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연재] 법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다시 보는 진리와 정의
(1)
- BY 정관호 l 2012.04.26
연재를 시작하며
저울과 칼을 든 ‘정의의 여신’ 조각상(홍콩 야외)과 거울과 뱀을 든 ‘진리’ 조각상(미국 의회도서관, 문의 문양 일부). 출처/ Wikimedia Commons
과학, 그리고 법. 언뜻 보기에도 딱딱하고 무미건조할 것 같은 주제들이다. 그런데 이 두 분야의 교차점을 다룬다면? 과연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까? 미국 드라마 <시에스아이(CSI)>의 최첨단 과학수사의 한 장면? 아니면 영화 <마이너러티 리포트>에서 현란한 손놀림으로 삼차원 홀로그램을 조작하며 미래의 범죄를 막던 톰 크루즈의 모습?
만약 5년 전쯤 같은 질문을 받았더라면 나 또한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으리라 짐작한다. 대학생 때부터 박사과정까지 줄곧 생물학도의 길의 걸어오며 사회, 경제, 정치 문제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오히려 어릴적부터 꿈꾸었던 순수 과학자는 그런 외부 요소에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는 나름의 믿음 때문에 일부러 관심을 돌리기조차 했던 대책없는 이상주의자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희망과 아집과는 달리, 생물학도로서 삶의 현장에서 직접 부딛치고 깨지며 몸으로 겪은 과학계의 참모습은 어떤 다른 분야에 못지않게 사회의 구체적 현실과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참으로 나약한 존재였다.
그럼 5년이 지난 지금, 내가 과학과 법에 관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동안 특허변호사가 되기 위해 시작한 법 공부 덕분에 갑자기 사회구조와 정의에 대한 혜안과 안목이 생기거나 하는 거창한 변화는 없었다. 다만, 사회 안에서 과학이 지니는 위상과 역할에 대해 좀 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의 다른 영역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다소 피해자적인 입장에서 과학을 바라보던 이전의 관점은, 역으로 법체제와 사회공공 정책 등을 앞질러가며 변화를 주도하는 영향자로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과 함께 동일한 수평선 상에 놓이게 되었다. 절대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 그리고 사회체제 내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틀을 제공하고자 하는 법, 두 영역은 모두 궁극적으론 “무엇이 진리인가, 또는 옳은 것인가?”라는, 같은 것 같으나 때론 많이 다를 수 있는 두 개의 화두를 사회에 던지는 두 개의 공존하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진리(truth)와 정의(justice)
“그럼, 저희 같은 미래 지망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앞으로 능력있는 특허변호사가 되기 위해 개발해야 할, 또는 특허변호사로써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한 여학생이 불쑥 던진 진지한 질문에 테이블에 둘러앉은 세 변호사들은 잠시 입을 굳게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때는 2007년 가을, 미국 미시건대학에서 막 박사학위를 마치고 워싱턴 디시 근교에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기 위해 이사를 내려온 직후였다. 워싱턴 시내에서 열린 미국세포생물학회 연례학회의 둘째날, 마침 실험실이 큰 이사를 하는 짬을 타 여느 때와는 달리 발표의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한 학회였기 때문에 학술발표 외에 부수로 함께 진행되는 다른 행사들도 기웃거릴 수 있었다. 그날 점심시간에 내가 방문한 곳은 다른 학회에서도 흔히 봐왔던 ‘커리어 심포지엄’이었다. 연회장의 큰 홀 가득히 학생들과 멘터들로 둘러싸인 수십개의 원형테이블들이 다양한 종류의 관심사에 따라 나눠져 있었다.
그 중 유독 내 눈을 끈 건 그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주제의 테이블이었다. “과학과 법,” 또는“법조계의 과학자.”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이런 종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테이블엔 말끔하게 정장을 한 세 명의 변호사들이 여러 명의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주고받고 있는 중이었다. 약간 늦게 도착한 나를 반갑게 웃으며 맞이해 준 인상좋은 아줌마 같은 분은 알고 보니 예일대 의대에서 교수를 하다 조지타운 법대를 나와 특허변호사가 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였고, 다른 두 남자 분들 중 한분도 박사학위를 받은 뒤 법대를 나와 파트너 자리까지 오른 베테랑 특허변호사였다. 개인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특허변호사가 되었는지,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하는지, 언제 가장 보람되다고 느끼는지 등을 활발하게 묻고 답하던 중, 한 여학생이 뜬금없이 던진 질문에 테이블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었다.
