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0자연이 빚은 예술'한옥의 벽'.pdf

 

자연이 빚은 예술 ‘한옥의 벽

 

   지난 8월 서울과 강릉에서 차장섭(강원대교수)님의 사진전이 열렸습니다전시 주제는 한옥의 벽이었는데요.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오늘은 한옥의 벽에서 관찰된 감동을 소개합니다.

 

덩실 덩실 춤추는

  벽이란 무엇인가요? 벽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집을 지탱하는 기둥으로서의 역할이 최우선이죠. 따라서 무게를 견디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답니다. 튼튼한 기둥의 조건은 당연히 굵고 곧은 나무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수들은 삐뚤삐뚤 아무렇게나 생긴 나무들을 그 어떤 가공 없이 생긴 그대로 집을 지었습니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숲이 훨씬 더 울창할 때라 구할 수 있는 좋은 재료는 더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수들은 주어진 재료가 그 무엇이든 하늘이 주신 인연으로 받아들이고 구별하거나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하중을 견디는 중력으로 향한 중심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구성하였고, 지금도 이렇게 당당하게 서 있답니다. 특히 기둥이 그린 선은 인간의 인위적 계산으로는 도저히 연출할 수 없는 자연의 선 그 자체입니다. 이렇게 세워진 기둥들은 마치 살아있는 나무처럼 두 팔을 벌리고 덩실덩실 춤추는 벽이 되었습니다.

 

전북 익산 이병기 생가, 2014

 

 

신이 찍어 주신

   한옥 벽의 또 다른 매력은 기둥과 골조의 노출입니다. 서양의 콘크리트 벽은 기둥이 어디에 숨었는지 몇 개나 있는지 또 어떻게 생겼는지 모두 감추고 있다면, 한옥의 벽은 그 모든 것을 드러냅니다. 드러난 골조를 보면 나무의 모습은 물론 방의 구조와 모습까지도 상상하게 하고, 그것을 허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경북안동 이원영목사 생가, 2014

 

   이렇게 드러난 까만 선은 하얀 회벽에 가로로 세로로 오직 두 획만을 그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환상적인 구도를 탄생 시켰을까요? 혹시, 황금분할의 천재라 불리는 몬드리안이 화가가 되기 전, 우리의 벽을 사전에 체험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관찰해보죠. 동글동글 점들은 가로 선을 따라 징검다리처럼 띄엄띄엄 줄을 썼고, 빼빼 마른 세로획이 이들의 무게를 받혔는데,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쳤네요. 그러나 아무 문제없어 보입니다. 순간 왼쪽 아래 생뚱맞게 떨어진 점 하나가 유난히 우리의 시선을 끕니다. ! 그렇군요. 이 외톨이 점 하나가 왼쪽의 아쉬운 화면을 절묘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점을 한참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온갖 장소로 옮겨가며 갖가지의 경우를 상상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끝내 이보다 더 완벽한 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마치 이세돌기사가 바둑 판세를 결정짓는 포석 같기도 하고, 또 우리 한반도의 확실한 존재, 독도와도 같습니다. 목수는 벽을 만든 것일까요? 예술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신의 점지'일까요놀라울 따름입니다.

 

 

우주와 소통하는

   벽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 추위와 비바람 등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막이라는 사실은 우리친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연재료 흙으로 만든 우리의 벽은 모든 것을 무조건 차단하지 않습니다. 흙의 작은 입자 사이로 공기를 정화하고, 선별 통과시켜 언제나 쾌적하고 건강한 기운을 유지시켜 준답니다. 이렇게 한옥의 벽은 자연환경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서양 콘크리트 벽과는 다릅니다.

 

충북 청주 문의문화재단지 부강리 고가, 2015

 

   그런데 부강리 고가의 벽에는 더 큰 감동이 숨어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위 작품을 집 안쪽에서 촬영했는데요, 이번에는 벽보다 액자에 눈이 먼저 갔습니다. 그림의 틀이 소박하고 그림 또한 한옥 벽에 어울리는 소나무 그림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나 작가님의 설명에 깜짝 놀라고 말았죠. 왜냐하면, 그것은 그림이 아니라, 실재 벽에 뚫려 있는 창이랍니다. 환기를 위해서 뚫었다고 하나, 저 멀리 보이는 소나무는 이미 집안으로 들어와, 이집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소나무는 밤이면 반짝반짝 별이 되고, 반딧불도 되어 온갖 그림을 그리며 재롱을 피울 겁니다.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이 자리에 그 어떤 명화를 걸어 이 창과 비교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우리 한옥의 벽은 삐뚤삐뚤 자연의 모습 그대로 우리의 집이 되었고, 모든 것을 숨김없이 보여주며, 소통을 넘어 자연 우주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자연의 마음이 자연의 재료로 자연을 빚어 낸 신의 예술이었습니다.

