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철학은 삶 속에 있지 군림하거나 지시안해”
“철학은 삶이라는 텍스트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철학은 우리 삶 안에 있지 밖에 있는 게 아닙니다.”

최근 나온 ‘통합적 철학하기’(휴머니스트)는 독특한 철학교양서이다. 기존의 철학교양서가 ‘철학적 지식’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썼다면 이 책은 삶의 구체적인 현장을 담고 있는 텍스트 속에서 철학적 요소들을 끄집어낸다.

책을 펴낸 텍스트해석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유헌식 소장(51)은 “우리 삶은 이미 철학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걸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철학이 냉대 받는 이유도 “철학이 삶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위에서 군림하고 지시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무용을 푸코의 권력 이론으로 해석하기도 하던데 어느 누가 그런 이론을 생각하고 춤을 춘다고 얘기합니까. 누구의 이론을 따라 삶을 사는 게 아닙니다. 삶은 철학에 선행하는 겁니다.”

유소장은 “삶 자체가 텍스트이므로 삶의 특징적인 단면을 드러내는 텍스트 속에서 철학적 개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통합적 철학하기’는 결국 텍스트에 대한 ‘읽기’ ‘말하기’ ‘쓰기’가 한 묶음이 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은 소설, 영화 등 다양한 텍스트를 놓고 4명의 인물이 벌이는 해석과 토론, 글쓰기로 구성됐다. 1부의 주제는 ‘고독’. 유소장은 “인간 최초의 상태는 자궁과 동굴에서의 ‘홀로’이므로 고독을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조만간 2편 ‘성장’, 3편 ‘죽음’이 나올 예정이다.

유소장은 특히 4명의 인물이 토론을 벌이는 ‘말하기’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대화와 토론 문화가 부재하고 힘 있는 자의 ‘독백’이 지배하는 사회여서 서로 긴밀하게 어떻게 대화하고 토론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는 왜 문득 외로움을 느끼나’ ‘고독은 어떻게 인간을 거듭나게 하나’ 등 책에는 고독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들이 제시된다. 유소장은 “텍스트가 담고 있는 물음을 찾아내 그것을 우리 삶의 문제로 확대하면 새로운 것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텍스트 해석 작업이 새로운 사실과 만나기 위한 방법적 토대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존 논술이나 글쓰기 교육은 반성의 대상이다.

“명제 사이의 논리를 찾거나 논술 요령이나 기법을 가르치는 건 살아 있는 논술이 아닙니다. 하나의 텍스트를 통해 사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키워줄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헤겔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유소장은 상아탑에 안주하기보다 ‘야전’에서 뛰겠다는 생각으로 그간 일반인을 위한 철학 강좌와 인터넷 철학 카페 등을 운영해왔다. 텍스트해석연구소도 삶의 내용을 담고 있는 텍스트들을 함께 해석하고 토론하자는 취지에서 2003년 발족됐다. 연구소에 참여하고 있는 면면들도 교사, 대중음악평론가, 여행작가 등 다양하다. 이번 책은 연구소 회원들이 3년 동안 거의 매주 3시간씩 모여 작업한 결과물이다.

유소장은 “철학이 권위에만 의지해 밥벌이를 해선 뿌리내리기 힘들다”며 “이번 책을 통해 인문학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작은 길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글 김진우·사진 박재찬기자〉


논술반 Ⅰ



- 논리적 생각과 글쓰기의 기초 -



★ 시험 논술문 쓰기 ★


시험 논술문이란 대학 입합 시험에서 부과하는 약식 논문을 말한다. 비록 대학 입시의 논술문은 짧고 제약이 많으며 또 여러 가지 유형으로 출제되기는 하지만 본디 논문 형식으로 쓴 논리적인 글이다. 다만 분량이나 쓰는 자리 등이 한정된 것밖에는 일반 논술문 쓰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시험 논술문 또한 논술법을 기본으로 하여 논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뒷받침하여 전개함으로써 독자를 설득하여야 한다.


☞ 대학 논술 고사의 대비책

1. 대학 입학 논술 고사의 특성


“논술 고사란 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응시자들의 고차적인 사고 능력(표현력, 조직력, 종합력, 추리력, 창의력 등)을 평가하기 위하여 특정 교과목의 내용에 구애받지 않는 소재(탈교과적, 범교과적) 중에서 주제를 선정하여 논문형 형태로 출제, 채점되는 고사를 말한다.”


위의 정의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논술형 고사에서는 문제만 주어져 있을 뿐 해답은 수험생이 스스로 탐구하여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리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제를 분석하는 능력, 그것을 바탕으로 주제(소견)를 파악하는 종합력, 추리력, 창의력 등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주제를 정점으로하여 분석 항목을 체계있게 늘어놓아 글의 골격을 이루는 구성력(조직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 골격의 각 항목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논술적 표현력이 발휘되어야만 한다.

둘째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생활 주변의 평범한 소재 가운데서 논제가 선택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국어, 국사, 사회, 물리, 화학 등 어떤 교과목에만 국한된 소재에서 논제를 고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 교과목 전반에 걸친 소재 중에서 논제를 고르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로 논술 고사는 논문형 형태의 출제라고 하는 점이다. 논문 형태의 글을 쓰는 데는 문제점의 면밀한 분석과 비판을 통한 종합 구성력이 필요하며 그것을 다시 설득력 있게 합리적으로 표현 전개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위의 유의점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수험자가 지닌 지식과 판단력, 분석력 등의 사고력을 알아보는 것

(2) 논제를 얼마만큼 조리있게 논술하여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


2. 대학 입시 논술 고사의 바른 준비


논술 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논술 고사의 참뜻을 잘 알고 대비하여야 한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기존의 논술문이나 그럴 듯한 글들을 마구잡이로 외우고 기억해서 옮겨 놓는다는 식으로 공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 나름의 사고력과 창의력 그리고 논술력의 기초가 없이 남의 글을 베껴 놓는 식으로 논술문을 쓰는 것은 논술 고사를 치르는 근본 뜻에 어긋날 뿐 아니라 채점자의 눈에도 금방 띄게 마련이기 때문이다.1)


3. 논술문의 내용을 갖추는 일


논술문은 다룰 논제가 주어질 뿐 아니라 수험생의 머리 속에 간직된 자료(지식, 사고력 등)만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 써야 한다. 논술문에서 다룰 문제가 미리 주어진다는 것은 쓸거리의 범위가 한정되고 주제의 성격도 거의 정해짐을 뜻한다. 따라서 수험자 입장에서 보면 내용적 틀이 미리 정해진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또한 아무런 참고 자료도 따로 주어지지 않으므로 평소에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효율적인 예비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 생활 주변 문제를 다룬 논설문 등을 살펴 읽을 것 → 신문 칼럼, 신문 기사 주요 내용 정리, 교과서 논설문․ 설명문 정리하며 읽는 연습, 글을 쓸 때 늘 체계적으로 연습하기 등

(2) 평소에 많은 지식과 교양을 쌓을 것 → 독서의 필요성, 문학적 안목의 향상을 위한 노력

(3) 평소 매사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를 것 → 문제 의식,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들의 정리 ( 2000년도의 경우, 집단 이기 주의, 통일 문제, 노벨 평화상 문제, 새 천년 경제 상황 및 사회 상황 예측 등)

(4)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요령을 터득할 것


위의 방식을 바탕으로 다음을 살펴보자.


(가) 그거 괜찮은 방법인데.

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난 그 남자만 보면 괜히 짜증나고 불쾌해

이것 보다 저것이 낳은 것 같은데.

(나) 삼각형의 세각의 합은 180도이므로 정삼각형의 한각은 60도이다.

넌 힘이 세나 꾀가 모자라. 그 앤 힘은 모자라지만 꾀가 많다. 따라서 그 애가 널 이긴 건

꾀가 힘을 이긴 결과지.


위의 예 (가), (나)에서 우린 모두 “생각”이라는 공통된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엄격히 따져 보면 (가)의 경우는 ‘생각된다’, ‘느낀다’로 이해할 수 있고 (나)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사고’임을 알 수 있다. 논술에서 필요한 “생각”은 바로 (나)와 같은 지성적 사고력인 것이다.


4. 논술문 쓰기의 기본 능력 가다듬기


수험자는 주어진 논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기본 절차에 따라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문 작성의 기본 절차]


(1) 논제의 핵심 파악

(2) 논제와 관련된 주제의 결정

(3) 주제의 하위 분석

(4) 간단한 개요의 마련

(5) 개요에 따른 단락별 전개

(6) 표현 형식 다듬기


5. 대학입시 논술 고사의 유형


논술 고사의 출제 유형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단독 과제형”과 “자료제시형”이 그것이다. 단독 과제형이란 논제만 주고 논술하라는 것이고 자료 제시형은 주어진 자료 범위 안에서 또는 그 자료를 활용해서 논술을 하라는 것이다.


5.1. 단독 과제형


단독 과제형 논제는 대체로 “어떤 문제에 관해서 어떤 방식으로 논술하라”하는 형식이다. 논제와 관련된 자료를 따로 주지 않고 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단독 과제형은 채점상의 난점이 따른다. 해답의 범위가 나무나 넓기 때문에 채점 기준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독 과제형 출제에서는 상당한 방향 지시가 따르게 된다. 곧 해답의 방향을 어느 정도 한정하는 것이다.


(1) 도시 공해의 주원인을 분석하여 논증하라.

(2) 남녀 공학의 장단점을 열거하고 소신을 펴는 글을 쓰라.

(3) TV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들고 그 이유를 논술하라.

(4) 신문의 기능을 3가지로 나누어 열거하고 논술하라.


(1)에서 “도시 공해의 주원인”이라고 한 것은 “공해 문제에 대하여”라고 한 것보다는 그 다룰 범위가 훨씬 축소되어 있다. 이렇게 수험자가 그 한정된 범위에 대하여만 다루게 되면 가능한 답안의 테두리는 상당히 축소된다.

이처럼 단독 과제형 출제에는 상당한 방향 지시를 가미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채점상의 난점이 주된 까닭이지만, 수험생들의 한정된 지식과 답안 분량의 제약성 등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관계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아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따라서 수험 준비생들은 이처럼 다소 한정된 범위의 단독 과제형을 많이 다루는 요령을 익힐 필요가 있다.


5.2. 자료 제시형 논제


자료 제시형은 논제와 함께 수험생이 읽을 자료를 제시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논술문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료 제시형은 “다음 예문을 읽고 논리적 전개법의 타당성 및 설득력 유무를 비판 논술하라”하는 형식이 된다.

자료 제시형 논제는 대개 단독 과제형에 비하여 소재의 범위가 많이 한정되어 있다. 주어진 자료가 지닌 문제점이나 지시 내용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험자는 자신이 지닌 지식과 추리력을 가지고 주어진 자료 내용에 주안점을 두고 다루어야 하는 한계성이 있다. 그런 한계를 벗어나면 출제 의도에서 빗나간 해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료 제시형에서도 논제의 방향 지시가 가미되는 수도 있다. 제시된 자료 자체가 방향 지시가 되는 것이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더 한정된 범위 안에서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일도 많다. 자료가 주어졌다 하더라도 반응 정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이면 역시 채점상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 글을 읽고 비판하라.”와 같은 막연한 논제이어서는 채점 기준을 세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음 글을 읽고 논술 전개의 타당성을 비판하라” 또는 “다음 글에서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두 명제를 가려내고 그 근거를 밝혀 논술하라”와 같이 어느 정도 방향 지시가 주어지는 따위이다. 이러한 방향 지시는 한정된 여건에서 글을 쓰는 학생들에게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물론이다.


(1) 다음 글을 읽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명제와 관련 없는 명제들을 가리고 그 근거를 밝혀논술하라.

(2) 다음 글을 읽고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되었음을 지적하는 반박문을 써 보라.

(3) 다음 글을 읽고 남녀 평등이 어려운 여건이 무엇이며 그 까닭을 조리있게 논술하라.


자료 제시형은 몇 가지로 변형된 것들이 있다. 그 주된 것들은 보완 논술형과 요약 논술형이다.


(가) 보완 논술형 : 중간이나 끝부분에 한 단락이나 두어 단락에 해당되는 부분을 생략한 글을 제시하고 그 부분을 보완하는 논술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4) 전체 글의 통일성에 유념하여, 다음 글의 빈 칸에 알맞은 내용을 600자 정도의 단락으로 쓰시오.

(5) 다음 글의 끝부분에 한 단락 정도의 알맞은 내용을 써 넣어 완성하라.


(나) 요약 논술형 : 상당 분량의 글을 자료로 제시하고 그것을 일정한 분량의 논술문으로 쓰라는 것이다.


(6) 다음 글을 읽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300자 내외로 논술하라.


요약형 출제 중에는 논술문 형식을 갖추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논술문의 범주로 칠 수가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요약한 글이 논술문의 격식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경우에만 논술형 출제로 여길 수가 있다.

































< 글쓰기의 기본>

-생각하는 힘 기르기-

1. 단락의 일반 개념


이 글의 목적은 단락에 관한 일반적인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락의 형식과 내용이 불일치해서는 안 됨을 보이는 데 있다. 짜임새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단락을 잘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단락 구성이 잘못된 글을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 특히 단락의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우리 글의 가장 큰 병폐가 되고 있다. 이 글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하여 쓰여졌다.

흔히 글을 쓴다고 하면 알맞은 낱말만을 골라서 매끈한 문장들을 짓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낱낱의 문장을 짓고 다듬는 일에만 관심을 쏟는 일이 많다. 그러나 하나 하나의 문장이 아무리 매끈하고 훌륭해도 그것이 뿔뿔이 흩어져서는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 문장들은 하나의 소주제로 뭉쳐 단락을 형성해야 하며 그러한 단락들은 다시 하나 또는 그 이상이 모여서 글의 각 항목을 이루고 나아가서 글 전체의 최고 이념인 주제를 떠받들어야만 짜임새 있는 글이 된다. 이런 관계를 그림으로 알기 쉽게 보이면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책(book)

장 또는 글

(chapter

or composition)

문단(paragraph)

문장(sentence)

단어(word)

이처럼 문단은 글의 부분이다. 단어가 모여 문장을 이루고 관련 있는 문장이 모여 문단을 구성하듯, 관련있는 문단이 모여 글을 이룬다. 이러한 글이 모여 책을 이루는 장이 된다.


일반으로 단락(paragraph)은 주제의 일부 하위 개념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일련의 문장들로 엮어진 조직체로서 그 형식이 명확히 구획된 글 속의 글이다. 이것은 서구의 단락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일반성 있는 단락 정의이며, 다음 3가지 것을 기본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2)


1) 단락은 글 전체 주제의 일부 개념을 펼친다.

2) 단락은 일련의 문장들로 엮어진 조직체이다.

3) 단락은 그러한 조직체가 서로 잘 구분 되도록 뚜렷한 형식적 경계를 지닌다.


단락은 전체 주제의 일부 개념을 펼친다.

이것은 결국 단락이란 글의 내용 일부를 떠맡아 다루는 하나의 전개 단위체가 됨을 의미한다. 글의 주제는 일반으로 추상적이므로 그것을 하위의 소개념으로 나누어서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한 소개념은 흔히 소주제라 부른다. 한 단락의 소주제가 갖추어야 할 성격으로는 하나의 문장만으로 서술할 수 있는 개념이나 무한한 문장 ꠏꠏꠏ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ꠏꠏꠏ으로 서술해야 하는 큰 개념도 적당치 못하다. 소주제는 글의 주제와 관련되어 글 전체 주제를 떠받들고 있어야 하며, 하나 하나의 소주제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전체 주제와의 관련성을 으뜸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소주제는 글 전체 발전과 관련하여 적절해야 하며, 단락이라는 토막글의 핵심과제라는 면에서 적절해야 한다.3) 소주제가 적절히 표현된 예를 살펴 보자.


<예문1>

나의 친구 진우는 봉사 정신이 빼어나다. 그는 자기의 일은 뒤로 제쳐두고 남을 위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친구들의 일을 앞장 서서 돕고, 다른 아이들이 싫어하는 궂은 일도 마다하는 적이 없다. 이를테면, 화장실 청소나 창문 유리 닦기 같은 일도 자기 당번일 때는 물론이고 딴 아이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진우의 이런 착한 성품을 이용하려 드는 얄미운 아이도 있을 정도이다. 우리 반에 몸이 불편한 아이가 있는데 어디 갈 때마다 그애를 거들어 주고 마음을 쓰는 것도 진우가 거의 도맡아 한다. 이렇게 그가 유달리 애쓰는 성품이 그의 신앙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그의 타고난 성품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봉사 정신은 몸에 배어 있다고 할 만하다.


윗 글은 “봉사 정신이 빼어남”이라는 소주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만일 이 것을 아래와 같이 고친다면 조리 없는 횡설수설하는 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문 1-1>

내 친구 중에 진우라는 아이가 있다. 그 애는 남의 일을 잘 돌보아 주기로 소문이 났다. 어떤 때는 재 일을 제쳐 두고 남의 일을 많이 해 주고 공부도 잘하고 성적도 좋다. 우리 반의 어려운 친구들의 일을 앞장 서서 돕기도 하고, 청소도 마다 않고 열심히 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 반에 있는 몸 불편한 아이도 그 애가 아마 기독교 신자라서 그런지 아무튼 봉사정신이 강하다. 선생님도 그애를 제일 신임하는 것 같고, 나하고도 친한데, 참 착한 아이로 알려져 있다.


위의 보기는 진우라는 아이에 대해 보고 느낀 것을 두서없이 설명하고 있다. 그가 봉사정신이 강하다는 것을 설명할 뿐 아니라 성격, 놀기, 운동 등을 모두 말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독자가 글을 읽은 뒤 요점을 파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단락이란 일련의 문장들로 구성된 조직체이다.

“일련의 문장들”이란 소주제를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여러 개의 관련된 문장들을 말한다. 이런 문장들을 뒷받침 문장이라 한다.4) 바람직한 뒷받침 문장은 소주제(문)를 풀이하거나 논술하여 펼치는 것이므로 소주제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소주제의 중요성을 펼치기 위해 누구나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구체화하거나 합리화해야 한다. 뒷받침 문장이 소주제를 훌륭히 떠받들고 있는 예를 살펴보자.


<예문2>

나는 요즈음 책이 우리에게 주는 참된 가치에 대하여 내 나름대로 깨닫게 되었다. 독서의 가치나 보람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언급해 왔지만 나 자신이 독서를 많이 안 해 보았을 때는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독서에 취미가 붙어 틈만 있으면 책을 읽다 보니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나는 독서를 통하여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나의 알고자 하는 욕망을 채울 수 있었다. 또 독서는 나의 안목을 넓혀 주었다. 이렇게 독서는 나로 하여금 정신적인 면에서 큰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위 글에는 “독서를 통한 정신적인 성장”이라는 주제가 확실하게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주제는 1)새로운 세계의 발견, 2)알고자 하는 욕망의 충족, 3)안목을 넓혀줌 등의 3가지 근거로 뒷받침되고 있다. 만일 아래와 같은 예를 독자가 읽게 된다면 도대체 글의 초점이 무엇인가를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예문3>

현대 사회를 흔히 과학의 시대라 말한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과학의 산물이 우리 주위를 채우고 있다. 그래서 난 항상 허무주의에 빠져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이들이 내게 주는 소외감과 학생식당의 컨베이어가 주는 역겨움 그리고 잠자리 머리맡에 놓인 가습기가 뿜어내는 숨막히는 냉소에 날 떠맡기는데 싫증이 난다. 한번은 학생식당에서 내 앞으로 다가오는 식기를 놓쳐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아주머니의 너그러운 미소로 위기를 모면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이 사회에 잠시라도 여유 있는 웃음을 다른 이에게 보일 수 있다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위 글은 앞서 말한 두 가지 것이ꠏꠏꠏ소주제와 뒷받침문장ꠏꠏꠏ모두 제대로 나타내지 않은 예이다. 글의 중심 내용이 (과학의 시대에 관한 것인지, 소외로 인한 허무주의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갈수록 각박해지는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자는 것인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쓰인 재료들이 글의 주제를 뚜렷이 나타날 수 있게 선택되지 않았고 재료들을 알맞게 배열하지도 않고 있다. 여러 가지 단편적인 이야기를 두서없이 모았기 때문에 그것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글을 끝내고 있다.


단락은 그러한 조직체가 서로 잘 구분되도록 뚜렷한 형식적 경계를 지닌다.

단락은 소주제를 충분히 펼치는 글 속의 글이라 할 때 그것은 분명한 경계가 주어져서 다른 단락들과 서로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단락의 형식적 구분을 하는 데는 “들여쓰기”가 가장 널리 쓰인다. 그 외 내쓰기라는 것과 줄만 바꾸는 것으로 단락의 구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들여쓰기가 단락의 형식적 표지로는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만일 아래와 같이 한 문단 안에 들여쓰기가 자주 사용된다면 독자는 글이 내세우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 뿐더러, 글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읽기를 포기하고 말 것이다.5)


<예문4>

옛날에는 적어도 스승은 부모와 같은 수준으로 대접했다. 스승을 모실 때에는 그림자를 밟는 것도 실례로 생각하였다.

스승이 세상을 떠나면 상복을 입는 것이 통례이기도 했다.

그 한 예로, 율곡 선생은 퇴계 선생보다 35년 아래로 직접 제자는 아니고 다만 도산 서원에 은퇴한 퇴계 선생을 찾아 며칠 동안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율곡 선생은 평생 퇴계 선생을 스승으로 받들었고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3년 동안 내외분이 침실을 같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즈음은 도저히 생각도 못할 일이다.


위 글은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옛날 고사를 예시한 것이므로 하나의 단락을 이루어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단락의 뜻매김과 그에 따른 구조를 살펴보았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그림 2>와 같다.6)


<그림 2>

소주제(문)

뒷받침문장 뒷받침문장

뒷받침문장 뒷받침문장 뒷받침문장

… … … … … …

2.단락의 형식과 내용


이상에서 살펴본 단락의 일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단락을 이루는 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단락의 구조는 그 형식과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한 단락에 한 소주제라는 중심 사상이 뚜렷이 나타나며 그것을 떠받드는 뒷받침 내용들이 하나의 조직체를 이루어 글의 내용을 독자의 가슴속에 새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단락의 실제 사용에 있어서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아래에 제시된 두 단락은 어떤가 살펴보자.


<예문5>

사람을 생각하는 동물이라 한다. 사람을 동물과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생각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사람 외의 동물 중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원숭이를 미로에 가둔 후 바나나를 찾게 하는 실험은 가끔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 것을 지나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인 것 같은 착각마저도 들게 한다. 한 번은 동물원서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던지다 팔을 다친 적이 있다. 원숭이가 팔을 할퀸 것이다. 집에 와 소독을 하며 동물원에 가서는 철조망을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문6>

그는 부지런한 학생으로 소문이 나 있다. 무릇 머리가 영리한 사람은 자기 재주만 믿고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는 머리가 영리한 편인데도 쉴새 없이 공부를 한다. 그는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밤 늦게 까지 자리를 거의 떠나지 않고 공부를 한다. 반의 청소나 그 밖의 궂은 일을 앞장서서 하는 것도 그의 부지런한 성품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성질이 날카로워서 친구들과 가끔 부딪치는 것이 흠이다.

첫 번 째 글은 사람의 특징 가운데 생각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헌데 “-한번은…”에서부터 앞글과는 주제가 다른 동물원과 철조망을 맹신하는 데서 올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 글은 처음에 제시된 주제를 일관성 있게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두 번 째 글은 첫 문장에 소주제가 나타나 있고 그 뒤의 뒷받침문장들이 대부분 그것을 잘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 “그런데 그는 성질이….”가 글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따로 떼어서 그에게 부지런함과는 또 다른 면이 있음을 전개하는 단락을 만들어야 마땅하다.7)

아래의 예도 단락의 형식과 내용을 일치시키지 못한 경우이다.


<예문7>

그러나, 또 다시 그대로 말하는 靑山과 노래하는 綠水만은 아니다. 그는 不幸히 日帝 三十六年間 失國의 時點에서 나고 자라고 살았기 때문에 머리에 가득찬 것이 민족을 살리는 근심이요, 가슴에 북받치는 한이 민족을 구해 내야만 하는 시름이었다. 이것이 그의 詩心이 되고, 이것이 그의 노래가 되어, 이 강산 이 바다에 구름이 되고, 이슬이 되고, 따뜻한 별이 되고, 달디단 甘雨가 되어, 메마른 이 땅의 젊은이들의 가슴에 한 줄기 서광과 희망을 부어 주기도 했고, 몸소 倭警한테 흥원감옥과 함흥감옥이며 광양옥중으로 끌려 다니면서 이나라 民族正氣를 바로잡는 겨레의 師表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하니, 山은 一個의 시인만이 아니라 겨레의 靑山이요 綠水라 부른다.


위 글은 강조 단락이라 하여 하나의 문장을 따로 떼어놓음으로써 강조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한 문장만으로는 단락이 이루어 질 수 없으며, 강조라는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8)

우선 한 문장 단락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알아보고 그것으로 인해 강조 단락이 성립될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자. 강조 단락의 큰 특징은 하나의 문장만으로 한 단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의 예는 하나의 문장이 한 단락을 이루고 있는 경우이다.

<예문8>

수복이 쌓인 낙엽 뒤에 문득 떨어지는 액체는 빗방울은 아니었다.

고개를 숙인 나의 두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방울이었다. 바삭바삭 낙옆을 밟는 발소리 틈틈이 뚝뚝 떨어지는 액체로 나의 시야는 흐려져 저 맑은 창공도 분간키 어렵다.

<임옥인, ‘눈물의 빛깔’중에서>


위 글 가운데 밑줄 친 부분이 수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문장 단락의 예이다. 이것은 단락의 일반 개념과 소주제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앞서 다루었던 단락의 일반 개념에 ‘글 전체 주제의 일부 내용을 충분히 다루는 글 속의 글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이 말 속에는 단락에는 소주제를 제시하는 문장 이외에 그것을 설명해 주는 상당수의 뒷받침 문장들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한 문장 단락은 이러한 점을 무시한다. 기껏해야 소주제를 내세우는 정도에 그치기 마련인 것을 마치 작가의 감정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인 양 미화하여 단락의 개념을 흐트리고 있는 것이다.

소주제의 중요성에 비추어서도 문제가 있다. 한 단락의 소주제는 글 전체의 일부로서 충분히 전개되어야 할 중요한 내용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그것을 제시만 하고 펼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글은 다음과 같이 바꾸는 것이 마땅하다.


<예문8-1>

수복이 쌓인 낙엽 뒤에 문득 떨어지는 액체는 빗방울은 아니었다. 고개를 숙인 나의 두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방울이었다. 바삭바삭 낙옆을 밟는 발소리 틈틈이 뚝뚝 떨어지는 액체로 나의 시야는 흐려져 저 맑은 창공도 분간키 어렵다.


문장 하나를 따로 떼어내어 시각적인 강조를 효과적이라 생각하는 데서 나온 한 문장 단락은 오히려 독자의 머리를 혼란 속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러므로 글쓰는 이 뿐만 아니라 읽는 이에게조차도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강조 단락은 효과적이지 못한 전달 방식인 것이다.

다음으로 강조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예문 7>에 나타난 문제점을 살펴보자.9) 글에 있어서의 강조란 글을 읽을 때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확실히 파악되고, 이해와 납득이라는 측면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얼핏 보기에는 눈에 잘 띄는 것이 우리의 시선을 주도하고 주의력을 집중시키게 한다. 그러나 독자가 글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각과 주의력을 끈다는 것도 결국에는 글의 내용을 마음속에 파고들어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역효과를 내게 마련이다. 글을 쓸 때 강조의 가장 좋은 수단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독자로 하여금 파악하기 쉽게 하여 글의 내용이 가슴 속 깊이 남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두 단락으로 나누어진 <예문 7>은 강조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하나의 문단으로 구성한 것 보다 효과적이지 못하다 하겠다. 그러므로 <예문 7>은 “그러하니, 山은 一個의 詩人만이 아니라 겨레의 靑山이요 綠水라 부른다.”는 문장을 “겨레의 師表가 되었던 것이다.”에 붙여 써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는 앞서 밝힌 문장을 다시 읽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지적한 단락의 형식과 내용이라는 측면에서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예문 9>

이제 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입시 홍역이 끝났다. 전기대학, 후기대학, 전문대 합격자가 모두 결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입학식이다.

당락의 희비가 교차하는 것도 잠깐, 곧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게 될 때 이 시기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어떻게 됐니? 무슨 학교? 무슨 학과?”

만나는 사람마다 속사포처럼 다급히 물어 제낀다.

“누구는 나랑 중학교 다닐 때 성적이 비슷했는데 지금은 어느 대학에 갔으니 출세했구나, 누구는 어떠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쯧쯧․․․․․․”

그리고는 단순히 그 대학 학과만 놓고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 일단락지어 버리곤 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년 동안 전교 1등을 지켜오던 친구의 입시결과는 어이없게 나와 있었고 모두들 3년간의 그 자랑스러워하던 성적과 고교시절이 마치 물거품으로 돌아간 듯한 인식이었다. ․․․후략․․․


위의 경우는 앞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한 문장 단락을 구성하고 있으며, 예문 뒤에도 잘못된 들여쓰기를 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속사포처럼 다급히 물어 제낀다. 는 바로 앞의 예문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들여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는 단순히 ․․․후략․․․도 앞의 글과 연결되므로 앞 단락과 이어 주어야 한다. 위 글을 제대로 된 단락으로 바꾸어 보면 다음과 같다.10)


<예문 9-1>

이제 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입시 홍역이 끝났다. 전기대학, 후기대학, 전문대 합격자가 모두 결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입학식이다.

당락의 희비가 교차하는 것도 잠깐, 곧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게 될 때 이 시기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어떻게 됐니? 무슨 학교? 무슨 학과?”

만나는 사람마다 속사포처럼 다급히 물어 제낀다.

“누구는 나랑 중학교 다닐 때 성적이 비슷했는데 지금은 어느 대학에 갔으니 출세했구나, 누구는 어떠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쯧쯧․․․․․․”

그리고는 단순히 그 대학 학과만 놓고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 일단락 지어 버리곤 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년 동안 전교 1등을 지켜오던 친구의 입시결과는 어이없게 나와 있었고 모두들 3년간의 그 자랑스러워하던 성적과 고교시절이 마치 물거품으로 돌아간 듯한 인식이었다.


위에서 우리는 현실에 “한 문장 단락”과 “강조 단락”이 나타남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예문 뒤에 내용을 무시한 들여쓰기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살펴보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러한 예들이 신문 지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래의 예문은 한 신문에 실린 것으로 하나의 문장이 한 단락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문10>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의 서울~평양 직통전화 설치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30일 서울한국통신연구개발단에서 계속된 ‘두만강지역 개발계획 통신전문가회의’에서 유엔개발계획과 남북한 등 5개국 대표들은 북한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서울~평양 직통전화 설치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한겨레 신문> 중에서


위의 경우는 신문 보도의 특성상 주요 기사 거리를 맨 앞에 놓아 독자로 하여금 기사의 내용을 확실하게 짐작케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경우라 하겠다. 이것은 신문지면 활용에 관한 특수한 예에 해당한다고 말을 한다. 띄어쓰기 또한 지면상의 특징을 핑계삼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문 지면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예들은 편법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문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예들도 단락의 형식과 내용이라는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예문11>

․․․․․․전략․․․․․․

순금이는 들릴듯말듯 혀를 차며 과자를 반나마 주인여자에게 건냈다.

“엄니이, 나 몰러, 나 몰러․․․”

눈물이 그렁그렁해 있던 삼봉이는 마침내 아앙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때까지 부러운 눈으로 기죽어 있었던 주인집 아이는 혀를 낼름낼름하며 깡총거렸다

“아이고메, 맨날 이리 염치없이 얻어묵기만 혀서 으쩌까? 근디, 쩌것언 또 머신고?”

주인여자는 목을 빼듯 하며 다른 봉지에 눈길을 보냈다.

“야아, 고기라는디, 요것도 갈라묵어야제라, 쬐깨 시들리씨요.”

순금이는 감추지도 않고 꾸며대지도 않았다. 고기 몇점 더 먹자고 속일 마음도 없었고, 괜히 속였다가 엉뚱한 입질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리랑 중에서>


위 글의 경우는 신문 지면상의 이유로 띄어쓰기는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유독 인용문 뒤는 들여쓰기를 해서 다른 단락인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통일성이 결여된 예이다. 물론 인용문 뒤의 글이 앞의 것과는 다른 내용을 나타낸다면 새로운 단락을 구성할 수 (들여쓸 수)있다. 하지만 윗 글에 나타난 경우는 “눈물이 ~”나 “주인여자는 ~” “순금이는~”이 인용문에 대한 설명임을 확실히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아래와 같이 고치는 것이 마땅하다.


<예문11-1>

순금이는 들릴듯말듯 혀를 차며 과자를 반나마 주인여자에게 건냈다.

“엄니이, 나 몰러, 나 몰러․․․”

눈물이 그렁그렁해 있던 삼봉이는 마침내 아앙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때까지 부러운 눈으로 기죽어 있었던 주인집 아이는 혀를 낼름낼름하며 깡총거렸다

“아이고메, 맨날 이리 염치없이 얻어묵기만 혀서 으쩌까? 근디, 쩌것언 또 머신고?”주인여자는 목을 빼듯 하며 다른 봉지에 눈길을 보냈다.

“야아, 고기라는디, 요것도 갈라묵어야제라, 쬐깨 시들리씨요.”

순금이는 감추지도 않고 꾸며대지도 않았다. 고기 몇점 더 먹자고 속일 마음도 없었고, 괜히 속였다가 엉뚱한 입질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신문의 경우에서 살펴본 예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신문을 지식의 전달체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것을 마치 옳은 것인 양 버젓이 나타내는 데는 앞서 제시한 많은 문제가 있다. 신문을 띄어쓰기의 표본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좋은 문장의 기준이라 믿고 있는 이들에게 “신문의 편법은 정도正道”라는 기사로 잘못을 숨길 수 있을까?


3. 마무리

지금까지 단락에 관해 알아보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단락은 글쓰기의 분량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논의의 단위체를 이르는 말이다. 시작과 끝을 지니며, 알아 볼 수 있는 형식을 지니며 그것만으로도 완결된 형식을 보이는 단위체이다. 단락의 형식은 그 내용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단락의 형식적 표지는 단락의 핵심 내용 곧 소주제를 충분히 드러내기 위한 단위체를 외형적으로 구분 짓기 위해 생긴 것이므로 그런 내용을 떠나서 그 자체로서의 존재가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의의 분량을 글로 쓴 후 그것을 나누어 몇 개의 단락으로 쪼갤 수는 없다.

그런데도 단락의 형식, 내용의 일치 문제를 “단지 이론을 그대로 따르자는 보수적인 사고에서 나온 말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글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도 단락이 글의 호흡 조정이나 시각적인 피로를 덜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면 ‘혹, 자신은 앞서 제시된 잘못된 단락을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깊게 생각하는 것이 단락 이론에 접근하는 최고의 지름길임을 주장한다. 만일 이 글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제 단락 쓰기를 실제로 연습할 때이다. 다음 호에서는 실제 단락 쓰기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글쓰기의 실제>

1. 문장에서 단락으로


우리의 생각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는 문장이다. 낱말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지는 문장은 우리의 생각을 펴는 기본이 된다. 이런 문장은 우리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가장 작은 짜임새의 언어 표현이 된다. 낱말이나 어구 따위는 언어 표현의 재료가 될 분이고 그것들을 알맞게 결합하고 문법 요소를 첨가하여 문장을 이루어야만 우리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표현 전달되는 것이다.

낱낱의 문장은 글의 기본 단위이다. 우리는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에 우선 낱말들을 골라 문장을 짓는다. 문장이란 일반으로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지는 언어 표현의 단위이다. 곧 낱낱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지는 주어와 서술어의 결합체가 문장이라는 것이다.

문장 = 주어 + 서술어

예1)

날씨가 좋다.

개가 짖는다.

우리 학교가 저기에 있다.

어떤 나그네가 마을 사람에게 길을 묻는다.