“생각의 유연성입니다.” 학생들의 긴장된 눈빛을 의식하며 마침내 한 변호사가 신중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1 더하기 1이 2이지만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그게 3이 될 수도 있음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지요.” 다른 두 변호사들도 동의하는, 하지만 생각에 잠겨 느리지만 무게있는 끄덕임을 보냈고, 곧 그의 결론이“정확히 맞다”고 우리에게 확인시켜주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의 혼란과 실망감이란! 이전까지 내가 항상 추구했던 건 정신없이 엉켜있는 것처럼 보이는 생명현상의 복잡성 속에서 1+1=2라고 말할 수 있는 절대불변의 법칙, 즉 “진리”를 추출해 내는 것이었다. 고등학생 때까진 물리학의 연역적인 추론과정의 아름다움에 빠졌고 대학생 시절엔 귀납적 추론과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생명의 복잡성에 차츰 눈을 뜨다가, 그 무렵은 물리학과 생물학이 접합되어야만 생명체의 원리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확신을 가지게 된 즈음이었다. 연구의 접근방법엔 차이가 있었지만 두 학문 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 불변의 “진리”를 찾아내는 도구라는 점에서 과학은 공통의 숭고한 존재이유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변호사들은 진정한 정의보다는 당면한 이익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그다지 좋지 않은 대중적인 정서를 공유했던 나에게 그 변호사의 대답은 그런 편견을 더 확고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엔 왠지 모를 진정성이 담겨 있었고, 대학교수를 할 때보다 날마다 다른 첨단기술을 다루는 특허법의 일이 개인적으론 더 도전적이고 흥미롭다는 동료 여자 변호사의 말은 내 마음에 적지 않은 잔향을 남겼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변호사의 대답은 정말로 맞는, 그러나 다소 함축적인 성격의 것이었다. 똑같은 진리를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왜곡해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기보단, 하나의 진리에도 여러 가지의 측면이 존재함을 비교, 분석해서 주어진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으리라.
지난 3년 간의 법학 공부, 그리고 로펌과 연방법원 인턴십 등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머리에 암기된 방대한 양의 법적인 지식이나 법률 조항이 아니라, 주어진 사실을 분석, 추론하고 그것을 역사적 배경, 사회의 현실, 윤리적 당위성, 공공정책의 지향점 등 다양한 상황적 요소에 입각해 판단하는 논리적 사고과정이었다. 언뜻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그런 사고과정 자체의 변환이 얼마나 이루기 힘든 것이었는지 돌이켜보면 꽤 먼 길을 걸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중요한 법조문의 의미가 쉼표 하나의 존재 유무나 그 위치에 따라 어떻게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언뜻 보기엔 어이없을 정도로 의미론적이고 수사학적인 지적 유희처럼 보인다. 하지만, 각기 다른 입장의 해석을 뒷받침하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법 제정 당시의 사회적 현실, 그리고 각 해석이 사회나 산업계에 끼칠 장기적 파장 등을 동시에 고려할 때 그것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게 복잡하고 무거운 문제로 변하곤 한다. 객관적인 진리는 세상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고 있지만, 무엇이 가장 “옳은가” 또는“정의”인가의 문제에선 그 진리가 사회, 역사적인 관점의 렌즈들을 거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는 것이다.
긴장된 ‘동반의 여정’
그런 점에서 사회의 여러 분야를 다루는 다양한 종류의 법 중 과학기술과 사회의 접합점을 바라보는 지적재산법이나 법윤리학은 특히 “진리”과 “정의”의 경계선에서 종종 위험한 줄타기를 하게 된다.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과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법은 많은 부분에선 같은 방향의 평행선에 있다가도 가끔씩 서로 엇갈리고 충돌하며 긴장된 관계를 만들어내곤 한다.
심지어 과학과 법이 같은 지향점을 향해 달리는 경우에도 둘의 속도에 워낙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끔 마찰이 생기게 된다. 법은 우선 국회에서 이뤄지는 제정 과정 자체가 길고 복잡하다. 그 이후에도 관련된 산업체, 이익 그룹, 일반인 등 많은 사회 구성원이 그 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법원에서 그 법을 실제로 어떻게 해석하고 현실에 맞게 적용해서 판례를 확립해 나가는지에 따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의 기간을 거쳐 성숙하게 된다.
