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서강대 2012학년 수시2차 일반전형(논술) 인문계/영미문화계/커뮤니케이션학부 문제 해설>
※ 반드시 기출문제를 내려 받아 읽고, 해설을 읽어주세요.
2012학년도 논술문제 바로가기(서강대학교 입학처)
http://admission.sogang.ac.kr/susi/exam.asp?bseq=1&sc=&sc2=&st=&ss=&ft=&bu=/susi/exam.asp&page=1&no=144&t=V
2012학년도 서강대의 논술고사는 수시2차 일반전형에서 실시됐다. 인문계열은 인문계·영미문화계·커뮤니케이션학부와 동아시아문화계·EU문화계·경영학부 그리고 사회과학계·경제학부의 세 단위로 나눠서 치뤘다. 이중 이번 해설은 인문계, 영미문화계, 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실시된 논술문제를 해설하고자 한다.
서강대는 모집정원의 50%씩을 각각 우선선발과 일반선발로 나누어 선발하는데, 우선선발이 수능최저등급이 높은 반면 논술고사 성적의 반영비율이 70%로 50%를 반영하는 일반선발 보다 그 비중이 크다. 2013학년도에도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듯하다. 다만, 전형명이 ‘논술전형’으로 바뀌었고, 우선선발의 학생부 반영비율이 교과, 비교과 영역 각각 15%로 변경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2013학년도 입시요강을 확인하기 바란다.
일반적으로 서강대의 논술고사는 제시문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며, 답안의 작성 분량도 많다. 이를 고려하여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서강대 2012학년도 수시2차 논술(인문계/영미문화계/커뮤니케이션학부)의 특징
-출제 문항: 2개
-답안 분량: <문제 1> 800~1000자 / <문제 2> 1300~1500자
-배점: <문제 1> 40% / <문제 2> 60%
-제시문: <문제 1> 제시문 5개 / <문제 2> 제시문 5개 총 10개
-고사 시간: 120 분
◇예술이란 무엇인가
<문제 1>은 두 가지 논제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 일반에 관한 세 제시문 [가], [나], [다]의 논지를 통합하여 요약·정리하는 논제와 이를 활용하여 제시된 두 작품 [라], [마]를 설명하는 논제이다. 제시문 [라]는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그림이고, 제시문 [마]는 이인성이 쓴 ‘당신에 대하여’라는 소설의 일부분이다.
첫 번째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시문 [가], [나], [다]를 각각 요약만 해서는 곤란하고, 세 제시문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논지를 종합할 수 있어야 한다.
제시문 [가]에서는 ‘사실’과 ‘느낌’을 대비시켜 예술은 주관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예술은 일상적인 삶과 그 진행방향이 반대라고도 말한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이 주관적인 느낌과 영감들을 일반화하여 사실로 정리하고, 자유롭고 개별적이기 때문에 위험해 보이는 것들을 보편적 안전으로 이행시킨다. 그러나 예술은 이렇게 박제화된 사실에서 느낌을 되살려내는 것이다. 즉 잃어버린 영감과 생명력을 되찾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시문 [나]에서는 일반적으로는 우리 주변에 펼쳐진 사물들과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하며, 이러한 것들에 의문을 품은 선각자들만이 중요한 발견들을 한다고 말한다. 예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결국 익숙한 것들 속에서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시각을 통해 예술은 탄생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다]에서는 일상적인 지각과 언어는 자동적이고 습관적인 틀 속에 갇혀 있다고 말한다. 예술은 이렇게 타성에 젖은 인식 틀을 깨고 사물을 낯설게 봐 본래의 모습을 찾아주는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세 제시문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바는 익숙하고 타성에 젖어 우리가 잃어버린 사물의 본성과 느낌들을 새롭게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논제는 앞에서 정리한 논지를 활용하여 [라], [마]의 두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다. 두 작품 모두 기존 예술작품의 관행과 형식을 파괴하고 있다. 이는 제시문 [가], [나], [다]의 공통 논지와 부합되는 것이다. 이러한 두 작품의 공통점을 분명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먼저 두 작품의 공통적 특성을 설명한 후 각 작품의 특성을 설명해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라]의 그림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담배파이프를 그린 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같이 적어놓았다. 작가는 평범한 담배파이프 그림을 통해 우리의 타성과 습관을 흔들고자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담배파이프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래 적힌 문구를 보고 의아해할 것이다. “담배파이프가 아니라구?” 여기서 무엇인가 낯선 느낌과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 그림은 담배파이프가 아니다. 그것을 그린 그림일 뿐이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타성에 충격을 가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파이프가 아니라는 문구는 맞는 말이다. 익숙한 소재를 낯설게 바라보면서 의문을 갖고 잃어버린 본성과 느낌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이 그림은 제공하고 있다. 앞선 세 제시문에서 밝힌 예술의 목적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마]의 소설은 ‘쓴다’와 ‘읽는다’는 행위가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사용하는 우리의 언어습관이 틀렸다는 것을 지적한다. 또한 소설의 형식에서도 기존 틀을 파괴하고 있다. 이야기를 쓰는 작가와 읽는 독자라는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작가가 독자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일방적으로 작가가 제시하는 이야기와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 이 소설도 관습적인 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이다. 위에서 밝힌 예술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보편성과 특수성, 무엇이 중요한가