저 아이들이 우리 학교의 학생이다.

이웃 마을의 아낙네들은 모두 얌전하다.


위와 같이 한 문장의 표현에서 말하거나 풀이하고자 하여 내세우는 사물이나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 주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내세운 주어 뒤에는 반드시 그것에 대하여 무엇인가 풀이하거나 언급하는 말들이 따른다. 이런 구실을 하는 것이 서술어이다.

우리는 다음에서와 같이 두 개나 세 개의 절을 이어서 더 복잡한 문장을 이루어서 표현하는 일도 흔히 있다.


예2)

(1)새가 울고 꽃이 핀다.

(2)봄이 되니까 뒷산에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3)꽃이 하도 좋아서 내가 몇 송이를 꺾으려 하니까 아이가 그러지 말라고 말려서 손을 멈추었다.


위에서 (1)과 (2)는 접속문이다. (3)은 몇 개의 절이 이어진 복합문이다.11) 이처럼 여러 절을 잇고 또 각기 수식어를 적절히 덧붙여서 긴 문장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좀더 자세하게 나타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연습>

1. 다음 각 문장의 앞이나 뒤에 딴 문장들을 써넣어서 생각을 좀더 자세하게 나타내 보자.

(1) 나는 칠판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

(2) 나는 철수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

(3) 네가 착한 사람으로 성장해서 이 엄마는 기쁘구나. →

(4) 내 머리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


2. 아래의 글에서 너무 길거나 뜻이 명확치 않은 문장 또는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 잡아서 써 보자.

(1) 우리가 좀더 자유로운 마음의 평화를 누리길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받고 또한 남의 잘못도 용서하는 자만이 참된 평화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우리 나라 행정 전산망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고 시작한 큰 사업의 하나였는데 그 이해도와 적극성이 낮다고 하니 아직도 컴퓨터를 도구로 활용하기에는 세련되지 못한 점도 많고 컴퓨터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2. 단락 : 글의 중간 조직체

1) 단락이란?

단락(paragraph) 또는 문단이란 문장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글의 중간 조직체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일상 대화나 편지 또는 수필이나 논문 따위는 많은 문장들이 이어져서 이루어진다. 그런 글들을 이루는 문장들은 관련 깊은 것들끼리 한데 어울려 작은 조직체를 이루게 마련이다. 곧 문장들은 아무 관계도 없이 따로 따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내용적으로 관계가 있는 문장들끼리 한 묶음씩 작은 조직체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장들의 묶음으로 이루어진 조직체를 우리는 단락 또는 문단이라고 부른다.



2)단락의 짜임새

단락은 중심문장과 뒷받침문장으로 이루어진다. 중심 문장은 한 단락에서 다루어질 내용적 핵심을 나타내는 문장으로서 소주제문 (topic sentence)이라고 부른다. 뒷받침문장 (supporting sentence)은 이 소주제문을 여러 가지로 떠받들어 펼치는 문장들을 말한다. 이들은 여러 개가 한 묶음이 되어 소주제문을 떠받들어 펼친다. 소주제문을 되도록 자세히 풀이하거나 받쳐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3) 소주제문과 소주제

단락의 중심 문장인 소주제문은 그 단락에서 다룰 중심 문제 곧 소주제(topic)를 그 핵심요소로 지닌다. 소주제는 그 단락의 으뜸 생각으로서 모든 뒷받침문장들을 거느리고 다스리는 우두머리의 구실을 한다. 뒷받침문장들은 이 소주제를 내용적으로 펼치고 떠받들도록 배역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주제를 ‘다스림 생각(controlling idea)’이라 부르기도 한다.


예 3)

사람은 첫째로 사람에게서 배운다. 사람의 스승은 우선 사람이다. 글을 읽는 것, 간접적이긴 하나 내용에 있어서 사람의 말을 듣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글을 배운다면 먼저 책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 때 에도 사람에게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인간은 인간 사회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많고 의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옛날부터 성현들이 혹은 인(仁)을 혹은 사랑을 혹은 자비를 가르쳤음은 한결같이 인간 관계를 떠나서 살아갈 수 없음을 의미하였던 것이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배우고 사람에 의하여 구실을 하게 마련이다.

- 박종홍, “학문의 길” 중에서


예 4)

멘델은 저 유명한 “유전의 법칙”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것을 발견하기 위하여 그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가 한 일은 고작해야 수도원 뒤뜰에다 완두콩을 심어 놓고 해마다 수확되는 색깔이 다른 완두콩의 수를 헤아려 그 비율을 산출해 내는 것이었다. 이건 참으로 쉽고 하찮은 일에 불과해 보였지만 인류 정신 문화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중대한 학문적 업적이 되었다. 멘델이 한 일들을 두고 생각해 보면 학문이란 어렵다고만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하일지 “학문 공포증에서 벗어나자” 중에서


4) 뒷받침문장

한 단락의 뒷받침문장은 소주제(문)을 내용으로나 분량으로나 알 맞게 펼쳐서 충실한 단락을 이루는 구실을 한다. “내용으로 알맞다”는 것은 뒷받침문장이 소주제문과 내용적으로 어긋남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분량으로 알맞다”는 것은 소주제문을 충분히 펼칠 만한 수효의 문장들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 2-3)에서는 뒷받침문장들이 대체로 그런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가 있다. 그 단락들에서는 소주제문을 독자가 납득할 만큼 펼쳤기 때문이다.


예5)

우리 사회에도 이웃 사랑의 봉사 정신이 생활화되어 가고 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한편에는 두고두고 우리들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미담의 주인공들도 늘어 나고 있다. 어려운 살림에 한 푼 두 푼 모은 전 재산을 학교 발전에 서 달라고 기부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묵묵히 드러나지 않게 사회의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삭막한 세상을 살맛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선진 복지 국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기주의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에서 밑줄 친 내용이 무심코라도 끼어 든다면 그것은 소주제를 떠받들지 못하고 오히려 해치게 된다. 그런 문장은 소주제를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깎아 내려서 역효과를 가져오거나 혼선을 가져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5) 뒷받침문장의 알맞은 분량

여러 사람들이 쓴 단락들을 살펴보면 평균 5개에서 8개의 뒷받침문장이 쓰이게 됨이 예사이다. 소주제가 비교적 간단한 것이면 서너 개의 뒷받침문장으로도 무방한 때도 있겠지만, 다소 복잡하거나 중요한 소주제이면 그보다 많은 수효의 뒷받침문장이 쓰여야 할 것이다. 그럴 때에는 8개나 그보다 더 많은 뒷받침문장들을 동원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단락이 너무 길게 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단락 내용이 너무 복잡하게 되어 독자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습>

1. 아래 예문은 “독일의 도서관”을 소개하는 글의 일부이다. 단락의 짜임새 면에서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며 읽어보자.


예제1)

무엇보다도 감탄한 것은 도서관에의 접근이 아주 쉽다는 것이다. 도서관이 산중턱이나 변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상가의 한 복판에 있다. 시민들은 쇼핑을 하던 길에 도서관에 들른다. 그러면서도 도서관 안은 전혀 소음이 없다.


위 글의 소주제는 “도서관에 가기 쉽다”는 것인데 마지막의 “도서관 안은 전혀 소음이 없다”라는 문장이 끼어들어 다소 문제가 있다. 물론 조용한 것은 도서관이 지니고 있는 중요한 장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내용은 위의 단락이 드러내고자 하는 소주제와는 관련이 먼 것이다. 아무래도 이 마지막 문장은 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그 도서관은 조용하다”는 소주제를 내세워서 새로운 단락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위의 예문은 다음과 같이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좋다.


예제 1‘1)

무엇보다도 감탄한 것은 도서관에의 접근이 아주 쉽다는 것이다. 도서관이 산중턱이나 변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상가의 한 복판에 있다. 시민들은 쇼핑을 하던 길에 도서관에 들른다. 이렇게 독일인들은 물건을 사러 가게에 가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도서관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서관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도서관이 혼잡스러운 상가들 사이에 있어서 그 안도 소란스러울 것 같지만 막상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그런 생각이 오산이었음을 알 게 된다. 도서관 안에만 들어서면 절간에라도 들어선 기분이 든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내 발자국 소리가 신경 쓰일 정도이다.


2. 다음 소주제문 중 한 두어 가지를 골라 알맞게 뒷받침하여 펼침으로써 한 단락을 이루어 보자.


ㄱ) 나는 우리 어머니를 좋아한다. ☞






ㄴ) 나는 우리 선생님을 존경한다. ☞






ㄷ) 나는 내 친구 000와 특별히 친하다(/안 좋아한다) ☞






ㄹ) 나는 자연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주의) 위와 같은 소주제문에 관해서 자기 나름의 생각을 적어 가면 된다. 이때 소주제문과 관계없는 내용은 조금이라도 끼어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단락 짜임새의 유형


단락은 소주제문과 뒷받침문장이 어떤 순서로 어울리느냐에 따러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소주제문을 어느 위치에 두고 뒷받침문장을 배열하느냐에 따라 단락의 짜임새가 몇 가지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위치 관계에 따라 단락은 두괄식, 양괄식, 미괄식, 중괄식 그리고 무괄식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1) 두괄식 단락 [소주제문 + 뒷받침문장들]

두괄식의 단락은 소주제문을 맨 앞에 내걸어 놓고 그것을 떠받드는 뒷받침문장들을 그 뒤에 늘어놓는 짜임새다. 첫머리 부분에 단락의 핵심이 놓이고 그 뒤에 그것을 풀이하거나 합리화하는 뒷받침 요소들이 이어지는 꼴이다. 이른바 역 피라밋 형식의 짜임새인 것이다. 우리가 이제껏 보기로 들어 왔던 단락은 거의 모두 이 두괄식이다.


예 6)

성군 밑에 충신 난다고 세종 때 유난히 청백리(淸白吏)가 많았다. 천성이 검소한 황희는 정승의 자리에만 30년 있었지만 검약 생활은 벼슬하기 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좌의정을 지낸 유관도 마찬가지였는데 빗줄기가 방안으로 쏟아져 내리자 우산으로 가리며 부인에게 “우산 없는 집에서는 어떻게 견딜고” 하고 걱정 했다 한다. 사육신 중 박팽년, 성삼문, 유응부도 청백리로 명성이 놓았는데 모두 세종이 등용해 아끼던 분들이다. -“횡설수설,” <동아일보> 중에서


위 글은 그 소주제인 “유난히 많은 청백리”를 그 뒤의 모든 문장들이 잘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의 청백리와 관련된 사항만을 선택하여 맨 앞의 소주제를 잘 떠받들고 있어서 핵심이 선명한 단락이 되었다.

문장력을 다지고자 하는 이들은 무엇보다도 두괄식의 단락 구성의 요령을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우선 두괄식은 소주제문을 앞에다 두고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두괄식은 글을 읽는 데도 매우 능률적이라는 점이다. 셋째, 두괄식은 다른 모든 단락 구조 유형의 기본이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두괄식가장 효율적이고 기본적인 단락 유형이 되므로 글쓰는 이는 누구나 일차적으로 익혀 두어야 한다.


(2) 양괄식 단락 [소주제문 + 뒷받침문장들 + 소주제문]

양괄식의 단락은 소주제문을 첫머리에 내걸고 그것을 뒷받침한 다음에 마지막에 가서 소주제문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짜임새이다. 이 단락은 실제 두괄식의 짜임새와 같은 것인데, 끝에가서 소주제문의 내용이 한번 더 되풀이 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양괄식을 이루는 에에 주의할 점은 마지막의 소주제문이 첫머리의 소주제문과 일치하되 그 표현 형식을 달리 하는 점이다. 만일 앞뒤 소주제문이 내용적으로 다르게 되면 소주제 파악에 혼선을 가져 올 것이므로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다음 보기를 보자.


예 7)

우리 나라 사람들은 흔히 “학문”하면 “어렵다”고 말한다. 만약 누가 학문을 쉽다고 말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자못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들로 “학문은 어려운 것이다”라고 말한다. “학문”하면 “어렵다”고 말하는 것, 그것은 우리 나라에서는 신중한 처사로 통한다. 그렇게 말하지 않고 달리 말하면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학문은 어렵다”는 말에 최면 걸려 있는 듯하다.

- 하일지, “학문 공포증에서 벗어나자” 중에서


위에서 보듯이 끝의 소주제문은 앞의 것과 내용으로는 같으나 그 표현 형식은 달리하는 것이다.


(3) 미괄식 단락 [뒷받침문장들 + 소주제문]

미괄식 단락은 뒷받침문장들이 앞에 놓이고 소주제문은 맨 끝에 제시된다. 소주제문의 위치로만 보면 두괄식과 반대의 짜임새이다. 다시 말하면 소주제문을 맨 마지막에 드러내기 위해서 그 전제적인 서술을 앞 부분에서 한다는 것이다.

미괄식의 경우도 두괄식과 거의 마찬가지의 요령으로 전개된다. 두괄식에서 소주제문을 옮기고 약간의 조정을 하면 미괄식이 이루어진다. 즉 소주제문을 가상적으로 내걸어 놓고 그것을 두괄식으로 뒷받침하여 전개한 다음에, 동일한 소주제문을 마지막에 제시하면서 앞의 가상적인 소주제문을 지우는 것이다. 다음의 보기에서 ( )안은 가상적으로 내건 소주제문이다.


예 8)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권력 지상 주의의 꿈은 언제나 정치적 비극의 불씨가 되어 왔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의 애를 칭찬하는 말로서, “그 놈 대통령 감이다” “그 놈 장군 감이다”는 말을 흔히 쓴다. 이런 말은 그 애 부모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주는 말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거는 꿈인지도 모르겠다. 이 꿈 뒤에 서려있는 것은 이조 오백 년 동안 맺혀왔던 모든 백성들의 꿈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 것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고, 과거에 급제한다는 것은 관리가 되는 것이고, 관리가 되는 것은 곧 일반 서민을 지배하는 계급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모든 백성들의 꿈이란 남보다 나은 지위에 오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꿈을 모든 백성들이 가지고 있을 때 결과적으로 예상되는 것은 권력 투쟁이다. 죽고 죽이고 유배당하는 이조의 피비린내 나는 당쟁이 그것을 실증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권력지향의 꿈은 언제나 정치적 비극의 불씨가 되어 왔다.


일반으로 미괄식단락은 소주제문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거친 다음에 마지막으로 소주제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괄식 단락은 자칫 옆길로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 뒷받침 문장의 배열에서도 두괄식에 비하여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글쓰기의 초보자는 처음부터 미괄식 단락을 쓰기보다는 두괄식이나 양괄식을 익힌 다음에 써버릇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중괄식 단락 [뒷받침문장 + 소주제문 + 뒷받침문장]

중괄식의 단락은 소주제문이 그 중간에 놓여 있고 앞 부분과 뒷 부분에 뒷받침문장이 나뉘어 있는 짜임새이다. 이러한 중괄식은 소주제가 단락의 중간에 묻혀 잘 드러나지 않는 흠이 있다. 단락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편한 점이 있으나, 읽는 사람으로서 볼 대는 그 요지 파악이 힘들고, 전달 효과가 약화되기 쉽다. 일반으로 독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단락의 첫머리와 끝 부분이기 때문에 글 중간에 들어 있는 소주제문은 잘 드러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중괄식 단락은 삼가는 것이 좋다.


(5) 무괄식 단락 [소주제문이 겉으로 안 나타남]

무괄식 단락은 소주제문이 표면화되지 않고 뒷받침문장들만 나열 되는 것이다. 보통 단락은 소주제를 전개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소주제문은 있게 마련이고 또 그것이 뒷받침되어 드러나야 한다. 다만 무괄식은그것이 표면으로 나타나 있지 않고 잠재되어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무괄식 단락에서는 소주제문이 표면에 안 나타나더라도 독자가 그것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의 예를 보자.


예 9)

(소주제문 : 신식 며느리는 시골 시부모를 아랑곳하지 않는 일이 있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균 할머니로 통하는 분이 있다. 가난한 농사꾼의 몸으로 아들을 잘 가르쳐서 고시 패스까지 시켜 그 아들로 하여금 서울에서 호화 주택에 자가용까지 놓고 살기에 이르도록 하였다고 한다. 부잣집 따님을 며느리로 맞이한 덕분이기도 했으리라. 어느날 금이야 옥이야 하는 손자놈의 돌을 맞아 늙은 내외분이 나의 어머니처럼 보퉁이를 들고 아들네 집을 찾아갔다고 한다. 행여나 옷에서 먼지라도 떨어지면 어쩔까 싶어 숨을 죽이며 발을 옮겨 딛어야 할 저택, 늙은이들의 어깨가 얼마나 으쓱했을까. 아장아장 손자놈이 걸어 나왔다. 얼마나 보고 싶던 핏덩인가. 무심결에 “아이쿠 내 새끼야“ 외치는 소리에 앞서 어느덧 손자는 할머니의 품속에 안겨 있었다. 뒤늦게 나오다가 이를 본 며느리가 질겁을 했다. 시부모님께 대한 인사는 저만두고 ”저런 균이 옮으면 어쩌려고“ 신경질을 부리며 아기를 빼앗아 가더라는 것이다. ”닭쫓던 개“란 이를 두고 한 말이렸다.

- 문도채, ”균할머니“ 중에서


위 글은 소주제문이 표면에 안 나타나 있더라도 누구나 그것을 짐작 할 수가 있다. 무괄식은 이렇게 소주제문을 잠재시켜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알아서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4. 여러 단락으로 이루어지는 글


<글 속의 글로서의 단락>

긴 글 속의 글로서 존재하는 단락에 대해 우리는 몇 가지 주요 점을 간추려 볼 수가 있다. 첫째로, 도입 단락과 같은 특수 단락 이외의 단락 곧 일반 단락은 소주제(문)를 하나씩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글 전체 주제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소주제는 글의 전체 주제에서 갈라져 나온 하위 개념이지만 각 단락 안에서는 핵심의 구실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각 단락의 핵심 사상을 ‘소주제 (topic)’라고 하여 ‘주제 (theme)’와 구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주제는 전체 주제와의 관련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그것이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토막글일 때는 소주제라고 하지 않고 주제라 부른다.

둘째로, 한 소주제는 한 단락의 형식 안에서 충분히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단락의 형식적 표지인 “들여쓰기”는 한 소주제문을 다루는 단락의 경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 소주제문을 다루는 내용이 두 개나 세 개의 형식으로 분산되어 그 경계를 넘나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단락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쓰는 글들이 많아서 필요 없는 들여쓰기가 무질서하게 나타나는 수가 허다하다. 소주제문과 뒷받침문장을 한 형식 안에 묶어 두지를 않고 분산시켜 놓아서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허술한 단락이 되는 수가 너무나 많다.

더구나 한 문장만을 놓고 들여 쓰기를 하여 문장마다 고립시키는 일은 금물이다. 어떤 이는 일부 문장을 강조한다는 명목으로 또는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문장들을 마음대로 따로 떼어서 새 단락을 만드는 일이 있다. 그것은 잘못된 강조법이다. 단락이라는 조직을 깨뜨리고 마는 것이며 소주제에 대한 충실한 뒷받침을 해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 한 극단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예 10)

내 아이, 네 아이가 아니다.

모두가 우리 아이다. 내일이면 몰라보게 달라질 묘목들이다. 이들의 여름 방학을 위해 비영리단체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음주부터 방학이다.

그러나 부모가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그곳에서 하는 일이라면…”하고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사설”, <문화일보>중에서


위의 보기처럼 아무 뜻도 없이 한 문장을 따로 떼 놓는 것은 단락이 못된다. 소주제도 없고 뒷받침도 없이 외로운 고립 문장의 나열은 글의 조직을 이루지 못한다. 문장들이 명확한 소주제를 중심으로 형식으로나 내용으로 똘똘 뭉쳐야 힘이 있는 단락을 이룰 수 있다.

위에서 살핀 바를 바탕으로 단락의 일반 개념을 정리하면, “단락은 주제의 일부를 펼치는 문장의 조직체로서 그 형식이 뚜렷이 구분되는 글 속의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결국 단락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다.


(1) 단락은 글 전체 주제의 일부를 펼친다.

(2) 단락은 내용적으로 관련을 가진 문장들로 엮어진 글의 중간 조직체이다.

(3) 단락은 뚜렷한 형식적 경계를 지닌 글 속의 글이다. 12)




5. 글을 전개하는 원리


일반으로 다음 3가지 원리를 “수사학의 3대 원리”라 하며, 주제 또는 소주제를 뚜렷이 나타내어 요지가 선명한 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반드시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13)


1) 재료 선택의 요건 또는 통일성(unity)의 원리

2) 재료 배열의 요건 또는 연결성(coherenc)의 원리

3) 충분한 뒷받침의 요건 또는 강조성(emphasis)의 원리


위의 원리들에 대해서는 누구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쓰기에 실제 적용을 해야한다. 이 것들을 한 가지라도 잘 지키지 않으면 소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게 되며 따라서 전체적으로 허술한 글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 소홀하기 쉬운 것이므로 좀더 자세히 살펴서 그것의 효과를 확실히 느껴보도록 하자.

통일성(unity)의 원리란 주제와 그 뒷받침 서술이 내용 면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나타내는 바와 그 뒤의 서술내용이 결국 같은 내용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사랑의 행동”이라면 그 뒤에 그것을 풀이하고 뒷받침한 문장이 나나내는 것도 결국 “사랑의 행동”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뒤의 서술 내용에 그렇지 못한 내용이 나타나면 통일성이 깨뜨려지고 말며, 결국 그 소주제는 잘 드러나지 못하고 나아가서는 전체 주제마저 흐트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통일성이 있는 글을 이루려면 소주제를 되도록 한정된 것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소주제는 되도록 단일 개념으로 정하는 것과 또한 소주제만을 집중적으로 뒷받침해야 통일성을 이루기 쉽다.

연결성(coherence)의 원리란 소주제를 떠받드는 문장들을 순리적으로 배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주제를 서술하는 재료인 뒷받침 문장들을 자연스럽고 이치에 맞게 늘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결성의 원리는 시간적 순서, 공간적 순서, 논리적 순서에 따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차례로 늘어놓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 눈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다리를 설명하고 다시 입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일기 등을 쓸 때 새벽일을 이야기 하다가 저녁의 일을 쓰고 다시 아침의 일을 쓰는 것은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에 어긋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논설문 등을 쓸 때 서로 이치에 맞지 않는 글을 연결해 놓는다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에 어긋나는 글이 되고 만다.

강조(emphasis)의 원리란 글의 주제 또는 소주제에 대한 서술을 두드러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문장을 강조하기 위해 한 단락으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14) 강조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단순히 문장 하나를 따로 떼어놓는 것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여 그 내용을 확고히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글들이 강조라는 측면을 이야기 할 때 표현기교에 의한 것을 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서술 내용에 의한 강조보다 덜 효과적일 수 있다.

이상의 원리들을 통해 볼 때 단락은 단순한 형식적 표지인 들여 쓰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곧 단락이란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는 하나의 완성된 토막글을 지칭하는 것이다.15) 그렇기 때문에 현 국어교육과정에 나타나는 형식 단락이니, 내용 단락, 강조 단락들이란 용어는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제대로 된 글쓰기가 아닌 편법을 올바른 방식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6. 단락을 펼치는 방법


단락을 펼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서사법, 기술법, 설명법, 논술법 등 네 가지가 단락을 전개하는 기본 방법이 된다. 각 단락의 소주제는 이 네 전개법의 하나나 둘 또는 그것들을 어울러서 펼치게 된다.




1) 서사법

서사법 (narration)이란 행동이나 사건을 이야기하는 법을 말한다. 사물이 시간적으로 움직이거나 진행되는 과정을 적어서 나타내는 것이 서사법이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 무엇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느냐 하는 것을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적어 나타내는 것이 서사법이다. 그래서 서사법은 “이야기법‘이라 하는 수도 있다.16)


2) 기술법

기술법(記述法 = description)이란 정지 상태에 있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적어서 나타내는 것이다. 정지 상태에 있는 대상이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건이나 행동이 아니라 일정한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놓여 있는 사물을 가리킨다. 이런 정지된 사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술법은 앞에서 말한 서사법과는 다르다. 또 기술법은 필자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겉모양이나 빛깔 도는 외형적 구조나 특징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글로 적어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뒤에서 말하는 설명법과도 다르다. 17)


3) 설명법

설명법(exposition)은 사물에 관해서 알기 쉽게 풀이하는 법이다. 이를테면, “무엇이냐?”, “어떤 뜻이냐?”, “어떤 성질이냐?” 하는 따위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이 설명법이다. 설명법은 한 마디로 독자의 의문이나 궁금증을 풀어 주고 독자의 이해를 돕는 서술법이다.


4) 논술법

논술법(argument)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자기 나름의 견해나 주장을 내세우고 합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설명법이 문제를 풀이하여 독자를 이해시키는 것이라면, 논술법은 자신의 독자적인 견해에 대하여 근거를 밝혀 독자를 설득시키는 것이다.


7. 논술에 필요한 내용 전개 방법 요약

- 설명의 방법을 중심으로 -

☞ 정의법 : 주요 어구를 뜻매김하여 풀이하기

☞ 상술법 :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말하기

☞ 분석법 : 큰 덩이를 작은 부분으로 쪼갈라 보이기

☞ 분류법 : 큰 범주를 작은 범주로 갈라서 보이기

☞ 비교, 대조법 : 설명 대상을 이미 알 만한 것과 견주어 설명하기

☞ 인용법 : 다른 이의 풀이를 인용하여 설명을 강화하기

☞ 예시법 : 실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7.1. 정의법으로 펼치는 설명 단락


1) 정의법의 기본 요령

정의법(definition)에서는 기본적으로 뜻매김할 요소를 앞에 내세우고 그 뒤에 그것을 뜻매김하는 내용을 보인다.


(1) 사람은 말하는 동물이다.


(1)은 다음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1) [정의 받는 부분] = [정의하는 부분]

사람 = 말하는 + 동물

<변별요소> <범주>


위에서 [정의 받는 부분]과 [정의하는 부분]은 등식관계를 이루는데, 후자는 <변별 요소>와 <범주>로 이루어진다.


2) 정의법의 주의할 점

① 정의는 정의 받는 부분과 정의하는 부분이 등식이 될 수 있도록 그 소속 범주와 변별 요소를 알맞게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

예) <범주>를 “동물”대신 “생물” 이나 “여자”로 할 때

<변별 요소>를 “말하는” 대신 “두발로 걷는”이라 할 때


② 다음과 같이 두 부분의 어순을 바꾸어도 뜻이 달라지지 않아야 된다.

(1‘) 말하는 동물은 사람이다.

예) “두 발로 걷는 동물은 사람이다.” ?

“두발로 걷는 동물은 여자다.” ?

③ 정의받는 항목에 나와 있는 낱말이 정의하는 쪽에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 문화란 한 민족이나 집단이 공동으로 이루어 놓은 문화 유산이다. (순환 정의의 잘못)

문화란 한 민족이나 집단이 공동으로 이루어 놓은 가치이다.

④ 정의하는 쪽에 어려운 말이 나타나지 않도록 한다.

예) 물은 광물질의 일종이다.

⑤ 반대말 등을 써서 부정적 정의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예) 여자는 남자가 아닌 인간이다.

애국심은 맹목적인 나라 사랑은 아니다.

⑥ 정의법은 비유법과는 다르다.18)

예) 사랑이란 가치를 향한 마음의 운동이다.


3) 정의법의 실제


글은 글자로 적은 말이다.

말은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는 음성기호이다.

사랑은 아끼고 위하여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이다.

두메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이다.

사람이란 생각과 말을 할 줄 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발달한 동물이다.

아버지란 자기를 낳은, 어머니의 남편 또는 자식을 가진 남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는 말이다.

어머니란 자기를 낳은 여자 또는 자식을 가진 여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를 이르는 말이다.


4) 정의법으로 단락을 이루는 요령


① 정의법은 한 단락의 소주제문을 이루는 수가 있다.


<보기1>

사람이란 말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람 말고는 말하는 능력을 가진 딴 동물이 없으니 말이다. 앵무새가 말을 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말의 흉내이지 본격적인 언어 능력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학자들이 사람 밖의 동물 가운데 말하는 부류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고 있지만, 결론은 사람만이 말하는 능력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 단락에서는 소주제문으로 내세운 정의를 다시 풀이한 것이다.


<보기2>

언어는 일종의 기호이다. 기호란 어떤 의미를 표상하는 감각적 표지이다. “어떤 의미”는 기호의 내용이요, “감각적 표지”는 기호의 형식이다. 곧 기호는 일정한 내용을 나타내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갈래의 수학 기호 또는 부호는 물론 교통 신호, 여러 가지 형태의 통신 부호들은 다 일정한 내용을 표상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 기호들이다. 우리의 언어도 우리의 생각과 느낌이라는 내용을 표상하는 음성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으므로 기호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단락은 소주제문뿐 아니라 그것을 풀이하는 내용 중에도 정의법이 쓰이고 있다.


② 소주제문에 나오는 주요 낱말을 뜻매김하여 펼치는 경우가 있다.

<보기3>

사람에겐 칠전팔기하는 불굴의 정신이 중요하다. 곧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 끝내 뜻을 이루려는 불굴의 정신이 무척 값진 것이다. 우리가 잘 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기능공이건, 중급기술자건, 구멍가게 배달꾼이건, 경영자건 주변의 난관을 극복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주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성심전력으로 완수하면서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미래를 꿈꾸며 항상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③ 소주제문과 관련된 주요 낱말을 뜻풀이하는 경우도 많다.

<보기4>

그래서 쓰레기터에 갈 것도 밥상에 오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것이 바로 “쓰레기”와 “씨레기(시래기)”이다. 시들어 버린 무청이나 배추잎 같은 쓰레기를 그냥 버리지 않고 말려 두었다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별미가 난다. 비타민 C도 많아 건강에도 한결 좋다고 한다. 궁해서만이 아니었다. 값어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에서 오히려 새롭고 귀중한 가치를 끌어내는 것이 한국 문화의 한 원형이기도 한 것이다. 이따금 외국 사람들이 몬드리안의 그림과 견주는 한국의 조각보 역시 마찬가지다. 버려진 헝겊조각을 이어서 보자기를 만들면 누더기가 될 것 같은데 사실은 그 반대로 오묘한 무늬와 현란한 색체가 조화를 이룬 초디자인 작품이 생겨난다. 요즘 쓰레기의 재활용 문제가 전 세계의 과제로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의 씨레기와 조각보의 발상은 리사이클링(자원재활용)의 원조요, 그 정신의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연습>

1. 다음 글을 자기 나름대로 보완해서 좋은 단락을 이루어 보자.

의리란 말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한다. 서구의 여러 나라는 이른바 기독교를 문화적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이 도리가 기독교 윤리를 주축으로 한 개인, 교회, 사회의 행동규범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 “의리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 가운데 한 가지 덕목이다.”

흔히 동양 윤리에서 강조하는 “의리”가 기독교의 행동 규범과 어떤 관계로 맺어지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위와 같이 규정만 하고 넘어 가는 것은 우리에게 의문만 제기할 뿐임


2. 다음 예제에 보이는 풀이는 뜻매김과 어떻게 다른지 지적해 보자.

“오래된 이야기”는 옛이야기와 다르다. 설화는 고담이 아니라 우리 기억의 심층에 남아 있는. 행여 잊어버릴까봐 두려운 정담(情談)이다. 그 속에는 첫사랑 같은 애정이 있고 추억이 있다.


-> 첫문장은 단순히 차이점만 지적한 것이므로 정의가 아니다. 둘째 문장이나 셋째 문장도 필자 나름의 주관적 견해가 드러나는 것일 뿐이므로 정의법과는 거리가 멀다.


3. 다음 각 낱말을 정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설명 단락을 이루어 보자.

[1] 집단 이기 주의

[2] 민주주의 (또는 자유)

[3] 새 천년 (또는 구세대)


7.2. 상술법으로 펼치는 설명 단락


7.2.1. 상술법이란?

상술법이란 사물을 알기 쉽게 자세히 풀이하는 것이다.19)


<보기1>

(1)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음성 기호이다. (2)말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떤 생각이 날 때, 또 어떤 느낌이 피어 오를 때 그것을 말소리를 통하여 밖으로 드러내는 연모이다. (3)말은 우리 마음 속에 괴이는 생각이나 느낌이라는 샘물을 말소리라는 물길을 통하여 묻 사람의 귀에 흘려 보내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1)은 앞 장에서 살핀 정의법으로 풀이한 것이다. (2)는 일종의 상술법으로서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자세히 풀이하였다. (3)은 (2)보다 한 걸음 나아가 비유를 써서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풀이하였다. 상술법은 정의법을 바탕으로 풀이하기도 하나 그런 격식적 정의의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되도록 자세히 풀이하는 것이다.


7.2.2. 상술의 방법

① 자기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거나 자기 나름의 견해를 덧붙여서 풀이하기도 한다.


<보기2>

글이라는 것은 그 사람 자체다. 글은 그 사람의 인격, 생각, 느낌 등 온갖 삶의 모습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온 천하에 공포하는 것이다. 곧 글은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혼과 녻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② 상술법에서는 “곧”, “즉” 따위 접속어를 연상하면서 앞말과 동일한 뜻의 풀이를 하도록 한다.

③ 주제를 의문문 형식으로 제기하고 그것을 풀이하는 방식


<보기3>

자 그러면 말의 뜻이 깊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어떤 낱말이나 글자의 뜻이 깊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오랜 쓰임의 역사를 전제로 한다. 오랜 세월 사용하는 동안, 여러 가지 의미가 겹쳐진 의미들은 대개 인간 사회의 좋은 면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쓰인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가치 평가에 관련되어 있다.


④ 환언법도 상술법에 포함 - ‘다시 말하면’, ‘다른 말로 말하면‘ 따위의 접속어를 실마리로하여 설명하는 것이 환언법

⑤ 덧풀이법 또는 추가 설명법도 포함 -“ 또, 또한, 더구나, 특히” 따위의 접속어가 쓰이는 것



7.2.3 상술법으로 단락을 형성하는 실제 요령

① 접속어구를 실마리로 삼는 것이 좋다.

② 상술법은 정의법으로 풀이한 것을 다시 더 알기 쉽게 설명할 때에 쓰인다.


<연습>

1. 전시간에 정의한 것을 상술법으로 풀이해 보자.

2. 다음 소주제문을 상술법으로 풀이해 보자.

1) 공중 도덕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생활 규범이다.

2) 약육강식은 정의를 벗어난다.


7.3. 분석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7.3.1 분석법

분석법이란 사물을 쪼갈라서 설명하는 것이다. 분석은 대개 한 구조물을 그 성분으로 나누어 살핌으로써 그 구조의 특징이나 기능 또는 그 밖의 특성들을 낱낱이 밝히어 풀이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법은 사물의 종류나 유형을 나누는 것과는 다르다.

예) 나무의 분석 : 뿌리, 줄기, 가지, 잎사귀

이러한 분석의 결과는 이미 나무라는 속성을 지니지 않는다.

주의) 나무의 분류: 소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이러한 분류는 다수의 나무를 대상으로 그 특징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는 것이다.


<예문 1>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 각종 상품의 과대 포장이 심하다. 어떤 상품의 포장을 뜯어보면 4중, 5중으로 싼 것이 많다. 더구나 내용물에 비해 지나치게 크고 요란하게 포장되어 있기도 하다. 어떤 국산차의 포장을 살펴보면 비닐로 포장한 것을 알루미늄 캔에 넣고 다시 나무 상자에 담아 종이 상자에 넣은 것을 다시 포장지로 싸서 판다. 이처럼 별것도 아닌 물품을 수없이 싸고 또 싸서 파는 것이다. 이런 과대 포장을 푸느라면 마치 양파를 벗겨 들어갈 때처럼 허전한 알맹이에 실망을 느끼기 일쑤다.


위 글은 과대 포장의 실태를 분석 서술함으로써 소주제문을 뒷받침하여 펼친 단락이다. 분석 서술이란 이처럼 어떤 물체의 실상을 낱낱이 쪼갈라 벗겨 가는 것이다.