 

<삼척 정라초교 교사 황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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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는 황샘의 그림읽기>

 

여러분의 행복 뒤에는 누가 있나요?

 

 

<어린이강원 2016.6.16 >

*화려한 백합 순수한 사랑, 번영

오늘은 멕시코의 천재작가 디에고 리베라의 시리즈 작품 꽃 파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아래 작품을 감상 해볼까요. 우리 친구들은 이 그림에서 무엇이 제일 먼저 보이나요?

 

디에고 리베라 꽃 파는 사람연작

 

선생님은 맑고 흰 백합의 우아한 색감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화려한 칼라가 화면 전체를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백합향기가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흘러 나올 것만 같습니다.

백합꽃의 꽃말을 찾아보니 순수한 사랑입니다. 결혼선물로 신랑이 신부에게 선물하거나, 남녀의 참사랑을 고백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부와 번영을 기원하고, 프랑스 궁전의 공식 문양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오늘 누군가 이 탐스런 백합꽃으로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할 행복한 분위기가 저절로 그려집니다.

 

 

*아름다움을 짊어진 일상

, 그런데 이 그림에 엄청난 아름다움 아래 땅 바닥에 꿇어 앉은 여인의 모습도 보이네요. 밤새 백합꽃 정리작업을 끝내고, 생생한 색감과 향기를 조금의 상함도 없이 온전하게, 그리고 지체없이 시장으로 운반 해야합니다. 백합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잠시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지친 피로에 잠깐 눈이라도 붙인다면, 백합꽃은 사정없이 시들고 말겁니다.

 

무엇보다 이 꽃을 피우기 위해 들어간 빚과 당장 오늘 하루도 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먹고 살아야하는 일상을 생각하면, 쉼 호흡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엄청난 백합 무더기를 등에 업고 일어서기가 여간 어렵지 않네요. 남편도 백합 무더기를 맨발로 끌어안고 안간 힘을 보탭니다.

! 여보, 한번 일어서봐!”

이렇게 부부는 아름다움 꽃을 위해 막중한 노동을 짊어지고 살아 간답니다. 백합이 미래의 번영을 상징한다고 하지만, 백합꽃 노동자는 미래의 꿈은 커녕, 오늘 하루도 지탱하기가 숨이 찹니다. 이 순간에도 백합은 우아한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네요.

 

*꽃을 즐기는 사람과 꽃을 파는 사람

이 그림은 꽃바구니를 지고가던 남편이 쓰러져 있는 작품입니다. 아내는 행여 꽃들이 상할까, 급히 바구니를 붙들고, 동시에 남편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고개를 내밀어 남편을 쳐다보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여보 괜찮아?”

그러나 남편은 무어라 대답할 기력조차 없습니다.

 

디에고 리베라 꽃 파는 사람연작

 

 

리베라는 이렇게 꽃 파는 사람이라는 연작을 통해 아름다운 꽃과 그 것을 키우고 팔아야하는 고달픈 삶을 동시에 화면에 담았습니다.

어쩌면 꽃의 화려함에 감춰진, 꽃을 위한 노동의 고통을 좀 더 의도 한 듯 합니다. 한편에서는 프랑스의 상징문양인 백합을 통해 프랑스의 식민지로 겪는 멕시코 민중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꽃의 화려함과 그 꽃을 피우는 노동자의 대비를 통해서 말입니다.

 

리베라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누리는 맛있는 음식, 좋은 옷 등 행복의 뒷면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땀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친구들이 꼭 깨달았으면 합니다.

 

강원어린이 여러분, 오늘 하루도 모두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행복을 위해 애쓰신 분들을 순간이라도 떠올리며.

황흥진 선생님<삼척정라초 교사 >

 

 

 

 

 

* 디에고 리베라전(세종문화예술회관5.28-8.28 )

http://www.sac.or.kr/program/schedule/view.jsp?seq=26243&s_date=20160528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다 

지난 4.22일은 지구의 날이었습니다만, 연일 지구의 위기를 경고하는 뉴스는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는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낮은 섬나라들은 곧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기후변화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2100년경, 우리나라 인구가 2000만 명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삼척의 정라초 환경생태미술부의 우수동아리 작품전 쓰레기의 재창조는 지구사랑의 신선한 메시지가 아닌가 합니다. 전시 작품들의 모든 재료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사용 했고요, 작품에 담긴 내용들도 오직 우리의 환경과 생태보존을 위한 주제들로 담았습니다. 쓰레기에서 예술로 창조한 몇 작품을 소개합니다.