<문제 2>는 세 가지 논제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제시문 [가], [나], [다], [라], [마]를 각각 요약하는 것이며, 둘째, 개념의 사용방식을 기준으로 다섯 개의 제시문을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셋째, 그 타당성을 논하는 논제이다.
첫째 논제와 관련하여, 각 제시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시문 [가]는 자유주의에 대한 견해 중 차이성만을 강조하는 견해를 비판하고, 유사성과 차이성을 동시적으로 긍정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한다. 이러한 동시적 긍정이란 “문화적 다양성 속에서 공유되고 있는 공통의 인간적 가치들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주의의 공통분모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각각 개별의 특수성 보다는 이를 관통하는 보편적 특징을 강조하는 견해이다.
제시문 [나]의 경우, 서양의 종교적 관점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중국에 종교가 없다고 주장하는 견해는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는 종교와 윤리도덕이 분화되지 않은 채 존재하기 때문에 서양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으며, 중국 고유의 종교는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보편성 보다는 중국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견해이다.
제시문 [다]에서는 민주주의를 협소한 개념으로 국한하는 것에 반대하며, ‘인격자 민주주의자들’의 견해를 인용하여, 개인 보다는 집단의 결정이 우수하고, 개인의 자율성이 아니라 상호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개인(특수성) 보다 집단의 공통성(보편성)을 강조하는 견해이다.
제시문 [라]는 칸트의 개념으로 유교를 해석하려는 시도가 잘못된 것이며, 이러한 무리한 시도의 결과물은 유교에 대한 연구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무리한 일반화에 반대하는 견해로서, 유교의 특수성을 존중해야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제시문 [마]의 경우, 다른 학문이 그렇듯이 철학도 보편성을 지닌 학문이라고 말한다. 한국만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한국철학’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이며, 철학의 보편성 아래에서 한국의 전통을 말하는 것이 옿다고 주장한다. 특수성 보다는 보편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두 번째 논제와 관련하여, 다섯 개의 제시문은 보편성을 강조하는 [가], [다], [마]와 특수성을 강조하는 [나], [라]로 분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논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서 타당성을 논하라는 것은 보편성과 특수성 가운데 어떤 것을 강조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양자 중 어떤 것을 강조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은 학문 연구 과정에서 늘상 존재하는 것이다. 학문적 경향이나 시대적, 역사적 상황에 따라 강조점이 변해왔던 것이다. 어설프게 양자를 절충하려거나 양비론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 것이다. 수험생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입장을 분명히 선택하고, 그 입장에 따라 논지 전개를 일관성있게 해야 한다. 이런 학문적 입장은 한 측면이 다른 측면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이 가진 양면적 속성 중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하는 것이다.
먼저, 보편성을 강조하는 입장에 선다면, 특수성을 강조할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지적할 수 있다. 특수성을 모두 인정하면, 개념적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 중국의 종교정신과 서양의 종교정신을 종교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서양이든 중국이든 종교라는 공통분모로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럴 때에만 인류 공통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특수성이 중요하다는 견해의 입장에서는 보편적인 개념으로는 각각의 사례(특수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없으며, 무리한 일반화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유교를 무리하게 칸트의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또한, 서양의 종교관를 기준으로 중국에는 종교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각각의 개별사례를 연구해야만 개념과 진리는 풍부해질 수 있는 것이다.