<예문 2>

괴테에 따르면 행복한 생활에는 8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이다. 둘째, 기본적인 생활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경제적 여유다. 셋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만한 힘이다. 넷째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력하는 인내력이다. 다섯째, 이웃을 돕는 자비심, 여섯째가 장래에 대한 불안을 이겨낼 만한 희망 등이다. 이런 것들은 그냥 오래 살고, 고등 교육을 받고, 돈이 많다 해서 얻어지지는 않는다.


위의 예는 행복의 조건을 분석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 보기는 과정 분석에 해당한다. 이것도 성분 분석의 한 가지인데 특히 일이 진행되는 순서나 절차 등을 설명할 때에 쓰인다.


<예문 3>

이튿날 17일 새벽 방에서 자료를 정리하던 필자는 갑자기 도시 전체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의자에서 뒤로 넘어졌고, 대형 tv와 전기 스탠드는 앞으로 넘어져 깨지면서 사방이 캄캄해 졌다. 그후 4-5분간 31층 호텔 건물 전체가 좌우 상하로 들썩이면서 방안의 물건들과 침대, 냉장고가 뒹굴었다. 건물이 그대로 폭삭 주저앉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멈춘 듯 하다가 반복되기를 몇 차례, 호텔 안내 방송을 듣고 어떻게 로비로 내려왔는지 지금도 기억이 감감하다. 이것이 필자가 체험한 1월 17일 오전 5시 45분 발생한 고베 열진이다.


7.3.2 분석법으로 단락을 이루는 요령

분석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성분 분석과 기능 분석으로 나눌 수 있다.

☞ 성분 분석

눈에 보이는 물체나 물질의 경우, 추상적인 대상도 포함된다.

한 구조가 어떤 부분으로 이루어졌느냐? 는 물음에 답하는 것.

예) 낱말의 개념을 이루는 의미 단위나 사건을 형성하는 원인, 과정 결과 따위의 것들도 성분이 될 수 있다.


기능 분석

구조물이나 가구 또는 제도나 기관 등이 드러내는 갖가지 구실을 가려서 보여주는 것

그 구조가 어떤 작용을 하느냐? 하는 물음에 답하는 것.

예) 전산기(컴퓨터)가 드러내는 기능, 책이나 인쇄물이 나타내는 기능, 교육이나 언론 기관 등이 보여주는 구실 등



<연습>


1. 다음 글은 이유를 분석한 글이다. 문제점이 있으면 고쳐 보자.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도 사람들이 담배를 계속 피우는 핑계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개는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오해에 기인한다.

첫째,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고, 남성적이며,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하는 이유이다. 이것은 과거 담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에 기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은 마약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이고 부끄러운 행위로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둘째, 담배를 피우면 정신이 안정되고 정신 집중이 잘되고 그리고 더 창의력이 생긴다고 하는 이유다. 정신이 안정되고 정신 집중이 잘된다는 것은 담배를 피움으로써 니코틴 금단 증상이 제거되기 때문이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에 비해 더 안정되고 정신 집중이 더 잘 되고 더 창의력이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셋째, 담배를 피우는 가장 실제적인 이유는 니코틴에 대한 생리적인 의존성 때문이다. 체내에 니코틴이 없어지면 여러 가지 금단 증상, 즉 불안하고 초조하며 손이 떨리고 정신 집중이 안되며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것을 면하려는 병적인 현상이다.

넷째, 담배에 대한 심리적인 의존성 때문이다. 주위에 재떨이, 라이타, 꽁초, 담배 가게 또는 주위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조건 반사적으로 담배에 손이 가게 되며, 식전, 식후 커피 마실 때, 술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버려야 할 습관에 불과하다.


2. 다음 문장을 각기 소주제문으로 하는 단락을 분석법으로 형성해 보자.

1) 자전거 타기는 몇 가지 이로운 점이 있다.

2) 그 사람은 몇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3)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4) 글을 쓰는 과정은 다음 몇 가지 단계로 나누어진다.


주의) 소주제문에 나타난 개념이나 사항을 생각나는 대로 갈라 보고 각기 설명을 덧붙이어 서술하면 한 단락이 될 것이다.


7.4. 분류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7.4.1 분류법

분류는 큰 무리를 작은 무리로 나누어 갈래짓는 것이다. 큰 무리란 사람이나 사물의 큰 집단을 가리키고 작은 무리란 그 큰 집단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가른 것이다.20)


7.4.2 분류의 체계

분류의 체계는 대체로 단순체계와 복합체계로 나눌 수 있다. 앞것은 흔히 2분법 체계라 불리며, 뒤의 것은 3분법 체계 따위의 복잡한 분류 체계를 가리킨다.


<2분법 체계>

생물



식물 동물



나무 풀 인간 비인간



남자 여자


2분법 체계는 부류의 대립 관계를 간단하고 정연하게 보여주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대립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부류에만 적용되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인간”과 같은 경우는 2분법이 적용될 수 있지만 “비인간” 따위는 그런 분류가 계속되기 어렵다.






<복합체계>

복합 체계는 3분법 또는 그 밖의 복합적 분류로 나누어 진다. 이 때 가장 조심할 것은 한 사항이 이 부류, 저 부류에 겹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본사사원



중역 간부 평사원 늙은이 젊은이 남사원 여사원 영업부 생산부


위 분류를 살펴보면 같은 사원이 겹쳐 들어가는 부류가 많다. 이러한 잘못을 피하려면 분류 기준을 잘 세워야 하고 그 상하 관계를 고려해서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7.4.3 분류법으로 설명 단락을 이루는 요령

분류는 대상이 되는 부류가 지닌 속성을 밝혀 주는 구실을 한다. 책, 동물, 회사원 들의 부류를 정해진 기준으로 분류해 가면 그것들이 지닌 성질들이 체계적으로 밝혀지게 된다.

다음 보기는 분류를 바탕으로 하고 각 부류의 특징을 서술함으로써 한 단락을 이루고 있다. “장서가”를 3가지로 분류해서 발펴봄으로 장서가들의 한 특징을 밝히는 글이다.


<예문1>

장서가는 3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첫째는 읽지도 않고 거의 손도 대 보지 않은 전집물이나 베스트 셀러 등을 모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잉크를 묻힌 종이 묶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둘째는 숱한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부는 읽고 대부분은 때도 묻히지 않고 깨끗이 보존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책을 좋아하기는 하나 그 겉모습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축이다. 셋째는 가지고 있는 책의 분량이 많든 적든 모두 접히고 구겨지고 오래 만져서 일부는 떨어져 나가기도 하며 페이지마다 손때가 묻고 줄이 쳐지기도 한 책들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진짜 책을 가진 장서가다.


위 글에서 열쇠가 되는 것은 분류의 결과로 나온 “3가지 부류”이다. 이들 부류의 특징을 낱낱이 밝히고 부연하는 과정에서 한 단락의 글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보기는 사람의 유형을 학설에 따라 3가지로 나누어 간단한 설명을 한 다음에 그 중에 한 유형에 초점을 두어 다루고 있다.


<예문2>

딜티(W.Dilthey)는 사람이 지닌 성격의 유형을 다음의 3가지로 나누고 있다. 그것은 감능적(感能的) 인간형과 명상적 인간형, 그리고 영웅적 인간형이다. 첫째 유형은 매사를 감성적으로 처리하며, 충동적이 생활을 영위하는 자들이다. 디들은 단체 생활이나 회의에서 분위기에 따라 협조적일 수가 있다. 둘째 유형은 앞서와는 달리 침착하며, 조용하게 당면 문제에 대처하는 명상적인 세계관을 가진 자들이다. 셋째 유형은 의지적인 영역이 우세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장애 요소나 저항도 단호히 극복해 내는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를 말한다.

이 3가지 인간형 가운데 사회 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셋째 유형이다. 여기 속한 이들은 얼른 보기에는 매우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면이 있어 좋은 듯도 하지만, 얼마를 지나고 나면 생산적인 면보다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가 일쑤다. 이들은 자기의 생각과 행동은 가장 정당하며 타당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는 비협조적이 되거나 아니면 방관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를테면, 회의 같은 데서 논의해야할 의제보다는 자신의 과시와 권위를 더 중요시함으로써 핵심적인 협동 문제보다는 자기 중심적이고 주변적인 문제에 집착하여 아집을 부린다. 더구나 자기 의견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때는 우월감과 열등감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성에 사로잡혀 분란을 일으키거나 비협조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연습>

1. 다음 글을 읽고 문제점을 살펴보자.21)

화가들도 나름대로 입맛이 달라서 은은한 중간색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강렬한 색채의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 순수조형에 관심을 둔 사람, 시대를 직접 반영하는 현장감 있는 작업을 하는 사람,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 진취적 작업에 관심 있는 사람, 젖은 느낌의그림과 마른 느낌의 그림, 불투명한 그림과 투명한 그림 등 그 사람과 표현의 범위가 다양하며 그런 다양한 표현이 폭넓게 수용될 때 민족의 문화는 깉고 튼튼하게 뿌리내릴 것이다.


2.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성격의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그 중에 특색있는 성격을 지닌 사람을 두고 한 단락 정도 서술해 보자.22)


7.5. 비교 대조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비교(comparison)”라는 말은 대개 두 사물이 얼마만큼 비슷한가를 보여주는 데 쓰고, “대조(contrast)”라는 말은 두 사물의 다른 점을 주로 지적해서 서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가를 드러내는 데 쓴다. 두 방법은 어떤 모르는 사항을 이미 알려진 사항과 견주어서 설명할 때에 쓴다.

비교와 대조법은 반드시 같이 쓰이지는 않지만 함께 어울려서 한 단락을 인상 깊게 전개하는 경우도 많다.


<예문 1>

사람을 쓸 때 독일인들은 먼저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미국인들은 “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느냐?”고 묻는다. 일본인들은 “어느 대학 출신이냐?”고 묻는다. 한국에서는 면접시험 때 “고향이 어디냐? 아버지는 뭐하시느냐?”는 질문이 가장 먼저 던져진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는 적재적소보다는 지연, 학연 혈연을 더 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집안”, “용모”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누가 어느 자리에 올라갔다 하면 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려고 하기도 전에 그렇게 된 연줄에 먼저 관심을 기울인다.

-“만물상”, <조선일보> 중에서 <<대조법>>


<예문 2> 바위는 네가 잘 아는 나무와 키가 비슷하고 얼굴 모습도 닮은 데가 있다. 그 눈이 샛별처럼 반짝반짝하는 것도 그 둘이는 같다. 또 말 소리도 둘 다 굵다. <<비교법>>


<연습>

1. 다음 소주제문을 비교 또는 대조법으로 펼쳐서 한 단락을 이루어 보자.

[1] 우리 나라 사람과 일본 사람은 비슷한 데가 있다.

[2] 우리 나라 사람과 서양 사람은 차이가 두드러진다.


7.6. 인용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인용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이란 주로 금언, 속담 또는 명언이나 대화 따위를 인용하여 소주제문을 삼기도 하고 뒷받침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인용법은 대개 널리 알려졌거나 권위가 인정되는 내용의 어구나 문장을 빌려쓰는 것이다.


<예문 1>

세 사람이 장바닥에 호랑이를 만들어 낸다는 속담이 있다. 위왕에게 한 신하가 물었다. “어느 한 사람이 나타나서 시내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임금은 대답하기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시내에 나타난 호랑이를 봤다고 말한다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고 다시 묻자, 임금은 “그래도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세 명이 말한다면 그래도 안 믿으시렵니까?”고 신하가 거듭 물었다. “그러면 믿는다”

터무니없는 뜬소문을 처음 들을 때는 사람들은 아무리 믿으라 해도 믿으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소문을 전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면 늘수록 여기 현혹되기 쉬워진다.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반복의 효과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상품 광고가 효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만물상”, <조선 일보> 중에서


<연습>

1. 다음과 같은 인용문을 써서 한 단락을 이루어 보자. (인용문은 소주제문이 아니라도 상관없음)

[1] “나쁜 장교는 있어도 나쁜 사 병은 없다.” (나폴레옹)

[2]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속담)

[3] “교양의 정신은 고독의 정신이다.” (괴테)


7.7. 예시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예시법(illustration)은 구체적인 사례나 실제 사물 등을 들어서 소주제 또는 그와 관련된 사항을 설명하는 것이다. 예시법은 추상적인 말 보다 구체적인 말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예시법은 서사법과 비슷한 바가 있으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전해줄 뿐 아니라 소주제문의 설명을 보완하고 뒷받침하는 것으로 쓰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예시법은 사건이나 이야기 등을 그대로 따오는 것이 아니라 필자 나름으로 다시 엮거나 재해석한다는 데서 인용법과도 구별된다.















8. 논술법과 논리학의 기본 원리


1. 논리학 지식의 필요성

논술법을 제대로 익히려면 논리학의 기본 되는 개념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논술법은 논리적인 추론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글이라고 하였는데 논리적인 추론은 논리학의 주요 부문이다. 따라서 논술법을 좀더 착실히 익히려면 논리학이 무엇이며 논리학과 추론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또 논리학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에도 중요한 열쇠이기에 반드시 그 기본 개념을 알아두어야 한다.

1.1 논리학의 기본을 알아두고자 하는 이유

① 우리가 논리학의 기초를 알아두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는 내용이 논리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자는 데 있다.

② 논리학을 알게 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좀더 논리적으로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③ 논리학을 알게 되면 사고의 일반 원리나 개념들을 바로 알고 쓸 수가 있어서 좀더 논리 정연한 논술을 할 수가 있다.

1.2 논리적 생각의 원리23)

① 동일률(同一律)

동일률은 “A는 A이다” 또는 "A = A”와 같은 공식으로 나타낼 수가 있다. 이를 자동률(自同律)이라고도 한다. “사람은 사람이다”와 같은 표현이 동일률의 예가 되는데 이 때 “사람”은 어느 경우나 본질적으로는 동일함을 나타낸다. 또한 “산은 산이요, 해는 해다.”도 동일률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 이 동일률은 어떤 한 개념과 그것이 아닌 다른 개념과의 구분을 짓는 기본 원리이다.

* 동일률은 서로 다른 두 개념 사이의 일치 관계를 나타내는 데에도 확대되어 쓰인다. 예를 들어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다”의 경우나, “금은 금속이다”와 같은 경우가 포함된다.

이처럼 동일률은 개념 사이의 동일성 여부를 가리는 긍정적인 판단과 추론을 위한 기초가 되는 원리이다.

② 모순율(矛盾律)

모순율은 “A는 A가 아닌 것과는 같지 않다”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갑은 갑이 아닌 사람과는 같을 수 없다는 말이다. 모순율은 “그가 정직하다”라고 하면서 동시에 “그가 정직하지 않다”고 말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24)

③ 배중률(排中律)

배중률은 “A는 B이든가 B가 아닌 것이든가이다”와 같이 공식화할 수 있다. 어떤 사물은 갑이거나 갑이 아닌 을이거나 두 가지 중의 하나이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적 판단은 인정될 수 없다는 원리이다. 곧 긍정적인 판단을 선택하면 반드시 그 부정적 판단은 버려야 하고, 부정적인 판단을 선택하면 긍정적인 판단은 버려야지 양쪽 다 선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배중률은 모순율을 더 확대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④ 충족 이유율(充足理由律)25)

충족 이유율은 “모든 것은 이유를 가진다라는 원리”이다.


<연습>

☞ 다음의 주제로 글을 써보자.

① 세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동일률)





② 공부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이 어찌 같겠느냐?(모순율)





③ 그 친구가 서울 사람이면 서울 사람이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무얼 말하느냐?(배중률)





④ 그 사람의 행위는 비록 죄에 해당하나 본의가 아니었으므로 다른 이들의 동정을 샀다.(행위의 동기 충족률)






2. 논리학의 기본 체계와 개념론

전통적인 논리학은 개념론, 판단론 및 추론의 세 가지로 나뉘어 체계를 이루고 있다.

개념론: 낱말이 지닌 뜻 곧 그 의미적 속성과 적용 범위를 다루는 것이다. 개념은 뒤에서 말하는 판단을 바르게 할 수 있는 기초 재료가 된다.

판단론: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말은 달린다” 따위의 판단 작용의 특성과 규칙 따위를 다룬다. 논리학에서는 판단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떤 판단이 참이고 어떤 판단이 그릇된 것인지를 밝히는 규칙 등을 다룬다.

추론 : “그 애의 마음은 착하다. 그러므로 그 애는 어른들의 귀여움을 받는다.”와 같이 앞의 한 판단을 바탕으로 해서 뒤의 한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추론 또는 추리는 기존의 판단 또는 널리 인정될 말한 사실을 근거로 삼아서 새로운 생각이나 주장을 이끌어 내는 논리적 사고 작용이다.


2.1 개념이란?

개념이란?: “개념”이란 일정한 존재를 지시하는 의미체이다. “존재”란 우리가 직관하는 대상으로서 흔히 지시물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개념은 그 지시물 자체가 아니고 대상에 관해서 머리 속에 간직한 추상적인 “생각”이다. 개념은 대상의 공통적인 속성을 추상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지식이나 경험 등이 불어남에 따라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하고 심화되어 가게 된다.

개념의 참과 거짓 : 참되고 바른 개념은 대상의 본질적 속성과 일치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그 개념이 실물을 바로 지시할 수 없는 내용이면 거짓이 된다. 예를 들어 세모꼴 물건을 보고 ‘삼각형’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것은 참되지만 그것을 보고 ‘사각형’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것은 참이 아닌 거짓이다.26)


2.2 개념의 내포와 외연


개념은 내포(內包)와 외연(外延)으로 이루어진다. 내포는 개념이 지닌 속성을 한데 합쳐서 가리키는 말이다. 외연이란 그 개념이 지시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가리킨다.

개념

내포

외연

생물

모든 살아 있는 대상에 걸침

동물

삶, 움직임

생물 중에 움직이는 대상에 한정

사람

삶, 움직임, 이성적

동물 중에 이성적인 대상에 한정

☞ 내포가 작을수록 외연이 커지고 반대로 내포가 많아지면 외연이 그만큼 줄어짐을 알 수가 있다.


2.3 개념의 갈래

상위 개념, 하위개념, 동위개념: 두 개념 중에 다른 개념을 포함하는 개념을 상위 개념 또는 유개념이라 한다. 포함되는 개념을 하위 개념 또는 종개념이라 한다. 같은 유개념에 속하며 동등한 위치에 있는 개념을 동위개념이라 한다.27)

이개념과 상관 개념: 동일한 상위 개념 밑에 포함될 수 없는 두 개념은 이개념이라 한다.(책 : 나무) 또한 상관 개념은 동위개념이면서 서로 의존 관계에 있는 개념을 말한다.(남편 : 아내, 낮 : 밤)

모순개념과 반대 개념: 모순 개념이란 동위 개념으로서 서로 배타적이고 양자 사이에 중간 개념을 허용치 않는 것이다.(삶 : 죽음, 있음 : 없음) 반대 개념이란 분량이나 정도의 차이를 가진 두 개념으로 그 중간 개념을 허용할 수 있는 두 개념을 말한다. (큰 것 : 작은 것, 흑 : 백)


<연습>

1. 단어, 개념, 및 지시물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해 보자.(의미의 삼각형)







3. 판단론에 관하여



3.1 판단이란?

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 가운데 하나가 판단에 관한 것이다. 판단이란 우리가 어떤 대상을 대할 때 한 모습을 바라보고 그것과 관련된 생각을 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판단을 일반화하여 말하면 “A는 B이다”와 같은 형식이 된다.

주어와 서술어의 결합 관계를 선택함에 따라 판단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가) 꽃은 아름답다.

(나) 이 꽃은 아름답다.

(다) 우리 집 뜰의 저 꽃은 아름답다.


(가)와 같이 일반성 있는 주어를 선택하면 그 판단은 부류 전체에 걸친 일반적 판단이 된다. (나)나 (다)와 같이 주어를 특수한 사항에 한정하면 그 적용 범위가 좁아지는 특정 판단이 된다. 이런 개별적인 판단은 일상 대화 등에서는 많이 쓰이는 것이지만 일반적인 논의나 논술법 등에서는 일반성 있는 판단이 쓰인다.


3.2 판단과 계사

판단은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하는 것이므로 그 연결 고리가 필요하게 된다. 그런 연결 기능을 가진 것을 계사 또는 연결어라 부른다. 이것은 주어, 서술어와 함께 판단의 구성 요소가 된다.


(라) 꽃은 식물이다.

(마) 돌은 식물이 아니다.


(라)의 “이다”, (마)의 “아니다”가 대표적인 계사 형태이다. (라)에서는 계사가 안 나타나는 것 같으나, (마)와 같이 변형시켜 보면 계사가 개입됨을 알 수 있다.


3.3 판단의 참과 거짓

판단은 객관적인 사태와 일치하면 참된 판단이라 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거짓된 판단이라 한다. 또 주어와 서술어의 개념 차체에 어긋남이 있을 때에는 모순된 판단이라 한다.


(바) 진달래는 빨갛다.

(사) 진달래는 까맣다.

(아) 원은 둥글다.

(자) 원은 네모꼴이다.


(바), (아)는 일반으로 사태와 일치하므로 참된 판단이지만 (사)는 그러한 일치점이 없으므로 거짓된 판단이 된다. (자)는 서로 엇갈린 개념을 연결한 것이므로 모순된 판단이다. 이것은 물론 참된 판단도 못된다.


3.4 판단의 갈래

(1) 전칭, 특칭 및 단칭 판단

전칭 : 주어의 외연이 부류 전체에 걸치는 것 (모든 사람은 이성적이다.)

특칭 : 주어의 외연이 일부에 한정되는 것 (일부 사람은 양심적이 아니다.)

단칭 : 주어의 외연이 특정한 한 대상에만 한정될 때 (철수는 양심적이다.)


(2) 긍정 판단과 부정 판단

긍정 : 계사 “이다”를 써서 하는 서술 (개는 충실한 동물이다.)

부정 : 계사 “아니다”로 서술하는 것 (곰은 미련한 동물이 아니다.)


(3) 정언, 가언, 선언 판단

정언 : 주어와 서술어를 단정적으로 연결하는 판단. (추석은 명절이다.)

가언 : 가정적 조건을 바탕으로 성립하는 정언 판단. (추석이 명절이면 그날은 휴일이다.)

선언 : 주개념과 그를 규정하는 개념이 선택적으로 결합되는 판단 (자녀는 아들이거나 딸이다)


(4) 개연, 실연, 필연 판단

개연 : 주어와 서술어의 결합이 확실치는 않으나 그 가능성이 있음을 드러내는 판단 (그가 착한 사람일 것이다.)

실연 : 주어와 서술 개념의 관계가 실현되어 있음을 주장하는 판단 (그가 착한 사람이다.)

필연 : 주어와 서술 개념의 관계가 반드시 이루어짐을 드러내는 판단 (이 곱하기 삼은 육이다.)




<연습>

1. 다음의 판단을 가려보고, 두 문장을 연결하여 1단락의 글을 써 보자.

모든 사람은 이성적이다.

어떤 사람은 양심적이 아니다.


4. 논술법과 명제 / 판단


4.1. 명제/판단이 갖추어야 할 요건

판단을 언어 형식으로 나타낸 것이 명제(命題)이다. 머리 속에 생각한 내용만을 가리킬 때에는 판단이라 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나타내어 말하면 명제라 부른다.


① 명제는 서술문의 형식이어야 한다. 의문문이나 명령문, 청유문 등은 명제를 직접 나타내지 못한다.

예) 여자는 남자보다 현명하다.

남자가 여자보다 현명한 수도 있나요?

여자는 남자보다 현명하지 않다.

여자가 남자보다 현명하지 않다고요?


② 논술법의 명제는 간명한 것일수록 좋다. 명제가 복잡하고 긴 복합문이라든지, 거기에 쓰인 낱말이 모호한 뜻을 가진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예) 우리의 처지는 괜찮다.

우리의 처지는 괜찮은 편이다.

글이라는 것은 어렵다. 한편으로 글이란 쉬운 것이다.

글이라는 것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또 쉬운 것이다.


③ 명제는 각기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문장 안에 2가지 이상의 명제가 드러나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간명한 논술이 된다.

예) 국민은 납세 및 병역의 의무가 있다.

교육은 지능 개발과 인격 도야를 목표로 한다.

-> 국민의 납세 의무가 있다. 국민은 병역 의무가 있다. 등으로 바꿀 것


4.2. 전칭 명제와 특칭 명제의 구분

우리말 표현은 수 개념이 불확실하기에 수량 표현이 명확치 못한 점이 있다. 그래서 두 가지 명제를 잘 구분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일이 많다.

예)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 모든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4.3.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의 구분

사실 명제 : 사실의 단순한 서술 (우리는 모두 배달 민족이다.)

당위 명제 : 말하는 이의 적극적인 의도 표시 (우리는 모두 배워야 한다.)

간혹, 사실 명제가 당위 명제로 해석되기 쉬운 경우가 있다. 형식으로는 사실 명제인데도 실질적으로는 어떤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당위 명제로 여겨지기 쉬운 경우가 있다.

예) 그 사람은 아직도 교양이 모자라다. -> 그 사람은 아직도 교양을 더 쌓아야 한다.


4.4. 사실 명제와 가치 명제의 구분

가치 명제 : 좋다, 나쁘다, 아름답다, 더럽다 따위와 같이 사물의 가치 판단을 하는 경우이다.

(그 아이는 마음이 착하다.)

<연습>

1. 다음을 명제의 형식으로 바꾸어 보자. (전칭과 특징의 구분 문제)


가) 비논리적인 사람들은 경멸을 받는다. →


나) 감독들은 실제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 →


2. 다음에서 명제의 형식을 갖춘 것을 가려 보자.

① 그 사람이 부자입니까? ② 그이야말로 부자고 말고요. ③ 너는 매사에 조심해라.

④ 오늘이 1월 18일이다. ⑤ 우리는 서로 사랑하자.


3. 다음에서 바람직한 명제를 골라 보자.

① 내일은 비가 올 것도 같은데.

②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으로 일이 나고서야 서두르니 되겠어.

③ 해가 지고 달이 뜨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리라.

④ 책은 지식의 보고이자 위로자이다.

⑤ 장사는 씨름꾼이 되기 쉽다.


☆ 4. 다음 글에서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를 구분해 보자.

나는 이따금 아들의 놀이터에 들른다. 애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나도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우리 성인들도 아이들에게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그들의 정직하고 진지한 태도는 성인들이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의 장난이나 놀이를 어른의 관점에서만 보아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칠 줄 모르고 뛰노는 과정에서 그들은 무럭무럭 성장하여 간다. 그 씩씩한 어린이들이 별탈 없고 구김 없이 자라도록 여건이 마련되어야 마땅하다.


☆☆ 5. 명제의 논증


5.1. 명제에 대한 논증의 필요성

논술법의 글에서는 명제의 논증 또는 입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개 명제는 주장하거나 내세우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설득력이 모자라다. 아주 명확한 사실을 제시하는 경우가 아니면 명제에 대한 근거를 대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논술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명제일 경우에는 풀이뿐 아니라 논거 제시가 필요한 것이다.

명제를 증명하는 추론의 성립에는 더구나 명제의 논증이 필요하다. 논술의 출발점인 추론의 대전제도 명제이고 그것을 결론으로 이끌어 가는 소전제도 명제이다. 논술에서 궁극적으로 내세우고자 하는 결론도 명제이다. 따라서 논술법에서는 무엇보다도 명제가 확고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누구나 그 명제들을 믿고 납득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논술의 결론이 설득력을 드러낼 수 있다.


(1) (가) 모든 인간은 언어 능력을 가진다.

(나) 어린이도 인간이다.

(다) 그러므로 어린이도 언어 능력을 가진다.


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이다. 이것이 성립되지 않으면 나머지는 자연 성립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위와 같은 추론을 성립시켜서 논술을 하려면 결정적인 열쇠를 가진 명제 (가)를 입증 또는 논증하여야만 한다.


5.2. 쟁점 명제

위에서 (가)와 같은 것은 “쟁점(issue)"이 되는 명제라고 한다. 결론 명제의 성립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명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쟁점 명제는 반드시 확고히 논증하여 성립시켜야 한다. 다음의 경우는 쟁점 명제가 두 가지가 되는 경우이다.

(2) (가) 사고력을 기르려면 글을 써야 한다.

(나) 우리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다) 그러므로 우리는 글을 써야 한다.


이 경우는 (가)가 성립되지 못하면 (나)가 성립되더라도 (다)는 이끌어내지 못한다. 사고력을 기르는 데는 딴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나)가 성립되지 못해도 (다)는 타당한 결론이 못된다. 우리가 사고력을 기를 필요성이 없다면 글짓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추론이 성립되려면 쟁점을 나타내는 두 명제가 성립됨을 증명하는 일이 필수 과제가 된다.


☆☆☆ 5.3. 명제의 논증 자료

명제를 논증 또는 입증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실 자료(facts)와 의견 자료(opinions)가 그것이다. 사실 자료란 명제를 뒷받침하는 사실 그 자체를 말한다. 의견 자료란 딴 사람의 의견을 뜻한다.

(1) 사실 자료

사실 자료란 누구나 다 인정할 만큼 확고한 사실 그 자체를 말한다. 사실 자료는 그 출처야 어디든, 객관적 타당성이 있어야 확고한 것이 된다. 곧, 사실자료는 다음과 같이 누구나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것이어야 확실한 것이 된다.

(가)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 :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은 가장 보편성을 띤 확고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실 자료는 어떤 명제를 뒷받침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보편적으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 것)

(나) 실험적 사실 : 실험적 사실은 장치나 증거로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믿음성이 있다. 물론 이런 실험적 사실도 합당한 장치와 정확한 측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야 신빙성이 높은 사실 자료가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인정할 만한 실험일 것과 ‘변인’-변화 요인-이 적은 것일 경우)

(다) 조사 통계 자료 : 객관성 있는 조사 통계 자료도 사실 명제로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통계 자료는 표본적인 조사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사실과 온전히 일치된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조사 방식에 따라서는 확실성이 높은 것도 있으며 일반 사람들도 그것을 많이 믿고 따르는 일이 많다. 그래서 이것도 논술법에서 중요한 사실 입증 자료가 된다. (신문 기사 등을 인용할 수 있는 능력)

(라) 보편적인 사실 : 보편적인 사실은 일반으로 널리 인정되는 사실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누구나 홀로는 살 수 없다.” “생물은 자체 생성력을 지닌다” 따위의 사실은 웬만한 상식이면 다 사실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우리가 내세운 명제가 이런 보편적인 사실에 입각한 것임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설득력 있는 입증이 될 것이다.

(마) 널리 인정되는 역사적 사실 :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졌거나 인정되고 있는 사실은 논술문에서 많이 인용되는 입증 자료이다.

(바) 그밖에 입증될 수 있는 사실 : 비록 일반으로 알려지고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 아니라도 필자 자신이 경험했거나 알아낸 사실도 입증자료가 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그것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설명이나 논의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적절한 뒷받침 서술로 내세우는 명제가 사실로 인정될 수 있도록 다지게 되면 논술의 바탕이 튼튼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제 명제를 다진 다음에 결론으로 이끌어 가면 확고한 논술이 될 수가 있다.


(2) 의견 자료

의견 자료는 관련된 제3자의 의견들을 통해서 얻는 자료를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타내는 견해, 사실임을 말하는 증언, 경험 사실의 보고, 딴 사람의 글에서 논증되고 있는 사실 등은 모두 의견 자료가 된다. 물론 이런 의견 자료는 그 출처가 믿을 만하고 권위가 있어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의견 자료는 여러 가지로 구분될 수가 있다. 논술문에서 흔히 쓰는 의견 자료는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가) 목격자의 증언 : 목격자의 증언이란 어떤 사건이나 사태를 직접 보고 확인한 사람의 말이나 기록을 가리킨다. 목격자의 증언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먼저 신빙성을 확인해야 한다.

(나) 경험자의 증언 : 어떤 일에 관해서 경험해 본 사람이 들려주는 말이나 기록한 것을 가리킨다.

(다) 전문가 또는 권위자의 의견 : 어떤 일이나 사실을 그 방면의 전문가나 권위자가 나타내는 소견을 말한다. 이것은 앞의 두 가지 경우보다 훨씬 신빙도가 높은 증거로 인정을 받기 쉽다.


이러한 의견 자료를 사용할 때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신빙성의 정도이다. 말하는 이의 처지나 태도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견 자료에 더해서 사실 자료들을 보충하는 것이 안전하다.


6. 추론과 논술법

논술법은 추론을 기본으로 삼아서 자기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상례이다. 우리의 새로운 주장을 좀더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펼치려면 추론에 의지하는 일이 보통이다.

추론은 이미 알려진 판단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일반으로 인정되거나 쉽게 인정될 수 있는 판단을 전제로 해서 새로운 판단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전제가 되는 판단이나 그것을 바탕으로 이끌어내는 결론적인 판단은 자체로서 참된 것이어야 함과 동시에 그 전제에서 결론이 필연적으로 곧 합리적으로 도출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술법에서 주로 쓰이는 추론은 크게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으로 나뉘고 이들은 각기 두어 가지로 갈라진다.


☆☆ 연역적 추론 ꠆ꠏꠏꠏ 연역법

ꠌꠏꠏꠏ 간접 추론

귀납적 추론 ꠆ꠏꠏꠏ 귀납법

ꠌꠏꠏꠏ 유추법


6.1. 연역법

연역적 추론의 대표격인 연역법(演繹法) 또는 간접 추론은 일반화된 명제 곧 일반으로 널리 인정되는 명제를 전제로 하여 특수한 명제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1) (가) 모든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 [대전제 : 일반 명제]

(나) 우리는 인간이다. [소전제 : 매개 명제]

(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결론 : 특수 명제]


위에서 보듯이 연역적 추론은 (가)와 (나)의 두 명제를 근거로 해서 (다)와 같은 새로운 명제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연역법은 이처럼 대전제, 소전제 및 결론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연역법은 삼단논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6.2. 직접 추론

직접 추론은 다음에서 보듯이 한 전제만을 바탕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이다.

(2) (가) 모든 석탄은 무기물이다. [전제]

(나) 그러므로 모든 석탄은 유기물이 아니다. [결론]

(3) (가) 별은 무생물이다. [전제]

(나) 그러므로 별은 생물이 아니다. [결론]


이처럼 직접 추론은 긍정 판단을 부정으로 바꾸는 방식 이외에 주어와 서술어를 서로 바꾸는 따위 방식도 있다.


(4) (가) 부여는 백제의 옛 서울이다.

(나) 백제의 옛 서울은 부여이다.

(5) (가) 모든 생물은 무기물이 아니다.

(나) 그러므로 모든 무기물은 비생물이다.

(6) (가) 일부 청년은 화가이다.

(나) 그러므로 일부 화가는 청년이다.


직접 추론은 전제에 나타난 원 명제에 포함되어 있는 뜻을 딴 새로운 형식으로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명제를 다른 방식으로 환언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라 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직접 추론은 새로운 판단이 도출된다고 하기가 어렵다.


6.3. 귀납적 추론

귀납법(歸納法)은 연역적 추론과는 반대로 특수 명제들을 바탕으로 해서 일반화된 명제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7) 특수 사실 : (가) 한국말은 소리, 뜻 및 어법의 3요소로 이루어진다.

(나) 일본말도 그러하다.

(다) 영어도 그러하다.

(라) 중국어도 그러하다.

(마) 아랍어도 그러하다.

(바) 러시아어도 그러하다.

(7) 일반 명제 : 그러므로, 모든 언어는 소리, 뜻, 어법의 3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수 사실들 (가~바)을 바탕으로 하여 일반 명제를 이끌어 냈다. 이 귀납법의 추론에서는 특수 개별 사실들을 얼마만큼 검토하느냐에 따라 그 확실성이 좌우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개별 사실을 많이 검토할수록 더 완벽한 일반화가 가능하게 된다.


6.4. 유추법

귀납법에는 그 한 특수한 형식인 유추법(類推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한 특수 사실을 바탕으로 그와 유사한 딴 특수 사실을 가정적으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8) (가) 순희의 언니는 참 착하다.

