 사실을 확대해석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창의력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창의적 추론은 합격을 위한 고득점의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창의적 추론의 기본 요건은 예리한 관찰력과 자유로운 상상력 및 다양한 관점에서 적용하는 응용력이다. 먼저 날카로운 관찰력은 제시문이나 자료의 분석 과정에서 대상의 특이점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특이점은 제시문의 내용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고 어휘나 문장의 특별한 표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다음은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가장 기초적인 질문 방법은 육하원칙에 따르는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왜?’에 해당하는 질문은 논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문이다. 한편 창의적 추론에는 가정을 통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전제조건이나 상황에 대해 ‘만약 ~하다면(~이라면)’이나 ‘만약 ~하지 않는다면(~이 아니라면)’ 등의 가상적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추론한 다음, 도출된 결론을 적절한 근거로 논증하는 것이다. 이는 ‘가설-증명’의 방식으로 상상력에 논리적 근거를 입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던지는 ‘만약 ~라면 어떨까?’나 ‘혹시 ~인(한) 것은 아닐까?’와 같은 질문이 창의력의 원천이라면 특별한 천재가 아니라도 누구나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방증이 될 터이다.■ 통합논술의 실제 “대학은 학문을 학문 자체로 추구해야” ※ 다음을 읽고 문제를 풀어 보세요. (나) 대학의 사명은 학문을 학문 자체로서 추구하는 것이다. 지식 전달도 반드시 학문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없다. 지식만의 전달은 ‘스스로의 피상성을 알지 못하는 피상성’을 길러낸다. 교육의 핵심은 정신의 도야이다. 앎과 인식과 지혜는 여기에서 나와야 한다. 그것은 그 자체로의 의미를 갖는다. 정신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일정한 도덕적 가르침을 주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신과학의 분야에서도 대학의 기능은 독단적 확신을 심어주고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 핵심은 자유로운 정신이다. 위대한 학문적 업적은 자율과 자유의 정신에서만 이루어진다. 학문의 이러한 이상은 우리 전통에서의 학(學)에 대한 인식과 비슷하다. 가장 간단하게 말하여, 위기지학(爲己之學)이란 말은 바로 비슷한 학문의 이상을 나타낸다. 이것은 학문이 이기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학문-다른 사람의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을 얻으려고 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스스로 얻어질 깨달음의 수업-이라는 것을 말한다. 물론 사회와 정치는 유학의 핵심적인 관심사이다. 그러나 이론과 이상에 있어서 학문의 목적은 학문 자체에 있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러한 순수한 학문의 연수야말로 공적인 책임을 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었다. - 경향신문 2009.2.11.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김우창칼럼] 스스로를 위한 학문 (라) 1. 인간은 자연의 사용자 및 해석자로서 자연의 질서에 대해 실제로 관찰하고, 고찰한 것만큼 무엇인가를 할 수 있으며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상의 것은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 3. 인간의 지식이 곧 인간의 힘이다.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어떤 효과도 낼 수 없다. 자연은 오로지 복종함으로써만 복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고찰에서 원인으로 인정되는 것이 작업에서는 규칙의 역할을 한다. 81. 학문이 진보하지 못한 또 하나의 유력한 원인은 연구의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 목표가 모호한 상태에서 무슨 진보가 있겠는가? 학문의 진정한 목표는 여러 가지 발견과 발명을 통해 인간 생활을 풍부하고 윤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121. (…) 우리가 만든 자연지에 흔해빠진 것들이 들어 있다고, 저속한 것들이 있다고, 시시콜콜한 것들이 많다고, 온통 쓸모없는 것뿐이라고 시시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어떤 거만한 군주가 한 여인의 탄원을 군왕의 위엄을 손상시키는 것이라 하여 들을 가치가 없다고 물리치자 그 가련한 여인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시면 왕 노릇을 그만두시지요.” 단언하건대 그런 미세한 것들을 시시한 것이라고 시시콜콜한 것이라고 외면하는 사람은 자연에 대한 통치권을 획득하는 것도 행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129. (…) 위대한 발견을 하는 것은 인간의 행위 중에서 가장 탁월한 행동이다. 고대인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새로운 사물을 발견한 사람들을 신격화해서 그 영예를 드높였지만, 국사에 공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웅의 영예를 부여하는 데 그쳤다. 누구라도 양쪽을 제대로 비교하고 보면 고대인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발견의 혜택은 인류 전체에게 미치지만 정치상의 혜택은 특정한 장소에 한정되는 것이고, 또한 후자의 혜택은 기껏해야 2, 3대에 그치지만 전자의 혜택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 개혁은 보통 폭력과 혼란을 동반하지만, 발견은 축복과 혜택을 가져올 뿐, 아무도 해치거나 괴롭히는 일이 없다. (…) 인간의 야망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살펴보아도 좋을 것이다. 첫째는 자신의 세력을 자기 나라 안에서 확대하려는 사람의 야망인데, 이것은 하등의 천박한 야망이다. 다음은 자기 나라의 권력과 지배권을 인류 전체에 확대하려고 하는 사람의 야망인데, 이것은 품위는 좀 있지만 여전히 탐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야망이다. 그런데 인류 자체의 권력과 지배권을 우주 전체에 대해 수립하고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야망은 앞의 두 가지 야망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건전하고 고귀한 것이라 하겠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은 오직 기술과 학문에 달려 있다. 자연은 오로지 복종함으로써만 복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신기관> [문제] (라)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학의 사명에 대해 (나)와 같은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대학의 사명은”으로 시작하는 글을 쓰시오.(300자 내외) - 2011 성신여대 모의 [풀이] 프랜시스 베이컨은 경험적 방법론, 즉 경험과 실험을 바탕으로 한 귀납법을 지식의 원천이라 주장한 학자다. (라)와 같은 생각은 ‘참된 귀납법을 통해서 얻은 지식만이 인류에게 유용하다’는 거다. 베이컨이 (나)와 같은 글(대학의 사명에 대한 글)을 쓴다면 어떻게 썼을지 추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1) (라)에 나타난 베이컨의 사고방식을 이해한다. 2) 대학의 사명을 지식, 학문, 기술, 공헌 등의 용어와 연관 지어 서술한다. 3) 지식이나 탐구 방법 등이 귀납적이어야 한다는 점이 드러나도록 서술한다. 1. 제시문 (나) 글의 성격 - 칼럼은 시평(時評)이라고도 하며 시사에 대한 간단한 평론을 이르는 것으로 필자의 주장이나 의견이 포함되어 있는 일종의 논설문이다. 2. 제시문 (라)를 통해 알 수 있는 베이컨의 생각 1) 인간은 자연의 해석자, 사용자로서 자연을 이해하는 데는 끊임없는 관찰(경험)이 필요하다. - 귀납적 사고 2) 지식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통치)하는 힘의 원천이다. - 베이컨의 지식관 3) 학문의 목표는 다양한 발견과 발명을 통해 인간 생활을 풍부하고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 대학의 사명 ※ 300자 내외로 써야 하므로 서술할 대상의 가짓수를 정한 뒤, 이를 문장의 개수로 계량하여 분량 조절
■ 통합논술의 예제 숙명을 거부했던 나폴레옹 ※ 제시문을 읽고 논제의 요구를 자세히 분석해 보세요.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한겨레> 자료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