박태신 (스터디앤가이드 콘텐츠팀장)
ptshi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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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부자로 살면 그만큼 행복해질까요?
이대희, 세종고, 통합논술, 국민소득, 인간개발지수, 행복
(가)
맹자가 고향으로 돌아와 만년을 보낼 때의 일이다. 고향에서 가까운 곳에 ‘등’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는데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등나라 문공은 그를 국정의 고문으로 초빙하였다. 맹자가 오자 그는 대뜸 나라를 다스리는 방책을 물었다. 백성을 위하는 정치 이념에 투철하였던 맹자는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첫걸음은 백성들의 의식주를 만족하게 해 주는 데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그는 제 아무리 인의(仁義)나 도덕을 강조한들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면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할 뿐이라며 민생의 안정을 강조하였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룩해 왔다. 경제 성장은 우리의 절대적 빈곤을 줄여 주었으며, 평균 수명과 여가 기회를 늘리고 상급 학교 진학률을 높이는 등 물질적인 발전을 이루어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일반적으로 1인당 국내 총생산이 높을수록 평균 수명과 문자 해독률이 높게 나타나며, 영아 사망률과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서태열 외) 중에서>
(나)
![](http://nimg.ahaeconomy.com/news/8/8466/5b249f1570966990c89665482f9446a3.jpg)
(다)
사람은 극단적인 좌절에 빠지지 않는 한 외부 세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흥미를 유지할 것이며, 흥미를 유지하는 한은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의 삶에는 반드시 자유가 필요하다.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 열정을 잃게 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자유에 대한 제한이다. 미개인들은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한다. 이런 모습은 직접적인 충동에 순종하는 것이다. 아침마다 일정한 시간에 일하러 나서는 사람들도 근본적으로는 같은 충동에 의해서 움직인다. 생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경우, 충동은 충동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는 직접적으로 행사되지 않고, 이론이나 신념, 결단을 거쳐서 간접적으로 행사된다. 막 출근길에 나선 사람은 방금 아침을 먹었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다. 그러나 그는 배가 고파질 것을 알고 있고, 직장에 나가는 것은 앞으로 맞게 될 허기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충동은 불규칙한데, 문명사회의 습관은 규칙적이다. 미개인들 사이에서는 집단적인 활동조차도 자연스럽고 충동적이다. 부족의 전쟁에 나설 때면 북소리를 울려서 전의를 불러일으킨다. 현대의 활동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몇 시 몇 분 기차가 출발할 시간이 되었을 때 조잡한 음악을 연주한다고 해서 역무원이나 기관사, 신호수의 활동 욕구가 치솟을 리가 없다. 이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들의 동기는 간접적이다. 그들은 그런 활동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충동도 느끼지 못하고, 그 활동의 최종적인 대가에 대해서만 충동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회적인 활동은 이와 동일한 결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인 활동에서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 아니라, 협동을 통해서 얻고자하는 최종적인 이득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문명인은 삶의 모든 순간마다 충동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 구속된다.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수도 없고, 아무리 슬퍼도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 수 없다. 그런 행동은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는 학교에서, 어른이 되어서는 직장에서 내내 자유를 제한 받는다. 결국 열정을 유지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행복의 정복 중에서>
(라)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이름 있는 난초 두 분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茶來軒)으로 옮겨 왔을 때 어떤 스님이 우리 방으로 보내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나하고 그 애들뿐이었다. 그 애들을 위해 관계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 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텍슨가 하는 비료를 바다 건너가는 친지들에게 부탁하여 구해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 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필요 이상으로 실내 온도를 높이곤 했었다. 이런 정성을 일찍이 부모에게 바쳤더라면 아마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개인 어느 날 봉선사로 운허노사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아차! 이때에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 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길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안타까워하며 샘물을 길어다 축여주고 했더니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어딘지 생생한 기운이 빠져버린 것 같았다.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해버린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승가의 유행기(遊行期))에도 나그네 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 못하고 말았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 때면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조금 열어 놓아야 했고, 분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들여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무소유 중에서>
(마)
자식들의 재산 다툼과 사업 확장에 걱정이 많았던 한 부자가 길을 가다가 동네 주민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산에서 약초를 캐는 사람으로 성실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한참 일할 때였음에도 먼 산을 지긋이 바라보고 앉아 있는 약초꾼을 보고 부자는 의아해서 물었다. “아니, 자네 산에서 약초 캐지 않고 이리 이른 시간에 뭘 하는 겐가?” “아, 어르신, 안녕하세요. 오늘은 약초를 많이 캐서요. 이 정도면 됩니다.”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나? 더 캐서 더 많은 돈을 벌면 나같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겠나.” “부자가 된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요?” “허허, 이 사람. 부자가 되면 그냥 앉아서 인생을 편안히 즐길 수 있지 않은가!” 약초꾼은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지금 그렇게 앉아서 인생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는 부자인 어르신은 그렇지 못한 거 같은데요.”