(나) 그러므로 순희도 착한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이 “갑”이라는 사항에 대하여 그와 비슷한 조건에 있는 “을”과 견주어서 잠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유추법이다.


7. 연역법의 갈래와 논술법


7.1. 연역법의 갈래

연역법은 전통적으로 삼단 논법이라 부른다. 그것은 대전제, 소전제 및 결론의 3단계로 나뉘어 추론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삼단 논법은 명제의 종류에 따라 정언(定言)삼단논법, 가언(假言)삼단논법, 선언(選言)삼단논법, 양도 논법(디렘마) 등으로 나뉜다.


<참고 자료>

정언 삼단 논법의 구성 방식

1. 정언 삼단 논법의 구성 요소

(1) (가) 모든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나) 미개인도 사람이다.

(다) 그러므로 미개인도 만물의 영장이다.

(2) [중개념] - [대개념] (대전제) : A = B

[소개념] - [중개념] (소전제) : C = A

∴ [소개념] - [대개념] (결론) : C = B

이처럼 정언 삼단 논법이 가져야 할 개념은 세 개보다 적어도 안 되고 많아도 안 된다. 다음을 보자.

(3) (가) 모든 동물은 생물이다.

(나) 고래는 동물이다.

(다) 그러므로 상어는 생물이다. (잘못됨)

위의 것은 전제에 없던 “상어”가 결론에 나타나면 그 명제 자체는 참이 되지만 전제에서 필연적으로 유도되지 못하므로 삼단 논법에 어긋난다. 그러므로 정언 삼단 논법이 가져야 할 명제/판단은 세 개보다 많아도 적어도 안 된다. 삼단 논법은 대전제와 소전제 그리고 결론의 세 가지 명제로 구성되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안 된다.

2. 매개념(중개념) 주연의 원칙

매개념은(중개념) 적어도 한 번은 주연되어야 한다.28) 다음을 보자.

(4) (가) 약간의 마라톤 선수는 철인이다.

(나) 그는 마라톤 선수이다.

(다) 그러므로 그는 철인이다.

위의 경우는 매개념인 마라톤 선수가 한 번도 주연되지 않았기에 잘못된 추론이다.

또한 전제에서 주연되지 않은 개념이 결론에서 주연되면 오류가 된다.

(5) (가) 모든 여자는 모성적이다.

(나) 모든 여자는 사람이다.

(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모성적이다. (오류)

3. 부정/긍정 전제의 제약

대전제와 소전제가 모두 부정일 때에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 두 전제 중에 적어도 하나는 긍정 판단이 아니면 안 된다.

(6) (가) 모든 등변 삼각형은 원이 아니다.

(나) 이것은 등변 삼각형이 아니다.

(다) 그러므로 이것은 원이 아니다. (오류)

또한 전제 중의 하나가 부정일 때에는 결론도 부정이어야 한다.

(7) (가) 모든 동물은 광물이 아니다.

(나) 돼지는 동물이다.

(다) 그러므로 돼지는 광물이 아니다.

전제가 모두 긍정일 때에는 결론도 긍정이어야 한다.

(8) (가) 부지런한 사람은 성공한다.

(나) 철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다) 그러므로 철수는 성공한다.

4. 특칭과 전칭 전제 제약

삼단 논법은 그 전제나 결론이 특칭이냐 전칭이냐에 따라 제약을 받는 수가 있는 다음에서와 같이 모든 전제가 특징일 때에는 잘못된 추론이 된다.

(9) (가) 일부 생물은 동물이다.

(나) 일부 식물은 생물이다.

(다) 그러므로 일부 식물은 동물이다. (오류)

위의 경우는 어느 개념도 주연되지 않으므로 결국 매개념이 주연되지 않게 됨으로서 오류가 되는 것이다.

전제 중의 한 가지가 특칭일 때에는 결론도 특칭이어야 한다.

(10) (가) 모든 곤충은 동물이다.

(나) 일부 생물은 곤충이다.

(다) 그러므로 일부 생물은 동물이다.

또한 대전제가 특칭이고 소전제가 부정일 때에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11) (가) 일부 청년은 화가이다.

(나) 모든 노인은 청년이 아니다.

(다) 그러므로 모든 노인은 화가가 아니다. (오류)

5. 정언 삼단 논법의 변이 형식

정언 삼단 논법은 중개념 곧 매개념이 놓이는 위치에 따라 다음 몇 가지 변이 형식이 가능하다.

제1형식 : 정언 삼단 논법의 기본 형식이다.

모든 선량한 여자는 아이를 사랑한다. [매개념 - 대개념]

이 흑인 여자도 선량한 여자다. [소개념 - 매개념]

그러므로 이 흑인 여자도 아이를 사랑한다. [소개념 - 대개념]

이 경우 대전제는 전칭이어야 하고 소전제는 긍정이어야 한다.

제2형식 : 제1형식에서 매개념과 대개념만 위치가 바뀐 것.

모든 진정한 정치는 도의 정치다. [대개념 - 매개념]

권모술수는 도의적이 아니다. [소개념 - 매개념]

그러므로 권모술수는 진정한 정치가 아니다.

[소개념 - 대개념]

이 경우는 전제 중의 하나는 부정이어야 하고 대전제는 전칭이어야 한다.

제3형식 : 제1형식에서 매개념과 소개념만 자리를 바꾼 것임.

모든 전쟁은 불행한 일이다. [매개념 - 대개념]

일부 전쟁은 불신에서 일어난다. [매개념 - 소개념]

그러므로 불신에서 일어난 것 중에는 불행한 일도 있다.

[소개념 - 대개념]

젼제 중의 하나는 전칭 나머지 하나는 특칭, 소전제는 긍정이어야 한다.

제4형식 : 제1형식에서 대전제와 소전제에서 매개념이 위치를 바꾼 것임.

모든 허영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대개념 - 매개념]

모든 바람직한 것은 유익하다. [매개념 - 소개념]

그러므로 일부 유익한 것은 허영이 아니다.[소개념 - 대개념]

어느 전제나 특징 부정일 수는 없다. 한 전제가 부정이면 대전제는 정칭이고, 소전제가 긍정일 때에는 정칭이며 결론도 특칭이 된다.

6. 정언 삼단 논법의 형식과 내용

(1) (가) 모든 인간은 이성적이다.

(나) 그런데 만수는 인간이다.

(다) 그러므로 만수는 언어 능력을 가진다.

위에서 결론의 서술어는 응당 “이성적이다”라고 해야 삼단 논법의 형식에 맞다. 결론은 언제나 소개념과 대개념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 내용적으로 보면 틀린 것이 아니다. 언어 능력은 이성적인 것에 내표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에서와 같이 대전제의 “이성적인 것”과 거리가 먼 개념이 결론에 나타나면 형식으로나 내용으로나 잘못이 된다.

(2) (가) 모든 인간은 이성적이다.

(나) 그런데 만수는 인간이다.

(다) 그러므로 만수는 노래를 잘 부른다. (잘못)

7. 정언 삼단 논법을 바탕으로 쓴 단락의 보기

정언 삼단 논법으로 쓴 글은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된다.

[보기1]

사람은 기본적인 인권을 가지고 태어난다. 불란서 혁명 이후 이 천부적 인권 사상은 근대 민주 국가의 근본 이념이 되고 있다. 독재 국가들에서는 이 기본권을 짓밟아 온 사례가 있으나, 그런 행위가 끊임없는 저항과 온 세계인의 지탄을 받아 왔다. 이러한 사실은 인권이 얼마만큼 신성 불가치의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사람에는 예외가 없다. 선한 사람이건 악한 사람이건,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건 감옥에 갇친 사람이건, 어른이건 어린이건 차별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일시적으로 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고 해서, 감옥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감옥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또는 아직 어린 사람이라고 해서 그 인권을 함부로 침해받을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가언적 삼단 논법

1. 반가언적 삼단 논법

가언적 삼단 논법은 가언적 명제를 바탕으로 한 삼단 논법을 말한다. 이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대전제만이 가언적 명제이고 소전제와 결론은 정언 명제인 경우로서 반가언적 삼단논법이라 한다. 다른 하나는 대전제와 소전제가 다 가언적 명제인 경우로서 전가언적 삼단 논법이라 한다.

(1) (가) 봄이 오면 제비가 날아 온다. [대전제]

(나) 봄이 왔다. [소전제]

(다) 그러므로 제비가 날아 온다. [결론]

반가언적 삼단 논법에는 소전제가 대전제의 전건이나 후건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냐 아니면 부정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몇 갈래로 나뉜다.

전건 긍정의 반 가언적 삼단 논법 : 대전제의 전건을 소전제의 긍정으로 받아들이면 긍정적 결론이 나타난다.

(2) (가) 사람이 돈이 많으면 걱정이 많다.

(나) 그는 돈이 많다.

(다) 그러므로 그는 걱정이 많다.

이때 대전제의 전건을 소전제에서 부정으로 받아들이면 오류가 된다.

(3) (가) 교통사고가 나면 지각한다.

(나) 교통사고가 안 났다.

(다) 그러므로 지각하지 않는다. (오류)

후건 긍정의 경우 : 대전제의 후건을 소전제에서 긍정으로 받아들임.

(4) (가) 전쟁을 하면 인명이 상한다.

(나) 인명이 상하였다.

(다) 그러므로 전쟁을 한 것이다. (오류)

이처럼 소전제에서 대전제의 후건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전건도 결론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야 성립된다.

(5) (가) 교육이 보급되면 문맹이 타파된다.

(나) 문맹이 타파되지 않았다.

(다) 그러므로 교육이 보급되지 않았다.

이는 후건이 부정되면 그 전건도 부정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2. 전가언적 삼단 논법

전가언적 삼단 논법은 대전제와 소전제 및 결론에 가언적 명제가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1) (가) 교육열이 향상하면 문화가 발달한다.

(나) 민중이 자각하면 교육열이 향상한다.

(다) 그러므로 민중이 자각하면 문화가 발달한다.

이는 앞서 살핀 정언 삼단 논법의 제1형식과 같은 구성이다. 다만 전건이 모두 가언 명제로 되어있는 점이 다르다.

선언 삼단 논법과 양도 논법

1. 선언 삼단 논법

선언(選言) 명제를 바탕으로 한 삼단 논법을 선언 삼단 논법이라 한다.

(1) (가) 금년은 평년이거나 흉년이다.

(나) 금년은 평년이다.

(다) 그러므로 금년은 흉년이 아니다.

이런 선언 삼단 논법은 거의 자명한 추론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을 보자.

[보기2]

독재 국가에서는 인민들로 하여금 두 가지 중에 하나만을 선택하게 하는 흑백 논리를 구사하는 일이 있다. 모든 민중은 통치자에게충성하는 파와 그렇지 않은 파로 나뉜다. 충성파로 인정을 받은 이들은 애국자로 우대를 받는다. 이런 충성파가 아닌 이들은 비애국자요 반동 분자로 낙인이 찍힌다. 그들은 심하게는 처형을 받거나 유배를 당한다. 독재자들이 보인 이런 흑백 논리의 대표적인 예는 히틀러에서 볼 수 있었다. 히틀러는 민중들은 아리안이든가 비아리안이든가 두 가지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아리안은 애국적이고 선량한 국민들의 무리이고 비아리안은 반민족 반국가적 부류로서 국가의 방역자로 여겼다. 그리하여 아리안으로 선택되면 애국자로 칭송을 받거나 살아 남으나 유태인들처럼 아리안으로 선택되지 않으면 죽음의 길을 걷게 마련이었다.

2. 양도 논법(dilemma)

did도 논법이라고 하는 것은 가언 판단과 선언 판단이 결합된 삼단 논법의 한 가지이다. 대전제가 두 개의 가언 명제의 견결로 구성되고 소전제는 대전제의 두 전건을 선언적으로 긍정하든가 아니면 두 후건을 선언적으로 부정하든가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삼단 논법이다.

(1) (가) 정상까지 지름길로 가면 길이 험하여 두 시간이 걸리고

(나) 도는 길로 가면 멀어서 두 시간이 걸린다.

(다) 지름길로 가거나 도는 길로 가거나 할 수밖에 없다.

(라) 그러므로 하여간 두 시간이 걸린다.

[보기3]

사람이 말이 많으면 실언을 하기 일쑤여서 손해를 보게 되고, 반면에 말수가 적으면 무뚝뚝하다는 평을 들어 손해를 보게 된다. 사람들은 말이 많은 편인 무리와 그렇지 않은 무리로 나뉜다. 곧 말이 많은 축에 드는 사람이거나 과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경우나 말로써 손해를 보게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두 가지 방식 중에 어느 것을 택하거나 마찬가지 결과인 경우에 양도 논법이 쓰인다. 이것을 디렘마(dilemma)라고 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29)

약식 삼단 논법

앞서 우리가 살핀 삼단 논법은 대전제, 소전제 및 결론의 3명제로 이루어지며 그것들이 각지가 참이면서 그것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조리 있는 추론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삼단 논법의 본디 모습이다.

그런데 실제 언어 표현이나 논술법의 글에서는 삼단 논법의 전제나 결론의 일부가 생략되어 쓰이는 일이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쟁점 명제 같은 것은 어느 경우라도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생략되면 논리적 추론이 부정확하거나 본래 의도가 제대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8. 귀납법을 바탕으로 한 논술법

귀납법은 특수 명제를 바탕으로 일반 명제를 이끌어 내는 추론이다. 연역법이 일반 명제를 바탕으로 특수 명제를 이끌어내는 추론인데 반해서 귀납법은 그것과는 반대로 둘 이상의 특수 명제에서 새로운 일반화 명제를 도출해 내는 방식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 현상을 관찰하여 자주 귀납적인 결론은 내리고 있다. 한 회사의 상품을 써본 후 “화장품은 갑이라는 회사의 것이 가장 좋은 것같더라.”, “요즈음 화장품은 국산품이 외국산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거의 모든 국산품의 질이 놀라우리만큼 향상되었다.” 등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려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일상 대화 등에서는 이런 논리적 비약이 의외로 많다. 한두 사람의 학생들을 살피고는, “그 학교 학생들은 형편없는데.”라고 말하는 것이 논리적 비약(logical gap)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특칭 명제를 전칭명제로 삼은 데서 오는 경우이다.

논리적 비약을 하지 않고 확고한 일반화를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우선 가능한 범위의 특수 사항을 관찰하여 공통성을 뽑아내어 잠정적인 일반화를 시도한다. 다음으로 추정적인 일반화를 시도하여 가정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좀더 온전한 귀납법을 쓰려면 관련된 특수 사항들을 되도록 많이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귀납적인 결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보조적인 증명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보기1]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고 갈파한 예수의 말씀은 하나의 보편적 진리로 믿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잘 아는 몇 가지 사례만 보아서도 알 수가 있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기세로 세계를 무력으로 점거하던 나폴레옹은 결국 무력으로 멸망했다. 2차 대전을 일으켜 세계를 정복하려던 히틀러, 뭇솔리니 들도 다 연합군의 칼 아래 쓰러졌다. 또 아프리카, 남미 들에서 끊일 새 업이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고 빼앗기는 권력 다툼도 바로 그 보기라 할 수가 있다. 합법적인 철자를 무시하고 총칼의 힘으로 정권을 빼앗는다는 것은 어느 경우나 비평화적 정권교체의 전례를 남기는 것이 되며, 그것은 반드시 되풀이되고 만다. 작용과 반작용이 되풀이되듯이 말이다. -유효석, “순리적 삶” 중에서


위의 보기는 귀납법적으로 도달한 일반적 사실을 먼저 내세우고 그 관련된 특수 사례를 뒤에 제시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 곧 이 경우는 귀납적 추론의 과정과는 반대의 순서로 서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귀납적 추론의 결과를 드러내는 데는 마찬가지이다. 말하자면 귀납적 사고를 두괄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9. 유추를 바탕으로 한 논술법

유추(類推=analogy)란 하나의 특수 사실에서 딴 특수 사실을 이끌어 내는 추론이다.


특수 사실 <갑> : 이 약은 쥐에게 90퍼센트의 효력이 있다.

특수 사실 <을> : 이 약은 사람에게도 비슷한 효력이 있을 것이다. 그 근거는 쥐와 사람은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추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추정하려는 문제에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유사성을 찾는 일이다. 2가지 사항을 견주어 말할 때 양자의 유사성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말할 수가 있다. 그런데 어떤 특정 사항을 추정하는 데는 그 가운데 가장 관련 깊은 유사성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 10. 논술법의 오류

논술법에서의 오류란 연역법이나 귀납법 등의 추론이나 그 밖의 합리화 논술 과정에서 생기는 잘못을 말한다. 잘못된 근거 자료의 사용에서 생기는 오류도 있고 논리적 추론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합리성이나 논리적 비약 등으로 말미암은 오류가 있다. 이런 오류는 개개 논리적 사고 훈련의 부족이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다.



1. 연역법의 오류

연역법의 오류란 그 구성 명제나 추론 과정에서 생기는 잘못을 말한다. 전제나 결론 명제가 참되지 못하거나 삼단 논법의 형식이나 내용이 그릇되어 거짓 결론이 나타나는 것이 연역법에서의 오류이다.

(1) 언어적 오류

이 오류는 모호성을 가진 낱말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예) 모든 금속은 원소이다. 놋쇠는 금속이다. 그러므로 놋쇠는 원소이다. - 놋쇠의 의미

이 옷은 값이 싸다. 값이 싼 것은 쉽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이 옷은

쉽게 떨어진다. -싼 것과 나쁜 것의 차이

(2) 개념이 잘못 묶일 때 생기는 오류

두 개의 개념을 잘못 결합하였을 때에 생기는 오류이다.

예) 김선생의 의견도 틀렸다. 민선생의 의견도 틀렸다. 그러므로 선생들의 의견은 틀렸다.

(3) 개념을 잘못 나눌 때 생기는 오류

위와는 반대로 개념을 그 구성 성분으로 분해하여 적용하는 잘못이다. 원개념에 적용되는 사실을 그것을 분석하여 얻은 각 성분에도 적용하는 데서 오는 잘못이다.

예) 이 물체는 자동차이다. 자동차를 분해하면 엔진과 차체로 나뉜다. 그러므로 엔진과 차체는 자동차이다.

(4) 순환 논증에 따른 오류

순환 논증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결론을 논증하고 다시 결론을 바탕으로 전제를 논증하는 것이다.

예) 이것은 위대한 그림이다. 왜냐하면 모든 훌륭한 미술 평론가가 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미술 평론가란 이런 위대한 그림을 평하는 이이다.

그는 덕망이 높다. 그는 인격자이니까. 그가 인격자인 것은 덕망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제가 결론에 의지하고 결론이 전제에 의지하는 추론을 순환 논증에 따른 오류라 한다.

(5) 우연에 의한 오류

일반적이거나 본질적인 일반 규칙을 우연한 예외의 경우에도 잘못 적용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예) 거짓말은 죄악이다. 의사는 환자를 안심시키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므로 의사는 죄악을 범했다.

(6) 역우연의 오류

우연적인 특수한 사실에서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이끌어 내는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예) 나는 음식을 먹고 병을 앓았다. 그러므로 음식은 해로운 것이다.

그 친구가 산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그러므로 산은 갈 데가 못된다.

(7)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

어떤 학설이나 의견을 반박할 경우에 그 내용의 잘못이나 논리적 모순 따위를 지적하지 않고 그것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유를 들어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만드는 오류이다.

예) 그 학설은 틀린 것이다. 그 학설을 말한 사람은 이름도 알려있지 않다.

(8) 인신 개입의 오류

사실이나 논지에서의 문제에 그 당사자의 신상 문제나 인격 문제를 끌어들이는 데서 생기는 오류다.

예) 그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것은 그의 종교관이나 사생활에서 비롯 되었다.

그 여자가 자기 가정 일이나 잘 처리할 것이지, 사회 문제에 대하여 발설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9) 지나친 권위에 의지하는 오류

권위있는 이의 말이나 언명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의지하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권위에 의한 입증”과 관련된다. 아무리 권위있는 사람의 소견이라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게 되면 오류에 떨어지기 쉽다.

예) 그것은 더 논의할 여지가 없다. 일찍이 공자나 석가가 말하 일이니까.

성경에도 그렇게 쓰여 있는데 무얼 그래.

(10) 위력에 의지하는 오류

이성적으로 상대방을 설복하려 하지 않고 힘을 과시하거나 협박하는 따위 방식으로 주장을 펴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예) 우리의 의견에 찬동하지 않으려거든 이곳을 떠나시오. 다수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민주국가ㅔ서는 설 자리가 없는 법이니까.

(11)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조리있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여 자기의 주장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예) 여러분! 내가 이것을 주장한다고 해서 내 개인에 이익이 되는 것은 조금도 아닙니다. 다만 저 불쌍한 동포들,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데 근본 취지가 있습니다.


2. 귀납법에서의 오류

귀나법에서도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잦다. 귀납 추리에서는 충분한 관찰이나 실험 등 경험적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들에서 보이는 공통적 사실이나 일반적 특성을 집약하여야 한다. 그러한 면밀한 관찰이나 파악에 결함이 생길 때에는 오류가 생기게 마련이다.

(1)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한정된 특수 사실만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전칭 명제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따위는 논리적 비약의 오류를 낳는다.

예) 주위 사람들이 다 반대한다. 그러니 이것은 온 국민이 반대한다고 보아야 한다.

(2) 단순 열거의 오류

일부 사례들을 열거하고 나서 전체가 그렇다고 일반화하는 오류이다.

예) 새해가 되면 우리 나라에서는 어른에 대한 세배, 연하장 보내기, 덕담과 함께 새해 인사 나누기, 아는 이나 불우한 사람들 찾아보기 등 온 국민이 부산하다. 이로 보아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모두 예의가 바르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3) 유추의 오류

유추란 하나의 특수 사실을 바탕으로 그와 유사한 딴 특수 사실을 추정하는 예비적 추론 방식이다. 그런 유추 결과를 가지고 일반적인 명제를 도출하는 일은 크게 잘못될 수가 있다.

예)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 했으니, 그 아버지를 볼 때 그 아들도 틀림이 없다.

예로부터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했으니 그 사귀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4) 인과 관계의 잘못 적용으로 말미암은 오류

확고한 근거없이 한 사실을 다른 사실의 원인으로 여기는 데서 나오는 오류이다.

예)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다. 그러니 배가 떨어진 것은 까마귀가 날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옛말이나, 속담을 과신하는 것은 과학적인 사고 방식이 못되는 일이 많으니 논리적 사고에서 유의해야 할 일이다.


☆☆☆☆☆ 11. 논리적인 글을 쓰는 방법

11.1. 설명문과 논술문 쓰기의 실제

논리적인 글이란 설명법의 글과 논술법의 글을 한데 합쳐서 가리킨다. 어떤 글이라도 논리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특히 설명법과 논술법의 글은 전적으로 논리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설명법과 논술법의 글은 본질적으로 추상적인 개념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풀이하고 따지기 때문이다.


(1) 그 아이는 강씨 가문의 장손으로서 머리가 명석하고 성격이 온화하다.

(2) 그 아이는 강씨 가문의 장손으로서 머리가 명석하고 성격이 온화하다. 그 아이는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일반으로 머리가 명석하고 성격이 온화한 아이는 장래가 총망되기 때문이다.


(1)의 설명법에서는 “그 아이”라는 개념을 “강씨 가문”, “장손”, “머리”, “명석하다 등 여러 딴 개념들을 가지고 풀이하고 있다. 이런 개념들의 연결로 이루어지는 설명 내용은 우리의 이성에 거슬리지 않음은 물론이고 의미적으로 순리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 또 (2)의 글을 보면 개념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짜여져서 새로운 주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설명법이나 논술법의 글은 거의 전적으로 개념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로 엮어진다.


11.2. 설명문/ 논술문 쓰기와 통일성

모든 글을 전개하는 데에는 다음의 3대 원리가 기본 지침이 된다.


(1) 재료 선택의 원리 또는 통일성(unity)의 원리

(2) 재료 배열의 원리 또는 연결성(coherence)의 원리

(3) 충분한 뒷받침의 요건 또는 강조성(emphasis)의 원리


일반으로 위의 3가지 원리를 “수사학의 3대 원리”라 하며, 주제 또는 소주제를 뚜렷이 나타내어 요지가 선명한 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반드시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11.2.1 통일성의 원리와 설명/논술의 집중력

통일성(unity)의 원리란 주제와 그 뒷받침 서술이 내용 면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나타내는 바와 그 뒤의 서술내용이 결국 같은 내용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사랑의 행동”이라면 그 뒤에 그것을 풀이하고 뒷받침한 문장이 나타내는 것도 결국 “사랑의 행동”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뒤의 서술 내용에 그렇지 못한 내용이 나타나면 통일성이 깨뜨려지고 말며, 결국 그 소주제는 잘 드러나지 못하고 나아가서는 전체 주제마저 흐트리게 되는 것이다.


[보기1]

(가) 한글은 참된 우리 겨레의 글자다. 한글은 우리 나라 임금인 세종대왕이 학자들을 시켜 만들어낸 글자이다. 곧 한글은 딴 나라에서 빌려다 쓴 글자가 아니라 지금부터 500여 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다. 또 한글은 우리말 수리를 남김 없이 다 적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말 소리를 적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글은 우리 나라 사람이면 아주 어린 아이를 빼놓고는 거의 누구나 쉽게 배워서 쓰는 글자이다. 이렇게 한글은 우리 겨레가 만들었고 우리말을 적기에 가장 알맞으며 우리 겨레가 쉽게 배워서 쓰는 글자다.

(나) 한글은 참된 우리 겨레의 글자다. 한글은 우리 나라 임금인 세종대왕이 학자들을 시켜 만들어낸 글자이다. 곧 한글은 딴 나라에서 빌려다 쓴 글자가 아니라 지금부터 500여 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다. 또 한글은 우리말 수리를 남김 없이 다 적을 수 있다. 더구나 남의 나라 말 소리까지도 적을 수 있는 우수한 글자다. 우리는 한글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글은 오랫동안 한자에 억눌려 기를 펴지 못하였다. 지금도 한글은 한자와 함께 써야 하는 불완전한 글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 (가)는 통일성이 지켜지고 있다. 그것은 맨 앞의 소주제문에서 내세운 바를 뒤의 문장들이 잘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더구나 남의 나라 말 소리까지…” 이후의 문장들은 한글이 우리 겨레의 글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과 직접 관련이 없다. 이 뒷부분은 앞의 소주제에서 빗나간 서술이 되어 통일성을 깨뜨리고 있다. 특히 한자에 억눌려 지냈다거나 불완전한 글자라고 한 점 등은 비록 한글과 관련된 서술이기는 하지만 “한글이 참된 우리 글자다”라는 소주제문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다음은 논술문으로 쓴 글의 한 단락이다.


[보기2]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사고 방식을 지닌 사람의 정신 연령은 확실히 낮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냐”고 생각하는 방식은 유치한 아동의 심리 현상에 해당되는 것이다. 아무리 신체 연령이 옾다 하더라도 정신 연령이 낮은 사람일 경우에 그런 유아 독존의 시고 방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ㅡㄴ 심리학에서 오랜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증명되었다. 어린애일수록 자기 중심주의 사고 방식을 지니게 된다는 것은 오늘날 심리학의 한 상식이 되어 있다. 온종일 어린애가 말하고 주장하는 것을 전부 기록해 놓고 보면 85%가 자기가 제일이라■ㅡㄴ 말을 직접 간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기3]

현명한 주인이라면 자기가 제일이라고 선전을 하는 일꾼을 채용하지는 않는다. 겸손할 줄을 모르는 부하는 언젠가는 주인을 배신하는 법이다. 현명하 주인은 남의 약점을 먼저 알고 자기 주장이나 자기 선전을 하기보다는 남의 장점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을 채용할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우리 귀에 못 박혀 온 소리다. 그렇건만 우리에게는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 분수를 찾을 줄 아는 지도자를 찾기에도 힘든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소위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자기의 무지를 아는 혀명(賢明)”을 갖기 바란다.


위의 [보기2]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 방식은 정신 연령이 낮은 사람에서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소주제로하여 그것을 심리학의 연구나 실험 결과 등을 가지고 입증하였다. 이 글은 소주제문에 나타난 필자의 주장을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내세우고 있다. [보기3]는 마지막에 필자의 주장이 나타나 있다. 그런데 그 앞에는 이런 주장을 합리적으로 이끌어내는 서술이 없다. 각 문장이 거의 따로 놀다시피 되어 있어서 그러한 “현명”을 가지는 지도자가 나타나야 할 근거를 충분히 제시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11.2.2 통일성을 이루는 방법

이렇듯 통일성이 있는 글을 이루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항상 머리에 넣어 두어야 한다.

1) 소주제를 되도록 한정된 것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각 / 후각)

2) 소주제는 되도록 단일 개념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움과 한 / 그리움, 한)

3) 소주제문은 되도록 간결해야 한다.

(신사임당은 훌륭한 시적 재능을 지녔다.

/ 우리 역사에 가장 위대한 여성의 한 분인 신사임당은 위대한 시적 재능을 지녔다. )

4) 소주제만을 집중적으로 췻받침해야 통일성을 이루기 쉽다.


11.3. 설명 / 논술 단락과 연결성의 원리


11.3.1 설명/논술 단락에 쓰이는 연결성의 원리

연결성(coherence)의 원리란 소주제를 떠받드는 문장들을 순리적으로 배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소주제를 서술하는 재료인 뒷받침 문장들을 자연스럽고 이치에 맞게 늘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결성의 원리는 시간적 순서, 공간적 순서, 논리적 순서에 따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차례로 늘어놓는 방법이 있다. 먼저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사물에 대하여 다루는 서사문에서 주로 쓰이는 것이다. 또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일정한 공간에 펼쳐진 사물의 모습을 묘사할 적에 주로 쓰이는 것이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소주제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조리 있고 이치에 맞게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시간적 및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이외의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설명이나 주장을 펼 때 쓰인다.


11.3.2 설명/논술 단락과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법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법이란 움직이는 사건이나 겉으로 드러난 모양을 나타내는 경우가 아니고, 추상적인 생각이나 뜻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가령, 낱말의 뜻을 풀이한다든지,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설명한다든지, 일이 일어난 원인이나 결과를 밝힌다든지, 우리의 의견이나 주장을 나타내고 그 근거를 제시한다든지 할 때 쓰이는 것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다.


(가) 사람은 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나) 사람은 감정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성보다는 본능을 중요시한다.


위에서 (가)의 두 문장은 각기 이치에 맞는 내용일 뿐 아니라 서로 순리적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나)의 두 문장은 각기 이상하고 서로 연결하면 더욱 이치에 안 맞는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은 (나)와 같은 것을 배제하고 (가)와 같이 어긋남이 없이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의 연결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런 경우에” 따위의 접속 어구나, “이는”, “이런” 따위의 지시사를 쓸 수 있다. 또 “…때문이다”와 같은 말도 덧붙일 수 있다.

11.4. 논리적 배열의 3가지 유형

논리적 배열은 기본적으로 3가지 방식으로 실행된다. (1) 구체화의 순서, (2) 일반화의 순서, (3) 반전(反轉)의 순서가 그것이다.

구체화의 순서

일반화의 순서

반전의 순서

일반 명제

(소주제문)

구체적 사실

구체적 사실

일반화 명제

(소주제문)

긍정 서술

반대 서술

결론

(소주제문)

11.4.1 구체화의 순서에 따른 단락의 전개

구체화의 순서로 단락을 전개하려면 앞 부분에 소주제문을 제시하고 그 뒤에 그것을 풀이, 합리화, 또는 예시하는 따위의 문장들을 순리적으로 늘어놓도록 한다.


[보기4]

우리 민족이 기분적인 성향이 농후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수없이 “기분”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기분 나쁜데…” “기분 좋은데…” “기분 잡쳤어!”, “그건 기분 문제야” 따위 말을 입버릇처럼 뇌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이 “기분적”으로 쓰이는 것과 발맞추어 행동 또한 기분에 좌우되는 일이 많다. 가령, 단체에 기분적으로 가입했다가 기분적으로 탈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단체의 목적을 신중히 검토하여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권유나 일시적 기분으로 가입하는가 하면, 또 사소한 일로 기분이 상하면 금방 탈퇴하고 마는 군상이 부지기수다. 우리 겨레의 단전으로 지적되는 속단(또는 졸속)이나 극단주의의 버릇도 사실은 이 기분적 성향 때문이다. 직감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기분의 속성은 속단을 낳게 마련이며, 기분이라는 감성은 항시 격앙되기 쉬운 것이기에 극단에 흐르기 십상인 것이다.

-조용란, “감성주의” 중에서

위와 같이 소주제문이나 그와 관련된 뒷받침 문장을 구체적으로 풀이하는 경우 한가지 요령은 다음과 같은 접속 어구를 속으로 되뇌이거나 명시적으로 쓰는 것이다.

곧, 즉, 다시 말하면, 바꾸어 말하면, 다른 말로 말하면

또한 제시된 소주제문을 합리화 방식으로 펼치는 한 가지 요령은 다음과 같은 접속 어구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까닭은, 그 이유는, 그 원인은


[보기5]

텔레비젼은 바보 상자라 할만한 점이 분명히 있다. (왜냐하면)텔레비젼은 우리가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곧 고독의 시간을 빼앗는다. (풀어서 말하면)고독의 시간은 우리를 쓸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의 독자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그런데 텔레비전은 여러 오락과 흥미거리를 가지고 우리를 유혹함으로써 그 앞에 멍하게 앉아 있게 만든다. 또 (왜냐하면)텔레비전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탐구하고 창조하는 힘을 약화시킨다. (풀어서 말하면)텔레비전은 온갖 지식과 새로운 정보들을 안방에까지 가져다주는 충실한 하인과 같은 구실을 한다. 이런 봉사적인 면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서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찾고 탐구하는 일에 게을러지게 된다.


구체화의 순서와 연역법

구체화의 순서에 따른 배열은 연역법의 기본 순서와는 다르다. 연역법에서는 대개 일반적인 명제를 대전제로 앞에 내세우고 그 뒤에 소전제를 거쳐서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 경우에는 마지막의 결론이 소주제문이 되기 때문에 구체화의 순서와는 반대가 되는 것이다.

구체화의 순서와 귀납법

귀납법으로 전개하는 글은 대개 일반화된 명제가 단락의 끝에 놓이게 된다. 다시 말해서 단락의 앞 부분에 여러 특수 사실들을 늘어놓고 그것을 마지막에 귀납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 때 그 결론을 단락의 첫머리로 가져가고 연결 관계를 조정하면 그대로 구체화의 순서가 된다. 그러므로 귀납법과 구체화의 배열 순서는 실질적으로 관계가 깊다.


11.4.2 일반화의 순서에 따른 단락의 전개

일반화의 순서로 뒷받침 문장들을 배열하려면 마지막에 가서 내세울 일반화된 소주제문의 근거가 되는 사항들을 앞에서 늘어놓도록 한다.


[보기6]

필자는 국민 학교에서부터 한자를 배우고, 중학교에서부터 일본말로 한문을 배우는 한편, 우리 음으로 한문을 배워 왔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남달리 한문에 매력을 느끼고 공부도 하노라 했다. 그러나 지금 필자는 우리 나라 고전을 자유롭게 읽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한자, 한문을 가르쳐 봤자 그것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길은 오직 하나 있을 뿐이다. 소수의 전공 학생을 위해서 한문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허웅, <우리말과 글에 쏟아진 사랑> 중에서


11.4.3 반전의 순서에 따른 배열

반전의 순서로 뒷받침문장들을 늘어 놓으려면 단락의 앞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내용을 상당히 늘어놓은 다음에 중간쯤부터 그 부정적인 면을 내세우고 뒷받침하여 결론을 뒤집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흔히 “그러나”라든지 “그렇지만”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내용을 뒤집게 된다.