반면, 현대과학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며 가끔씩은 전문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까지도 깜짝 놀라게 하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발견과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어낸다. 1990년부터 2003년까지 13년 간 3조 원의 비용과 전세계 수천 명 생물학자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이제 곧 2시간에 100만원의 비용으로 끝낼 수 있게 됐고, 염기서열 분석기기를 개발하는 어느 기업이 몇달 전에 발표한 바를 보면 랩탑에 꽂아 쓰는 유에스비(USB) 드라이브 크기의 염기서열 분석기 20개를 동시에 사용하면 같은 비용으로 15분 만에 한 사람의 게놈 해독을 끝내는 일이 올해 말 무렵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전자회로 집적도가 1년 반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훨씬 넘어서는 속도로, 영화 <가타카(GATTACA)>에 등장한 것처럼 손가락 끝을 찔러 몇 초 안에 염기서열로 사람들을 판별해내는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는 조심스런 짐작을 가능케 해준다. 이렇게 발전하는 염기서열 판독기술이 의학적으로 어떻게 응용되며 어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지, 그에 기존의 법적인 규제와 틀이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할지는 기술 자체의 이해보다 더 복잡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 연재에서는 이처럼 급격히 발전하는 현대 과학기술, 특히 생명공학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기술적인 변화가 몰고오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고민들이 기존의 법적 틀과 어떻게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며 법조계에서 토론과 변화를 유도하는지, 또는 역으로 법과 공공정책의 틀에 의해 사회 안에서 타협을 하고 자리매김을 하게 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신경생물학적인 패러다임과 영상기술이 형법에서 야기한 논의를 시작으로, 현 미국 특허법계를 뒤흔들고 있는 유전자 특허와 의료 특허 논쟁, 합성생물학의 위험에 대한 정책적 논의, 유전체학에 기반한 개인화된 맞춤형 의약품이 야기할 프라이버시의 문제, 최근에 강화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소비자 유전검사(direct-to-consumer genetic testing) 규제 법규, 유전자 변형 식품(GMO) 논쟁, 나노기술의 환경, 공중보건학적 규제논의, 그리고 죽음과 뇌사의 기준에 대해 법적 틀에서 이뤄지는 윤리학적 논의 등을 다룰 계획이다.
최신의 기술 동향과 그에 반응하는 법조계의 모습을 객관적이고 정확한 시각으로 종합해서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특히 몇 개의 주제는 법적이거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멀지 않은 시간 안에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든 지각변동을 겪으리라 예상한다. 현저히 다른 속도이기는 하지만 진리와 정의라는 비슷한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과학과 법이 어떻게 사회 안에서 상호작용하는지 들여다보고 같이 고민하며 토론하는 건 분명 보람차고 즐거운 작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독자 분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성원을 바란다.
검색결과 리스트
논술/중등논술자료에 해당되는 글 592건
- 2012.04.28 암호 같은 논술-부산2012.4.21
- 2012.04.28 법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다시 보는 진리와 정의 -정관호 l 2012.04.26
- 2012.04.17 제시된 이미지의 의미를 명확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2012.04.16
- 2012.04.15 한미 FTA,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아하경제 2012-03-26
글
[밀물 썰물] 암호 같은 논술 |
박태성 기자 ![]() |
논술문제들이 너무 난해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자연계 제시문에 나온 기호들이 마치 딴 나라 언어처럼 생소하다. 인문계 경우도 고교 사회과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이론들이 지문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모 사립대는 논술 문제를 지난 2005~2006년 미국 정치학계 논문에서 가져왔을 정도다. 사정이 이러하니 서울 강남 대치동 논술학원가에는 '암호 같은 기호'들을 전수받기 위해 수험생들이 몰린다. 대학들은 답을 제대로 적은 학생이 없어서 평가하기가 편하다는 말도 버젓이 한다.