 

 

 

* 종이 재활용 1%는 소나무 75만 그루

  위 판화 작품의 액자재료는 모두 종이박스 종이 계란 판 나뭇가지 등을 사용했는데요, 우리가 지구를 보호하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종이 재활용이 아닌가 합니다. 왜냐하면 세계 나무 벌채 량의 1/3이 종이 생산에 사용되기 때문이죠. 종이 1톤을 만들기 위해서 30년생 소나무 17그루를 베어야 한다는 데요, 폐지를 재활용 할 경우 산림보호는 물론 에너지절약, 쓰레기 매립장의 감소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폐지 재활용 1%만 높이면 30년생 소나무를 무려 75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답니다.

 

 

여러분, 서울에 있는 백사실 계곡에 도롱뇽이 살고 있다는 것 잘 아시죠. 방송에 나왔으니까요. 도롱뇽은 겁이 많아서 밤에만 물에 나와서 먹이를 찾고, 낮에는 돌 밑에 숨어 산다는 사실 아세요. 이때 사람들이 계곡에 놀러 와서 돌을 밟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요? 도룡뇽의 몸이 잘리거나, 죽을 수도 있답니다. 제발, 백사실 계곡의 돌을 밟지 말아 주세요.

<4-3 이가은>

* 쓰레기장은 자료보물 창고

   강원 어린이 여러분, 이제 부터 학습 준비물의 종합창고 쓰레기장을 잘 살펴보세요. 수많은 보물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쓰레기의 재창조여러분도 시도 해보세요.

 

 

 

<어린이 강원 2016.4.14>

 

추운 계절의 그림 '세한도'

 

1884세한도(歲寒圖)’ 추사김정희 국보180

  세한도(歲寒圖)는 우리나라 서예의 대가 추사김정희 선생님의 회화작품입니다. 언뜻 보면 아무라도 쉽게 그릴 수 있을 듯 엉성한 그림으로 보이지만, 국보 180호로 지정된 이 그림의 의도와 표현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제목을 보죠. ‘세한도(歲寒圖)’ 한자 그대로를 풀이하면 추운 계절의 그림이란 뜻입니다. 여기서 추운계절 세한(歲寒)에 담긴 의미는 설명이 좀 더 필요한데요, 추사선생님께서 생존하셨던 상황으로 돌아 가봅니다.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당파싸움이 한창일 때였습니다. 추사선생님의 아버지께서 강한 세력에 밀리자, 정권을 잡은 세력에 의해 쫓겨났고, 추사는 아버지의 일에 가담하였다하여 제주도로 가장 엄한 유배를 떠납니다. 유배기간이 무려 8년이 넘었는데 이 시절을 추사는 가장 잔혹하고 힘든 시기로, ‘세한(歲寒)’이란 바로 이 때를 뜻합니다. 이 고통스러운 유배생활 중 그의 제자 이상적에게 보낸 그림이 바로 세한도(歲寒圖)’입니다. 그럼 추사는 제자 이상적에게 왜 이런 그림을 보냈을까요?

 

초라하지만 행복한 그림

  그림의 내용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그림에 보면 황량한 황무지에 쓰러져 가는 집 한 채와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 있습니다. 여기서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에 쓰러져가는 집은 초라한 자신을 나타냈고, 언제나 변함없이 사철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는 제자 이상적을 나타 냈답니다. 제자 이상적은 유배지로 떠난 스승 추사를 변함없이 존경하였고, 외교관이었던 이상적은 중국에 갈 때 마다, 스승께 드릴 책들을 구해서 몰래 유배지로 보냈답니다. 이 사실이 발각되면 처형될 수도 있었지만, 스승을 향한 그의 마음은 오직 일편단심이었습니다. 추사는 이 제자의 고마움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답장을 했는데 바로 세한도(歲寒圖)입니다. 그는 세한도에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라는 글귀도 함께 보냈습니다. ‘추운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지조를 안다는 뜻으로 어렵고 힘들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는 법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세한도란 초라한 추사의 신세를 서글프게 표현한 그림 같지만, 이 고통 속에서도 든든하고 진정한 친구가 있음을 나타낸 행복한 그림이 아닌가 합니다.

 

 

* ‘대륙을 놀라게 한 표현력

   

추사체

 

  사실 제주도에는 소나무는 있지만 잣나무는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추사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표현하기 위해, 사실에 매이지 않고, 상징적인 표현 방법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자 이상적은 스승이 그려준 세한도를 중국의 시인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추사의 표현력과 예술성에 감동한  중국 시인들이 시를 지어 추사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진정한 예술은 혹독한 고통 속에 탄생된다고 하였던가요. 김정희선생님은 유배중에서도 벼루 10개를 밑창내고, 1000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든 열정으로 추사체라고 하는 독특한 서체를 창조한 위대한 예술가였습니다.

<정라초 교사 황흥진>