11.5. 큰뒷받침문장과 작은뒷받침문장의 배열

단락의 소주제(문)를 떠받드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각 뒷받침문장이 소주제의 내용을 직접 펼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뒷받침문장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펼치는 것이다.30)


11.6. 설명/논술 단락과 강조성의 원리

강조(emphasis)의 원리란 글의 주제 또는 소주제에 대한 서술을 두드러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문장을 강조하기 위해 한 단락으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강조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단순히 문장 하나를 따로 떼어놓는 것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여 그 내용을 확고히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31)대부분의 글들이 강조라는 측면을 이야기 할 때 표현기교에 의한 것을 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서술 내용에 의한 강조보다 덜 효과적일 수 있다.


☆☆☆ 11.7. 논리적인 글의 도입부/마무리 쓰는 법


11.7.1 3단 구성법

글의 구성법 가운데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이 3단 구성법이다. 이는 글을 첫머리(beginning), 본체(body), 그리고 끝부분(ending)의 3단계로 나누어 짜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구성법의 기본 원리처럼 여겨져 오는 것이다.


3단 구성법

3 단 계

짧 은 글

긴 글

1. 첫머리

도입부

서론/들머리

2. 본체

본문

본론

3. 끝부분

마무리

결론/마무리


3단 구성법의 “첫머리” 또는 “서론”은 대체로 예비적 단계 또는 길잡이의 구실을 하는 부분이다. 이 첫머리에서는 글의 본격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첫머리는 전체 글의 분량에 비해 너무 길어도 안된다. 대체로 전체의 10분의 1정도가 알맞다. 첫머리와 본체는 이처럼 구실이 다르므로 그 한계가 뚜렷해야 한다. 첫머리에서 본체 부분의 내용까지 다루어서는 혼선이 생기고 첫머리와 본체의 구분이 안 된다.

짧은 글의 경우에는 첫머리 부분은 도입 단락으로 처리하는 것이 상례이다. 이 단락은 글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은 하지 않고 다만 이 글이 무엇에 대하여 다루고자 하는 것인지를 대체로 알려주는 구실을 한다. 곧 이 단락은 본격적인 서술로 들어가는 길잡이의 구실을 할뿐이다. 이렇게 이 첫 단락은 입문적인 서술만 하므로 “도입 단락”이라 한다.32)

“본체”는 글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어 펼치는 부분이다. 본체는 글자 그대로 글의 가운데 토막이므로 글의 내용을 남김없이 다루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는 대체로 다룰 내용을 몇 갈래로 나누어서 부문별로 다룬다. 각 부문별로 문제를 제시하면서 필요한 풀이, 분석, 예시, 인용, 입증 따위의 방법으로 전개해 간다. 더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글의 끝부분 곧 “마무리”나 “결론”에서는 본체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주요 내용을 간추려서 다시 상기시키고 다짐하는 것이 상례이다. 가령, 본체 또는 본론에서 다룬 내용 가운데 중요한 것만을 요령있게 간추리어 글 전체의 요지나 결론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마무리 또는 결론은 본론에서 다루지 아니한 내용을 새로이 논의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본론과 결론의 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짧은 글에서의 마무리는 대개 한 두어 개의 “종결단락”으로 처리하게 된다. 즉, 앞의 각 단락별로 서술한 내용에 대한 강조와 글의 주제를 다짐하면서 끝을 맺는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의 작성 요령도 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33)










1

출제 의도 및 문제 경향

■ 특기자전형 논술고사는 주어진 논제와 제시문을 통하여 다각도에서 얼마나 깊이 있는 사고력을 갖추었는지를 측정한다. 특히 수험생 자신의 체험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2500자 내외의 논술문을 쓰게 함으로써, 암기한 내용이나 추상적인 논의를 배제시키고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 표현능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논술시험에서는 한국의 지식인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데 참고가 되는 고전적 저술을 제시문으로 채택하였다. 그리고 이들 제시문에 반영되어 있는 문제의식을 한국 지식인 사회의 맥락에 접목시켜 분석∙평가하고, 학생들 자신의 구체적 경험에 기초하여 이들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술하도록 출제하였다. 이 문제를 출제한 의도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고등학생들이 폭넓고 다양한 독서를 통하여 깊이 있는 사고력과 창의적인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였는지를 보고자 하였다. 예비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수험생들에게 지식인의 학문하는 자세와 우리 학문의 나아갈 길에 대한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인문정신 및 주체적인 탐구자세의 중요성에 대한 사고의 깊이와 폭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라 수험생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활용하는 글쓰기를 요구하였다. 시험에 대비하여 기계적으로 암기한 내용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논제에 대한 자신의 창의적 생각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사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논술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이렇듯 200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 문제는 수험생들의 고전적인 저술에 대한 분석 및 이해능력과, 이들 저술이 제시하는 교훈 및 시사점을 한국 사회의 구체적 맥락의 관점에서 정리하여 서술하는 표현능력을 측정하는 것을 출제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았다.

두 제시문은 각기 가치와 의미를 배제하고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실증주의적 관점과 서구중심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제시문 (가)는 독일의 철학자인 훗설(Edmund Husserl, 1859-1938)의 저서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에서 발췌한 것으로, 19세기 후반기부터 서구 지성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실증주의의 대두와 제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대두하는 반실증주의적 반응 사이의 긴장을 논의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인 후설은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을 구분하고, 정신과학은 사실과학과 달리 여러 가능한 상황에서 주변 세계를 이성적으로 구성하여 나아가는 인간, 이와 관련하여 드러나는 인간의 역사성, 인간의 존재의 의미 등의 문제를 핵심적으로 논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신과학은 가치를 배제한 실증주의적 태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중동 태생의 미국인 문화비평가인 사이드 (Edward W. Said, 1935-2003)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의 일부다. 저자는 우선 18세기 이후 서양에서 동양의 이해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두 특징으로 동양에 대한 지식의 증가와 서양 우월주의적인 견해의 형성을 제시한 후 후자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때로 동양의 ‘위대함’을 언급하는 것은 수사적이고 정치적인 표현일 뿐, 서양을 강자로 보고 동양을 약자로 보는 서구 우월주의적 태도는 뿌리 깊으며, 이러한 태도는 동양이 나름의 정합성을 갖는 문화 주체임을 인정하는 등의 유화적 태도를 통하여 생명력을 갖고 유지되고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동양의 모습은 스스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서양에 의하여 구성되고 재단된 것임을 강조하여 문제를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에는 한자를 포함시켰다.

2

문항

【논제】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지식인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진단할 때 참고가 되는 글이다. 제시문 각각의 문제의식을 분석하고 평가하시오. 이를 토대로 학문의 길로 들어서는 학생의 관점에서 한국의 지식인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탐구 자세에 대하여, 자신의 경험이나 구체적인 예를 활용하여 논술하시오.

【제시문 가】

19세기 말부터 학문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의 전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우리의 논의를 시작하자. 이 평가의 전환은 학문들의 학문적 성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문 일반이 인간의 現存在에 무엇을 의미하였고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19세기 후반에는 근대인의 세계관 전체가 오로지 實證科學에 의해 규정되고 實證科學에 의해 이룩된 ‘繁榮’에 전적으로 현혹되어, 진정한 인간성에 결정적 의미를 지닌 문제들에 대하여 무관심하게 되었다. 단순한 事實學은 다만 事實人을 만들 뿐이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학문들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 전환은 불가피하였고, 그 결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과거 학문의 實證主義的 경향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형성되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듯이, 이러한 事實學은 우리 삶의 절박함에 대하여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불우한 시대의 대격변에 내몰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事實學 자체에는 인간에게 화급한 질문-이러한 인간의 現存在 전체가 의미 있는가 혹은 의미 없는가-이 원리상 배제되어 있다. 이 질문이야말로 모든 인간에 관련된 普遍的이고 必然的인 것으로, 普遍的 省察과 理性的 洞察에 기초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결국 그 문제는 인간 세계나 인간 이외의 주변 세계에 대해 자유롭게 자기 태도를 취하는 자로서의 인간, 즉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성적으로 형성하는 가능성을 지닌 자유로운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이성이나 비이성에 대해 그리고 자유의 主體인 우리 인간에 대해 학문은 도대체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단순한 物質科學은 분명히 이 점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으며, 더구나 주관적인 것 모두를 배제한다.

다른 한편 특수한 학문 분야와 일반적 학문 분야 모두에서 인간을 정신적 現存在로 다루는, 즉 역사성의 지평에서 인간을 고찰하는 精神科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精神科學이 엄밀한 학문이 되기 위해서 탐구자는 모든 평가적 태도-즉 주제가 되고 있는 인간성이나 인류의 문화적 資産들이 이성적인가 비이성적인가 하는 문제-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진리는 물리적 세계든 정신적 세계든 세계를 사실 그대로 파악하고 확정해야 한다고…….

그러나 만일 학문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객관적으로 확정 가능한 것만을 참이라고 간주한다면, 만일 정신적 세계의 모든 형태들, 즉 그때그때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모든 理想과 規範이 일시적 파도와 같이 형성되고 다시 소멸하는 것이고, 이것들은 과거에도 항상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따라서 이성은 不條理가 되고 善行은 災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역사가 가르칠 뿐이라면, 세계와 그 속에 사는 인간의 現存在는 진실로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그러한 사실에 위안을 느낄 수 있을까? 역사적 사건이 환상적 飛躍과 쓰라린 幻滅의 끊임없는 連鎖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세계에서 과연 우리는 살 수 있을까?

* 精神科學: 自然科學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체로 오늘날의 人文社會科學에 해당함.

【제시문 나】


18세기 중엽 이래 동양과 서양의 관계를 규정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었다. 하나는 유럽에서 동양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이 증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식은 식민지 침략에 의하여, 그리고 낯선 것과 색다른 것에 대한 폭넓은 관심에 의하여 강화되었으며, 또한 民族學, 比較解剖學, 文獻學, 歷史學과 같은 새로이 발전하는 학문들에 의해 활용되었다. 나아가 소설가들, 시인들, 번역가들, 재능 있는 여행가들이 저술한 방대한 양의 文獻이 이러한 체계적인 지식에 덧붙여졌다.

동양과 유럽의 관계에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유럽이 支配者의 지위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언제나 강자의 지위를 차지했다고 하는 점이다. 이것을 완곡하게 표현할 방법은 없다. 밸푸어(A. J. Balfour)*가 동양 여러 문명의 ‘위대함’을 인정한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僞裝하거나 緩和하여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정치적, 문화적 차원에서, 나아가 종교적 차원에서조차 兩者의 본질적 관계가 어디까지나 대립하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관계는 여러 가지 용어로 표현되었다. 밸푸어와 크로머(E. B. Cromer)**가 그런 用語들을 사용한 전형적인 예다. 예컨대 동양인은 非合理的이고, 저열하고, 유치하고, ‘이상하다’. 그리고 유럽인은 合理的이고, 도덕적이며, 성숙하고, ‘정상적’이다. 동양은 異質的이긴 하나 명확하게 조직된 그 자신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 세계는 독자적인 민족적, 문화적, 인식론적 경계를 가지고 있고, 또 內的 整合性의 원리들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도처에서 강조함으로써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생명을 얻고 유지되었다.

그런데 동양 세계의 理解可能性(intelligibility)과 正體性은 스스로의 노력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서양이 동양을 규정하기 위하여 사용한 일련의 복잡하고 교묘한 조작을 통해서 주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논의해온 문화적 관계의 두 가지 특성들은 하나로 연결된다. 곧 동양에 대한 지식은 힘을 배경으로 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동양과 동양인 그리고 동양 세계를 ‘창조한다’고 할 수 있다. 밸푸어와 크로머의 용어에 따르면, 동양인들은 (법정에서와 같이) 판단의 대상으로 묘사되며, (교과과정에서처럼) 연구와 서술의 대상으로 묘사되며, (학교나 감옥에서처럼) 訓育의 대상으로 묘사되고, 또 (동물도감에서처럼) 圖解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요컨대 동양인은 이런 모든 경우들에서 지배적인 틀에 의하여 ‘재단되며’ ‘표상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이 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 밸푸어(A. J. Balfour): 영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 크로머(E. B. Cromer): 이집트와 인도에서 활동한 영국의 식민지 행정관.


정시


1

출제 의도 및 문제 경향

서울대학교 논술고사는 (1) 논제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2) 문제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그 내용을 분석한 후, (3) 그에 따라 설정된 주장들을 자신의 논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4) 합리적이면서도 일관성 있게 논증하는 능력과 함께 (5)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이 적절히 조화되어 나타나는지를 아울러서 평가 한다.


2005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는 이러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식의 부분성 및 주관성의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들을 학생들에게 제시문으로 주고 그것을 소재로 자신의 논지를 발전시키도록 하였다.



2

문제 구성

2005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는 두 개의 제시문을 사용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그 두 글이 함의하는 요지를 연결하여 자신의 주장을 완성하도록 하였다. 두 개의 제시문은 직접적으로 어떠한 주장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비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때 다양한 맥락을 인도해 줄 수 있는 짧은 참고문들을 별도로 제시함으로써 그것들을 직접 인용하거나 혹은 사고의 단초로 삼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제시문 1】을 읽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 후 그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초반부에 제시한다. 그리고 그 관점을 적용하여 【제시문 2】의 내용을 분석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설명하되, 사물의 인식과 관련하여 이야기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핵심 요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의 유추를 인도해 줄 수 있는 다섯 개의 짧은 참고문을 필요에 따라 활용하되, 그 중 하나는 반드시 자신의 글 속에 직접 인용하여야 한다.


【제시문 1】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朴趾源)이 1780년(정조 4) 청(淸)나라 고종(高宗)의 칠순연(七旬宴)을 축하하기 위하여 파견된 사신 일행의 수행원으로 중국에 다녀온 견문을 기록한 책인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의 한 부분이다. 이 글은 그가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면서 느낀 감회를 적은 것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어떻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제시문 2】는 외국의 한 시민교육기관의 자료집에 나와 있는 우화를 각색한 것으로서, 무지의 상태에 놓여 있던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 몇 단계를 거치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기존의 ‘우물안 개구리’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담고 있는 의미구조를 넘어서 새로운 쟁점들을 담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 밖에는 언제나 태양(진리)이 떠 있으며 그리고 누구라도 동굴 밖으로 나가면 동일한 태양을 볼 수 있다고 전제하는 반면, 이 우화에서 밖의 세계는 변화와 모순을 함께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관찰자가 보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세계이기도 하다.


위의 두 제시문을 보면 첫 번째 제시문이 ‘보이는 것의 주관성’을 강조하는 반면, 두 번째 제시문은 ‘부분적이고도 경험적인 객관성’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핵심은 이들 부분적 진리들을 하나의 체계적 구조로 구성해 냄으로써 부분들 속에 숨겨져 있는 진리의 편린들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완성해 내는 일이다.


3

문항

【논제】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를 논술하시오.



※ 아래의 내용을 반드시 논술문에 포함시킬 것.

1.【제시문 1】에 드러나 있는 사물의 인식 방법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에 근거하여【제시문 2】의 내용을 논할 것.

2. 다음 문장들을 논술에 활용하되, 그 가운데 한 문장을 반드시 직접 인용할 것.

① 큰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큰 깨달음이 없다. 의심나는 것을 쌓아놓고 모호하게 두는 것은 캐묻고 따지는 것만 못하다. (홍대용, 담헌집)

②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공자, 논어)

③ 사실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해석뿐이다. (F. W. 니체, 권력에의 의지)

④ 진리를 발견하는 것보다도 오류를 인식하는 편이 훨씬 쉽다. 오류는 표면에 나타나 있으므로 쉽게 정리할 수 있지만, 진리는 깊은 곳에 숨겨져 있으므로 그것을 탐구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J. W. 괴테, 잠언과 성찰)

어떠한 사람의 지식도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아니다. (J. 로크, 인간 오성론)

【제시문 1】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 나와 돌에 부딪혀 싸우는 듯 뒤틀린다. 그 성난 물결, 한 물줄기, 구슬픈 듯 굼실거리는 물갈래와 굽이쳐 돌며 뒤말리며 고함치는, 원망하는 듯한 여울은 장성을 뒤흔들어 쳐부술 氣勢가 있다. 수만의 전차와 수만의 군사와 수만의 포대와 큰 북으로도 그 퉁탕거리며 무너져 쓰러지는 소리를 충분히 形容할 수 없을 것이다. 모래 위엔 엄청난 큰 돌이 우뚝 솟아 있고, 강 언덕엔 버드나무가 어둡고 컴컴한 가운데 있어서, 마치 물귀신들이 서로 다투어 사람을 엄포하는 듯한데, 좌우의 이무기들이 솜씨를 試驗하여 사람을 붙들고 할퀴려고 애를 쓰는 듯하다.

어느 누구는 이 곳이 전쟁터였기 때문에 강물이 그렇게 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런 때문이 아니다. 강물 소리란,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나의 居處는 산중에 있었는데, 바로 문 앞에 큰 시내가 있었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어 큰 비가 한 번 지나가면, 시냇물이 갑자기 불어서 마냥 전차와 기마, 대포와 북소리를 듣게 되어, 그것이 이미 귀에 젖어 버렸다. 나는 옛날에, 문을 닫고 누운 채 그 소리를 區分해 본 적이 있었다. 깊은 소나무에서 나오는 바람 같은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淸雅한 까닭이며,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흥분한 까닭이며, 뭇 개구리들이 다투어 우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교만한 까닭이며, 수많은 축(筑)*의 격한 가락인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노한 까닭이다. 그리고 우르릉 쾅쾅 하는 천둥과 벼락같은 소리는 듣는 사람이 놀란 까닭이고, 찻물이 보글보글 끓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韻致 있는 性格인 까닭이고, 거문고가 궁우(宮羽)**에 맞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슬픈 까닭이고, 종이창에 바람이 우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疑心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소리는, 올바른 소리가 아니라 다만 자기 흉중에 품고 있는 뜻대로 귀에 들리는 소리를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어제 하룻밤 사이에 한 강을 아홉 번이나 건넜다. 강은 새외(塞外)로부터 나와서 장성을 뚫고 유하, 조하, 황화, 진천 등의 여러 줄기와 어울려 밀운성 밑을 지나 백하가 되었다. 내가 어제 두 번째 배로 백하를 건넜는데, 이것은 바로 이 강의 下流였다. 내가 아직 요동 땅에 들어오지 못했을 무렵, 바야흐로 한여름의 뙤약볕 밑을 지척지척 걸었는데, 홀연히 큰 강이 앞을 가로막아 붉은 물결이 산같이 일어나서 끝을 볼 수 없었다. 아마 천리 밖에서 暴雨로 洪水가 났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을 건널 때에는 사람들이 모두들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기에, 나는 그들이 모두 하늘을 향하여 묵도를 올리고 있으려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랜 뒤에야 비로소 알았지만, 그 때 내 생각은 틀린 생각이었다. 물을 건너는 사람들이 힘차게 돌아 흐르는 물을 보면, 굼실거리고 으르렁거리는 물결에 몸이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아서 갑자기 현기증이 일면서 물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그 얼굴을 젖힌 것은 하늘에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숫제 물을 피하여 보지 않기 위함이었다. 사실, 어느 겨를에 그 잠깐 동안의 목숨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었으랴!

그건 그렇고, 그 危險이 이와 같은데도, 이상스럽게 물이 성내어 울어 대진 않았다.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은 요동의 들이 넓고 평평해서 물이 크게 성내어 울어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물을 잘 알지 못하는 까닭에서 나온 誤解인 것이다. 요하가 어찌하여 울지 않았을 것인가? 그건 밤에 건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에는 눈으로 물을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험한 곳을 보고 있는 눈에만 온 정신이 팔려 오히려 눈이 있는 것을 걱정해야만 할 판에, 무슨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젠 전과는 반대로 밤중에 물을 건너니, 눈엔 위험한 光景이 보이지 않고, 오직 귀로만 위험한 느낌이 쏠려, 귀로 듣는 것이 무서워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아, 나는 이제야 道를 알았도다. 마음을 잠잠하게 하는 자는 귀와 눈이 누(累)가 되지 않는데,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밝아져서 큰 병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나를 시중해 주던 마부가 말한테 발을 밟혔기 때문에, 그를 뒷수레에 실어 놓고, 내가 손수 고삐를 붙들고 강 위에 떠 안장 위에 무릎을 구부리고 발을 모아 앉았는데, 한번 말에서 떨어지면 곧 물인 것이다. 거기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물로 땅을 삼고, 물로 옷을 삼고, 물로 몸을 삼고, 물로 性情을 삼을 것이라. 이러한 마음의 判斷이 한번 내려지자, 내 귓속에선 강물 소리가 마침내 그치고 말았다. 그리하여, 무려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게 되었는데도 두려움이 없고 태연할 수 있어, 마치 방 안에서 편안히 앉아있는 것과 같았다.

옛적에 우(禹)가 강을 건너는데, 누런 용이 배를 등으로 져서 지극히 危險했다 한다. 러나 生死의 判斷이 일단 마음속에 정해지자, 용이거나 지렁이거나, 혹은 그것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아무런 關係도 될 바가 없었다 한다. 소리와 빛은 모두 外物이다. 이 외물이 항상 사람의 耳目에 누(累)가 되어, 보고 듣는 機能을 마비시켜 버린다. 그것이 이와 같은데, 하물며 강물보다 훨씬 더 험하고 위태한 人生의 길을 건너갈 적에 보고 듣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致命的인 병이 될 것인가? 나는 또 나의 산중으로 돌아가 앞내의 물 소리를 다시 들으면서 이것을 經驗해 볼 것이려니와, 몸 가지는데 교묘하고, 스스로 총명한 것을 自信하는 자에게 이를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 축(筑) : 거문고 비슷한 현악기.

** 궁우(宮羽) : ‘宮’과 ‘羽’는 옛날의 음계 이름.


【제시문 2】


어느 산골에 작고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우물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물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우물 벽에는 구멍이 숭덩숭덩 나 있고 돌이 여기저기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깊은 바닥 한가운데에는 진흙 웅덩이도 있었습니다. 밑바닥 쪽은 언제나 어둑였지요. 이 우물 안에 페페, 필라, 페트라, 푸투라고 하는 개구리 네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좁고 어두운 곳이었지만 네 마리의 개구리가 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우물 안에서 아무런 불만도, 걱정도, 다툼도 없이 아주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개구리들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단순했습니다. 우물 밑바닥에서 개구리들이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면, 가끔씩 가마득히 하늘이 보였습니다. 하늘은 밝고 푸르렀으며, 작고 동그랬습니다. 개구리들의 먹이는 여기저기 널려 있었습니다. 우물 안으로 날아든 맛 좋은 파리와 날벌레, 벽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은 모두 개구리들의 재빠른 혓바닥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개구리들은 배불리 벌레들을 잡아먹고는 저희들끼리 즐겁게 았습니다. 우물 안 진흙 웅덩이에서 팔짝팔짝 뛰어다니기도 했고, 우물 벽을 타고 오르다가 뛰어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제 자리에서 발 구르기를 하며 놀다가 싫증이 나면 솟구쳐 뛰어올라 보기도 하였지요. 우물 안으로 빗방울이 내리칠 때면 ‘개굴개굴’ 노래도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답니다. 그러면서 개구리들은 좁고 어두운 우물과 가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하늘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페페가 친구들과 떨어져서 혼자 우물 벽을 기어올랐습니다. 개구리들은 항상 우물 안에서 놀다가 가끔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 보기도 하였지만, 캄캄한 구멍이나 불쑥 솟아나온 돌멩이를 중간에서 마주치면 오싹 겁이 나서 더 이상 위로 오르지 못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오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페페는 늘 우물 꼭대기로 작게 보이는 하늘이 궁금하였답니다. 그래서 꼭 한번 우물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페페는 우물 안의 벽에 붙어 후미진 곳에서 쉬기도 하며 돌 틈을 비집고 벽을 기어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물 꼭대기 바로 아래에 튀어 나온 돌멩이에까지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페페는 크게 한 번 도약을 해서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런데 페페는 깜짝 놀랐어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너무도 밝아서 페페의 눈을 아프게 할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태양이었습니다. 페페는 놀라서 바로 우물 안으로 황급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로 되돌아가 소리쳤습니다.

“이봐 필라, 페트라, 푸투! 이리 좀 와 봐.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페페, 왜 그래? 무슨 일인데?”

“페페, 너 어디 갔다가 오니? 뭐가 문젠데?”

필라와 페트라와 푸투가 뛰어오면서 물었습니다.

“내가 저 꼭대기까지 올라갔었어. 간신히……”

“무슨 소리야? 네가 혼자 어떻게?”

“그런데 저기서 아주 크고 눈부신 빛을 보았어!”

“정말로?”

필라와 페트라가 놀란 눈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래. 그 빛나는 것을 보는 순간 나는 겁이 나서 눈을 감고 우물 안으로 뛰어 들어온 거야.”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믿기 어려운 걸?”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필라도 눈을 치켜뜨고는 손을 내둘렀습니다.

“페페, 그건 아니야. 네가 무얼 잘못 본 거지. 우린 여기서 한평생을 살았어. 여기서 리는 저 꼭대기의 작고 둥그스름한 푸른 하늘만을 보아 왔어. 저것이 우리들 세계의 크기이자 진실이야. 너는 정말로 눈이 멀었구나.”

“그렇지만 내 말은 사실이야.”

페페는 계속 주장했습니다.

푸투는 아무 생각도 없다는 듯이 눈만 두리번거렸습니다. 페트라는 흥미가 없다는 듯이 진흙 웅덩이로 뛰어가 버렸고, 필라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페페는 친구들을 설득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친구들이 그 크고 환한 빛을 스스로 직접 보기 전에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필라, 너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니? 제발 내 말을 믿어줘. 네가 직접 한번 저 꼭대기 위로 올라가보지 않을래? 저쪽 오른편 구석으로 돌아가서 돌 틈으로 기어오르면 불쑥 튀어 나온 돌멩이에 도달하게 될 거야. 그 돌멩이까지 오르는 것도 굉장한 힘이 들어. 그러나 그 돌멩이 위에 오르기만 하면 바깥세상을 보기가 쉽지. 거기서 펄쩍 한번 뛰어오르면 우물 바깥으로 나갈 수 있어. 만일 바깥으로 뛰어 나가지 못하고 우물 턱에 걸리면 너는 이 바닥으로 처박히게 될 거고. 자, 봐! 그런데 네가 그 곳에 도달하면 넌 내가 보았던 그 크고 환한 빛을 보게 될 거야! 참, 그 빛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지 마. 네 눈이 상할 걸.”

페페는 흥분된 목소리로 설명했습니다.

“필라, 네가 그걸 보고 오면 페트라도 쉽게 내 말을 믿겠지.”

“그래, 좋아.”

필라가 대답했습니다.

“페페, 그건 너무 위험해. 제발 그만 둬.”

푸투는 겁을 잔뜩 먹고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필라는 페페의 말대로 하여도 해로울 게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팔다리 운동을 하고 목을 돌리고 무릎 운동을 하며 몸을 푼 후에, 필라는 벽을 기어올랐습니다. 우물 에는 여기저기 어둑한 구멍이 있고 미끈거렸지만,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필라는 튀어 나온 돌멩이 위에 올라서서 크게 한 번 숨을 쉰 후, 힘껏 돌바닥을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어요. 그러나 우물 턱에 머리를 부딪치고는 돌멩이 위로 내리박히고 말았습니다. 필라는 머리통이 아팠지만 다시 한번 도전했습니다. ‘얏’ 하고 뛰어 올라 우물 턱을 간신히 손으로 잡았지만 몸이 다시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필라의 도전은 계속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한 시간이나 되풀이되었고, 필라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답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습니다. 사방이 어둑해지면서 앞뒤를 분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필라는 거의 자포자기의 상태였습니다. 정확한 거리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무엇보다도 몹시 피곤했습니다. 필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곧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필라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필라는 주위가 훤하게 밝아졌음을 알고 의아해 했습니다. 우물 위로 하늘이 훤하게 트여 있었습니다. 필라는 용기를 얻어 자세를 고쳐 앉고는 다시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를 가늠하고, 약간 뒤로 움츠렸다가, 셋을 센 후에 뒷다리에 있는 힘을 다 주고 솟구쳐 뛰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멋지게 우물 턱 위에 올라섰습니다.

“페페가 말했던 크고 빛나는 것이 뭐지?”

필라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둥그런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필라는 몹시도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페페가 말한 것이 저건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이랬는데. 저 빛은 너무도 부드럽고 곱잖아?”

필라는 달을 지긋이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둥그런 달빛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한참 뒤에 필라는 사방을 두리번대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필라가 돌아오자, 페페와 페트라와 푸투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필라에게 달려왔습니다.

“그래, 필라야. 너도 그 환하고 강렬한 빛을 봤지?”

페페가 흥분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아니야. 강렬하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것은 부드러운 느낌이었어. 난 그 빛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니까.”

“뭐? 2초 이상 빛을 보면 눈이 멀고 만다구.”

“아냐. 그건 크고 둥글고 곱고 부드러웠어.”

“그래? 네가 뭔가 잘못 봤나보다. 그게 아닌데……”

페페가 필라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내가 알아.”

필라도 지지 않고 페페에게 말했습니다.

이때 페트라가 끼어들었습니다.

“그만들 해. 너희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난 누구 이야기를 믿어야할지 모르겠어.”

페페는 머뭇거리고 있는 페트라에게 다가섰습니다. 페트라를 설득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페트라, 넌 내 말을 믿지? 내가 제일 먼저 저 꼭대기 위로 나가 보았잖니? 내가 개척자야. 필라는 저기까지 올라가는데 지쳐 쓰러졌었다고 하지 않았니?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하늘을 쳐다보아서 뭔가 혼동하고 있는 거야.”

페페의 말을 들은 페트라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곁에서 보고 있던 필라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냐, 페트라. 그렇지 않아. 내가 분명히 두 눈으로 보았어. 은은하게 빛을 내는 하늘의 둥근 것을 보았다니까. 넌 내 말을 믿어야 돼. 내가 페페보다 뒤에 올라가 보았으니, 내 생생한 경험이 맞지.”

필라가 힘주어 하는 말에 페트라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였습니다. 페페와 필라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야단이었습니다. 둘의 논쟁은 페트라가 질릴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페트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둘 다 이젠 그만해! 너희 둘 다 옳다.”

“아……”

“음……”

페페와 필라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더듬었습니다.

“아니면, 둘 다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

페트라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 우리 모두가 가서 확인해 보는 거. 우리 모두.”

페트라의 뜻밖의 제안에 둘은 손뼉을 쳤습니다.

“그래, 우리 모두 가보자. 우리 모두.”

“난 필라가 다칠까봐 내내 걱정만 했다. 나는 안 갈래. 너희들이 무얼 보았든지 그게 우리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니?”

푸투는 그냥 진흙 웅덩이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페페가 약간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습니다.

“페트라, 너 정말 저기까지 가 보겠니? 너무 힘들어서 너는 못 올라 갈 거야.”

“난 할 수 있어.”

“좋아. 내 생각도 페트라는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봐. 푸투는 언제나 저런 식으로 빠지니까 그냥 내버려 둬. 페페, 우리 둘이서 페트라를 도우면 돼.”

필라가 페트라의 손을 잡았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다음날 푸투가 채 일어나기도 전에 이른 새벽부터 우물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페트라가 자꾸 뒤쳐졌습니다. 어려운 등반이었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기도 했으며, 이끼에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뱀이 옆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페트라가 몇 번이나 돌 틈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바람에 필라와 페페가 페트라를 붙잡아 끌어 올려야 했습니다. 우물 꼭대기 바로 아래의 돌멩이 위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나절을 보냈고, 돌멩이 위에서 우물 턱으로 뛰어 오르는 데에 힘을 다 쏟았습니다. 개구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페트라가 마지막으로 우물 턱으로 뛰어 오르는 순간, 페페와 필라는 뛰어오르는 페트라의 손을 위에서 꽉 잡아 이끌었습니다. 드디어 페트라가 우물 턱 위로 올라왔습니다. 세 마리의 개구리들은 서로 힘을 합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때는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해가 서쪽 지평선 위로 넘어가면서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페페와 필라는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페페는 이것이 자신이 전에 보았던, 따가운 빛이 눈부시게 비치던 물체와 똑같은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필라 역시 자신이 밤하늘에서 보았던 것보다 이 물체가 확실하게 더 밝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기 저게 너희들이 말한 것이니?”

페트라가 물었습니다.

“……”

페페와 필라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좀 더 기다려보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페트라가 제안했습니다.

“좋은 생각이야.”

필라가 대답했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처음으로 일몰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광경은 정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하늘에 달과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들은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개구리들은 밤을 꼬박 새우며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벽이 되자, 빛나는 아침 해가 떠올랐습니다. 사방이 눈부시게 환해지고 나뭇잎들도 반짝거렸습니다. 필라, 페트라, 페페는 실눈을 뜨고 이 빛을 보았고, 점차로 빛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점차로 서서히 새로 발견한 놀라움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사방에 나무들과 풀이 우거져 있고, 꽃 위로 나비들이 날고 있었습니다.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봤지? 너희들 둘이 한 말이 모두 맞네. 우리가 서로 도와 여기까지 올라오기를 잘했어. 이렇게 많은 것을 다 보게 되었으니. 푸투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개구리들은 자신들이 살았던 우물보다 더 넓고 복잡한 새로운 세계가 무한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시 1 - 언어 논술


(1) 조선 중기에 이르러 향촌에 기반을 둔 사림(士林)이 중앙 정계에 대거 진출하여 정국을 주도하게 되었다. 사림 세력은 강력한 훈구 세력과 대결할 때는 단결하였으나 훈구 세력이 무너진 뒤에는 자체 분열하여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붕당을 형성하였고, 붕당 간에 치열한 정권 다툼이 벌어졌다. 소위 당쟁(黨爭)이라고 불리는 붕당 간의 권력 투쟁은 여러 차례의 사화(士禍)와 같은 정치적 혼란과 폐해를 낳았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붕당 경쟁을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구양수(歐陽脩)는,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붕당을 이루는 소인과는 달리 군자는 도를 추구하기 위하여 붕당을 이룬다고 하였다. 본래 붕당이란 성리학에서 늘 강조하는 바와 같이, 자신의 덕을 닦은 연후에 사람을 다스리라고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공도(公道)를 실현하려는 정치 집단이었다. 왕권의 전횡을 막고 신진 세력의 등용과 정치권력의 상호 견제 기능을 담당하였던 붕당정치는, 한정된 관직을 놓고 경쟁하던 당시의 현실에서 의미 있는 정치 형태였다. 그래서 윤휴(尹鑴)는 “붕당은 족히 천하를 어지럽게 하지만, 붕당을 싫어하여 없애버리면 천하를 망하게 하는데 이른다”고 하였다. 양반계급이 추구하는 권력, 지위, 명예 등 한정된 가치의 재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 붕당정치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2) Most countries are populated by several distinct ethnic groups, and as many as half of all countries have experienced substantial conflict among such groups. Ethnic differences are the most important source of large-scale conflict within states, and they often cause wars between countries as well. Harmonious ethnic relationships are thus critical elements in achieving and maintaining social peace in most parts of the world. But the issue of creating a national identity that can unite peoples who think of themselves as members of different ethnic groups remains a burning question. Let's consider South Africa as an example. In 1994, the minority white government ended its policy of apartheid (racial separation) and yielded political power to the black majority under the leadership of Nelson Mandela and the formerly banned African National Congress (ANC).* But black South Africans themselves often experience conflicts derived from differing tribal identities. As a result, there have been numerous episodes of conflict and violence between the larger tribal populations, such as the Zulus, and the members of the ANC.

*African National Congress (ANC): 아프리카 민족회의


(3) As new religious groups emerge, it is common that tensions exist between them and the wider society. They not only exist outside the mainstream of society but also provoke resistance from it. New religious groups think old ways of doing things are at best obsolete, at worst evil. The very reason for their existence is to call into question the status quo. They defy conventional rules and question conventional authorities.

One such example of a new religious group coming into conflict with the mainstream society is Christian Science.* At the center of the controversy is Christian Science's belief in the healing power of faith, which has prompted its followers to refuse conventional medical treatment of their children for treatable diseases. What makes such conflict profound is not the conflict between the “rights” of the parents and the “interests” of society; rather, conflicting principles are at stake. Since Christian Scientists dispute the distinction of mind and matter that is prevalent in medical science, they argue that even routine diagnosis may “cause” a disease to occur. More problematic is the fact that the recognition of the medical “facts” of disease amounts to the refutation of the moral beliefs of Christian Science.