![](http://news20.busan.com/content/image/2012/04/18/20120418000069_0.jpg)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유치원에서부터 논술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순수이성비판'과 같은 책도 곧 등장할 듯하다. 최상급의 논술답안을 쓰려면 박사 학위 서너 개 정도는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서울 11개 대학 수시전형을 분석한 결과, 논술전형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제가 너무 어려워 교수들조차도 답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논술은 설득의 언어다. 그런데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함께 '진실의 언어'가 수반돼야 한다. 기호 해독 요령과 테크닉만 배우고 오토바이에 실려 가는 현실 속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진실의 언어'를 체득할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박태성 논설위원 pts@busan.com
논술문제들이 너무 난해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자연계 제시문에 나온 기호들이 마치 딴 나라 언어처럼 생소하다. 인문계 경우도 고교 사회과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이론들이 지문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모 사립대는 논술 문제를 지난 2005~2006년 미국 정치학계 논문에서 가져왔을 정도다. 사정이 이러하니 서울 강남 대치동 논술학원가에는 '암호 같은 기호'들을 전수받기 위해 수험생들이 몰린다. 대학들은 답을 제대로 적은 학생이 없어서 평가하기가 편하다는 말도 버젓이 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유치원에서부터 논술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순수이성비판'과 같은 책도 곧 등장할 듯하다. 최상급의 논술답안을 쓰려면 박사 학위 서너 개 정도는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서울 11개 대학 수시전형을 분석한 결과, 논술전형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제가 너무 어려워 교수들조차도 답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논술은 설득의 언어다. 그런데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함께 '진실의 언어'가 수반돼야 한다. 기호 해독 요령과 테크닉만 배우고 오토바이에 실려 가는 현실 속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진실의 언어'를 체득할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박태성 논설위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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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된 이미지의 의미를 명확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 |
이미지는 다양한 속성을 가진다. 대입 논술에 제시된 이미지를 색다른 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사진은 봄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모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통합논술 원리와 실제
■ 통합논술의 원리이미지 분석 때 선입관을 버리자
통합논술의 논제는 교육과정에 포함된 모든 교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통합하여 출제한다. 그에 따라 문제에는 글로 쓰인 제시문뿐 아니라 그림, 사진, 영화, 지도, 도표 등 다양한 이미지 자료들이 제시된다. 학생들은 이미지 자료에서 논지와 근거를 분석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 익숙지 않은 학생에게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제시문과의 관계 파악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대체로 논술고사에 출제되는 이미지 자료들은 논제가 요구하는 공통 주제나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 분석을 통해 의미를 유추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미지 분석이 되었으면 이를 문장으로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연관된 제시문이나 논제를 참고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1. 이미지 자료에 대한 성급한 접근보다 논제 분석이 우선
그림이나 사진 및 만화 등이 제시문으로 출제되는 논술 문제는 이들 이미지 자료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지 분석의 실마리가 논제에 있는지 다른 제시문에 있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이미지 분석 시 주의할 점은 선입관을 버리는 일이다. 이미지 중에는 널리 알려진 예술 작품이나 영화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문제에 따라서는 상식적으로 알려진 일반적인 평가나, 학교에서 배운 감상평 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때는 논제의 요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과 논리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이미지를 글로 표현하여 요약하는 연습 필요해
이미지를 글로 표현할 때는 이미지 속의 요소들을 사실적으로 보고 문장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풍경에 대해 사람이 몇 명 있는지, 주변 사물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보이는 그대로 글로 적어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논제의 요구에 따라 이미지에서 논지와 근거를 찾아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이때 느낌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모든 문장에는 구체적인 핵심 전달사항이 드러나야 한다’라는 논술의 표현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 또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낀 감상에 얽매이게 되면 논점 일탈의 오류를 범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작가의 작품 제작 동기나 의도를 분석해야
모든 글에는 필자의 집필 동기나 의도가 있듯 그림이나 사진 등 이미지 자료에도 작가의 의도가 들어 있다. 작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는 작품 제작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나 작가가 처한 개별적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도움이 된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을 경우에는 논제나 관련 제시문을 바탕으로 제작 의도를 추론해 보아야 한다. 작가의 작품 제작 동기나 의도는 곧 작품의 핵심 논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이미지만 주어진 경우 이미지 자체를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고 심층 분석하여 작가의 이야기를 요약해 봐야 한다. 이미지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평소 미술이나 사진, 영화 등 예술 작품의 감상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 통합논술의 실제
‘인간의 시간’ 대 ‘기계의 시간’
※ 다음을 읽고 문제를 풀어 보세요.