[예시문제]
문제 1. 제시문 (나)를 이용해 제시문 (가)의 주장을 평가하세요.
문제 2. 제시문 (라)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에서 주장하는 행복의 조건을 서술하세요.
문제 3. 제시문 (마)의 약초꾼이 부자에게 하고픈 말을 제시문 (가)~(라)를 참고해 800자 안팎으로 쓰세요.
[예시답안]
1. 제시문 (가)에서 맹자는 “유항산(有恒産)이면 유항심(有恒心 )입니다. 즉, 변치 않는 재산이 있으면 변치 않는 마음도 있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백성들이 어느 정도 풍요로워야 백성들이 행복하고 국가가 안정적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행복한 사람의 비율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에 반하는 것으로 경제 발전과 행복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말한다. 제시문 (나)를 보면 행복 지수의 하나인 UN의 인간개발지수가 세계 20위권 안에 있는 국가들의 1인당 국민총생산 역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20위권 안에 있음을 통해 증명된다. 즉, 잘 사는 나라들이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잘산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산다는 것이 최소한 행복하기 위한 필요조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2. 제시문 (다)에서는 인간이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개인의 열정과 자유가 사회의 영향에 의해 자유와 열정이 제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시문 (다)에서는 인간의 자유와 열정을 제한하는 것이 소유욕임을 보여준다. 제시문 (다)의 나는 난초를 기르기 시작함에 따라 행동에 제한받게 된다. 하지만 난을 소유하려는 내가 오히려 난에 의해 소유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난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게 된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많은 것을 필요로 하고 필요로 한 물건을 소유하게 되지만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만드는 주객전도 현상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를 소유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3. 제시문 (마)에서 약초꾼은 부자와 달리 적절한 재산과 적절한 여가를 갖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제시문 (가)보다 제시문 (라)에 부합하는 자세로 내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사회학자인 게오르그 짐멜은 그의 저서에서 돈은 그것을 추구하고 소유하는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과 평온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은 인간 사회에 오랫동안 이어져오던 자연, 사물, 인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의 끈을 끊어버리고 오로지 돈에 대한 이해관계로만 얽힌 새로운 세상을 창출해낸다. 무엇인가를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돈의 마력에 의해 사물과 사람의 질적 가치가 양적 가치로 전환되고 사회적 판단의 기준 또한 ‘가치가 있는가’에서 ‘돈에 의한 가치가 얼마나 되는가’라는 쪽으로 빠르게 변한다. 교환의 수단으로 탄생한 돈이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돈이 인간의 자유를 억누르는 사회적 압력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나타낸다.
따라서 인간이 더욱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적, 관습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이러기 위해서는 돈을 비롯한 물질이 삶의 목적이 아닌 행복하기 위한 삶의 수단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제시문 (다)는 우리에게 이러한 점에서 교훈을 준다. 무엇인가를 소유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와 욕구를 억압하고 제한하는 것으로 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인간이 행복해지는 길이다. 하지만 제시문 (가), (나)에서 이야기하듯이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행복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제시문 (마)의 약초꾼과 같이 물질적 풍요의 추구와 여가나 휴식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 이대희 경기 세종고 교사 / info@ahaeconomy.com > 20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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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행복한 경제학
고윤진, 배명고, 통합논술, 국민총행복, 정신적 풍요, 경제적 성장
제시문 (가) 어린왕자는 장미꽃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들에게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 역시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그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꼭 같은 여우일 뿐이었어. 하지만 내가 그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는 이제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여우야.” 그러자 장미꽃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있어”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은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나비 때문에 두세 마리 남겨둔 것 말고)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귀 기울여 들어 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그건 내 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로 돌아갔다. “안녕.” 그가 말했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되뇌었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내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이란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 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 거지.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는 되뇌었다.