*Christian Science: 크리스천 사이언스


(4) Never in recorded history has there been a time when conflict didn't exist. The most violent form of conflict―war―refers to organized armed violence aimed at a social group in pursuit of an objective. Wars have existed throughout human history and continue in the contemporary world.

However, war is said to be partially responsible for creating the advanced civilization in which we live. Before large political states existed, people lived in small groups and villages. War broke the barriers of autonomy between local groups and permitted small villages to be incorporated into larger political units known as chiefdoms.* Centuries of warfare between chiefdoms culminated in the development of the state. The creation of the state in turn led to other profound social and cultural changes. Once the state emerged, the gates were flung open to enormous cultural advances, advances undreamed of during a regimen of small autonomous villages. Only in large political units was it possible for great advances to be made in the arts and sciences, in economy and technology, and indeed in every field of culture central to the great industrial civilizations of the world.

Thus war, in a sense, gave rise to the state. Interestingly, the development of the state reduced the amount of lethal conflict (i.e., death through war, execution, homicide, or rebellion) in a society by providing alternative means of dispute resolution.

*chiefdom: 군장 사회(君長社會)


인문계 문제

I. 제시문 (1), (2), (3), (4)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50점)

II. 네 개의 제시문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입니다. 각 제시문의 관계를 밝히고, 공통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50점)

자연계 문제

I. 제시문 (1), (2), (3), (4)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각각 110~140자, 각 20점)

II. 네 제시문의 공통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띄어쓰기 포함 110~140자, 20점)

< 유의 사항>

1. 답안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2. 답안은 한글로 작성할 것.

3. 논술문의 제목은 쓰지 말 것.

4. (인문계의 경우)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I은 각각 110~140자, II는 총 700±50자가 되게 할 것.


출제 의도와 문제 해설


이번 고려대학교 논술 시험은 학생들의 독해 능력, 표현력, 분석력, 그리고 종합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데 목표를 두고 출제되었다. 더불어 세계화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영어 실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선택된 주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갈등’이다. 주제와 관련된 여러 유형의 글들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갈등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갖도록 하였다. 시험의 전체적인 틀은 예년의 것을 유지하였다. 즉, 먼저 각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한 후 제시문 간의 관계를 밝히고, 공통 주제인 갈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였다.

시험은 요약에 관한 문제 I과 연관관계의 규명과 주제에 관한 논술을 요구하는 문제 II로 구성되었다. 문제 I은 영어 제시문을 포함한 4개의 글의 내용을 110140자로 요약하도록 하여, 수험생들의 독해 능력과 표현력을 측정한다. 문제 II는 제시문들 간의 관계를 밝힌 뒤, 주제에 관한 수험생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여 종합력과 사고력을 주로 평가한다.

4개의 제시문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간단히 검토해 보자.

먼저 제시문 (1)은 조선 중기 이후의 지배적 정치 형태였던 붕당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제시문은 ‘붕당 정치가 사화와 같은 폐해를 낳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라고 묻고 있다. 필자는 붕당 정치가 왕권의 전횡을 막고, 양반 계급 간에 희소한 가치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종집단 및 종족 간 갈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글이 제시문 (2)이다. 서로 다른 종족들로 구성된 국가에서는 국민적 정체성의 확보가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따라서 이 지문은 갈등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면을 예시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제시문 (3)은 신흥 종교 집단과 같은 소수 집단의 가치관이 주류 사회의 그것과 다를 때 발생하는 갈등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에서 유래된 신흥 종교 집단인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현대 의학의 진료 방법을 거부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상충되는 가치관과 원리에 의해 파생되는 갈등을 설명한다.

끝으로 갈등의 가장 극단적 유형인 전쟁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글이 제시문 (4)이다. 제시문은 전쟁의 예기치 않은 긍정적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 역사적으로 근대사회 이전에 발생했던 마을, 부족, 그리고 제후들 간의 전쟁이 국가를 만들어냈으며, 국가는 사회문화적 발전을 추동하고 사적 차원의 갈등을 규제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쟁이 국가 형성을 통해 심각한 사회갈등을 감소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갈등이 긴 안목으로 볼 때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각각의 제시문은 붕당, 인종 갈등, 신흥 종교 집단의 갈등, 그리고 전쟁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공통된 주제가 갈등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공통된 주제에 관한 다른 사례들을 짧은 분량으로 요점을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문제 I의 핵심이다.

한편 문제Ⅱ는 제시문들의 관계를 밝히고, 이에 기초하여 갈등이라는 주제에 대한 수험생들의 견해를 논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갈등이이라는 주제는 매우 보편적인 것이므로, 논술 방식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정형화된 답안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갈등에 관한 일반적 논술이 아니라 제시문들의 연관 관계에 기초하도록 하여 논술의 방향과 범위를 일정 정도 한정하였다.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는 정해진 답이 있지는 않다. 수험생들이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제시문들을 분류하고, 관계의 유형을 구성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하나의 예로서 관계 방식을 제시하자면, 첫째, 제시문 각각은 갈등의 다른 사례로서 붕당, 인종 갈등, 종교적 갈등, 전쟁 등을 열거하고 있다. 둘째, 제시문 (1)과 (4)는 갈등의 긍정적 기능을 함축하고 있는 반면 제시문 (2)와 (3)은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사실 이 두 번째가 제일 쉽게 그리고 의미 있게 드러나는 관계이다. 세 번째로, 제시문 (2)와 (3)은 그러나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즉, 제시문 (2)는 인종이라는 생득적 변수에 의해 발생한 갈등인 반면 제시문 (3)은 가치관 혹은 종교적 신념의 차이라는 문화적 변수에 의해 나타난 갈등이다. 넷째로 붕당은 조선의 특정 시기에 있었던 매우 특수한 형태의 갈등이라면, 전쟁은 보다 보편적인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수험생들은 문제의 요구대로 제시문의 내용을 충실히 요약하고, 갈등의 다양한 종류를 발견하여 이들의 유사성 및 차이점을 설명한 뒤, 갈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인 글로 표현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영어 지문 해석


(2) 대부분의 국가들에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여러 민족 그룹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모든 나라의 절반가량 되는 많은 국가들이 그러한 민족들 간의 분쟁을 실제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민족적 차이는 국가들 간에 발생하는 대규모 분쟁의 원인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 된다. 그리고 종종 이러한 분쟁들은 국가들 간의 전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화로운 민족 관계는 세계 대부분의 곳에서 사회적 평화를 회득하고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다른 민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하나의 국가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것은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북아프리카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1994년에, 소수 백인 정부는 그들의 인종 차별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Nelson Mandela 그리고 이전에 금지되었었던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의 지도아래 있는 다수의 흑인들에게 정치적 권력을 이양하였다. 그러나 종종 남아프리카 흑인들 스스로가 부족의 정체성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을 경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줄루 족과 같은 거대 부족들과 아프리카 민족회의(ANC) 간에는 수없이 많은 분쟁과 폭력 사건이 존재해 왔다.


(3) 신흥 종교 집단이 출현함에 따라, 종교 집단과 더 광범위한 사회 사이에는 흔히 긴장감이 존재한다. 이 신흥 종교 집단은 주류 사회 밖에서 존재하며, 그곳에서부터 저항을 일으키고 있다. 신흥 종교 집단은 기존의 방식들이 진부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해롭다고 생각한다. 이 신흥 종교 집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갖기 위한 것이다. 그들은 종래의 규칙을 거부하고, 기존의 권위를 의심한다.

신흥 종교 집단이 주류 사회와 상충하는 한 가지 예는 크리스천 사이언스이다. 논쟁의 핵심은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치유의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 치유의 믿음은 그들의 신도들에게 치료 가능한 병에 걸린 자녀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현대 의학의 치료 방법을 거부하도록 부추긴다. 이러한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부모의 권리와 사회의 이해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 때문이 아니라, 상충되는 원칙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현대 의학에서 널리 통용되는 마음과 물질의 구분을 논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정기적인 의료 검진조차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좀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질병의 의학적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크리스천 사이언스의 도덕적인 믿음을 반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다.


(4) 유사 이래로 갈등이 없었던 적은 없다. 가장 폭력적인 형태의 갈등인 전쟁은 목표를 위해 폭력적으로 무장하여 사회적 그룹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전쟁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꾸준히 존재해 왔고,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은 현재 우리가 일구어 낸 진보적인 문명에 부분적으로 기여하였다고 말해진다. 거대 정치 국가가 세워지기 이전에, 사람들은 작은 무리를 지어 마을에서 살았다. 전쟁은 지역적인 무리들의 독자적인 경계선들을 없애고, 작은 마을들이 군장사회라 알려진 좀 더 큰 정치적인 모양새로 통합되도록 이끌었다. 수세기에 걸친 군장사회간의 전쟁은 국가라는 형태로의 발전을 낳았다. 국가의 탄생은 심층적으로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만들어 내었다. 국가의 형태가 일단 형성되자, 작은 군집 형태의 마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거대한 문화적 발전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났다. 거대한 정치적 형태가 있었기에, 예술과 과학 경제와 과학 기술 그리고 문화 중심의 모든 분야가 하나되어 위대한 산업 혁명을 일구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므로, 전쟁이 어느 면에서 볼 때 국가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국가의 탄생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의 갈등들- 예를 들면, 전쟁을 통한 죽음들, 처형, 살인, 폭동 등-을 논쟁이라는 대체 형태로 최소화하였다.




수시 1 - 수리 논술


※ 문제는 학교에서 공개하지 않음


출제 의도와 문제 해설


이번 고려대학교 수리 논술 시험은 학생들이 수학의 기본내용과 기본개념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목표를 두어 출제되었다. 인문계는 서술형 1문제와 풀이형 3문제이며 자연계는 서술형 1문제와 풀이형 4문제이며 서술형 문제는 인문계와 자연계 공통이다.


서술형 공통 문제는 주어진 자료들을 수열과 변화율 등의 수학적인 개념을 이용하여 분석하는 문제이다. 주어진 자료들을 이용하여 월별 판매량과 월별 판매량의 변화 추이를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판매량의 추이를 비교 분석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인문계 2번 문제는 행렬의 기본성질과 일차함수 그리고 이차함수들의 기본성질들을 알아보는 문제이다. 주어진 그래프로부터 일차함수를 구성하고 이것과 합성된 이차함수의 그래프를 가지고 푸는 것으로, 기본개념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인문계 3번 문제는 기하적인 도형과 이차함수를 이용하는 최대최소의 문제이다. 주어진 그림으로부터 삼각형의 넓이를 원의 접선과 피타고라스 정리 등을 이용하여 계산하여 이차방정식의 최대최소 문제로 바꾸어서 계산하는 문제로 도형과 이차함수 등을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인문계 4번 문제는 직선과 점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포물선에 내접하는 사각형의 최대값을 구하는 문제이다. (2)번 문제는 사각형이 최대일 때 만족하는 성질을 (1)번을 이용하여 그 관계식을 구하는 문제이다. 직선, 포물선, 점과 직선사이의 거리 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자연계 2번 문제는 이차방정식이 실근을 갖기 위한 조건을 이차방정식의 그래프를 이용하여 푸는 문제로서 이차함수에 대한 기본적인 성질들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자연계 3번 문제는 3차 방정식과 이차방정식 그리고 미분의 기본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문제이다. 미분을 이용하여 공통접선을 가질 조건을 구하고 이를 이용하여 주어진 함수의 최소값을 인수분해 등을 이용하여 푸는 문제이다. 이차함수, 3차함수, 미분, 접선 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자연계 4번 문제는 타원 및 이차곡선의 기본 성질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문제이다. 접선이 직각을 이루기 위한 조건을 이차곡선의 접선의 기울기를 구하여 푸는 문제이다. 이차곡선, 접선, 직선이 직교하기 위한 조건 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자연계 5번 문제는 도형과 수열 그리고 극한 등을 조합한 문제이다. 우선 주어진 점들을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정사각형의 개수를 세는 부분은 세 단계로 나누었으며 이를 이용하여 극한을 부분구적법 등을 이용하여 구하는 문제이다. 기하, 수열, 극한 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정시


※ 다음 네 개의 제시문에 공통되는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시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1)

우리가 가진 근본 욕구들 중에는 도덕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큰 조직에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유를 불가피하게 억압받고, 조직의 규칙을 준수하도록 강요받는다. 그 규칙은 인간에 의해 고안되었지만 인간 자체는 아니다. 아무리 세심하게 만들어졌어도 거기에는 ‘사람의 손길(human touch)'과 같은 유연성이 없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조직의 구성원은 도덕적 존재로서 자유롭게 행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들은 흔히 이렇게 말하게 된다. “미안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이건 제가 받은 지시 사항입니다.” 이처럼 큰 조직들은 아주 불량하고 부도덕하게, 또는 아주 어리석고 비인간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는 그 구성원들이 본래 그래서가 아니라 그들이 조직의 크기에서 오는 하중을 받기 때문이다.

큰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게 되지만 이런 비판은 마치 자동차가 배기가스를 배출한다고 해서 운전자를 나무라는 것과 같다. 천사라도 공기를 더럽히지 않고 차를 운전할 수야 없지 않겠는가? 결국 잘못은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있다기보다는 조직의 크기에 있는 것이다. 개인들로 하여금 도덕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가진 사회는 부도덕하다. 조직이 지나치게 커지면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거대주의에 의한 합리화’에 중독된 현대인들은 너무 커진 규모 속에서 좌절감을 느끼게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2)

야구공은 큰 공인가 작은 공인가? 야구공은 탁구공에 비해서 크지만 축구공에 비해서는 작다. 강은 개울보다 크지만 바다보다는 작다. 야구공도 크다고 말할 수 있고, 강도 작다고 말할 수 있다. 개울만 보던 사람에게는 강이 커 보이지만, 바닷가에서 살던 사람에게 강은 작아 보일 것이다.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에 갔을 때, 우리는 모든 것들이 너무 작아 보여 깜짝 놀라기도 한다. 어릴 때는 그렇게 커 보이던 대문이 이제는 작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어린이들의 그림에서는 종종 사람의 얼굴이 몸보다 크게 그려진다. 아마도 어린이의 심리적 경험 속에서는 얼굴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신라의 고승 의상 대사는 “한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들었다.”고 갈파했고, 영국 시인 윌리엄 브레이크도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고 노래했다. 티끌이 곧 우주요 모래가 곧 세상이라면 큰 것과 작은 것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오늘날 조그만 메모리칩 하나에 거대한 도서관을 담을 수도 있으니 그것이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치열한 극소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새로 개발된 메모리칩이 더 작이진 것인지 더 커진 것인지 말하기 곤란하다. 외형이 작아져도 용량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조그만 나비의 날갯짓이 바다 건너 건대한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에 대해서 말한다. 또 원자보다 작은 극소의 세계와 우주외 같은 극대의 세계가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의상 대사와 블레이크가 노래한 바가 문학적 수사만은 아닐 것이다.


(3)

구체적인 삶의 현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국가나 민족은 물론 지역과 도시까지도 지나치게 크고 추상적인 조직체로 보인다. 사르트르는 오늘의 사회가 ‘잡히지 않는 전망’을 이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오늘날의 사회에서 어떠한 사람이나 집단도 독자성을 갖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과의 관계에 의하여 제약을 받게 되어 있지만, 이 관계의 정확한 포착은 우리 손을 벗어나 계속적으로 도망가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우리의 구체적인 삶을 제한하면서도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는 현대사회의 기괴한 조직은 도시에서 잘 나타난다. 문화의 참 생명력이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향상과 해방과 풍요화에서 온다면, 우리의 문화에 대한 생각도 ‘잡히지 않는 전망’을 넘어가는 것이라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 때, 참으로 핵심적인 문화공간은 민족이나 도시보다도 더 작은 집단이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즉 우리가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가능한 집단, 사회학자들이 ‘대면집단’이라고 부르는 사회공간이 우리의 문화적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화공간은 하나의 확정된 물리적 구획으로보다는 여러 집단의 유기적인 상호관계 속에 구성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대면집단을 중심으로 하여 한편으로는 개인적 자아의 내면공간에 이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또는 도시로 번져나가고 국가나 민족 그리고 세계의 지평으로 둘러싸인다.

소집단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구체적 삶의 공간으로서 구체적 인간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지역이나 도시는 이 소집단에 다양성과 객관성을 부여하는 필수적 요인이 된다. 도시든, 지역이든, 국가든, 이러한 것들은 소집단의 구체성의 원리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만,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는 ‘잡히지 않는 전망’ 또는 제약으로서만 작용하는 조직이기를 그칠 것이다.


(4)

북녘 바다에 곤(鯤)이란 물고기가 있다. 그 모집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물고기가 화(化)해서 새가 되는데, 이름 하여 붕(鵬)이라 한다. 붕의 몸집 또한 몇 천 리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그런데 이놈이 한 번 화가 나서 날았다 하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을 가린 구름처럼 모든 것을 뒤덮는다. 괴이한 이야기만 적어 놓은 『제해(擠害)』라는 책에서는 “대붕(大鵬)이 남녘 바다로 날아가려면 물 위를 삼천 리나 달려야 비로소 날아오르게 되고, 그런 뒤 다시 날개로 바람을 치면서 구만 리를 올라가서야 항로를 잡는다. 그러고는 그대로 육 개월을 날아 목적지인 남녘 바다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몸집이 크면 그를 받아들일 공간도 커야 하고 정신이 위로 비상하려면 그 경지 또한 높아야 한다. 바람의 공간이 넓지 않으면 큰 새가 날 수 없다. 대붕이 바람을 치며 구만 리 창공을 날아오르는 것도 그래야만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아무런 장애 없이 남녘 바다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치를 모르는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비웃으며 말하기를, “나는 뽕나무 그늘에서도 얼마든지 힘껏 날 수 있고 잠깐 사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구만 리나 날아올라서 남쪽으로 가는 것일까? 불과 두어 길 되는 공간에서도 뛰놀 수 있고 쑥대밭 사이에서도 자유로이 날 수 있으니, 이 또한 최대의 소요(逍遙)가 아닌가? 어째서 대붕처럼 날아야만 제일이란 말인가?”라고 한다. 작은 지혜(小知)는 큰 지혜(大知)에 미치지 못하고, 짧은 시간(小年)은 긴 시간(大年)에 미치지 못한다. 하루살이가 밤과 새벽을 알 리 없고 여름벌레가 눈과 얼음을 알리 없는 것이다. 이것이 큼(大)과 작음(小)의 차이이다. 새끼 비둘기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



<유의 사항>

1. 답안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2. 논술물의 제목은 쓰지 말 것.

3. 제시문을 단순히 요약하거나 옮겨 쓰지 말 것.

4.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총 1.600±100자가 되게 할 것.



수시 1


1

인문사회계열


(A)

A basic principle applicable to all scientific disciplines, including economics and medical science, states that correlation does not necessarily imply causation. That movement of one variable is linked to another doesn't necessarily mean that one variable causes the other.

Suppose, for example, you notice that wherever criminal activity abounds, more police patrol the street. Should you conclude from this evidence that police patrols cause criminal activity and recommend pulling police off the street to lower the crime rate? The answer is clearly no, because police patrols do not cause criminal activity; criminal activity causes police patrols. This situation is called reverse causation and can produce misleading conclusions when we interpret correlations.

A Russian folk tale also illustrates the problems that can arise from reverse causation. As the story goes, there once was a severe epidemic in the Russian countryside and many doctors were sent to the towns where the epidemic was at its worst. The peasants in the towns noticed that wherever doctors went, many people were dying. So to reduce the death rate, they killed all the doctors. Were the peasants better off? Definitely not.

Another facet of the correlation-causation question is that an outside factor, yet unknown, could be the driving force behind two variables that move together. Coffee drinking might be associated with heart disease not because coffee drinking causes heart attack but because coffee drinkers tend to be people who are under a lot of stress and the stress causes heart attack. Getting people to stop drinking coffee, then, would not lower the incidence of heart disease. Similarly, if there is an unknown outside factor that causes the stock of money and national income to move together, controlling the money supply will not help control the level of national income.


(B)

아직 완전한 체계를 정립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은 보통 사람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과학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경제 논리는 가끔 왜곡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오류는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않는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생겨난다기보다는, 경제 논리를 막연하게 현실에 적용하는 데서 기인한다.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제 논리는 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오용된 경제 논리의 첫 번째 구체적인 모습은 금리 인상 정책이 인기 없는 정책으로 받아 들여지는 경우이다. 이는 경제 정책의 효과를 평가할 때 동전의 양면을 두루 살피지 않고 특정한 한 면만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한편으로 채무자에게는 부담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저축자에게는 희소식이다.

둘째로, 수입 관세의 효과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정책의 유리한 측면만을 부각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관세의 부과는 수출관련 산업생산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일반소비자에게는 불리하다는 균형잡힌 시각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생겨난다.

잘못 사용된 경제논리의 또 다른 유형은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착각의 예는 물가의 불안정이 경제 정책의 실패에 기인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금시장의 투기자만을 탓하는 정책 집행자의 단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금시장의 투기자들이 정책 집행자에게 현행 경제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는 암시를 종종 전해 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 기인하는 경제논리의 오용은 평화의 사자(使者)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과 같다고 할 만하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경상 수지 적자가 누적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조기 유학에 따른 외화의 송금을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근본 원인을 비켜간 인과의 오류를 반영하는 예라 할 수 있겠다


문항 1 제시문 [A]의 밑줄 친 부분을 서술(직역)하시오(300자 이내). [40%]


문항 2 제시문 [A]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시오(400자 이내). [30%]


문항 3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내용을 토대로 본인의 견해를 논술하시오(500자 이내). [30%]


영어 지문 해석

경제학과 의학을 포함하여 모든 과학적 원칙에 적용 가능한 기본적인 논리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여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것에 연관된 한 변수가 반드시 그 다른 나머지 변수를 야기 시킨다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떠한 지역이든 범죄가 빈번한 장소에서 더 많은 수의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경찰 순찰이 범죄 활동을 야기하기 때문에 범죄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경찰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결론을 지을 수 있는가? 경찰 순찰이 범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범죄가 경찰 순찰을 야기하기 때문에 앞의 결론은 논리적인 답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역 인과관계라고 지칭되며 우리가 상관관계를 해석할 때, 왜곡된 결과를 도출시킬 수 있다.

러시아의 한 민간 설화에서도 역 인과 관계로부터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입증하고 있으며 설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 시골 지역에 심각한 전염병이 돌고 있었고 많은 의사들이 전염병이 가장 만연한 곳으로 보내졌다. 시골 농부들은 의사가 파견된 모든 마을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사망률을 감소시키기 위해 그들은 모든 의사들을 죽였다. 농부들의 상황이 더 호전되었을까? 대답은 명백히 그 반대일 것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호 인과 관계의 의문 중 다른 한 면은 어떤 외적 요인의 구동력으로 인해 두 가지 변수가 비례 관계로 상호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섭취가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주로 심장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에서 커피 섭취와 심장병의 인과 관계는 성립된다. 따라서 사람들로 하여금 커피 섭취를 금지하는 방안이 심장병 발생률을 줄일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와 유사하게, 만약 국채와 국민 소득을 비례 관계로 상승시킬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외적 요인이 있다면, 통화 공급 정책은 국민 소득의 수준을 조절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2

자연계열


[A]

In computer network, data are transmitted in a unit so called "packet." At each node, the packet is received, stored briefly, and passed on to the next node. One important design issue is the packet size to be used in the network. If a source has a long message to send, the message is broken up into a series of packets. Each packet contains a portion of the user's data plus some control information. The control information, at a minimum, includes the information that the network requires in order to be able to route the packet through the network and deliver it to the intended destination.

There is a significant relationship between packet size and transmission time. For example, it is assumed that there is a virtual path from station A through nodes B and C to station D. The message to be sent comprises 30 bytes and each packet contains 3 bytes of control information, which is placed at the beginning of each packet and is referred to as a "header". If the entire message is sent as a single packet of 33 bytes (3 bytes of header plus 30 bytes of data), then the packet is first transmitted from station A to node B. When the entire packet is received, it can then be transmitted from B to C. The total transmission time at station D is 99 byte-times (33 bytes * 3 packet transmissions).

Suppose now that we break up the message into two packets, each containing 15 bytes of the message and, of course, 3 bytes each of header or control information. In this case, node B can begin transmitting the first packet as soon as it has arrived from A, without waiting for the second packet. Because of the overlap in transmission, the total transmission time drops to 72 byte-times.


[B]

위의 내용은 컴퓨터 통신에서 전송하고자 하는 데이터의 크기와 전송시간과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큰 데이터를 하나의 패킷에 넣어 목적지 컴퓨터에 보낼 때보다, 작은 양으로 나누어 보낼 때 오히려 전체의 전송시간은 감소함을 앞의 예에서 볼 수 있다.

만일 앞의 예에서 헤더의 크기가 4 바이트, 그리고 전송하고자 하는 데이터가 36 바이트라고 가정하면 전송시간을 최소화하는 패킷의 크기 N (N은 자연수로 가정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항 1 제시문 [A]의 밑줄 친 부분을 서술(직역)하시오(300자 이내). [40%]


문항 2 제시문 [A]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시오(400자 이내). [30%]


문항 3 제시문 [B]의 밑줄 친 부분을 제시문 [A]에서 제시한 기본원리에 기초하여 설명하시오(답안지 분량 범위 이내). [30%]



영어 지문 해석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데이터(자료)는 소위 패킷이라 불리는 단위로 전송된다. 각각의 노드(접점)에서 패킷은 신속히 저장되며, 다음 단계의 노드(접점)로 이동된다. 설계상의 중요한 하나의 문제 요인은 바로 네트워크 상에서 사용되는 패킷의 크기이다. 만약 장문의 메시지를 포함한 자료를 전송하려고 한다면, 그 메시지는 일련의 연속된 패킷들로 나누어 져야 한다. 각각의 패킷은 일정 비율 사용자의 데이터와 함께 제어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 제어정보는 패킷을 네트워크 상의 루트로 발송한 후 목표로 되는 지점까지 전송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패킷의 크기와 전송시간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A지점으로부터 B와 C노드(접점)를 거쳐 D지점까지 가상의 통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전송될 메시지는 30 바이트로 구성되며, 각각의 패킷은 맨 앞부분에 헤더라고 지칭되는 제어정보를 담고 있다. 만약 전체 메시지가 33바이트의 단일 패킷(30바이트의 데이터와 3바이트의 헤더)으로 보내진다면, 그 패킷은 먼저 A지점에서 B노드(접점)까지 이동될 것이다. 모든 패킷이 전송되면, 다음으로 그것은 B에서 C노드(접점)로 보내진다. D지점까지 걸리는 총 전송시간은 99바이트를 전송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된다.(33바이트로 구성된 3개의 패킷 전송시간)

자, 그럼 이제 그 메시지를 3바이트 헤더(제어정보)와 15바이트의 데이터로 구성된 2개의 패킷으로 분할해보자. 이 경우에, B노드(접점)는 두 번째 패킷을 기다릴 필요 없이 A지점으로부터 데이터가 전송되자마자 바로 첫 번째 패킷의 전송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패킷 전송의 중복현상으로 인하여 동일한 메시지이지만 총 전송 시간은 72바이트를 보내는 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감소된다.


수시2


1

인문 사회 계열


[A]

Regardless of how your job is officially classified or the industry in which you work, your real competitive position in the world economy is coming to depend on the function you perform in it. Herein lies the basic reason why incomes are diverging. All Americans used to be in roughly the same economic boat. Most rose or fell together as the national economy as a whole became more productive or languished. But national borders no longer define our economic fates. We are now in different boats, one sinking rapidly, the other rising steadily.

Modern factories and state-of-the-art machinery can be installed almost anywhere on the globe. Therefore, unskilled workers in the U.S. are in direct competition with millions of workers in other nations. Furthermore, automated tellers, computerized cashiers, automatic car washes, robotized vending machines, self-service gasoline pumps, and all similar gadgets replace the human beings that customers once encountered. The same phenomenon takes place in financial transactions, airline and hotel reservations, rental car agreements, and similar contracts, which are increasingly executed between consumers in their homes and computer banks somewhere else on the globe.

Unlike the boat of unskilled workers, the vessel containing America's information analysts is rising. The most important reason for the expanding world market and increasing global demand for the services of information analysts has been the dramatic improvement in worldwide communication and data-processing technologies. Information analysts working in highly specialized areas are in such great demand worldwide that they have difficulty in keeping track of all their earnings. Never before in American history has wealth on such a scale been gained by a small percentage of workers.


[B]

지식사회는 상승이동이 실질적으로, 무제한적으로 열려있는 최초의 인간사회이다. 지식은 상속할 수도 물려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다른 어떤 생산수단과도 그 성격이 다르다. 지식은 모든 개인이 새로 습득하지 않으면 안 되며, 모든 사람이 똑같이 전적으로 무지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지식은 가르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야만 하는데, 이것은 지식이 공공자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은 항상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것이거나, 또는 급속히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지식사회를 고도의 이동사회로 만든다. 이제 지식은 한 장인 아래서 도제노릇을 하면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학교에서 사전에 정해진 학습과정에 따라 배울 수 있다.

1850년 또는 1900년까지는 어떤 사회에서도 이동성이 극히 낮았다. 출생 때의 신분이 개인의 사회적 위치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직업까지도 결정하는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하나의 극단적인 예다. 다른 대부분의 사회에서도 아버지가 농부면 자식도 농부가 되었고, 그 딸은 농부와 결혼했다.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마저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상승이동의 기회는 매우 드물었다. 20세기 전반기의 미국에서 전문직과 경영자의 대다수는 농부, 소규모 가게 주인, 또는 공장 노동자의 자식이 아니었으며, 여전히 전문직과 경영자의 자식들이었다.

지식사회는 상승이동의 가능성을 한층 더 확장한다. 지식사회는 상승이동에 대한 모든 장애물을 차별이라 간주한다. 즉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이전 세대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물론 오직 몇몇 사람들만이 뛰어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기대할 수 있다.



<문항1> 제시문 [A]의 밑줄 친 부분을 번역하시오(300자 이내). [40%]


<문항2> 제시문 [A]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시오(400자 이내). [30%]


<문항3>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내용을 토대로 본인의 견해를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여 논술하시오(500자 이내). [30%]



2

자연 계열


[A]

Suppose that a given positive number N is partitioned into two positive numbers a and b such that a+b = N. The product ab= a(N-a) has a maximum if a=b=N/2. To see this, let P = Na - a2. By dP/da = N - 2a = 0, we obtain a = N/2 and b = N - N/2 = N/2.

Let's look at this problem in another way. We first define the two numbers A and G such that A = (a+b)/2 and G=, and then prove that G achieves its maximum when a and b are equal. If a and b are different, A - G = (a+b)/2 - = ( - )2 / 2 > 0; if they are equal, A = G. Therefore, the maximum value G can take is A and the value is achieved when a=b.

In the case of n positive numbers a1, a2, ..., an with n being no smaller than 2 such that the sum of the numbers is equal to N, we define A=(a1+a2 + ... + an) / n and G = with respect to a1, a2, ..., an. The proof can be done by changing the numbers in such a way that A remains constant but G gets larger until all the numbers are equal, at which point A and G are equal.

Suppose that in the set { a1, a2, ..., an }, a1 is bigger than any other number in the set and a2 is smaller than any other number in the set so that we have a1 > A > a2. Now replace a1 by A and a2 by a2' where a2' = a1+a2-A which is > 0. The new set of numbers becomes {A, a2', a3, ..., an}. Notice that because A+a2' = a1+a2, the sum of the numbers in the new set is equal to that in the old set. Also, the value of A with respect to the numbers in the new set, (A+ a2' + ... + an) / n, is equal to the value of A with respect to the numbers in the old set. By some algebraic manipulation, we have that Aa2' - a1a2 = A(a1+a2-A) - a1a2 = (A-a2)(a1-A) > 0. So the product of the numbers in the new set is greater than that in the old set. This means that by the construction of the new set the value of G has increased.

Based on the above arguments, we can generate sets in sequence such that the numbers in the set generated at each stage will eventually all equal A, and A and G computed with respect to the numbers in the set will become equal. From this we can show that the product of the elements in a partition of N achieves its maximum when the elements are all equal.


[B]

위 글에서 증명하고자 하는 명제는 n개의 양수 a1, a2, ..., an 들에 대하여, (a1+a2 + ... + an) / n 의 값은 항상 의 값보다 크거나 같다는 부등식의 관계를 이용하여 설명되고 있다. 위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는 a1+a2 + ... + an=N 인 경우, a1a2 ... an 의 최대값은 An이 됨을 알 수 있다. 또한 xyz = 4를 만족하는 양수 x, y, z에 대하여 1/x + 1/(2y) + 1/z 의 최소값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항1> 제시문 [A]의 밑줄 친 부분을 직역하시오(300자 이내). [40%]


<문항2> 제시문 [A]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시오 (400자 이내). [30%]


<문항3> 제시문 [B]의 밑줄친 부분을 제시문 [A]에서 제시한 기본 원리에 근거하여 설명하시오 (답안지 분량 범위 이내). [30%]




수시 1


1

인문사회계열


I.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단, 요약 내용은 답안지 제 1면을 전부 사용하여 기술하시오.

II. 아래 4개의 <제시문>에 나타난 상반된 두 가지 주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단, 각 <제시문>을 논거로 충분히 활용하고, 3개의 <표>를 모두 인용하시오.


<유의 사항>

1. 인적 사항과 관련된 표현을 일체 쓰지 말 것.

2. 연필을 사용하지 말고, 흑색이나 청색 필기구를 사용할 것.


< 제시문 1 >

Considering modern societies󰡑obsession with economic growth, it is surprising how little attention is paid in public debate and political discourse to the question of whether more economic growth actually increases well-being. Perhaps this avoidance is convenient for those who have a stake in the prevailing system: if growth does not improve well-being, many of economic, social and political structures of advanced capitalism cannot be justified. Perhaps ordinary people too have a stake in ignoring the evidence on growth󰡑s effects on well-being. When people are persuaded that more income will make them happier, they typically react to the disappointment that follows the attainment of that income by concluding that they simply do not have enough. That is a cycle without end - hope followed by disappointment followed by hope - unless some event or sudden realization breaks it.

In fact, there is now a large body of evidence that casts serious doubt on the dual assumptions that more economic growth improves social well-being and that more income improves individual well-being. It is a body of evidence systematically ignored by policy makers and most economists, yet it is consistent with folk knowledge, accumulated through the ages, that money cannot buy a happy life. Not only does the evidence cast doubt on the growth assumption; it also points to the factors that do contribute to individual and social well-being.

We know that there is a general assumption that increasing people󰡑s incomes will make them happier and that as a result increasing the rate of economic growth is vitally important. But the question, even in economic terms, is much more complex. If rising incomes result in increasing happiness then we would expect three relationships to hold:

-People in richer countries will be happier than people in poorer countries.

-Within each country, rich people will be happier than poor people.

-As people become richer they will also become happier.

Some evidence suggests a negative relationship between income and happiness. For example, within Asia, residents of wealthy countries such as Japan and Taiwan regularly report the highest proportion of unhappy people, while the countries with the lowest incomes, such as the Philippines, report the highest number of happy people.


< 제시문 2 >

If present trends continue, the world in 2000 will be more crowded, more polluted, less stable ecologically, and more vulnerable to disruption than the world we live in now. Serious stresses involving population, resources, and environment are clearly visible ahead. Despite greater material output, the world󰡑s people will be poorer in many ways than they are today.

Progress The Global 2000 Report to the President of the U.S. : Entering the 21st Century (Barney 1980)


This neo-Malthusian vision of the future stands in sharp contrast to the conclusions in The State of the Humanity edited by Julian Simon (1995). That monumental collection of fifty-eight chapters by more than fifty scholars documents the tremendous strides that have been made in human well-being over the centuries, as well as trends in natural resource use and environmental quality. Based on these discussions, Simon wrote: 󰡒Our species is better off in just about every measurable material way󰡓.