(가)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고등학교 문학〉
(나)
우렁탸게 토하난 긔뎍(汽笛) 소리에
남대문을 등디고 떠나 나가서
빨리 부난 바람의 형세 갓흐니
날개 가딘 새라도 못 따르겟네
늙은이와 뎖은이 셕겨 안졋고
우리네와 외국인 갓티 탓스나
내외 틴소(親疎) 다갓티 익히 디내니
됴고마한 딴 세상 뎔노 일웟네
〈고등학교 문학〉 최남선, ‘경부철도가’
(다) 영화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
영화 <모던 타임스>의 한 장면. |
〈고등학교 세계사〉
[문제] 다음에 제시된 글과 사진을 보고 (가), (나), (다)가 포착하고 있는 시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750 ± 50자) - 2010 경기대 모의
[풀이]
문제의 요구사항은 제시문 (가), (나), (다)의 요지를 파악하여 각 제시문에 담겨있는 시간의 의미를 서술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 다음의 순서로 해결할 수 있다.
1) 제시문 (가), (나), (다)의 요지와 포착한 시간의 의미 파악
2) 각 제시문이 나타내는 시간의 의미 비교
※ 제시문 간의 관계를 고려하여 비교 설명 - 역사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함
옛날 물을 이용해 시간을 쟀던 자격루. <한겨레> 자료사진 |
1) 논지 :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고자 하는 마음(관조적, 순응적)
2) 시간의 의미 : 자연의 시간
*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 ← ‘(저)절로’ 나고 자라고 늙음
※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시간’으로 이해 가능 - 물아일체의 태도
2. (나)의 논지와 시간
1) 논지 : 과학 문명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새 세상을 찬탄함(긍정적, 진취적)
2) 시간의 의미 : 인간의 시간
* 자연에 지배당하던 인간 → 과학기술의 힘으로 자연을 정복 → 인간이 자연의 시간을 (자유롭게) 지배함
→ 공간적 변화까지 가능하게 함 -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관계)도 가까워짐
3. (다)의 논지와 시간
1) 논지 :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인간이 기계에 종속되어 감으로써 정신적으로 황폐화됨
→ 인간의 기계화, 부품화
2) 시간의 의미 : 기계의 시간
* 인간이 만든 기계에 인간이 정복당함 → 인간이 기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함으로써 육체적, 정신적으로 부작용 발생
※ 제시문 간 관계 서술
→ 제시문들이 시기적으로 과거에서 현대로 진행되고 있음에 주목하여 전체적으로 시간에 대한 시각의 변화 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간단히 서술하는 단락을 별도로 구성할 수 있음
■ 통합논술의 예제
산아제한과 출산장려, 이 시대의 선택은?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맬서스. 그는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에서 기근·빈곤·악덕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한겨레> 자료사진 |
(가) 오늘날 인구문제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조망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20세기의 마지막 10년간 인구 정책과 관련된 논의는 국제회의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제 지구촌의 인구는 지구환경과 기후변화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0년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세계기후회의에서 환경단체의 대표자들뿐만 아니라 학자들도 지구촌의 인구 증가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1950년대에 25억 명 정도였던 세계 인구는 현재 65억 명에 이르고 2050년경에는 100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인구의 증가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데 최대의 난적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인간이 지구환경에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가 빠르게 진행되는 후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열악한 자원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인간의 최저 생계 유지는 그 어느 생명체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런던정경대학의 한 연구팀은 저탄소 기술 개발과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이 가족계획을 위한 비용보다 무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지구환경 문제 중 기후변화는 이제 국제기구, 국가정부와 일반시민들에게도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긴박한 현안이다. 인구 증가가 기후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라고 꼭 짚어 말할 수 없을지라도, 인구 증가가 계속 진행될 경우, 기후변화를 포함한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약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산업 선진국에서도 최근에 인구 노령화, 다문화주의의 포기 등과 관련하여 세계 인구 증가의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지구촌의 생활수준 또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인구 과잉의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서 각국 정부가 가족계획을 보다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시급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논의를 위해 낭비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는 바로 지금 실천을 바라고 있다.
