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강원 2016.4.14>

 

추운 계절의 그림 '세한도'

 

1884세한도(歲寒圖)’ 추사김정희 국보180

  세한도(歲寒圖)는 우리나라 서예의 대가 추사김정희 선생님의 회화작품입니다. 언뜻 보면 아무라도 쉽게 그릴 수 있을 듯 엉성한 그림으로 보이지만, 국보 180호로 지정된 이 그림의 의도와 표현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제목을 보죠. ‘세한도(歲寒圖)’ 한자 그대로를 풀이하면 추운 계절의 그림이란 뜻입니다. 여기서 추운계절 세한(歲寒)에 담긴 의미는 설명이 좀 더 필요한데요, 추사선생님께서 생존하셨던 상황으로 돌아 가봅니다.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당파싸움이 한창일 때였습니다. 추사선생님의 아버지께서 강한 세력에 밀리자, 정권을 잡은 세력에 의해 쫓겨났고, 추사는 아버지의 일에 가담하였다하여 제주도로 가장 엄한 유배를 떠납니다. 유배기간이 무려 8년이 넘었는데 이 시절을 추사는 가장 잔혹하고 힘든 시기로, ‘세한(歲寒)’이란 바로 이 때를 뜻합니다. 이 고통스러운 유배생활 중 그의 제자 이상적에게 보낸 그림이 바로 세한도(歲寒圖)’입니다. 그럼 추사는 제자 이상적에게 왜 이런 그림을 보냈을까요?

 

초라하지만 행복한 그림

  그림의 내용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그림에 보면 황량한 황무지에 쓰러져 가는 집 한 채와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 있습니다. 여기서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에 쓰러져가는 집은 초라한 자신을 나타냈고, 언제나 변함없이 사철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는 제자 이상적을 나타 냈답니다. 제자 이상적은 유배지로 떠난 스승 추사를 변함없이 존경하였고, 외교관이었던 이상적은 중국에 갈 때 마다, 스승께 드릴 책들을 구해서 몰래 유배지로 보냈답니다. 이 사실이 발각되면 처형될 수도 있었지만, 스승을 향한 그의 마음은 오직 일편단심이었습니다. 추사는 이 제자의 고마움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답장을 했는데 바로 세한도(歲寒圖)입니다. 그는 세한도에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라는 글귀도 함께 보냈습니다. ‘추운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지조를 안다는 뜻으로 어렵고 힘들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는 법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세한도란 초라한 추사의 신세를 서글프게 표현한 그림 같지만, 이 고통 속에서도 든든하고 진정한 친구가 있음을 나타낸 행복한 그림이 아닌가 합니다.

 

 

* ‘대륙을 놀라게 한 표현력

   

추사체

 

  사실 제주도에는 소나무는 있지만 잣나무는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추사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표현하기 위해, 사실에 매이지 않고, 상징적인 표현 방법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자 이상적은 스승이 그려준 세한도를 중국의 시인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추사의 표현력과 예술성에 감동한  중국 시인들이 시를 지어 추사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진정한 예술은 혹독한 고통 속에 탄생된다고 하였던가요. 김정희선생님은 유배중에서도 벼루 10개를 밑창내고, 1000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든 열정으로 추사체라고 하는 독특한 서체를 창조한 위대한 예술가였습니다.

<정라초 교사 황흥진>

 

 

 

 

 

 

목판화  '신나는 2016'   황흥진  

 

 

신나고 행복한 새해를 기도합니다.

 

  2016년은 원숭이(丙申年)의 해입니다. 인간의 시조를 원숭이에서 찾을 만큼 인간의 모습을 닮았고, 3-5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가장 영리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화성 탐사 우주선에 원숭이를 우주인으로 대신 보내기 위해 훈련 중에 있답니다.

 

  또 원숭이는 모성애가 각별한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전해오는 고사 단장(斷腸)’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보면 중국 진나라 군사가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아 배에 실었답니다. 이 때 배에 함께 오르지 못한 어미 원숭이는 양쯔강의 협곡 절벽 100리길을 사생결단 따라 갔고, 배가 강기슭에 닿자 숨이 찬 어미 원숭이는 새끼 앞에서 결국 죽고 말았는데요, 배를 갈라보니 내장이 모두 토막토막 나 있었답니다. 새끼에 대한 애통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죠. 그 후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 할 때 단장(斷腸)’이라는 단어를 쓴답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말 들어 보셨죠. 한날, 게와 원숭이가 떡을 해 먹기로 했는데, 떡이 완성되자, 원숭이는 떡을 들고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갔지요. 게가 아무리 사정을 해도 원숭이는 게를 놀리기만 했는데, 그렇게 놀리며 까불던 원숭이가 순간 떡을 떨어뜨렸고, 게는 얼른 떡을 집어 굴속으로 쏙 들어 가버렸답니다. 이제는 원숭이가 사정을 하는데, 게가 원숭이 말을 들을 리 없죠, 이에 화가 난 원숭이는 굴에다 엉덩이를 대고 방귀를 뀌었답니다. 그때 게가 앞발로 원숭이 엉덩이를 물어뜯어 원숭이의 엉덩이는 털이 없고 빨갛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교토대학의 원숭이 100마리 실험은 원숭이의 집단친화력과 긍정적 학습 능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실험은 원숭이 100마리에게 매일 고구마를 나누어 줬는데, 처음 대부분의 원숭이는 고구마를 그냥 먹었고, 몇 마리만 고구마를 물에 씻어서 먹었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로, 물에 씻어 먹는 원숭이를 따라하더니, 결국에는 모든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서 먹더랍니다. 좋은 것을 구분하고 실천하는 원숭이의 지혜는 단순하지만 우리의 교육을 생각하게 합니다.