Bj?rn Lomborg, determined to prove Julian Simon wrong and to verify the doomsday-visions of the kind that permeated The Global 2000 Report, enlisted ten of his 󰡒sharpest students󰡓 to comb through the empirical data on long-term temporal trends in human and environmental well-being. Much to his surprise, they found that although the population continues to grow, albeit at a decelerating pace, the state of humanity has never been better, that the average person on the globe has never been less hungry, better educated, richer, healthier, and longer-lived than today. No less important, not only is human well-being advancing but, in many cases, so seems to be the state of the environment, especially in the rich countries of the world.

Lomborg focused mainly on temporal trends in a variety of indicators rather than on how those indicators might vary with wealth or per capita income across countries and regions. He also looked at temporal trends in infant mortality and life expectancy for various income groups and these data suggest that richer groups are better off.


< 제시문 3 >

*항산(恒産)이 없으면서도 *항심(恒心)을 지니는 일은 오직 선비만이 가능합니다. 백성의 경우에는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습니다. 만일 항심이 없다면 방탕하고 편벽되며, 사악하고 사치스런 짓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죄를 저지른 다음에 형벌을 가하게 된다면, 그것은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罔民)입니다. 어찌 어진 사람이 군주의 지위에 있으면서 백성을 그물질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명철한 군주는 백성들의 생업을 마련해주어 위로는 부모님을 섬길 수 있게 하고, 아래로는 처자들을 먹여 살리도록 해줍니다. 풍년이 들면 배불리 먹고 살며, 흉년이 들어도 굶어 죽지 않도록 해줍니다. 그런 뒤에야 그들을 이끌어 선한 길로 나아가게 합니다.

*항산(恒産): 일정한 생업, 안정된 생업*항심(恒心): 일정한 마음, 변함없는 선한 마음


< 제시문 4 >

스웨덴의 언어학도 헬레나는 젊은 날 배낭 하나 둘러메고 북인도 라다크를 찾는다. 산업사회에서 교육받고, 그 문화권에서 형성된 사고방식을 지닌 헬레나는 라다키(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비록 외양은 남루하나 하루 종일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지지 않고, 타인에 대한 친절을 의무라고 생각하는 라다키들의 행복한 얼굴에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쫓기는 삶에 대해 골똘하게 생각하게 된다. 라다크에서는 어떤 물건도 낭비되는 일이 없었다. 해발 5천의 히말라야 자락에는 물자가 귀하기에 사람들은 모든 물건을 아껴 쓰고, 그렇기 때문에 오염 또한 없었다. 사람들은 많이 웃고, 자주 잔치를 벌이며, 서로 다정하게 대한다. 라다크에서는 화를 내는 사람들이 제일 이상한 사람들로 간주되고 있었다. 그들의 생태적 지혜와 부드러운 삶 뿐 아니라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화폐가 없었다는 사실도 헬레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같이 일하고, 땅에서 난 소출을 똑같이 나누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표 1> 국가별 1인당 소득 수준(GDP)과 평균 수명(Life Expectancy)

국가명

평균 수명

1인당 GDP (미 달러화 기준)

프랑스

78.2세

20,510

영국

77.3세

18,260

중국

70.1세

2,604

인도

62.9세

1,348

자료: UNDP (1994) ; World Resource Institute (1998)


<표 2> 국가별 1인당 소득 수준(GDP)과 평균행복도(Average Appreciation of Life)

(1990년대 초 기준)

국가명

평균 행복도*

1인당 GDP (미 달러화 기준)

필리핀

0.693

2,681

아르헨티나

0.690

8,937

캐나다

0.683

21,459

독일

0.680

19,675

일본

0.666

21,581

* 평균행복도(Average Appreciation of Life)가 1이면 행복도가 가장 높으며, 0이면 행복도가 가장 낮음.

자료: UNDP (1994), Human Development Index ; Eckersley, R.(ed.) (1998), Measuring Progress:Is Life Getting Better?


<표 3> 국가별 1인당 소득 수준(GDP)과 1인당 평균 교육 연수(Education, Average Number of Years per Person)

국가명

1인당 평균교육연수

1인당 GDP (미 달러화 기준)

미국

18.04년

26,397

프랑스

15.96년

20,510

일본

14.87년

21,581

인도

5.55년

1,348

중국

8.93년

2,604

자료: UNDP (1994) ; Maddison (1995,1998)


문제 해설


출제 의도


인류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안락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고, 한국 사회도 경제 성장 및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물리적 여건 마련에 주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제적 성장과 물질적 풍요가 과연 개인 및 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는가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본 논술 고사는 학생들이 상반된 주장과 대립된 이해 관계를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여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논리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측정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행복의 조건을 결정하는 요인들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전개하는 영문 및 국문 제시문을 통계 자료와 함께 제시하여, 제시문의 이해 및 요약 능력, 통계자료 분석능력, 다양한 견해를 분석, 비판,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출제 방향 및 지침


1) 대학 교육 과정에서 필요한 논리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 및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데 주력한다.

2) 단편적인 주제나 전형적인 시사 문제에 대한, 암기를 통한 정형화된 답안 작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하여, 통합적이고도 논리적인 분석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고등 학교 교육 과정의 정상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3) 영문 제시문의 경우 명백하게 상반되는 두 개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구조의 이해를 측정하고, 국문 제시문의 경우 일치되지 않은 두 개의 견해를 주어진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다.

4) 논리 전개에 있어, 상호 대립되는 논거에 대한 비판적 종합능력과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한다.

5) 맞춤법과 어법을 준수하면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논술문을 구성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


제시문의 출처

<제시문 1> Clive Hamilton, Growth Fetish, Allen & Unwin, 2003, pp. 22-23.

<제시문 2> Terry Anderson ed., You Have to Admit It's Getting Better: From Economic Prosperity to Environmental Quality, Hoover Institution Press, 2004, pp. 53-54.

<제시문 3> 孟子, 梁惠王章句 上.

<제시문 4> 최성각, 경인신문 목요컬럼, 2004년 7월 17일자.


인문계 제시문의 번역문


< 제시문 1 >

경제 성장에 대한 현대 사회의 강박 관념에 가까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경제 성장이 실제로 행복을 증진시키는지에 관한 공개 토론이나 정치적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이해 관계에 부합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이와 같은 논의를 피하는 것이 편리할지 모른다. 즉, 만약 경제 성장이 행복을 증진시키지 않는다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많은 경제, 사회 및 정치 구조는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조차도 경제 성장이 행복에 미치는 구체적 증거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소득이 많을수록 더 행복해진다고 믿게 된다면, 소득이 증가한 후에도 더 행복해지지 않아 실망하게 된 경우, 그것은 그들의 소득이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더욱더 많은 소득 증가를 바라게 된다. 이와 같이 소득 증가가 행복을 증진시켜줄 것이라는 희망이 현실에서는 실망으로 바뀌고, 또 다시 더 많은 소득을 바라는 희망으로 바뀌는 순환 고리는 끝이 없으며, 외부적 충격이 있거나 이러한 악순환을 자각하게 될 경우에만 이 악순환은 멈추게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경제 성장률이 높을수록 사회적 행복이 증진되고, 소득이 많을수록 개인적 행복도 증진될 것이라는 이중의 가설에 대하여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많은 증거들이 발견된다. 이러한 증거들은 정책 결정자들과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도외시되었다. 그러나󰡐돈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은 오랜 세월을 통하여 축적된 민중의 지혜 (folk knowledge, 삶의 지혜)와도 일치한다. 이러한 증거들은 경제 성장이 행복을 증진시켜 줄 것이라는 가설에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보여 준다.󰡐소득이 향상될 때, 더 행복하게 되며, 따라서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일반적인 가정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다. 만약 소득증가가 행복을 증진시킨다면 다음의 세 가지 관계가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 부유한 국가의 국민들이 가난한 국가 국민들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

- 개별국가 내에서도, 부유층 사람들이 빈곤층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

- 사람들은 더 부유해질수록 더 행복해질 것이다.


수입과 행복 간에 부정적인 관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예컨대, 아시아 내에서 일본이나 대만과 같은 부유한 나라의 주민들이 불행한 국민의 최상위 부분에 속하는 반면, 필리핀과 같이 최저소득층에 속하는 국가의 국민들이 오히려 행복한 국민의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제시문 2 >

󰡒만약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2000년의 세계는 오늘날에 비하여, 인구 과밀에, 과도한 공해와 생태학적으로 더욱 불안정한 가운데, 외부적 충격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앞으로 인구문제와 자원 문제 및 환경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향후 물질적 생산량이 더욱 많아지더라도, 세계인들은 많은 측면에서 오늘날보다 더 빈곤해질 것이다󰡓

- 미국 대통령에게 제출된 <Progress The Global 2000 Report > -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미래에 대한 신멜더스주의적인 시각은 줄리안 시몬의 편집서인 󰡐The State of Humanity'(1995)의 결론 부분에서 확인된 사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50여 명의 학자들이 저술한 58개의 장으로 구성된, 기념비적인 연구저작인 상기 책자는, 천연자원의 활용 및 환경 상태의 전개뿐만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전개된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시킨 엄청난 발전 과정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에 근거하여, 시몬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인류는 모든 측정 가능한 물질적인 측면에서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

위와 같은 시몬의 주장이 틀렸고, "The Global 2000 Report"에 나타난 것과 같은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롬버그(Lomberg)는 그의 학생 중에 가장 총명한 10명을 동원하여, 인간의 삶의 질과 환경 상태의 장기적 추이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뜻밖에도 인구는 계속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록 하강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인간 삶의 조건은 최상의 상태이며, 평균적으로 지구인들의 기아 상태도 가장 낮고, 교육 여건도 가장 좋으며, 소득, 건강, 수명 등 모든 측면에서 최상의 상태에 도달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특히 부유 국가들을 중심으로 환경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롬버그는 국가 및 지역별로 일인당 소득 및 부(wealth)와 여러 지표들과의 관계를 보기보다는 이들 지표들의 단편적인 추이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또한 다양한 소득 유형별로 유아 사망률과 평균 수명의 단기적 추이를 관찰한 결과, 부유층의 경우 더욱 유아 사망률이 낮고 평균 수명도 높음을 확인하였다.



2

자연계열

다음의 제시문들을 참조하여 각 문항에 대하여 답하시오.


제시문 I : 문제 1

A fatal encounter between a brown bear and a migrating salmon in a glacial stream in Alaska. What brought these animals together at this particular moment? The bear's acute sense of smell helped it find the stream. The fish seem to navigate to the mouth of their home river system by using the angle of the sun for reference. Once there, however, their sense of smell takes over. The water that flows from each stream into a river seems to carry a unique scent, a mixture of chemicals from the plants and soils in the area. The scent of its home stream apparently becomes fixed in the memory of a young salmon before it migrates to the sea. When a mature salmon arrives in the vicinity of its home river system, it swims along the coast until it detects the faint odors matching the scent memory in its brain. Sensory information gathered by sensory receptors and processed by the brain guide salmon and brown bears to specific stream site.


A sensory receptor cell responds to a group of chemically related molecules, not just to one kind of molecule. In the nose, for example, each type of receptor cell may detect one of about fifty general types of odor. A particular odor triggers a specific level of stimulation in the receptor cells.

When you smell an odor, molecules have entered your nose, dissolved in the mucus, and bound to receptor molecules on the cilia. Proteins, found in the olfactory mucus, have recently been discovered that bind to odorants. These have been termed the Odorant Binding Proteins (OBPs). Odorants dissolve in the aqueous/lipid environment of the mucus and then bind to an OBP. These proteins facilitate the transfer of odorants across the mucus layer to the receptors, and also increase the concentration of the odorants in the layer, relative to air. OBPs have another role as a terminator, causing "used" odorants to be taken away for degradation, allowing another molecule to interact with the receptor. The protein could also be acting as a kind of protector for the receptor, preventing excessive amounts of odorant from reaching the receptor. The binding of OBP-odorant complex to receptor triggers receptor potentials, which alter the rate of action potentials passing into the brain. Integration of the signals in the brain results in an odor perception.


(어휘 모음) cilia: 섬모, lipid: 지질, 지방질, mucus: 점액, odor: 냄새, odorant: 냄새가 나는 것,

olfactory: 후각의, receptor: 수용체, salmon: 연어, trigger: 일으키다, 유발하다.


[문제 1]

문제 1-1. 연어가 강 하구로부터 태어난 곳으로 회귀할 때 어떤 생물학적 감각을 사용하는지 답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방법을 논리적으로 제시하시오. 답안은 가정, 실험 방법, 결과 그리고 해석 순으로 간략하게 작성하시오. (30점)


문제 1-2. 만약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제시문을 근거로 하여 이 사람에게 있을 수 있는 생물학적 결함을 두 가지 쓰시오. (10점)


제시문 II: 문제 2

The kinetic molecular theory of ideal gases is based on the following assumptions:

Ⅰ. Gas molecules exert neither attractive nor repulsive forces on one another.

Ⅱ. Gas molecules can be considered to be "points", that is, they possess mass but have negligible volume.

Ⅲ. Gas molecules are in constant motion in random directions and they frequently collide with one another. Although energy may be transferred from one molecule to another as a result of a collision, the total energy of all molecules remains unchanged.

Ⅳ. The average kinetic energy (KE) of a gas molecule is proportional to the absolute temperature, that is, KE=(3/2)kT (k: Boltzmann's constant, T: absolute temperature).


제시문 III: 문제 3

Thermodynamics is the branch of the theory of heat that is concerned with relationships between heat and work. Its fundamental principles are called the "laws of thermodynamics".

The First Law of Thermodynamics (conservation of energy)

Heat is a form of energy. Energy (the capacity for work) can only be converted into various external forms, and it cannot be created from nothing or destroyed. A "perpetuum mobile," i.e., a machine capable of continuously producing work out of nothing, is impossible.

The Second Law of Thermodynamics

Increase of entropy (the measure of the degree of disorder in processes of chemical mixing) predicts what physical and chemical events will happen spontaneously since its beginning. That's why entropy increase, the second law, can be called "time's arrow". Energy continually disperses and spreads out in all natural spontaneous events and it is our experiencing such events that gives us our psychological feeling of "time" passing. That's why, when we see a movie or video run backward, we instantly know that it shows non-spontaneous or real-time-impossible events like people diving up from the water to a 10 meter high diving board.

The Third Law of Thermodynamics

The physicist Walter Hermann Nernst (1864?1941) formulated the Third Law of Thermodynamics in 1906. The formulation became known as the "Nernst heat theorem." This states that entropy also approaches a value of zero as the temperature approaches absolute zero (?273°C). This implies that absolute zero can never be reached. Nernst is regarded as one of the founders of physical chemistry. He received the Nobel Prize for Chemistry in 1920 for his discovery.


(어휘 모음)

attractive force: 인력, disorder: 무질서, kinetic energy: 운동에너지, molecule: 분자,

repulsive force: 반발력, thermodynamics: 열역학


[문제 2]

그림 1과 같이 크기, 모양, 온도가 같은 4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진 공간이 있다. A에는 coffee shop, B에는 장난감 가게, C에는 핸드폰 가게, D에는 문방구가 입점해 있다. 모든 구획이 칸막이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A 구획에는 coffee 뿐만 아니라 빵도 같이 팔기 때문에 이들 냄새로 가득 차 있다. 칸막이를 순식간에 제거한 경우 문방구에 있는 사람이 1분 후에는 coffee 냄새를, 2분 후에는 빵 냄새를 맡았다. 다음의 가정을 이용하여 문제에 답하시오.


가정 1. Coffee 냄새와 빵 냄새는 각각 다양한 기체분자들의 조합을 코가 인식함으로써 맡게 되지만 본 문제에

서는 coffee와 빵 냄새가 각각 다른 한 종류의 분자에 의해서만 인식된다.

가정 2. Coffee 냄새와 빵 냄새를 일으키는 분자가 각각 N 개씩 있다.

가정 3. 두 종류의 냄새에 대하여 사람의 코의 감도는 같다.

A

B

C

D

그림 1


문제 2-1. Coffee 냄새와 빵 냄새를 유발하는 분자가 이상기체처럼 움직인다고 할 때, 두 냄새 분자의 분자량의 비를 수식을 사용하여 구하시오. (10점)

문제 2-2. 실제로 냄새 분자의 분자량을 측정한 결과 그 비가 2-1 문제에서 계산된 값과 차이가 났다. 이러한 차이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기체분자운동론의 가정들이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기체는 제시문의 기체분자운동론의 가정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두 가지만 설명하시오. (20점)



[문제 3]

문제 2에서 칸막이를 제거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A, B, C, D 구획 전부에 coffee 냄새와 빵 냄새가 가득 차게 되고 A 구획에만 coffee와 빵 냄새가 국한되는 경우는 실제적으로 일어나기가 불가능하다.

문제 3-1. Coffee와 빵 냄새가 A 구획에 국한되기 어려운 이유를 제시문에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하시오. (15점)


문제 3-2. 냄새를 일으키는 한 개의 분자가 A 구획에만 국한될 확률은 1/4 이다. 이를 참조하여 coffee와 빵 냄새가 A 구획에만 국한될 수 있는 확률을 수식으로 표현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시오. (15점)


<유의 사항>

1. 글의 제목이나 자신의 인적사항에 관련된 표현을 일체 쓰지 말 것.

2. 연습지는 문제 이면의 여백을 활용할 것.

3. 연필은 사용하지 말고, 흑색이나 청색 필기구를 사용할 것.

4. 답안은 1장(양면) 이내로 작성할 것.


해 설


출제 의도

21세기 현대 과학은 어느 한 분야의 집중된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지식을 아울러서 자연 현상의 새로운 해석 및 이를 응용한 신기술의 창출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여 본 논술고사에서는 생명 과학, 물리, 화학, 수학 등 여러 분야의 공통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였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도록 하여 과학이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학문임을 인식하도록 하였다. 현대 과학 분야에 있어서 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다양한 논문과 간행물, 발표자료 중에서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필요한 지식을 찾아서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논술고사에서는 충분한 정보를 제시문에서 보여주고 제시문 중에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부분을 선택하는 능력을 알아 보는 데도 많은 주안점을 두었다.


출제 방향 및 지침

- 생명과학, 물리, 화학, 수학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주제들을 선택하였다.

- 일상 생활과 친근한 주제에서 출발하여 과학의 기본 개념 이해를 평가하였다.

- 복잡한 수식의 사용은 가능한 지양하고 개념 이해 위주로 간단한 수식만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제시문을 전부 영어로 작성하여 현대 과학에 필수적인 영어 이해 능력을 측정하였다. 단, 너무 전문적인 용어나 일상 생활에 잘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는 어휘 모음에서 그 단어의 뜻을 알도록 하였다.

- 제시문 중에는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부분도 보여 줌으로써 학생들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내용을 선택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였다.

채점 지침

- 제시문에 나타난 연어의 회귀 능력에 관한 메카니즘 및 후각의 단계적 과정의 이해를 평가한다.

- 제시문에서 주어진 열역학 법칙을 문제에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 문제에서 주어진 단서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 영어로 된 제시문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 다양한 내용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알아본다.

- 제시문에서 얻게 되는 지식을 바탕으로 한 논리 전개 능력을 평가한다.

- 수식의 전개 및 이의 과학적 해석 능력을 평가한다.


<참고문헌>

1. 고등학교 과학, 물리I, II, 화학I, II, 생물I, II, 수학

2. Biology-concepts and connections, Campbell et el.

3. University Physics, Young and Freedman

4. General Chemistry, Chang

5. 웹스터 영한대사전


영어 번역문


제시문 I

알래스카의 차가운 개울에서 갈색곰과 회귀하는 연어의 운명적 만남. 무엇이 이 특별한 시기에 두 동물을 만나게 하였는가? 곰은 예리한 후각 덕분에 개울을 찾는데 도움을 받는다. 연어는 그들의 고향 강 하구로 이동할 때까지는 태양의 고도를 참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어는 일단 강 하구에 다다른 다음에는, 연어의 후각이 탐색의 임무를 떠맡는다. 각각의 개울로부터 강으로 흐르는 물은 그 지역의 식물들과 토양들로부터 만들어진 화학 물질의 혼합체인 독특한 냄새를 운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이 태어난 개울의 냄새는 바다로 이동하기 전 어린 연어의 기억에 새겨지고, 성숙한 연어는 태어난 강 주위에 도달한 후 뇌에 기억된 냄새와 일치하는 냄새를 찾을 때까지 해안을 따라 이동한다. 지각 수용체에 의해 수집된 그리고 뇌에 의해 분석 처리된 지각정보가 연어와 갈색곰들을 특정한 개울가로 인도하는 것이다.

지각수용체세포는 단순히 한 종류의 분자가 아니고 화학적으로 연계된 분자들의 집합체에 반응한다. 예를 들어, 코 안에서 각 종류의 수용체 세포는 약 50여 개의 냄새 종류 중 하나를 감지하며, 특정한 냄새는 수용체 세포내에서 자극의 특정 수준을 활성화시킨다.

냄새를 맡을 때, 분자들이 코 안으로 들어간 후 점액에 용해되고, 섬모세포의 수용체 분자에 달라붙는다. 냄새를 내는 물질들과 이에 달라붙는 새로운 단백질들이 후각점액에서 최근에 발견되었는데 이를 OBPs라고 부른다. 냄새를 내는 물질들은 점액의 수용액/지질 환경에 용해되며 OBPs에 붙는다. 이러한 단백질들은 냄새를 내는 물질들이 점액층을 지나 수용체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주며 또한 공기층에 비해 점액층내 냄새 내는 물질의 농도를 증가시킨다. OBPs는 󰡒이미 사용된󰡓 냄새 내는 물질이 분해 되도록 끌고 가는 󰡒terminator"로서의 다른 역할도 갖고 있어, 다른 냄새분자가 수용체에 반응하도록 해주고 있다. OBPs는 또한 수용체를 보호해주는 보호자로서 역할을 함으로써 과량의 냄새 내는 물질이 수용체에 도달하는 것을 방지해 주고 있다. OBP와 냄새 내는 물질의 복합체가 수용체에 달라붙음으로써 수용체 potential을 발생시키며, 이것은 뇌로 전달되는 활동 potential 비율을 변화시킨다. 최종적으로 뇌내 신호들의 통합을 통해 냄새를 인식하는 것이다.


제시문 II

이상 기체의 분자 운동론은 다음의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I. 기체 분자 간에는 인력이나 반발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II. 기체 분자는 질량만 있고, 자체의 부피는 무시할 정도로 작아서 수학적 󰡒점󰡓으로 생각될 수 있다.

III. 기체 분자는 끊임없이 무질서한 운동을 하며 서로 자주 충돌한다. 충돌의 결과로 에너지가 한 분자에서 다른 분자로 이동될 수는 있으나, 모든 분자의 전체 에너지는 변하지 않는다.

IV. 기체 분자의 평균운동에너지는 절대온도에 비례한다 [운동에너지=(3/2)kT (k는 볼츠만 상수, T는 절대온도].


제시문 III

열역학은 열과 일의 관계를 설명하는 열이론의 한 분야이며, 이에 대한 기본적 원리를 󰡒열역학 법칙󰡓이라고 한다.

열역학 제 1 법칙 (에너지보존 법칙)

열은 에너지의 한 형태이다. 에너지(일을 할 수 있는 능력)는 다양한 외적 형태로 전환될 수 있으며 새로 생기거나 소멸될 수는 없다. 󰡒Perpetuum mobile"이라고 하는 무(無)에서부터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내는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열역학 제 2 법칙

엔트로피는 화학적 혼합과정에 있어서의 무질서의 정도에 대한 척도이며 엔트로피의 증가는 어떤 물리적, 화학적 사건들이 초기부터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이 엔트로피의 증가, 즉, 열역학 제 2 법칙이 󰡒시간 화살󰡓로 불릴 수 있는 이유이다. 에너지는 모든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사건에서 연속적으로 퍼져나가고 이러한 현상의 경험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이에 따라 영화나 비디오를 되감으면서 볼 때 사람이 물에서부터 10 m 높이의 다이빙대로 튀어 올라가는 모습은 비자발적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열역학 제 3 법칙

1906년 물리학자인 Walter Hermann Nernst(1864-1941)는 󰡒Nernst의 열원리󰡓라고 하는 열역학 제 3 법칙을 만들었다. 이 원리는 절대온도가 영도(-273°C)가 되면 엔트로피도 영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절대온도는 영도가 될 수 없음을 뜻한다. Nernst는 물리화학의 기초를 확립한 학자 중 한 명으로서 이 업적으로 192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정시


<유의사항>

1. 각 문제별로 답안을 구분하여 순서대로 작성할 것(문제당 배점은 동일함).

2. 자신의 인적사항에 관련된 표현을 일절 쓰지 말 것.

3. 연필을 사용하지 말고 흑색이나 청색 필기구를 사용할 것.

※ 위의 유의사항을 어길 경우 감점됨.


1. [제시문 1]은 한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제시문 1]

As Horkheimer and Adorno stressed, the essential characteristic of the culture industry is repetition. Adorno illustrates this by contrasting 'popular' and 'serious' music. As early as his 1936 essay 'On Jazz', Adorno had argued that an essential characteristic of popular music was its standardization. 'On Popular Music', written in 1941, repeats this point. "The whole structure of popular music is standardized, even where the attempt is made to circumvent standardization. Standardization extends from the most general features to the most specific ones." Standardization implies the interchangeability, the substitutability of parts.

By contrast, 'serious music' is a 'concrete totality' for Adorno, whereby "every detail derives its musical sense from the concrete totality of the piece." This is a dialectical relationship, whereby the totality is constituted of the organic interrelation of the particulars. In the case of serious music, interchangeability is not possible; if a detail is omitted, "all is lost."

Other illustrations could be given, such as the soap operas with their substitutable episodes, horror films with their formulas, etc. This repetition is due to the reflection in the sphere of cultural production of the standardized and repetitive processes of monopoly capitalist industry. Under late capitalism, what happens at work in the factory or in the office can only be escaped by approximating it in one's leisure time. This sets the terms for cultural products: "no independent thinking must be expected from the audiences" instead, "the product prescribes every reaction." The standardization of the cultural product leads to the standardization of the audience. "Man as a member of a species has been made a reality by the culture industry. Now any person signifies only those attributes by which he can replace everybody else; he is interchangeable." Standardization, says Adorno, "divests the listener of his spontaneity and promotes conditioned reflexes." To this point, the argument suggests that both popular culture and its audience suffer a radical loss of significance under late capitalism.


circumvent: 회피하다; substitutability: 대체가능성; dialectical: 변증법적;

soap operas: 연속 멜로드라마; monopoly: 독점; divest: 박탈하다; spontaneity: 자발성


2. [제시문 2]는 다른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제시문 2]

Hall and Whannel argue that popular music, and its associated commodities (such as magazines, concerts, posters and films), are selected in order to explore and establish a sense of identity. Commercial popular music therefore provides the teenager with resources ('guiding fictions') that are valuable in dealing with the difficulties of emotional and sexual transition. The teenager does not therefore simply buy what the record industry provides. Indeed, only 10 per cent of all records released actually make a profit for the industry (suggesting large-scale rejection of what is offered).

This approach was developed within the study of subcultures. The emphasis here rests upon the use of popular music in a subordinate or minority group's resistance to the values and attitudes of a 'parent' culture. A specific form of popular music will be chosen as one of the elements that reflects a set of central values with which the subcultural group identifies. The choice is not then made arbitrarily or casually. The music is meaningful. Willis's analysis of the culture of bikers illustrates this. Classic 1950s rock music is significant, for as a historically unified corpus of music, it is readily opposed to the temporary popular music, and thus the biker is separated from the consumer of pop music. Classic rock'n'roll (for example by Elvis Presley and Buddy Holly) is expressive of masculine values. Finally, the driving rhythms are expressive of a life of movement (and thus the music provides an imaginary soundtrack to bike-riding itself).


subculture: 하위문화; bikers: 오토바이족; masculine: 남성적


3. 아래 표는 어떤 국가에서 지난 일 년 동안 고전음악과 대중음악 연주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특성을

비교한 자료이다. 위의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 자료를 해석하시오.

(표에 나타난 특성 중 논의 전개에 적합한 일부만을 사용해도 무방함)

특성

고전음악 연주회 참석률(%)

대중음악 연주회 참석률(%)

전체인구 중 비율(%)

연령

15-24

25-34

35-44

45-54

55-64

65 이상

15

12

19

25

14

15

25

21

22

17

9

5

18

18

20

17

12

14

합계

100

100

100

교육수준

중등교육 미만

중등교육

고등교육 이상

12

24

64

18

27

55

25

26

49

합계

100

100

100

거주지역

도시

도시 근교

농촌

82

5

13

73

7

20

71

7

22

합계

100

100

100

성별

44

56

49

51

49

51

합계

100

100

100



4. 아래 [제시문 3]은 근래에 음악계에서 일고 있는 현상을 보고한 글이다. 이 현상이 문화발전에 대해 시사하는 바를 위의 표 해석을 바탕으로 논술하시오.

[제시문 3]

클래식과 대중음악은 그 동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20세기의 후반부에 들면서 이러한 장벽은 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단초가 '크로스오버(Crossover) 음악' 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크로스오버 음악의 위상을 제대로 세운 사람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클로드 볼링을 빠뜨릴 수 없다. 그는 클래식에서 출발하여 재즈를 거쳐, 영화음악과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나아갔다. 1976년에 장 피에르 랑팔과의 공동 작업으로 발표한 음반 '플루트와 재즈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무려 530주 동안이나 머무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 행복한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은 많은 후예들을 탄생시켰는데, 바이올린의 피커스 주커만, 첼로의 요요 마, 클래식기타의 알렉산드르 라고야, 트럼펫의 모리스 앙드레, 피아노의 엠마누엘 엑스 등 현역 명연주자들이 각각 자신의 악기와 볼링의 재즈피아노를 결합한 음반을 취입했다. 볼링의 음반 작업이 크로스오버 운동에 끼친 공로는 이전까지의 크로스오버 음악이 기존의 팝이나 클래식 곡에 대한 편곡 위주로 진행되어 왔는데 비해, 크로스오버를 위한 고유의 곡을 작곡했고, 이를 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들로 참여하게 만들어 크로스오버 음악의 질적 평가와 권위를 높여 주었다는 점에 있다.

볼링의 성공 이후에 나타난 또 하나의 분수령은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였다. 1982년 그가 존 덴버와 함께 <퍼햅스 러브> 음반을 발매할 당시만 해도 미국의 음악계가 시끌벅적할 정도였다. 마치 이후 우리나라에서 테너 박인수와 대중가수 이동원이 정지용의 시를 바탕으로 한 노래 <향수>를 불러 레코드로 발매할 때의 시끄러움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도밍고의 시도는 성공을 거두었다. 굳이 따지자면 크로스오버 음악이 하나의 움직임으로 정착된 것은 이즈음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기부터 수많은 크로스오버 음반들이 줄을 이었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강조한 것처럼, 문화 산업의 본질적 특성은 반복이다. 아도르노는 대중음악과 고전음악의 대비에 의해 이것을 설명한다. 「재즈에 관하여」라는 1936년의 그의 수필집만큼 일찍 아도르노는 대중음악의 본질적인 특성은 그것의 획일화라고 주장했다. 1941년에 쓰여진 「대중음악에 관하여」는 이러한 관점을 반복한다. “대중음악의 전체 구조는 표준화되어 있다. 대중음악은 표준화 하는 것을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시도마저도 전체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다. 표준화는 가장 일반적인 특징에서부터 가장 독특한 하나에까지 뻗어있다.” 표준화는 부분들의 교환가능성과 치환가능성을 내포한다.

대조적으로 아도르노에게 고전음악은 구체적인 전체성이다. 그것에 의하여 그것에 따라 모든 세부항목들은 부분들의 구체적인 전체성에서 그것의 음악적 지각을 이끌어 낸다. 이것은 변증법적인 관계이다. 전체성은 특정 부분들의 유기체적 상호관계로 구성되어져 있다. 고전 음악의 경우 교환 가능이 불가능하다. 만약 하나의 세부항목을 빠뜨린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수시 2


1

계열 공통

Now imagine a society in which everyone believes that what the authorities say is always true. If those in power say that black people are inferior to white people, for example, the citizens sincerely believe that it is true. They misunderstand “truth,” and the nature of their misunderstanding undermines the very point of having the concept of “truth.” Social criticism often involves expressing disagreement with those in power. But a member of such society doesn't believe that the authorities can be mistaken. So criticism-disagreement with those in power-is practically impossible.


문항 1. 이 글에서 설명하는 사회에서 사회비판이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문항 2. “권력”과 “진실”의 관계가 이 글에서와 같다면, 그러한 사회가 가지는 강점과 약점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보시오.


2

인문 계열

개인의 정체성은 다음의 세 가지 주요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세 가지 구성요소란 ‘부여된 지위’(사회에 의해 주어진 지위), ‘주관적 지위’(자신이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위), 그리고 ‘소망적 지위’(자신이 수행하기를 원하는 지위)이다. 건강한 정체성은 이 세 가지의 요소들이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정신지체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기 이미지와 사회가 그 개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이미지 사이에서 심각한 괴리를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정신지체인들이 위약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한다. 사람들은 정신지체인들이 그들에게 ‘부여된 지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스스로 ‘주관적 지위’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여기며 ‘소망적 지위’를 가지도록 주위로부터 적절한 격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정신지체 : 지적 능력과 사회적 능력 모두에서 심각하게 평균 이하의 제한성을 보이는 상태


문항 1. 위의 글에서, 건강한 정체성은 세 가지 구성요소가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한다. 세 가지 구성요소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말해보시오.


문항 2. 정체성의 세 가지 구성요소들이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있는 한 가지 사례(개인 혹은 집단)를 들고, 그 불균형 상태의 극복방안을 제시하시오. 단, 위의 글에서 언급한 정신지체인의 사례를 제외하시오.


3

자연 계열

한글 기본 글자의 모양은 발음할 때의 혀나 입의 구조를 나타낸다. 그리고 각 글자는 하나의 발음과 일치한다. 그러나 영어의 경우 ‘a’는 ‘에이, 아, 애, 어, 에’ 등으로 읽혀진다. 28자의 자음과 모음으로 음절을 표현하는 원리에 따른 한글은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하기에도 아주 편리하다. 그러나 중국어나 일어는 컴퓨터에 입력하려면 발음에 해당하는 영어 알파벳을 우선 입력하여 제시되는 동음의 중국어나 일어 후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다. 또한 한글은 영어와 다르게 자음과 모음이 모여 음절단위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세종대왕’을 입력할 때 자음과 모음을 합쳐 11개의 키 입력을 하지만 실제로는 4개의 음절로 코드를 만들어 저장(완성형 코드 방식)하기 때문에 저장 공간의 절약뿐만 아니라 음절 단위로 구성되는 의미소를 분리해야만 하는 언어 번역이나 검색 시스템 개발에 아주 효과적이다.

“문자의 역사를 통틀어 한글과 같은 것은 없다”는 학자 래리 레디어드의 극찬과,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의 하나”라는 제프리 샘슨의 찬사는 한글이 언어학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매우 우수할 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정보처리를 하는 21세기에 더욱 그 가치가 돋보이는 문자임을 증명한다.


▸문항 1. 앞으로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음성을 인식하고, 또 저장된 문장을 읽어주는 음성합성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음성인식/합성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한글이 영어보다 우수한 이유를 설명하시오.


▸문항 2. 영어와 달리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입력이 되지만, 컴퓨터 내부에서는 음절로 변환되어 저장되고 처리된다. 이와 같은 음절 단위의 처리방법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설명하시오.



정시

<유의 사항>

1.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500자 내외(1400~1600자)로 서술할 것.

2. 시험 시간은 150분임.

3.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4. 수험번호, 성명 등 자신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을 답안지에 드러내지 말 것.

5. 반드시 흑색 연필이나 흑색 볼펜으로 작성할 것


【문제】(가), (나), (다)는 환상, 신화, 축제와 같은 비일상적인 것들의 의미를 기술하고 있다. 제시문 (라)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정하여 현대 사회 안에서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을 논하시오.


