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그날 쓰러진 노인 살린 긴머리 여성을 찾습니다”

입력 2020-07-22 00:05
지난 18일 울산 중구 성남동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길에 쓰러진 70대에게 마침 옆을 지나던 간호사(붉은색 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중부소방서 제공, 연합뉴스

길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진 70대 노인을 살리고 홀연히 떠난 간호사의 이야기가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울산 중부소방서는 지난 18일 오후 4시28분쯤 “사람이 실신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 구급대원들은 중구 원도심 성남동 옥교공영주차장 인근으로 출동했습니다. 현장에는 70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인도에 쓰러져 있었고, 그 곁에는 이미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구급차가 도착하자 이 여성은 자리를 내주며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침착하게 환자의 휴대전화를 찾아 환자 가족에게 전화를 건 뒤에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될 것 같다”고 알려주기도 했죠.

그녀의 조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여성은 구급대원들이 환자에게 수액을 투여하려고 하자 환자의 정맥로 확보를 돕기도 했습니다. 이를 본 구급대원들은 여성에게 “누구시냐”고 물었습니다. 여성은 구급대원의 물음에 “간호사”라고 답한 뒤 이들을 묵묵히 보조했습니다.

여성은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동안에는 현장에 남아 구급대가 사용하던 기도삽관 장치, 수액 세트 등을 정리했습니다. 여성은 구급대원들의 뒷정리까지 모두 돕고 나서는 조용히 현장을 떴습니다.

소방 당국은 “이 여성의 초기 조치 덕분에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면서 “감사를 전하고 싶지만 아직 여성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과 20대로 추정되는 나이 말고는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급박한 심정지 상황에서 초기 심폐소생술은 아주 중요하다”면서 “스스럼없이 도움을 주신 시민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환자는 병원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맥박이 돌아왔고, 지금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길거리의 한 간호사는 쓰러진 남성을 본체만체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그가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질 때까지 정성껏 도운 뒤 이름도 밝히지 않고 자리를 떠났죠. 이날 한 생명은 때마침 자신의 옆을 지나던 간호사 덕택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자신의 앞에 쓰러진 환자를 살려내고서야 발걸음을 옮긴 간호사. 얼굴도 모르는 70대 노인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녀의 마음은 읽을 수 없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환자를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그녀는 그 누구보다 유능하고 마음 따뜻한 간호사일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화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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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소년 보호하려 경찰 막아선 백인 소녀…네티즌 울린 영상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흑인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을 막아선 백인 소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1일 트위터에 공개됐다. 트위터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미국의 시위 현장에서 백인 소녀가 경찰로부터 흑인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영상이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개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날 35초 분량의 영상을 자신의 계정에 올렸다. 영상은 경찰 앞에 선 흑인 소년이 양손을 들어 보이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소년은 자신은 위협을 가할 생각이 없다는 듯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군중 틈에서 책가방을 멘 백인 소녀가 등장했다. 소녀는 망설임 없이 걸어가 소년의 앞에 섰다.

소녀는 소년과 똑같이 양손을 든 채 무릎을 꿇으면서도, 한쪽 팔로는 소년을 보호했다. 경찰 4명이 거리를 좁혀왔지만 두려운 기색은 없었다. 경찰이 소녀의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우려 하자, 소녀는 뒤로 돌아 소년을 감싸 안았다. 그는 소년을 붙잡고 온몸으로 보호했다.

흑인 2명을 보호하기 위해 장벽처럼 늘어선 백인들. 트위터

이들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엎드린 흑인 2명 앞으로 백인 4~5명이 장벽처럼 섰다. 다른 백인들도 하나둘씩 합류했다. 이들은 경찰이 거세게 밀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갔다.

영상 게시자는 “저 소녀가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을, 경찰과 소년의 사이에 어떻게 서 있는지를 봐라”라며 “10대 소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30여초짜리 영상의 힘은 강력했다. 이 영상은 2일 오후 2시12분 기준 1659만회 재생됐고, 61만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공유된 횟수도 20만회에 육박했다. 댓글 역시 폭발적으로 달렸다.

한 네티즌은 “저 아이들이 오늘날까지도 이런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만약 저 소녀가 저 자리에 없었다면, 경찰들은 다른 흑인에게 그랬듯이 소년을 밀치고 걷어찼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백인인) 소녀는 자신이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걸, (흑인) 소년을 보호할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것이야말로 백인이 가진 특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다”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도 “소녀는 경찰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놀라운 동시에 너무 슬프다”고 했다. 이들의 의견에 한 네티즌은 “소녀 역시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두 사람이 안전하기를 바란다” “놀랍고, 감동적이다. 눈물이 난다” “이들을 안아주고 싶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비무장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 AP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위조지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던 중 사망했다.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약 9분간 짓눌러 숨지게 했다. 당시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플로이드가 “숨을 못 쉬겠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 담겼다.

플로이드는 체포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미국 시민들은 쇼빈의 과잉진압으로 플로이드가 억울하게 사망했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재 쇼빈은 3급 살인과 2급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645387&code=61131511

[아직 살만한 세상] “세상 뜬 친구들이 잘했다, 말해준 기분입니다”

사나씨가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돕기 위해 테이블에 물품을 놓아두었다. cnn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지만, 지역 사회 구성원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 여성이 미국 사회에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사나 존스(42)씨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사나의 이모와 삼촌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사촌들이 차례로 숨을 거뒀습니다. 가족의 가까운 지인과 사나가 엄마처럼 따랐던 교회 동료도 세상을 떠났죠. 사나씨 곁을 떠나간 이들을 모두 합하면 8명이었습니다. 사나는 최근 CNN에 “너무 멍했다. 하루종일 울었고,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나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사나는 슬픔에 빠지는 대신 그녀의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쏟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나의 곁을 떠나간 이들이 살아생전에 “꼭 그렇게 하라”고 당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사나씨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CNN 캡쳐

사나씨가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돕기 위해 테이블에 물품을 놓아두었다. cnn 캡쳐

사나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미국 미주리의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자신의 집 바깥에 책상 2개를 설치했습니다. 책상은 통조림, 시리얼, 과일, 화장지, 세정용품들로 채웠습니다. 1인 가구부터 가족까지 많은 사람들이 사나의 책상에서 필요한 물품을 가져갔습니다. 사나는 “이웃들뿐만 아니라 세인트루이스 전역에서 우리 집을 들른다”고 밝혔습니다.

부침도 있었습니다. 책상에 있는 물품들은 모두 사나가 수백달러를 들여 직접 구매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나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수입원이 없었으니 책상을 채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죠.

사나씨가 CNN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CNN 캡쳐

하지만 지역사회가 텅 빌 뻔한 책상을 채워주었습니다. 사나의 선행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자발적인 기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음식, 책, 어린이용 게임 등 사나의 집 앞에는 기부물품이 쌓였습니다.

사나가 경제적 어려움에도 선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녀는 CNN에 “내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날 아침에는 책상을 들고 나가는 것이 정말 힘들다”면서도 “누군가의 감사 편지를 받을 때마다, 떠나간 가족이나 친구들이 천사가 되어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551301&code=61131511&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