 

  올해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붉은 원숭이 해랍니다. 오방색에서 붉은 색은 남쪽의 희망을 상징하고 열정과 번영을 뜻하는 데요, 새해 어렵고 힘든 일은 지혜로운 원숭이의 기로 슬기롭게 헤쳐가시고, 온 가족 끈끈한 사랑으로 더욱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신나고 행복한 2016년 새해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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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모든것에대한사랑'아니카의작품세계'.pdf

 

<쉽고 재미있는 그림읽기 16>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사랑

     '아니카 선생님의 작품세계

 

Annika Theron / Black marker on paper

 

여백 그리기

  지난 73일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 특이한 그림이 전시 되었는데요. 삼척원덕중에 근무하시는 아니카 선생님의 작품이었습니다. 아니카님의 그리기 방식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보통의 그리기 방식과는 완전 반대였습니다. 보통의 경우, 어떤 대상을 표현할 때,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먼저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아니카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나무, , 사슴이 우리 눈에 분명 보이지만, 그러나 정작 선생님의 그리기 작업은 나무, , 사슴을 아예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그림 작업은 대상의 주인공들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여백과 공간에 정성을 쏟고 있었습니다. 별을 위해서 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별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과 공간의 관찰에 집중하고 이것을 묘사함으로써 비로소 별은 반짝거립니다. 선생님의 이런 허공과 여백 그리기의 열정은, 아마도 반짝이는 별보다 별이 이렇게 반짝이도록 한 우주 공간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착이 아닌가 합니다.

 

 

 

까만 여백에 담긴 이야기

  

우리는 미술시간에 무채색 검정색을 밤, 죽음, 슬픔, 침묵의 색으로 배웠고 또 그런 방식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니카님은 이런 상식적인 습관을 완전히 깨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여백그리기는 단지 대상과 주인공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또 달과 별을 더욱 밝게 하는 단순한 까만 밤도 아니며, 대상을 돋보이기 위해 무작정 새까맣게 칠해버린 바탕도 아닙니다.

아니카님의 허공과 여백은 대상과 사물 자신이 갖는 감성보다 훨씬 풍부하고 다양한 향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과 귀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나무와 별, 하늘과 바람, 나뭇잎과 풀, 산과 새들과 나눈 소통과 느낌을 이렇게 우리에게 보여주고, 또 소리 내어 듣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피터팬처럼 허공을 마음껏 날기도 하고, 서로 손잡고 강강수월래를 돌다가 저 멀리 나뭇잎과 함께 사라지기도 합니다.

 

아니카님의 허공과 여백의 이미지는 우리의 시각뿐 만 아니라, 청각과 후각 등 우리의 모든 감각을 깨웁니다. 허공과 여백은 텅 빈 엑스트라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이어주고 함께 어울리는 신나는 놀이터이고 진짜 우리의 주인입니다.

 

 

모든 것에 대한 사랑

, 그렇다면 아니카님의 표현주제는 과연 무엇일까요? 작품에 등장하는 대상을 다시 한번 살펴보죠. 화면에 바로 코끼리가 보이는가 싶더니 풀과 나무 잎사귀들이 그의 몸에 온통 수를 놓았고, 하늘의 은하들이 나뭇잎과 어울려 반짝이고 하나가 됩니다. 숲속의 넝쿨은 넘실넘실 춤을 추고 달도 별도 신이 났습니다 사슴의 배경이 숲인가요? 숲의 배경이 사슴인가요?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가요? 이런 의문의 헷갈림도 잠시, 주렁주렁 하늘로 뻗은 사슴뿔에 잎들이 열렸고, 어느새 하늘의 별들도 가지를 붙들고 손을 흔듭니다. 아니카선생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우선 순위를 매겨 차별하지 않습니다. 아니카님은 나무 풀 지푸라기 사슴 새 하늘 별 바람과 티끌까지도, 그리고 그들의 속삭임, 냄새, 손짓 그 모든 것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을 표현하였습니다.

 

아니카님의 메시지는 어쩌면, 세상 만물을 무수히 많은 입자로 띄워놓고, 우리가 무엇이든 마음껏 이어 각자의 이상을 원하는대로 그려보기를 청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의 별자리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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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카소 그림은 괴물 같아요.

 쉽고 재미있는 그림읽기 13<어린이 강원 2015.7.1>

 

원색 보따리의 비밀 '이사'

오순환 작품

 

오순환 '이사'

 

 

한 가족이 이사를 가네요.

이삿짐은 보잘 것 없는 살림 보따리 몇 개가 전부입니다.

다닥다닥 비탈의 함석지붕들은

반길수 없는 안타까움에 한숨만 흘리고

삐거덕 삐거덕 가파른 길

낡은 바퀴가 힘에 겹습니다.

 

어디까지 더 올라가야 하나요?

꼭대기로 꼭대기로 올라가는

이 가족의 딱한 사정은

무엇인가요?

 

오순환작가님은

이 쓸쓸한 풍경을 무채색으로만 칠했습니다.

집도 길도

사람도 나무도

하늘까지도 온통 회색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네요.

초라한 짐 보따리 몇개가

빨강, 노랑, 초록으로 선명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네요

보따리 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기에

원색으로 칠했을까요?

마음대로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린이강원 2015.7.1 정라초 황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