[문제] (가)의 논거를 바탕으로 포스터 (나)와 (다)의 취지를 비교하여 평가한 후, 대한민국이 국가 경쟁력을 도모하면서 지구환경 문제의 개선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하시오.(1400자)
- 2012 한양대 모의
[풀이 과정]
① 제시문 (가)의 논거 파악 → 인구 증가 문제와 환경 문제의 연결고리 파악
② 제시문 (나)에 나타난 취지 분석 → 인구 증가 억제를 위한 정책
③ 제시문 (다)에 나타난 취지 분석 → 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
④ 제시문 (나)와 (다)의 비교 및 평가 → 공통점과 차이점 비교 후 평가
⑤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 도모와 지구환경 문제의 개선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 제시
1. (가)의 논거
1) 논지: 전세계적인 인구의 증가는 기후변화와 지구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국제적인 협력을 통하여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 근거
⊙ 인간이 가장 많은 자원을 소비하며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 20세기부터 세계 인구 급증 - 현재 65억 명에서 2050년경에는 100억 명에 이를 것임.
⊙ 환경보호 기술(저탄소 기술) 개발과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이 가족계획을 위한 비용보다 월등히 많다.
⊙ 산아제한 정책 - 우리나라의 근대화 초기 절대 빈곤과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방편으로 정부에서 주도
※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문제점이 많은 근시안적 대책으로 비판의 대상이 됨
3. (다)의 취지
⊙ 출산장려 정책 -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가 간 경쟁의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구의 확보 필요
※ 경제 선진화에 따라 노동력과 잠재 소비력(구매력)의 중요성 부각
4. (나)와 (다)의 비교 및 평가
⊙ 공통점: 우리나라의 인구 정책
⊙ 차이점
(나): 인구 과잉 현상을 표현(산아제한 정책) → (가)의 논지와 일치
(다): 인구 감소 문제 제기(출산장려 정책) → (가)의 논지와 상반된 주장(환경 악화)
5. 해결방안 제시
인구 문제는 결국 피해갈 수도 연장시킬 수도 없는 시급한 인류 공동의 숙제이다. 논제는 인구정책 수립 시 지구적 환경 보호와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딜레마에 대해,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극복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문제이다. 이때 국제 공조를 통한 이민정책의 수립과 같은 보편적인 해결방안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대안 제시가 요구된다. 다만 해결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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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립, 율현중, 한미 FTA 발효, 대외의존도, 자유무역, 개발도상국
제시문(가)
한미 FTA가 3월 15일 공식 발효됐다. 지난 2006년 6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한미 FTA가 협상을 타결한 지 4년 9개월 만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FTA는 세계와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필수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이를 최대한 활용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 통상강국으로 재도약하고자 협상을 타결한 것이다.
한미 FTA 발효로 인해 우리나라는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을 선점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 주종 품목인 자동차와 부품, 섬유, 전기ㆍ전자 등의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 동안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가지고도 회사나 제품의 인지도가 떨어져 대미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중소기업에게도 한미 FTA는 대미수출의 새로운 활로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 후생과 고용창출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생활물가가 떨어져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11개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 FTA로 인해 우리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져 생산과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약 35조원 늘어나고 약 3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한미 FTA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무역 1조 달러시대에 진입한 우리나라에게 2조 달러시대를 견인할 핵심 성장동력이자 선진 통상강국으로의 도약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한미 FTA 발효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한미 FTA 발효로 인해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는 세계의 60%로 확장되었다. 이제는 FTA 발효로 기대되는 혜택을 극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정부와 기업은 물론 정치권과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미 FTA 발효로 인한 기대이익은 결코 거져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연구와 개발,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미국시장의 점유율을 확대시키는 배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추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FTA의 효과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서진교(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시문(나)
한·미 FTA의 수많은 조항 중에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영리병원 보장’이다. 영리병원은 문자 그대로 돈벌이를 목적으로 설립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의사 자격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현행 의료법상으로는 의사와 비영리 법인만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 FTA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보건의료 서비스에서 가지는 정책 권한은, 경제자유구역 법률과 제주특별자치도 법률에서 정한 병원과 약국의 설립 특례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다.”(부속서 II)
여기서 병원과 약국의 설립 특례(preferential measures)가 바로 영리병원 및 영리약국 허용이다. 이처럼 한·미 FTA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영리병원 제도에 대한 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게 된다. 이후 영리병원이 어떤 사회적 폐해를 낳더라도 이를 폐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인천에 영리병원을 시험 삼아 도입해보고, 문제가 많을 경우 없애면 된다고 해왔다. 그러나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이마저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영리병원 조항을 한·미 FTA에 반드시 집어넣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서는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 병원의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왜소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의 입지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건의료 부문을 자본의 돈벌이 장소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쌀도 문제다. 예부터 벼농사는 한국의 소농 가족이 최소한의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한·미 FTA 협상단 역시 쌀만은 지키겠다고 약속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대사의 외교 전문을 보면 우리 협상단이 그리 정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서에 따르면, 한·미 FTA 협정에 서명한 지 겨우 두 달이 지난 시기에 쌀과 관련된 논의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 고위 관계자에게 이야기했다. 정부가 한·미 FTA에서 쌀은 지켰노라고 국민에게 자랑하던 때였다.