제시문 (나) 꽃(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제시문 (다) 한국인 노동시간 OECD 중 가장 길고 생산성은 최하위권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들 중에서 가장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최하위권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OECD의 ‘경제 정책 개혁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4개 회원국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위 17개국의 평균 노동요소 이용(1인당 총노동시간)과 한국의 노동요소 이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37.5%나 높았다. 이는 노동자 1인당 총노동시간이 OECD 상위 17개국에 비해 37.5%나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긴 것이다. 한국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스위스로 OECD 상위 17개국보다 23.5% 길었다. 한국은 2위인 스위스와 비교해도 14.0%포인트나 높은 셈이다. 스위스에 이어 룩셈부르크(16.5%), 아이슬란드(14.9%) 등이 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국가에 속했다.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데 반해 노동생산성은 크게 낮았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1인당 GDP 상위 17개국 평균에 비해 49.3%나 적었다. 한국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상위 국가 노동자들 생산성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8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화일보. 2012.03.28.>
제시문 (라) “국민총생산, ‘국민총행복’으로 대체하자” 부탄 총리
![](http://nimg.ahaeconomy.com/news/8/8409/0ae11e9e784948bad4a68f7f4fc54bad.jpg)
국민총생산(GNP) 지표를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지그메 틴리 부탄 총리가 이날 유엔 회의에서 GNP를 국민총행복이라는 GNH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틴리 총리는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GNH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동쪽에 있는 인구 70만의 작은 산악 국가로, 국민소득은 2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나라다. 부탄은 특히 1972년 이후 GNH를 국정의 기본철학으로 삼고 있어, 부탄 국민의 97%는 현재 행복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 역시 1974년 “경제성장(GNP)과 행복수준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하며 GNP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해지고 양극화가 심화되자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GNP를 대체할 새로운 국가지표를 찾고 있다. <헤럴드경제. 2012.04.03.>
[활동하기]
문제 1.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작품을 ‘시간’과 ‘관계’라는 단어를 써서 해석하세요.(300자 안팎)
문제 2. 제시문 (다)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가정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서술하세요.(400자 안팎)
문제 3. 제시문 (라)의 행복이 갖는 의미를 앞에서 말한 예시문항 1, 2번의 결론과 연결해 정의하고 이런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게 뭔지 서술하세요. (1천 자 안팎)
[예시답안]
문제 1. 어린왕자의 장미와 김춘수 시인의 꽃은 모두 관계를 통해 정의되고 규정되는 것이다. 즉, 어린왕자의 장미가 유의미한 것은 그가 꽃에게 시간을 두고 관계 맺기를 형성해 정의되는 것이고, 김춘수 시인의 꽃의 의미도 누군가가 꽃을 꽃이라고 불러줄 때 드디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관계의 맥락에서 볼 때, 사람의 행복은 관계 맺어짐으로부터 시작되며, 관계는 시간을 동반한다고 보아진다.
문제 2. 우선 제시된 글의 내용은 노동시간이다. 노동시간이 OECD 가입국 최장이란 것은 나머지 삶에 대한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임금수준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즉, 오랜 노동시간에 비해 임금이 낮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정신적 행복과 물질적 행복 양면 중 어느 한 면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노동자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 3. 제시문 (라)의 글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경제적 성장이 반듯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능력이 커질수록 물질적 풍요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신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우리가 실제 경제학적으로도 노동시장에서 노동시간과 임금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즉, 경제성장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성장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경제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노력이 끊임없는 경쟁과 불안에만 노출된다면 경제성장의 동력이 지속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행복한 경제학이란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풍요로움이 공존하는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 고윤진 서울 배명고 교사 / info@ahaeconomy.com > 201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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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보상과 징벌, 생산성이 더 높은 것은?