(가)

환상문학은 문화적 질서가 의존하고 있는 토대를 제시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질서, 불법적인 것, 법과 지배적 가치체계 바깥에 놓여있는 것들을 짧은 순간 열어 보이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것은 문화의 말해지지 않은 부분, 보이지 않는 것, 즉 지금까지 침묵을 강요당하고 가려져 왔으며 은폐되고 부재하는 것으로 취급되어온 것들을 추적한다. 다시 말해 환상문학은 꺾이지 않는 욕망, 즉 이미 존재하거나 실제로 보일 수 있도록 허용된 것들과는 대립되는, 아직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존재하도록 허용된 적이 없는 것, 들어보지 못한 것, 보이지 않는 것, 상상적인 것에 관한 열망에 대해 말한다. 나아가 환상문학은 거부나 전복을 통해 급진적인 문화적 변형의 가능성을 확립하려 한다.


(나)

신화가 없다면 모든 문화는 건강하고 창조적인 자연적 능력을 잃게 된다. 신화로 둘러싸인 지평선 속에서 비로소 문화의 움직임 전체는 하나로 통일, 완결되는 것이다. 상상력과 아폴로적 꿈의 모든 힘들은 신화를 통해서야 비로소 정처없는 방랑에서 구제된다. 신화의 형상들은 보이지 않게 어디에나 존재하는 마적(魔的)인 파수꾼이어야 한다. 이 파수꾼의 비호를 받으며 젊은 영혼은 자라나게 되고, 어른은 자기 삶과 투쟁을 그 표식에 비추어 해석한다. 국가에 있어서도 신화적 토대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 불문율은 없다. 왜냐하면 신화적 토대는 국가를 신화적 표상으로부터 자라나게 하고, 국가와 종교와의 관계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이제 신화에 의한 이끌림이 없는 추상적 인간, 추상적 교육, 추상적 풍습, 추상적 법률, 추상적 국가를 상상해 보라. 그 어떤 고유한 신화에 의해서도 제어되지 않는 무절제한 예술적 상상력의 방황을 눈앞에 그려보라. 확고하고 신성한 근원을 갖지 못하여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고갈시키고, 그리하여 다른 문화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어떤 문화를 상상해 보라. 이것이 오늘날의 모습으로서, 신화를 말살하려 했던 저 소크라테스주의가 초래한 결과이다. 이제 신화를 상실한 인간은 영원히 굶주리며 모든 지나간 것들 사이에 서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땅을 파헤치고 있다.


(다)

중세의 엄숙성은 한편으로는 두려움, 허약함, 비하, 굴종, 거짓, 위선의 요소들로,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 위협, 협박, 금지로 채워져 있었다. 이 엄숙성은 탄압과 강제와 금지를 통해서 권력을 대변했다. 그러한 까닭에 중세의 엄숙성은 민중의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엄숙성은 공식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었으며, 공식적인 모든 것처럼 거역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억압적이었고,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으며, 제약적이었고, 왜곡했으며, 위선의 마스크를 썼다. 엄숙성은 금식(禁食)의 순간에도 탐욕스러웠다. 그러나 축제의 광장과 주연(酒宴)의 식탁에서 그 가면이 벗겨지면 웃음, 바보스러움, 무례함, 욕설, 패러디, 풍자를 통해서 다른 진실이 드러났다. 모든 두려움과 거짓은 세속적이고 육체적인 축제의 원리 앞에서 스러졌다.

(라)

소설에는 세 가지 의혹된 바가 있다. 헛것을 내세우고 빈 것을 천착하며, 귀신을 논하고 꿈을 말하였으니 지은 사람이 첫 번째 의혹이요, 허황된 것을 감싸고 비루한 것을 고취시켰으니 논평한 사람이 두 번째 의혹이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경전(經典)을 등한시했으니 탐독하는 사람이 세 번째 의혹이다. 소설을 지은 것도 옳지 못한 일인데 무슨 심정으로 평론까지 붙여 놓았단 말인가? 평론한 것도 옳지 못한 것인데 『삼국지』 또는 『수호전』을 속집(續集)까지 만든 자가 있었으니, 그 비루함을 더욱 논할 나위가 없다. 슬프다! 더욱 심한 자는 음란한 더러운 일을 늘어놓고 괴벽한 설을 부연하여 보는 사람의 눈을 기쁘게 하기에 힘쓰면서 부끄러워할 줄을 모른다. 내가 일찍이 보건대, 소설들 서목(書目) 중에 연의(演義)를 개척한 것도 있는데, 비록 펼쳐 보지는 않았지만 그 명목만 보아도 너무 괴상하다.



정시

<유의 사항>

1.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하도록 한다.

2. 답안 작성은 어문 규정과 원고지 사용 규칙을 따르되, 분량은 1,100~1,200 자로 한다.

3. 필기구는 반드시 흑색 또는 청색 펜만을 사용하여야 한다. (연필을 사용하여 작성한 답안, 흑․청색 이외의 색 필기구로 작성한 답안은 모두 0점으로 처리한다. 수정시에 적색 펜이나 수정액 등을 사용한 경우에도 0점으로 처리한다.)

4. 문제와 관계없는 불필요한 내용이나 자신의 성명 또는 신분이 드러나는 내용이 있는 답안, 낙서 또는 표식이 있는 답안은 모두 0점으로 처리한다.


문 제

지문 <가>에 제시된 ‘선거’의 양상을 살펴보고, 지문 <나>에 제시된 ‘추첨’이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

그 다음의 순서는 희미한데 한 사람, 애국애족을 되풀이해서 들먹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 뒤에 등단한 사람이 그것을 꼬집었다.

“이제 막 말한 사람, 틀림없이 애국자입니다. 개장국 잘 먹거든요. 또 애족자인 것도 틀림없습니다. 돼지 족발 잘 잡숫거든요.”

애국애족한다는 사람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단상에 뛰어올라 꼬집은 자의 멱살을 잡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뒤에 알고 보니 사돈끼리라고 했다.

그 다음 차례의 어떤 사람은 자기가 국회의원이 되기만 하면 공출을 없애고 뭣을 없애고 하며 한창 신이 나게 없애 가는 통에 세금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미친놈 다 보겠다.”

고 내 곁에 있던 영감이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저편에서,

“이왕 없앨 바엔 국회도 없애 버려라.”

고 고함이 터졌다. (중략)

“내 기호는 10, 보시오, 위에 막대기 다섯 개 밑에도 다섯 개, 노름꾼 문자로 5땡이라는 겁니다. 열다섯 사람이 나왔는데 짓고땡이 끗수로선 내가 최고 아닙니꺼. 노름으로 치면 이긴 거나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여러분이 표를 찍어 주건 안 찍어 주건 나는 국회에 갈랍니다. 내 기술이 목공이요. 책상 하나 걸상 하나 만들어 가지고 국회에 턱 갖다 놓고 앉아 버틸 참이오. 국회의원 노릇을 한다 이 말씀입니다. 내 아들이 작년 사범학교에 시험을 봤는데 뚝 떨어졌거든요. 그래 책상과 걸상을 만들어 아이놈에게 짊어 지우고 학교로 가서 교실 한구석에 턱 갖다 놓고 아들놈 보고 앉으라고 하고 나는 옆에 서 있었습니다. 선생님 보곤 동냥글 좀 배웁시다 했지요. 그랬더니 1주일 만에 보결로 입학시켜 줍디다. 시험에 떨어진 학생을 배짱으로 입학을 시키는디 백성을 돌보는 국회가 괄세를 하겠습니까. 허나 선거에 떨어진 놈이 국회에 가서 옥신각신한다면 우리 고을의 창피가 아닙니꺼. 그러니 그런 창피가 없도록 미리 내게 표를 많이 던져 주십시오. 기호는 10, 5땡이올시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하며 곁에 있는 노인이 우리더러 들으라고 씨부렸다.

“저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당선되면 나라 일이 말이 아니고 아버지가 낙선되면 우리 집 일이 말이 아니라면서 돌아댕긴다오.”

말이 내킨 참인지 그 노인은 또 이런 얘기도 들려 주었다. 윤또상이란 입후보자의 아들은 운동원을 트럭에 가득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윤또상 군을 국회에 보냅시다.”

하고 선창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감의 주석이 또 걸작이었다.

“국회의원도 좋지만 아들놈이 제 애비를 윤또상 군이라고 해? 후레자식 같으니…….”

정견 발표회가 끝나자 나와 이광열은 그 노인을 막걸릿집으로 청했다. 거기서 별의별 우스꽝스러운 얘기를 들었다. 돈의 힘, 술의 힘, 온갖 수단이 쓰여진다는 얘기는 우울했지만 처음으로 겪는 선거라 그런 정도로 되어 가는 것도 반가운 일이라고 우리들은 웃었다.

“저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국회의 꼴이 뻔하기도 하지만.”

하면서도 이광열은,

“그러나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하고 덧붙이길 잊지 않았다. - 이병주, 「관부연락선」에서


<나>

근대국가의 크기는 추첨제도의 폐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규모가 크고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에서도 커다란 정치 단위로부터 적은 수의 개인을 선발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추첨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체제의 크기와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필요한 숫자만큼의 개인을 선발하는 것은 가능하다. 선발의 한 방법인 추첨은 실행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배심원을 구성할 때 정기적으로 추첨을 사용하는 사법제도가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추첨이 아닌 선거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 것은 아니다.

사실상 오늘날에는 추첨의 정치적 사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추첨은 근대 사회의 정치 문화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오늘날 우리는 추첨을 괴상한 관습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우리는 추첨이 고대 아테네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비록 놀랍다는 말투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가끔 언급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테네 사람들이 이러한 절차를 채택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난해한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의 중심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 현대 문화의 보편적 관점을 뒤집어 보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마도 이렇게 질문해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왜 우리는 추첨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일까?” (중략)

아테네 민주정은 민회(ekklesia)가 수행하지 않는 대부분의 기능을 추첨을 통해 선출된 시민들에게 위탁했다. 이 원칙은 주로 집정관(archai)들에게 적용되었다. 아테네 행정부를 구성했던 700명 가량의 행정직 중에서 600명 정도가 추첨을 통해 충원되었다. 아테네에서 제비뽑기(kleros) 방식을 통해 선임된 행정직은 대부분 협의체였으며, 임기는 1년이었다. 일생 동안 다른 행정직에 임명될 수는 있었지만, 동일한 직책을 한 번 이상 가질 수는 없었다. 복무시간표(이전의 직책에 대한 정산과 감사를 모두 마치기 전에 새로운 직책에 취임할 수 없다는 규정)의 존재는 실질적으로 한 사람이 어떤 행정직을 2년 연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30세 이상의 시민들(기원전 4세기에 약 2만 명 정도) 중에서 아티미아(atimia; 시민권의 박탈)라는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은 누구든지 행정직에 취임할 수 있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 정치체제는 시민들이 미숙하다거나 무능력하다고 판단한 행정관의 선출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행정관은 언제나 민회와 시민법정의 감시를 받았다. 임기가 끝나면 결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으며, 임기 중에도 시민들이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었고 직무 정지를 요구할 수 있었다. 행정관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은 최고회의(ekklesiai kyriai)의 필수 안건이었다. 시민이면 누구나 행정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제안할 수 있었다. 만약 행정관이 투표에서 지면 즉각적으로 업무가 정지되고 사건은 법정에 회부되어 무죄(그 이후에는 다시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다) 혹은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은 상식이었기에, 모든 시민들은 행정관이 되면 직무 결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탄핵될 가능성이 늘 있다는 것, 소송에서 지면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점은, 행정관으로 선출되기를 원하는 사람의 이름만이 추첨기계(kleroteria)에 넣어졌다는 사실이다. 30세 이상의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추첨이 행해진 것이 아니라, 후보로 지원한 사람에 한해서만 추첨이 이루어졌다.

-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선거는 민주적인가』에서


출제 의도 및 문제 해설

우리는 여러 가지 사회적 관습이나 제도에 별다른 심사숙고 없이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선거’만 하더라도 그것이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기곤 한다. 이번 문제에서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대하여 도전적인 문제 제기를 한 지문을 제시하여 수험생들로 하여금 통념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 제도 및 현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보고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도록 하였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 및 유효한 문제해결 능력을 점검하는 데 출제의 주안점을 두었다.

문제는 지문 <가>에 묘사된 선거의 양상을 고려하여 지문 <나>에 제시된 ‘추첨’의 대안적 가능성 여부를 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두 지문 가운데 <나>에 초점이 놓이는 셈이다. <나>의 내용은 고대 아테네에서 시행됐던 추첨 제도의 요목을 집약적으로 정리한 것으로서 면밀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뒷부분에 나와 있는 ‘미숙하거나 무능력한 행정관의 선출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에 관한 사항은 ‘추첨’을 엉뚱하거나 초보적인 제도로 논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추첨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견해를 제시하고자 할 때 치밀한 반박 논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지문 첫머리에는 오늘날 배심원 선출에 있어 추첨을 적용하는 사례가 제시되어 있어 그것이 현대에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추첨을 한낱 지난날의 제도일 뿐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게 하는 한편, 오늘날 추첨을 적용한다면 어느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또는 없을까)를 고민하도록 하는 조건이 된다. 추첨의 대안적 가능성을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논리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지문 <가>는 지문 <나>에 대한 보조 자료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별로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지문 속에도 몇 가지 신중히 고려할 사항들이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 선거의 혼탁상과 난맥상이 묘사되어 있지만, 글 뒷부분에 ‘처음으로 겪는 선거’라는 사실과 함께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되어 있어 선거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수험생들은 선거의 난맥상이 여전하며 본질적이라고 하는 쪽으로도, 또한 그것이 부수적인 것이며 개선될 수 있다고 하는 쪽으로도 논지를 전개할 수가 있다. 이때 어떠한 문제가 어떻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거나 또는 어떻게 개선 가능하다거나 하는 데 대한 판단을 할 것이 요청된다. 지문의 내용 가운데 선거에 있어서의 ‘돈의 힘’[금권]이나 ‘공약(空約)’, ‘비방 및 인신공격’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될 터인바, 이러한 요소를 잘 짚어내 논리정연하게 주장을 풀어나가면 좋은 답안이 될 것이다.

이번 문제의 답안을 평가함에 있어 수험생이 추첨 제도의 대안적 가능성을 긍정하는가 부정하는가의 여부는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두 가지 방향의 논지 전개가 모두 가능하다. 관건은 적절하고 충실한 근거에 입각하여 주장을 합리적으로 논증하는 데 있다. 이와 함께 상대편 논지에 대한 적절한 반박 근거를 갖추는 것 역시 필요한 사항이 된다. 답안 가운데는 선거와 추첨을 상호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선거와 추첨을 함께 비판하면서 또 다른 방안을 내거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러한 답안에 대해서도 그 선택 자체를 문제삼기보다 근거를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살펴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쉽게 생각 못할 독창적인 주장을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지문과 상관 없이 일반론 차원에서 상투적 주장을 전개하는 글, 주어진 지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맴돌고 있는 글, 막연하고 어설프게 문제의 절충을 꾀하는 글 등은 낮은 평가의 대상이 된다.



❏ 예시 답안 1

오늘날 민주주의라고 하면 누구나 선거를 생각하고 민주주의와 선거를 동일시한다. 그러나 선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거나 선거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선거가 과연 민주적인 것이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는 제도인지 의심하게 된다.

선거란 국민이 자신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해서 각자 1표를 행사하여 대표자를 선출하여 나라의 일을 처리하도록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지문 <가>에 보이는 것처럼 선거에는 금력, 권력이 가지는 엄청난 영향력을 비롯하여 지연, 혈연, 학연 등의 요소와 선동, 대중적 인기, 호기심, 무관심과 냉소 등의 상황적․비합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의 고비용과 인력 동원, 공약(空約) 남발은 과연 그것이 훌륭한 대표자를 뽑는 적절한 절차인가 회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번거롭고 복잡한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대표자나 어떤 조직 또는 기관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에는 선거와 추천, 임명, 시험 선발, 추첨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들 가운데 부작용이 가장 적고 민주적인 방식은 어떤 것일까? 물론 그것은 대표자가 맡은 역할이나 기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그에 맞는 지식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표자가 가지고 있는 기능에는 전문성보다는 건전한 상식과 합리성이 더 필요한 면이 있다. 사법절차의 진행에 있어 법관이 아닌 일반 시민이 배심원이 되어 유무죄의 결정을 훌륭히 내리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가 된다.

이렇게 본다면 지문 <나>에 제시된 추첨 방식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떻게 요행에 기대어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겠는가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필요악적 요소로 인한 사회 전체의 자원 낭비를 고려한다면 추첨의 방식이 더 간명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 능력과 성품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지만 자격 요건에 대한 적절한 심사(납세의무 이행, 범죄전력 여부, 병역의무의 이행 등)를 거침으로써, 또한 그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직무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수행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이 제도를 통해 소명의식을 지닌 건전한 시민의 폭넓은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 정신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측면이 커 보인다. 추첨 제도의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연구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예시 답안 2

국가권력은 크게 입법부․사법부․행정부로 구분되며, 이를 조직하고 구성하는 원리는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에 이르기까지, 하부구조에서 상부구조에 이르기까지 복잡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입법부를 구성하는 의원의 선출에 있어서는 선거가, 사법부와 행정부를 구성하는 공직자 선발에 있어서는 시험제도가 활용되지만 이밖에도 여러 방법이 병행되고 있다.

글 <가>는 입법부를 구성하는 의원을 선발하는 선거와 관련하여 금권선거, 비방선거 등 선거제도의 부정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글 <나>에서는 아테네의 행정관의 선발 방법으로 사용되었던 추첨 제도를 소개하면서 오늘날에 있어서의 민주적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추첨이 대안이 될 수 있는 제도인가를 보기 위해서는 아테네의 행정관 선출방법이 과연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 가능한가의 문제를 살펴야 한다. 아테네에 있어서 추첨에 의한 대표자 선발은 아직 충분한 사회적 분화가 이루어지기 이전의 소규모 도시국가라는 배경에서 한정된 공직에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국제화․전문화․분업화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난점이 있다고 본다. 적어도 이 추첨 제도는 입법․사법․행정 각 분야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님은 분명하다. 각 분야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그에 적합한 선발 방법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아테네에서 행정관 추첨 제도가 사후 직무평가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효율적으로 운영되었다면, 오늘날 그러한 적용이 가능한 분야가 무엇일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최근 사법제도 개혁에 있어서 논의되는 배심원의 구성과 관련하여 그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문 <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금권이나 관권 선거 등의 부작용을 근거로 선거 자체의 합리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선거의 문제점은 사회가 성숙과 함께 점차 개선돼 왔으며, 앞으로 더욱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그 제도를 통해 민주적 대의정치의 원만하고 안정적인 운용이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만약 그것을 하루아침에 추첨과 같은 다른 제도로 대신한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과 부작용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앞서 언급한 배심원 구성 등 일부 영역에서의 조심스러운 적용이라면 몰라도, 그 이상의 폭넓은 적용에는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불필요한 모험을 추구하는 일이 아니라 안정의 바탕 위에서 제도의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예시 답안 3

현대 사회의 주류 정치제도인 대의 민주주의에는 한 사회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 오늘날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 선거 제도라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선거 제도를 인류가 개발한 가장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대표 선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선거의 실상을 살펴보면 그 양상이 간단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문 <가>에는 선거의 여러 부정적인 모습들이 잘 묘사돼 있는데, 이를 한때의 혼란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인신공격과 선심성 공약, 엄청난 선거 비용 등이 여전히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선거가 재력과 학맥 등을 갖춘 일부 기득권층의 권력을 재생산하고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다수 일반 시민은 대표자가 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정치현실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문 <나>에 제시된 고대 아테네의 추첨 제도는 우리에게 좋은 대안을 시사하고 있다. 그것은 일반의 우려와 달리 미숙자나 무능력자의 선출을 방지하는 안전 장치를 지니고 있는 효율적인 선발 제도였다. 공직에 나설 의사를 가진 시민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주는 한편으로, 대표자의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시민들의 상시적 견제와 평가가 가능했던, 민주주의 정신에 충실했던 대의 제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현대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은 아니다. 고대사회와는 크게 다른 현대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보완적 적용이 필요하다. 그 보완책은 여러 맥락에서 신중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보완책을 구상해 볼 수 있다. 첫째, 복잡해진 현대사회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강구한다. 직무에 맞추어 추첨 대상자의 자격 요건을 특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한 임기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직무 성격에 따른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 소수자들의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적극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떤 사회제도든 머물러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역사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는 끝없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사회적 제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선거에 고비용․비효율의 요소가 있고 비민주적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추첨 제도는 그 좋은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정시

<유의 사항>

1. 논술 답안지의 수험번호란은 반드시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표기할 것.

2. 논술 답안은 반드시 검정 펜으로 작성할 것.

3. 수정 시 수정액/수정테이프를 사용하지 말고, 검정 펜으로 두 줄을 긋고 다시 쓸 것.

4. 빈칸을 포함하여 1600자 이상 1700자 이내로 쓸 것.

5. 답안지에는 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바로 시작할 것.

6.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는 표현이나 불필요한 표시를 하지 말 것.


[가] 지문은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이다. 먼저 [나] 지문에 제시된 중심 개념을 도출․정리한 후, 이를 분석의 도구로 삼아 [가] 지문을 참조하여 [다] 지문의 ‘욘사마 현상’을 분석하시오.


[가]

대중문화는 이제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런 대중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옹호론자들은 다수 대중들이 대중문화를 통해 민주적으로 문화를 향유하고 교양을 함양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비판론자들은 대중문화가 인간의 사고와 표현의 정수이어야 할 문화와 예술을 오히려 저급한 상태로 퇴행시킨다고 역설한다.

비판론자 가운데 대중문화를 문화산업과 연관시켜 비판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대중문화를 문화산업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품으로 간주한다. 그들에 의하면 문화산업가들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기존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예술에 간섭하고 이를 자신의 의도에 맞게 변형시킨다. 문화산업가들은 연예인, 기획사, 제작사, 매스미디어, 유통업체 등을 하나로 묶어 이윤이 보장되는 대중예술을 양산하고 확대 재생산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문화산업가들은 다양한 문화적 공세를 통해 대중의 정서와 감정, 취향과 무의식마저 조작한다. 이 속에서 문화는 대량 생산된 상품처럼 다양성과 독창성을 상실하고, 대중들은 이를 향유하며 얻은 충족감을 통해 불만과 갈등을 해소하고 일상의 행복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한편 대중이 수동적으로 대중문화 상품을 소비하는 객체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대중은 문화에 대해 스스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주체이다. 대중문화 역시 제작자의 의도대로 조작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중문화는 제작자의 의도와 수용자의 의도가 만나고 섞이는 가운데 의미를 만들어가는 문화적 실천의 산물이기도 하다.


[나]

The mass media constantly forces cultural symbolic signs on society. The signs in mass culture have hidden as well as obvious meanings. These signs have secondary meanings in some cultural or social contexts. When specific signs go beyond their primary meanings and are charged with psychological, emotional or ideological meanings, cultural myths are produced. These myths are stories, ideas, and images that embody the main aspects of culture. Producers, advertisers, journalists, and even cultural consumers create myths, influencing our thoughts and values. Myths at this level come to defend the values and interests of the dominant groups in society.

Some critics of mass culture see cultural consumption as manipulation. They think cultural producers use myths to affect the thoughts and behaviors of cultural consumers. These myths are combined with cultural products. This combination creates an environment where people consume products without thinking about the purpose behind the myths. It is through this that cultural industries make large profits. When viewed this way, mass culture is nothing more than fantasies made by cultural industries. Behind these are hidden the myths that the producers of mass culture create.


[다]

뉴욕타임즈 12월 23일자 인터넷 판은 도쿄발 기사에서 32세의 배우 배용준이 달콤한 드라마 덕분에 수많은 일본 중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 인기 남성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한국과 일본에 무려 23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욘사마의 일본 폭격’이란 말이 있을 만큼 일본에서 배용준의 인기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2004년 일본의 최고 유행어로 ‘욘사마’를 선정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올해의 히트 상품 1위에 ‘욘사마’를 꼽았다.

일본의 배용준 팬들은 그를 ‘욘플루엔자’로 부른다. 욘사마와 인플루엔자의 합성어인 이 욘플루엔자에 한번 걸리면 그를 알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뜻이다. 심지어 ‘용겔계수’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말은 가계의 총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계수에서 비롯된 용어다. 가계 총지출액에서 배용준과 관련된 문화상품인 <겨울연가> DVD, OST, 서적, 액세서리, 가발 등에 쓰는 비용의 비율을 일컫는다. 그가 일본에서 껌의 모델로 등장하면, 열성팬들은 아예 그 껌을 박스 째 싹쓸이한다. 어떤 일본 여성은 배용준의 한 쪽 폐에 들어가 호흡하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배용준의 이러한 인기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나도 욘사마만큼 인기가 좋아 여성들이 나를 ‘준사마’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배용준의 수려한 외모와 온화한 미소, 그리고 세련된 매너는 일본의 중년 여성 팬들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욘사마의 어떤 모습이 좋으냐?”라는 질문에 대해 일본 팬들은 “왜 그를 이토록 사랑하게 되는지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보통 남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라고 답변했다. 배용준을 언어와 문화만 약간 다를 뿐 자신들의 현실 속에 있음직한 ‘이웃집 왕자님’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공항에 몰려든 중년 여성들 중 일부가 질서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일본 경찰과 보안 요원들에게 “키도 작고 못난 인간들! 욘사마는 달라.”라며 항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욘사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어떤 계층에 속할까? 지난 해 11월 배용준을 마중하기 위해 나리타 공항과 도쿄 시내 호텔에 모여든 수천 명의 팬 가운데 대다수는 30~60대 중년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겨울연가>의 순수한 사랑을 접하면서 옛 청춘 시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행복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고, 부부생활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많은 일본 주부들이 현실에 대한 비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옛 사랑에 대한 향수를 그에게서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닛칸스포츠의 한 기자는 “젊은 시절 마음껏 연애를 할 수 없었던 일본의 40, 50대 중년 여성들이 배용준을 보며 하나같이 연애 감정에 젖는다고 한다.”며, <겨울연가>가 한동안 일본에서 자취를 감춘 복고 정서를 다시 일깨우는 기폭제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불황에 지친 일본인들이 고도 성장기였던 1950~70년대를 그리워하는 정서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이밖에 10년 전에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대해 보여주었던 일본인 특유의 집단적 열광도 요인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정시

<유의 사항>

1. <문제 1>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500자 내외로 작성할 것.

2. <문제 2>는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900자 내외로 작성할 것.

3. 제목은 쓰지 말고 <문제 1>, <문제 2>로 표기한 후 바로 시작할 것.

4. 제시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말 것.

5. 시험 시간은 100분임.

6. 답안지에 불필요한 표시는 하지 말 것.


<문제 1> [A]의 내용을 우리말로 요약하시오. (20점)

<문제 2> [A]와 [B]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문제 해결의 대안을 제시하시오. (30점)


제시문 A

Individualism was the basis of the great nineteenth-century philosophy of utilitarianism. Morly's essay "On Compromise," a characteristic document of Victorian liberalism, called individualism and utilitarianism “the religion of human happiness and well-being.” “Rugged individualism” was the keynote of human progress.

This may be a perfectly sound and valid analysis of the ideology of a particular historical epoch. But what I want to make clear is that the increased individualization which accompanied the rise of the modern world was a normal process of advancing civilization.

A social revolution brought new social groups to positions of power. It operated as always through individuals and by offering fresh opportunities of individual development; and, since in the early stages of capitalism the units of production and distribution were largely in the hands of single individuals, the ideology of new social order strongly emphasized the role of individual initiative in the social order.

But the whole process was a social process representing a specific stage in historical development, and cannot be explained in terms of a revolt of individuals against society or of an emancipation of individuals from social restraints. Many signs suggest that even in western world, which was the focus of this development and of this ideology, this period of history has reached its end.

< E. H. Carr의 What is History? 중에서


제시문B

어떤 일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것은 자유 경쟁을 통하여 결정되고, 어떤 일이 얼마나 많은 대가를 받느냐 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관계가 지배하는 시장 경제의 원칙에 따라서 결정된다. 시장 경제에서의 물가의 형성도 결국은 자유 경쟁의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얼마나 보수를 받느냐 하는 문제는 전체가 자유 경쟁을 통해서 판가름 나는 셈이다. 그 경쟁의 과정이 공정하게만 이루어졌다면 자유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은 그가 놓이게 된 불리한 처지를 불평 없이 받아들일 의무가 있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욕구의 대립을 오로지 당사자들의 자유 경쟁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언제나 옳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인간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정하는 이상, 개인 또는 집단 사이의 갈등을 ‘약육강식’의 원칙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최저 임금 제도, 작업 환경의 개선 등을 규정하는 근로 기준법은 대부분의 국가가 도입하고 있는 약자 보호의 기본적 장치이다. 우리 한국에서도 이 기본적 장치를 도입하고 있으나, 그 실천이 미온적이어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노동 3권의 보장을 주목적으로 삼는 노동 조합법도 그 입법의 기본 정신은 약자 보호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약자를 직접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약자들 자신이 결합함으로써 강자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제도라는 점에 특색이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자유 시장 경쟁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그 한계가 있다. 왜냐 하면 근로자의 단결된 힘에 밀려서 마지못해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 해결이기보다는 또 하나의 힘의 논리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 김태길의 ‘할 일은 하고, 찾을 것은 찾고’ 중에서 >



정시


다음은 2005년 1월 11일자 어느 일간신문에 실린 기사의 일부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실시한 ‘2003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발표에 따르면, 기초학력 미달자가 초등학생은 과학 4.8%, 수학 3.7%, 국어 2.5%, 그리고 중학생은 과학 9.5%, 수학 11.5%, 국어 6%, 고교생은 과학 12.5%, 수학 10%, 국어 8.7% 등이었다.


* 2003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약 1%인 18,843명(573개 학교)을 대상으로 평가함.

위의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생보다 중 ·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하여 논하라.

<지시 사항>

1. 답안은 원고용지 사용법에 맞게 작성하되, 글 제목이나 수험자 성명은 쓰지 않는다.

2. 고사 시간은 90분이며, 답안의 분량은 1,000자를 기준으로 한다(기준에서 ±40자를 벗어난 경우에는 감점).

* 띄어쓰기와 단락(문단) 나누기로 인한 빈칸, 그리고 표현 기법상 비운 칸은 글자로 인정한다 (마지막 단락 끝의 빈칸도 글자로 인정).

* 퇴고 과정에서 한 곳에 20자 이상을 삽입한 것은 글자 수에 더하고, 한 곳에서 20자 이상을 삭제한 것은 글자 수에서 뺀다 (20자 미만은 더하거나 빼지 않음).

3. 답안과 무관한 내용을 쓰거나 표시를 하지 않는다(이를 어기면 부정행위로 간주할 수 있음).

4.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우리 대학교에서 제공한 필기구와 답안지만을 사용한다.


<참고 사항>

1. 답안지는 2단으로 되어 있으니 주의한다.

2. 연습할 때에는 연습지만 사용하되 필기구는 자유롭게 사용한다.

3. 답안지와 연습지 오른쪽 끝에 표시된 숫자는 첫 칸부터 그 곳까지의 글자 수를 나타낸다.

4. 연습지와 문제지도 답안지와 함께 제출한다.


[맛있는 논술] 우리가 믿고있는 진실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영화와 논술-진실의 실체

▲ 강유정 영화평론가·문학박사
2005년 개봉한 ‘빨간 모자의 진실’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전래 동화를 수사극 형태로 새롭게 제시한다. 빨간 모자의 실종과 늑대의 음모 가운데서 영화는 진실이 은닉되어 있음을 전제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실을 조감한다. 사실과 거짓, 진실과 음모를 다양한 시각과 입장에서 다루는 작품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대표적이다. 최근 9·11테러 사건을 두고 음모설이 제기되고 있다. 진실에 대한 입체적 조감과 음모설은 너무도 비슷해 구분하기 힘든 경향이 있다. 진실과 그 이면에 관련된 영화를 예시하고 진실의 절대성 혹은 상대성에 관해서 논해 보자.

논지 전개 시 유의점

1) 이 글은 사태에 대한 주장이나 입장이 아닌 해석을 묻고 있다. 진실이란 분명한 듯하지만 주관적이고 모호한 개념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서술한다.

2) 진실과 그것의 노출을 염두에 둔 작품이 많다. 진실의 층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주제와 그것이 이야기하는 철학은 범주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트루먼쇼’는 트루먼이 살고 있는 세계가 가짜였음을 드러냄으로써 세계의 허구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의 층위에 알맞은 예시 영화를 찾아보자.

3) 상대주의와 절대성, 주관성과 객관성의 차이를 생활 속 경험과 같은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예시

2005년도 국내에 개봉된 ‘빨간 모자의 진실’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동화 ‘빨간 망토’에 대한 기대를 뒤집는 작품이었다. 할머니 집에 가다가 늑대에게 잡아먹힌 빨간 망토이야기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복잡 다단한 추리물로 재탄생한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던 사실은 모두 음모로 발각되고 그 아래 은닉되어 있던 실체는 이해 당사자인 여러 사람의 서술을 통해 입체화된다.

흥미로운 추리물이자 모험 서사인 ‘빨간 모자의 진실’은 진실이라는 것이 드러나기보다 숨겨지기 쉬운 속성이 있음에서 발상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과연 진실이란 하나의 실체일까 아니면 타당한 가설의 정착일까? 또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 속에 또 다른 진실이 있다는 가설을 통해 얻어지는 깨달음은 무엇일까?

수많은 예술작품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진실을 숨긴 채 운용되고 있는 거짓의 체계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소설인 조지 오웰의 ‘1984’도 그렇고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는 소설뿐만이 아니어서 최근의 영화 작품들, 이를테면 ‘매트릭스’나 ‘올드보이’, ‘트루먼쇼’와 같은 작품들 역시도 숨겨진 비밀과 과거 그리고 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대개 진실의 문제를 전면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불완전함을 진실에 빗대어 재조명한다. 밥먹고, 자고, 일하는 일상 세계가 모두 입력된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는 이러한 제안 중 가장 급진적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매트릭스’가 제시하는 바의 놀라움은 액션이나 촬영 기술의 혁신에 기댄 바도 크지만 무엇보다 현실적 공간 자체를 허위의 공간으로 전도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진실이 실체로서 존재하며 그것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감각적인 세계가 아닌 다른 먼 곳, 초월적인 공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제안이기도 하다. 초월적 공간 너머에 존재하는 남루한 진실을 가시적 형태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트릭스’는, 닫힌 세계의 출구 너머에 진실의 가능성을 위치시켰던 ‘트루먼쇼’의 가설을 넘어선다.

이러한 작품들은 “진실”이라는 실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가설을 통해 일상적 공간을 불편한 음모의 장으로 새롭게 조형한다. 관습적 기대로 굳어진 고전 작품들이나 동화의 서사를 비틀고 재조명하는 시도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관습과 기대를 전복하는 새로운 조감의 효과는 편안한 일상을 반성적 사유의 대상으로 탈바꿈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불편한 제안이 일상을 반성하게끔 한다는 것은 무감각해진 편안한 일상이야말로 진실을 은폐하는 원리임을 보여준다.

주어진 현실을 음모나 거짓으로 보는 것은 시스템에 의해 조율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이익에 맞게 진실을 재편성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원적 이기심에 대한 각성을 모두 아우른다. 편안한 일상으로 여겨지는 현재의 삶을 은닉된 진실이라는 가정을 통해 입체화함으로써 자칫 무감각해질 수 있을 현실적 삶을 새롭게 되돌아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진실이라는 것 역시도 일종의 효과나 음모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나 ‘빨간 모자의 진실’과 같은 작품들은 진실이 얼마나 개인의 이익이나 욕망에 의해 쉽게 윤색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점에서 진실은 단 하나의 모습을 지닌 객관적 실체이지만 수많은 가설 가운데서 절대적 진실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상대주의의 혼란과 절대성의 횡포 가운데, 사태를 관망하는 객관적 인식만이 진실의 실체를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어쩌면 “진실”이 더 완강한 음모의 위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문학박사
입력 : 2006.09.17 21:46 05' / 수정 : 2006.09.17 21:4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