2007년 4월, 한국 정부는 서울에서 한·미 FTA 타결을 선언한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는 그치지 않는다. 한 달 뒤(2007년 5월), 미국 의회는 이른바 신통상정책을 내세우며 한국에 재협상을 강요한다. 만약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한·미 FTA는 미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국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한·미 FTA 서문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지위에 대한 불평등 조항이 삽입되었다.
또한 미국은 2010년 12월 다시 재협상을 요구해서 한국산 소형 승용차에 적용되는 관세를 즉각 철폐하기로 한 조항을 없애버렸다. 2011년 4월에는, 개성공단 제품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미국에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송기호(변호사)>
제시문(다)
비교우위이론
1817년 데이비드 리카르도는 그의 저서 <정치경제학과 과세 개론>에 비교우위론을 수록하였다. 리카르도는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간의 교역을 예로 들었다. 즉, 포르투갈이 포도주와 옷감을 모두 잉글랜드보다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면, 잉글랜드는 포도주 생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옷감 생산은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든다고 할 때, 절대우위만을 고려하면 잉글랜드는 무역으로 이익을 볼 수 없으나 생산에 관련된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포르투갈은 더 큰 이익이 남는 포도주를 수출하고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포기하는 대신 옷감을 수출하여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는 이와 같이 국가마다 비교 우위에 있는 재화와 용역을 특화하여 생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제시문(라)
자유무역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가?
1841년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영국이 자신들은 높은 관세와 광범위한 보조금을 통해서 경제적인 패권을 장악해 놓고서 정작 다른 나라들에게는 자유 무역을 권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적 지위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난하며 “정상의 자리에 도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 올 수 없도록 자신이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아주 흔히 쓰이는 영리한 방책”이라고 꼬집었다.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 시장과 자유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며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림들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에는 아예 자신들이 권장하는 정책이 개발도상국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지본주의의 역사는 완전히 다시 쓰여 졌다. 때문에 부유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 무역과 지유시장을 권장하는 것이 역사적 위선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활동하기]
문제1. 제시문 (가)를 보고 한미 FTA를 찬성하는 근거를 정리하세요.
문제2. 제시문 (나)를 보고 한미 FTA를 반대하는 근거를 정리하세요.
문제3. 한미 FTA를 찬성 또는 반대하는 자신의 생각을 정하고 제시문 (다) 또는 제시문 (라)를 참고해 위에 정리한 상대편의 논리를 반박하고 자신의 근거를 강화하세요.(1천200자)
[해설]
한미 FTA가 발효됐다. 언론에서는 새롭게 발효되는 한미 FTA로 나타날 경제적 효과와 피해 방지를 위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와 맞물려서 한미 FTA를 반대하고 협정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과 움직임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나름대로의 경제적 자료를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있다. 데이터와 자료는 그것을 활용하는 측의 입장에서 가공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근거들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장을 살핀 후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자유무역에 대한 입장의 차이, 즉 자유무역은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가 아니면 특정 집단만의 이익인가에 대한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산업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의 입장의 차이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이번에 한미 FTA 발효를 맞아서 자유무역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이론, 의견 등을 접해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시문 (가)]의 글에서는 미국의 시장을 선점하는 무관세의 이익과 국내 경쟁력을 들어 한미 FTA를 찬성하고 있고 [제시문 (나)]의 글에서는 의료 민영화와, 쌀시장 개방이 이어짐에 따라 벌어진 식량안보를 그 반대의 논리로 들고 있다.
각각의 입장을 옹호 또는 반박하는 과정에서 비교우위이론과 <나쁜 사마리아인>이란 논거를 써서 논리적 주장을 제시해 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무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보자.
< 김주립 경기 율현중 교사 / info@ahaeconomy.com > 2012-03-2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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