정은식, 안산강서고, 보상과 징벌, 생산성, 성과배분제, 인사관리, 통합논술
![](http://nimg.ahaeconomy.com/news/8/8401/45393507a73df48561ccd4180ec6690e.jpg)
(가)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능력에 따라 보상하고 성과에 따라 대우하는 인사관리가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사례 1.
업계 상위권을 달리던 미국의 한 리서치 회사. 이 회사는 직원의 성과평가를 시행하면서 2년간 하위 세 등급에 속하는 거의 모든 직원을 해고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평균 이하의 성과를 낸 사람들 대부분을 솎아낸 셈이다. 그 결과 이 회사는 77%가 평균 이상의 성과를 올린 사람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경영실적은 기대 이하에 머물렀고 회사는 몇 년 동안 수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사례 2.
외국계 기업인 △△사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회사로 유명하다. 최근 새롭게 △△사의 CEO로 부임한 □□씨는 노동자들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였다. 높은 임금에 걸맞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감하는 ‘책임생산 성과제’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일부 노동자들은 생산율에 따라서 임금의 일부를 감하는 감봉을 당하였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사의 생산성은 일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졌으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매일경제신문>
(나)
그니지(Uri Gneezy)와 러스티치니(Aldo Rustichini)의 2000년 발표 논문에는 인센티브에 관해 우리가 간과했던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하이파 지역 탁아소를 대상으로 부모의 지각을 막기 위해 도입하려던 벌금제도를 실험하던 도중 아주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벌금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는 한 탁아소당 일주일에 평균 8회 정도의 지각이 발생했는데, 제도 도입 이후 지각은 두 배로 증가했다. 왜 물질적 유인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 효과는 애초 기대와는 반대로 발휘되었을까?
전통적인 사고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경제학자들은 이 결과를 두고 물질적 유인의 도입이 바람직한 사회적 규칙이나 제도를 구축했다고 해석했다. 학부모들은 금전적 처벌수단이 도입된 이후, 늦을 수 있는 권리를 마치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재화인 양 간주했고 그 결과 아예 벌금을 내고 지각을 선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보다 자주 발생한다면 인센티브에 기반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이파의실험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은 인센티브는 미묘한 것이지만 인간은 더욱 미묘한 존재라는 점이다.
물론 전통적인 사고에 익숙한 경제학자들은 책정된 벌금이 낮아 예측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만일 벌금이 시장 상황에 맞게 충분히 높았다면 억제되기를 바라는 행동의 발생은 확실히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왜 벌금이 없었을 때 시간 규칙을 준수하던 사람들조차 벌금이 도입된 이후 규칙을 어기기 시작하고 지각을 선택했는지는 설명해내지 못한다.
<재미있는 경제이야기, KDI 경제정보센터>
(다)
칸트에 따르면,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며, 그것은 특정한 종류라야 한다. 중요한 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옳기 때문이라야지, 이면에 숨은 동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선한 의지가 선한 까닭은 그것이 어떤 효과나 결과를 낳아서가 아니다.”라고 칸트는 말한다. 그것은 널리 인정받든 그렇지 않든 그 자체로 선하다. (중략)
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선하려면, “도덕법에 ‘순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덕법 그 자체에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동기는 의무인데, 칸트가 말하는 의무 동기란 올바른 이유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는 단지 의무 동기만이 어떤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고 말할 뿐, 우리에게 특별히 어떤 의무가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도덕의 최고 원칙이 무엇을 명령하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를 평가할 때 그 동기를 따질 뿐, 그 결과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다. 만약 의무가 아닌 다른 동기로, 이를테면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행동한다면, 그것은 도덕적 가치가 부족한 행동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라)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는 비교적 유연하며 비(非) 강제적인 유형의 개입주의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에서는 선택을 막거나 차단하지 않으며 선택하는 자에게 심각한 부담도 지우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건강에 안 좋은 캔디를 잔뜩 먹거나, 적합하지 않은 의료보험 플랜을 택하거나, 은퇴 후를 대비한 저축을 포기하고 싶어 한다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는 그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강제하거나 혹은 그러한 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제안한 접근 방식은 개입주의적인 성격을 띨 때 비로소 중요성을 지닌다.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선택 설계자들은 단순히 사람들이 선택하리라고 예상되는 바를 파악하거나 그러한 선택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움직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넛지를 행한다는 얘기다.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써,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이다. 그러나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넛지,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마)
경제적 유인(incentive)이란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처벌 가능성이나 보상과 같은- 그 무엇을 의미한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자 할 때 그 행동에 따른 이득과 비용을 비교해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경제적 유인은 경제학 분석에 중심적 역할을 한다. 심지어 어떤 경제학자는 경제학 전체가 오직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이다.”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경제적 유인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하는 데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과 가격이 상승하면 사람들은 사과 대신 배를 더 사먹을 것이다. 동시에 사과 생산의 수익성이 증가했기 때문에 사과 과수원 주인들은 인부들을 더 고용해서 사과 수확을 늘리고자 할 것이다. 이 사과 시장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공급자와 수요자의 행동에 있어서 가격의 역할은 시장이 어떻게 희소자원을 배분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정책담당자들은 경제적 유인이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맨큐의 경제학, 그레고리 맨큐>
[논제]
논제1. (가)에서 제시된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를 서술하세요.(50자)
논제2. (나)에서 제시된 제도가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지 서술하세요.(300자)
논제3. [논제 2]의 논의를 바탕으로 (가)의 성과배분제를 평가하세요.(500자)
논제4. (다), (라)를 바탕으로 (가)의 △△사의 ‘책임생산 성과제’를 비판하고 (나)~(마)를 참고해 (가)에 나타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술하세요. (1000자)
[예시답안]
[논제 1] 제시문 (가) 사례들의 공통점은 물질적 보상이나 징벌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수익을 떨어뜨린 결과를 낳게 된 점에 있다.
[논제 2] (나)에서 지각을 하지 않도록 유도했던 벌금제도가 지각을 더 하도록 하게 한 이유는 행위자들이 벌금을 지각 행위의 정당한 대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미안해서 지각하지 않았던 마음이 일정한 돈(벌금)만 내면 괜찮다는 인식을 갖도록 했던 것이다.
[논제 3] 성과배분제는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켜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란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다. 하지만 노동에 대한 성과를 시장 가치로 대우할 경우 (나)와 같이 기대했던 행동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성과배분제는 노동자들에게 더 열심히 일을 하도록 고안된 유인이다. 그런데 만약 동료보다 더 적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동료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 노동자가 미안한 마음에 조금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하자. 그런데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이 노동자는 일을 더 열심히 하기는커녕 이제 미안함도 없이 자신의 태만한 근무태도를 정당화할 수 있게 되므로 일을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있다.
[논제 4] △△사의 ‘책임생산 성과제’는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시행됐다. ‘책임생산 성과제’는 (라)에 나타난 인센티브를 통해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적절한 인센티브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인센티브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경험적으로도 증명됐다. 하지만 인센티브를 통한 해결책은 항상 최선의 결과만을 낳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생산 성과제’는 회사에 대한 만족도 하락이나 스트레스 증가 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다)의 관점에서 볼 때 (가)처럼 ‘책임생산 성과제’를 피하기 위한 동기로 일을 하게 된다면 이는 도덕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며, 행위 당사자에게 내면화되지 못해 결국에는 불만과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다)의 관점에서 볼 때 (가)의 ‘책임생산 성과제’는 강제적이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심각한 부담을 지우며, 장기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 변화를 유발하기도 어렵다. 결국 인센티브는 생산성 향상과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이 될 수는 있으나 오히려 문제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와 같은 칸트의 ‘의무 동기’를 강화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열심히 일을 하고, 생산성을 높여야겠다는 의무 동기를 갖게 된다면 업무 만족도 또한 높아질 것이며,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와 같은 ‘넛지’ 방식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넛지’는 어떤 행위에 대한 보상과 징벌보다는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동 환경을 적절히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방식은 (마)에서 제시하는 방식에 사람들에게 선택을 존중한다는 인식을 심어 주게 되며,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부담 없이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므로 생산성 향상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
< 정은식 경기 안산강서고 교사 / info@ahaeconomy.com > 201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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